상담(1)

by 바다

한 달 조금 넘게 전부터 학교 상담소에서 개인 상담을 받고 있다. 상담은 처음이라 왠만하면 돈을 주고 상담을 받으려고 했으나 돈도 없고 알고 있는 좋은 상담소도 없어서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학교 상담소로 찾아갔다. 처음 상담받으러 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상담소가 유동인구가 꽤 있는 동아리실 근처에 있어서 다른 사람들이 내가 상담소에 들어가는 것을 보는 것이 좀 두려웠다. 몇번이나 입구에서 서성이다가 마음을 다잡고 겨우 상담소에 가서 상담을 신청했다.

상담은 일주일에 한번 50분씩 진행한다. 내 담당 선생님이 정해져있고 그 선생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오는 것이 상담의 전부다. 주위에 상담을 받아 본 친구들이 상담선생님이 정말 중요하다고 많이 이야기해서 이상한 사람이 걸리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했지만 상담을 조금 진행한 지금은 선생님이 그럭저럭(아주 최상으로 좋은 사람은 아니지만) 괜찮은 분 인 것 같아서 한시름 놓았다.

요즘 만날 친구가 잘 없어서 속 이야기를 잘 하지 않는 나에게 일주일에 한 번 있는 상담시간은 꽤나 소중한 시간이다. 그나마 내 속 이야기를 하고, 이야기의 원인들을 들여다보고 함께 고민해주는 사람은 상담 선생님이 거의 유일하다. 가끔 나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시거나, 치료법을 시도할 때면 당황스러워할때도 있지만 내가 거절하면 더 이상 강요하지 않는 선생님이어서 종종 거절도 하면서 관계를 맺어가고 있다.

지금 상담을 하면서 내가 가지고 있는 두려움은 역설적이게도 내 증상들이 괜찮아지면 어쩌나 하는 것이다. 나는 지금 우울증과 불안장애를 가지고 있고, 내가 먹는 약이나 의사가 하는 이야기에 따르면 꽤 중증이다. 그래서 나는 이것으로 진단서를 끊어서 4급을 받아서 공익을 가고 싶다. 그래서 솔직히 나는 내 증상이 계속 악화되어서 더 많은 약을 먹고 의사에게 할 이야기가 더 늘어나면 좋겠다. 하지만 현재 그렇게 진행되고 있는 속에서는 내 일상을 유지하기가 힘들다. 그래서 나는 내 증세가 조금은 더 나아지기를 바란다. 이 두 가지 충돌하는 가치가 상담받을 때 마다 내 마음을 좌지우지 한다. 마음을 힘껏 열려고 하다가도 혹시나 병세가 나을까봐서 마음을 닫게 된다. 지금 이상태로도 4급을 받는다는 보장도 없지만 괜한 두려움이 내가 마음을 열고 생명의 에너지로 살아가려는 나를 가로막고 있다.

저번 상담 마지막 쯔음에 선생님에게 이 이야기를 하니 이야기해줘서 고맙다고 말해주셨다. 그래도 선택은 나의 몫이라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되는 것이라 했다. 내일도 상담을 가는 날이다. 나는 아직도 공익을 위해서 마음을 꼭 닫고서 우울한 사람으로 남아있기 위해 노력할 것인지, 한 순간이라도 생명의 에너지가 넘치는 인간으로 살기 위해서 마음을 활짝 열 것인지 그 고비에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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