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 담배 안팔아요?" 할머니의 기억 여행
길에서 만난 동네 할머니의 삶에 대한 생각들
-
집을 나서서 언덕을 내려가다보면 보행보조기구를 사용해서 언덕을 오르시는 할머니가 있다. 할머니는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아저씨 담배 안팔아요?" 하고 소리친다. 처음 만났을 때 할머니의 목소리는 무서웠다. 방심하고 있다가 갑자기 만난 큰 목소리는 내 심장에 큰 무리를 줬다. 이 상황이 두번이되고 세번이되면서 심장은 할머니의 목소리에 적응했다. 적응한 뒤로는 할머니가 늘 똑같이 외치는 "아저씨 담배 안팔아요?"의 사연이 궁금해졌다. 치매에 걸리셔서 계속을 기억을 잃는 와중에 담배와 관련된 기억 속을 살고계신게 아닐까도 해봤고, 진짜로 담배가 필요하걸까 하는 생각도 해봤다. 어떤 것이 진실인지 할머니에게 직접 물어보지는 않았다. 쑥쓰럽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고, 할머니가 기분 나빠하실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나가는 날이면 날마다 할머니가 꾸준히 움직이시는 걸 보면 마음이 놓인다.
-
치매에 걸리거나 뇌에 어떤 문제가 생겨서 자유롭게 사유할 수 없게 되는 것이 두렵다. 그래서 치매를 진단받거나, 치매와 비슷한 증세를 보이는 사람들을 마냥 불쌍한 사람으로 취급한다. 생각해보면 그것이 꼭 모든이에게 절망적인 일은 아닐 수도 있다.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끔찍하고, 너무나도 끔찍한 일을 겪어서 그것에서 벗어날 수 없는 사람들에게 망각만이 계속되는 상태는 오히려 축복이다. 또한 삶의 마지막으로 향해가는 사람들에게 기억을 정리해가면서 결국에 기억의 마지막과 삶의 마지막이 일치되는 것은 좋은 삶의 마침표 일 수도 있다. 치매나 뇌의 질병을 통해서 소거되고 소거된 기억의 마지막 종착역에서 머무르다 완전한 망각에 이르면 마음의 안식에 든다.
우리 동네의 할머니도 기억의 소거 속에서 지금은 "아저씨 담배 안팔아요?" 라는 정류장에 정차하고 있는 중일 것이다. 다음 열차를 기다리면서 간절하게 담배를 원했던 순간의 기억을 살아가고 있다. 다음에 도착할 이름모를 기차를 타고 또 다음 정류장을 향해서 기억의 여행을 이어갈 것이다.
-
고대인들은 죽음을 영원한 잠에 드는 것으로 이해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매일밤마다 죽는다. 때론 지하철에서 죽기도 하고, 버스 안에서 죽기도하고, 사람들이 가득한 사무실에서 죽기도 한다. 어디서 죽든 우리의 의식은 점점 흐릿해져서 결국 단일한 꿈의 기억 속으로 빠진다. 치매에 걸려서 점점 기억을 잃어가는 것도 이렇게 죽음에 가까워지는 과정일 것이다. 치매에 걸리든 걸리지 않든 결국 우리는 영원한 잠을 향해 나아가는 존재, 서서히 더 긴 잠에 빠지는 존재다. 치매로 인해서 발생하는 일상의 불편함이나 위험성(사고나 길을 잃는 것 등)으로 인해서 치매를 질병으로서 다루긴 하지만 삶과 죽음이라는 큰 고리에서 보면 평범한 일에 불과하다.
-
또 어느 날처럼 집을 나서다가 만난 할머니의 입에서 등장한 새로운 문장이 나와서 할머니의 기억의 여정을 더 들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사회적으로 '병'이라 부르는 할머니의 여행은 삶의 맥락에서 보면 여행에 불과하고, 그렇기 때문에 할머니의 삶을 마냥 안타깝거나 불쌍하게 볼 수 없다. 직접 뭔가 해줄 수는 없지만 할머니의 여행을 응원하는 동네주민으로서 할머니와 함께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