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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 활동에 대하여

by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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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노동당이라는 진보정당(자칭 진보좌파정당)의 당원이다. 입당한지는 횟수로 9년차이다. 부산시당이라는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고, 과거에 부산시당 청년학생위원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현재는 당 대의원으로 출마했다. 당에 처음 입당하게 된 계기는 별 것 아니었다. 어느 날 동아리 선배들이 은밀하게 자신들의 자취방으로 나와 친구를 불렀다. 거기서 갑자기 유럽과 한국의 진보정당 역사에 대해서 줄줄 이야기해주었고, 그저 사랑받고 싶은 후배였던 나는 정당에 입당했다. 입당한 뒤로 당은 계속 위기였다. 2012년에는 총선에서 국회의원을 안타깝게 배출하지 못해서 위기였고, 그 뒤로는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항상 위기였다. 대통령 선거가 끝나면 대위기 였고, 지방선거가 끝나면 위기의 시작이었다. 당원의 숫자는 계속해서 줄었고,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자산들도 꾸준히 줄어들었다. 처음 입당했을 때 꽤 커서 강연도 자유롭게 했던 시당사무실은 이제 사람이 많아지면 회의를 제대로 하기로 어려운 좁은 공간이 되었다.


그래도 나는 당이 지향하는 가치들이 멋지고 좋다고 생각했고 한국사회에 유의미한 것이라 생각했다. 내가 하는 학생운동, 생태운동 등 다양한 운동들이 힘을 내기 위해서는 결국 정치운동과 만나야한다고도 생각했다. 학회를 하면서 후배들을 입당시켰고, 알바노조를 하면서도, 생태운동을 하면서도 항상 수 많은 제안의 끝에 마지막 관문은 입당제안 이었다. 많은 활동들이 입당을 한 사람들을 중심으로 만들어졌고, 운동의 성과를 최대한 많이 당으로 수렴하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친구들과 몇년을 애쓴 결과 당은 젊은 정당, 청년 정당으로 자랑할 수 있을 정도로 활기찬 공간이 되었다. 물론, 여전히 재정적으로는 힘들었고, 의석을 얻는 것은 꿈같은 이야기였지만 어느 당보다 청년들이 활동을 많이 하는 정당으로 미래가 밝지는 않아도 미래가 있기는 한 정당으로 존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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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만 열심히 하면 더 좋아질 것이라는 확신이 가득했지만 위기는 내부에 있었다. 조직을 키우기 위해서 사용했던 조직화의 방식들은 너무나도 위계적이었고 그 위계는 매우 폭력적이고 배제적으로 작동했다. 당연하게도 상처받는 사람들이 생겨났고, 아무리 조직적으로 문제를 싸고싸매도 결국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봉합되기만을 반복했다. 종국에는 문제가 밖으로 공론화되었고 그제서야 부랴부랴 해결을 하기 위해서 또 다른 상처들을 모두가 겪어야했다. 청년운동과 학생운동을 중심으로 하던 조직적 질서는 한 시대의 종말을 고하며 그렇게 무너졌다. 이것을 무너뜨린 것은 외부의적도 아니었고, 내부의 배신자도 아니었고 그 운동을 했던 성실했던 모두였다. 방법론의 실패였고, 아무리 좋은 내용을 이야기한들 틀린 방법론 속에서는 운동이 지속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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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사건이 붉어진 뒤로 그 속에 있던 수 많은 사람들은 다양하게 거기에 대응했다. 누군가는 운동을 완전히 떠났고, 누군가는 활동가를 증오하게 되었으며 또 다른 누군가는 취직을 해서 자신의 생계를 책임지기도 했다. 또한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이 운동을 이어나가겠다고 조직을 정비하고 활동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나는 일정 기간 동안 운동을 떠나있었고 그저 군대갈 날만을 기다리면서 묵묵히 아르바이트 노동을 했다. 그렇게 시간이 꽤 지나고 나서 나는 나름대로 결심으로 선거운동도 했고, 학회를 다시 해보려고 시도하기도 했다. 다 이런저런 이유로 끝까지 하지 못하거나 흐지부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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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일련의 사건을 거치는 동안 나의 나이는 26살이 되었고, 대학을 수료했다. 그 동안 내가 배우고 가진 스펙이라고는 '운동권용 스펙'뿐이다. 현수막 만들고, 기자회견 하고, 기자들에게 연락돌리고, 학회만들고, 세미나진행하고, 사람들을 어딘가에 가입시키고, 사업을 기획하고, 예산을 집행하는 것 등 온통 운동조직에서나 필요한 스킬들만 잔뜩 가지게 되었다. 내 또래 친구들은 이미 진로를 결정해서 취직을 준비하거나 이미 취직에 성공한 친구들도 있다. 나는 운동사회가 아니면 감수성적으로도 살아가기 힘들고, 기술적으로도 살아남기 힘든 사람이 되었다. 그렇기에 나는 운동의 비전과 미래를 고민해야한다. 그것이 바로 나의 일자리와 삶의 미래를 고민하는 것이다. 운동이 잘되면 나의 일자리도 생길 것이오 운동이 잘 되지 않으면 나는 여기저기 전전하면서 살아야할 것이다. 주저리 주저리 말이 길었지만 나는 운동을 하면서 전업활동가로 살고싶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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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활동가 중에서도 정당에서 활동하는 정당활동가가 되고싶다. 당에 상근해서 당을 위해서 일하는 것이 예전부터 꿈이기도 했고, 로망이기도 했다. 결국 세상을 바꾸는 가장 선명하고 빠른 길은 정치운동을 해나가는 것이라는 신념이 있다. 물론, 운동이 어려운 시기에 어느 공간에서만 활동하겠다는 '고집스런' 목표를 가지는 것은 어리석은 일일지도 모른다. 고집스러워보이더라도 난 내가 7년동안이나 몸담고 있는 당에서 일하면서 살고 싶다. 그래서 군대에 가기전까지 당, 정당, 청년정치운동 등에 대한 고민을 해보려고 한다. 어떤 것을 할 수 있을지는 아직 고민중이다. 일단은 시당에서 대변인 역할로 정세분석과 논평쓰기, 자료조사 등을 맡았으니 그것이라도 열심히 잘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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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철학 공부? 정당론 공부? 페미니즘 조직론? 조직론 공부? 무엇이 도움이 될까. 무엇이 도움이 되든 일단 세미나를 좀 하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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