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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운동은 가능할까?

' 부산에서, 청년정치조직은, 어떻게, 가능할까.' ​

by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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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에 고 김용균님 집회를 다녀왔다. 주최는 공공운수노조 부산본부와 민주노총 부산본부였지만, 그 내용으로 들어가보면 민중당 부산시당에서 준비한 집회였다. 발언도 온통 민중당 당원들이었고, 공연도 민중당 당원들이 했고, 참여 인원의 대부분도 모르긴 몰라도 민중당 당원들이 다수였을 것이다. 페미니즘의 물결이 세상을 휩쓸고 있고, 좀 더 온전한 개인이 되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세상일텐데 어째서 민중당 청년당원들은 수십명씩 아침 6시에 일어나서 선전전을 하고 매주 토요일 집회를 기획하고 그곳에 참석해서 자신을 '민중당'이라는 세글자로 당당히 소개할 수 있는 것일까. 그 자신감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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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주의의 시대이고, 개인이 강조되는 시대지만 적어도 운동의 주류는 가족주의적이거나, 공동체주의적인 것이 강하다. 이것에 대해서 몇가지 생각을 할 수 있다. 첫번째는 가족주의나 공동체주의가 현재를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그 자체로 어떤 어필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파편화된 삶에서 오히려 불편함을 느끼고 불안감을 강하게 느끼는 청년들이 공동체적이고, 정치적인 비전을 공유하는 '가족'이 그들에게 강한 어필을 하는 것이다.

확실히 정치적인 비전을 공유하는 공동체는 매력적이다. 그 속에서는 사회적으로 소외받고 무시당하던 모든 이야기들이 정치적인 입장의 공유로 인해서 인정받고 주류도 될 수 있다. 풍자나, 농담, 장난과 주로 사용하는 매체와 활동, 미래에 대한 고민 모든 것들이 정치적인 비전의 공유에서 시작해서 만들어진다. 이러한 공동체는 그 자체로도 매력적이지만 이것이 운동세력의 권력과 만나게 되면 그 파급력은 더욱 커진다.

앞서 이야기한 민중당과 같이 대부분의 운동(아니 거의 모든 운동)에서 주도력을 강하게 행사하는 정치공동체는 공동체 자체의 매력을 넘어서서 그 속에서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고 일을 하면서 먹고살 수 있는 토대까지 제공한다. 노조에 상근을 한다거나, 청년단체에서 상근을 한다거나, 협동조합에서 일한다거나, 온갖 단체에 들어가서 일을 하면서 생계를 해결하고 자신의 정치공동체를 더욱 키워나갈 수 있다는 전망은 청년들이 그 속에서 더욱 열정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동기가 된다. 왜냐하면 정치공동체와 강력하게 결부된 개인에게 공동체와 개인은 쉽게 분리되지 않고, 정치공동체의 성장이 곧 자신의 성장이 된다고 생각하고 실제로 일정규모 이상의 정치 공동체에서는 그것이 현실적 토대로서 등장한다. 더 단순하게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먹고 살수도 있다는 것이 정치조직과 함께 하는 엄청난 메리트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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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노동당내에서 있었던 언더조직 이야기도 그렇고 여러가지 영향력을 행사하는 정치조직들은 앞서 이야기한 질서들을 일정부분 공유하고 있다. 그들이 집중하는 의제나, 조직, 영역 등에 따라서 조금식의 차이는 존재할 수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비슷하다. 이런 구조 속에서는 청년들은 동원되기 쉬운 상태가 된다. 물론, 나는 정치적으로 동원이 무조건적으로 나쁜 행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정치적 동원, 대중 동원 등은 정치 활동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문제는 그 동원이 얼마나 정당성을 가지느냐 하는 것이다. 이 정당성은 단순히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이야기하는 절차적인 의견 수렴의 문제만을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이 정당성은 결과론적인 승리, 예를 들어 어떤 선거운동에 동원되어서 그 선거가 당선이라는 승리로 결과맺음지어지고 자신이 그 후보의 보좌관으로 일할 수 있는 경우는 그의 의견이 별로 반영되었지 않았더라고 해도 그 개인에게 충분히 정당성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절차적이고 민주적인 의견수렴이 바탕으로 되는 것이 바람직하고 그것을 염두에 두고 조직을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할 테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도 동원이 이루어지고 그것에 대한 반발이나 비판이 크게 많지 않은 다른 정치조직은 어떻게 설명될 수 있을까 의문이다. (그것이 세상 운동의 주류로서 근 30년을 장악하고 있다면 단순히 80년대 넘쳐났던 NL선배들의 숫자 외에도 다른 요인이 있지 않을까 궁금하다.) (외부적으로만 드러나지 않을 뿐 내부적으로는 많은 반발에 부딪히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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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정치조직은 절차적 정당성을 잃고, 결과적인 승리로도 귀결되지 못할 경우 존재자체가 위태로워 진다. 정당으로 이야기하면 당이 민주적이지도 않고, 선거에서나 외부적으로 당이 커지지도 않고, 당이 내 밥도 해결해주지 못할 경우 당에 남아있을 이유가 희미해지거나, 당이라는 것 자체에 집착하게 된다. 이럴 경우 한국의 정치질서에서 조직을 유지하는 또 하나의 방법은 강한 이상향을 세우고, 강한 외부의 탄압을 강조하는 것이다. 평화, 북한, 통일 등을 이상향으로 가지고서 국가보안법과 국정원이라는 강한 외부의 탄압을 강조하는 것이 민중당계열의 정치조직이 내세우는 존재유지의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들의 위협은 매우 실제적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그 설득력은 다른 정치조직에 비해서 더욱 강력하다고 할 수 있다.

내가 활동했던 노동당 계열의 정치조직은 절차적 정당성도 약하고, 결과적인 승리도 보장하지 못하며 현실적 물적 토대를 청년들에게 제공해주지도 못했다. 이들 역시 국가보안법과 공안당국을 외부 탄압 집단으로 지정하고 그것을 조직 단결의 수단으로 활용했지만 위협은 실질적이지 못했고, 종국에는 활동가들에게도 희화화 될 만큼 우스운 것이 되기도 했다. 실체가 드러났을 때에도 큰 위협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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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새로운 청년운동을 꿈꾸고 운동을 해나가기 위해서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청년 운동은 어떤 것이어야 하는가를 앞서 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면 몇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새로운 청년 운동은 그 자체로 민주적으로 구성되어야하고, 의결역시 민주적이어야한다. 또한 강하게 정치적인 비전을 공유하고 함께 만들 수 있어야하며, 이 조직은 그 자체로 일정한 토대가 될 수 있어야한다. 적어놓고서 보니 너무 뻔한 이야기들이어서 답답하다. 다른 정치조직 이야기나 함께 정치조직에 있었던 사람들과 평가라도 하고 토론회라도 하고 싶은데 할 곳이 없어서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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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기본소득 정치연대에서 '터닝 포인트'라는 이름으로 이전의 운동을 평가하는 자리가 있었는데 거기 가지 못해서 아쉽다. 대표선거를 준비하는 자리이기도 했던 것 같지만 그 과정에서의 고민을 들을 수 있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또 한편으로는 서울에 있는 동지들이 하는 판단과 부산이라는 지역에 있는 내가 하는 판단과 생각, 느낌은 또 다를 것이라 생각한다. 요즘 내가 하는 질문은 다음과 같다.

' 부산에서, 청년정치조직은, 어떻게,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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