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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으로 집권합시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활동가의 꿈

by 바다

2012년 처음 학생운동을 시작하면서 부터 저에게는 목표가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흐릿했지만 최근에 들어서는 점점 더 선명해지고 있습니다. 그 꿈은 '지역으로서 독립하자'입니다. 진보정치, 사회주의진형, 좌파정당 등 온갖 수식을 동원하여 표현할 수 있는 정치세력이나 정당과 그 역사들을 떠올려봅시다. 민주노동당이 역사적인 원내진입을 하고, 정의당의 대통령 후보 심상정이 진보정치 역사상 가장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습니다. 수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헌신으로 세상은 조금이라도 나은 뱡향을 향해 걸어왔습니다. 하지만 눈에 띄게 퇴보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지역과 중앙, 수도권과 비수도권에 대한 문제입니다.

학생운동을 할 때부터 내 운동의 중앙은 서울에 있었습니다. 모든 '중앙'이 붙은 회의들은 서울에 있는 사무실에서 진행되었습니다. 걔중에 지역에 내려와서 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것은 일정상 지역에 내려왔을 경우이거나 상징적인 의미를 내기 위해서였습니다. 큰 일이 없으면 지역에 있는 동지들은 서울로 '올라'갔습니다. 서울에 있는 동지들은 상징적으로 지역으로 '내려'왔습니다. 올라간다와 내려간다는 노골적인 수직적 상하관계를 표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것이 진보정치나 나의 동지들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씨왕조의 나라부터, 그 이전부터 한양이 반도의 수도로서, 메가시티로서 성장해왔던 역사가 있습니다. 그것을 간과할 수는 없지요. 서울은 왕이 살던 곳이었고, 지금은 대통령이 사는 곳이고, 300명의 국회의원들의 회의가 열리는 곳입니다. 이제는 서울은 중심이니까 중심인 도시가 되었습니다. 서울의 영향력은 점점 강해져서 서울의 광역전철과 버스들은 경기도와 인천, 충청과 강원까지 포괄하고 있습니다. 남한반도의 절반이상이 서울의 영향력 속에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보수정치는 한강이남에서 소외받은 지역들의 감정을 이용해서 자신들의 정치적인 이익을 공고히 하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광주에서 토호기득권세력이 되어있고, 자유한국당은 일명 TK라 불리는 대구경북지역에서 성을 둘러친 수준의 폐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촛불혁명이후 부울경의 1당 독재에 금이 가고 있지만 빨간색이었던 몇몇 지역이 파란색이 되었을 뿐 그 근원적인 차이를 느낄 수는 없습니다. 민주당의 영향력이 강해지고 있고, 자유한국당이 쇠퇴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척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보수양당은 이러한 구도를 더 강화하고 혹은 쇠퇴를 막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서 지역활동을 합니다. 지역동호회를 나가고, 지역에 모임을 나가기도 하고, 리더쉽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대학과 간담회도 종종 합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방자치를 이야기하며 지방분권시대에 대한 이야기를 가끔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이 지방분권을 이야기하며 대변하는 사람들은 결국 서울에 비해 소외된 지방의 자본가, 토호세력, 투기꾼들일 뿐입니다. 센텀2지구재개발 재검토를 공략으로 걸었던 해운대의 국회의원은 당선과 동시에 개발옹호론으로 입장을 바꾸었고, 시민과 함께 하겠다던 4전5기의 오거돈 부산시장은 시민이 아니라 토건업자들 해양관계자들과 하나가 되어서 또 다시 삽을 뜨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는 더 작은 단위의 행정단위로 내려가면 더욱더 심해지고 있습니다.

우리의 진보정치는 보수정치가 이야기하는 '지방'자치가 아니라 '지역'정치를 이야기 했습니다. 서울을 중심에 두고서 그 권력을 분권화 하는 것을 넘어서 지역이 스스로 권력을 가지기 위한 활동을 했습니다. 우리의 선배활동가들이 마을운동을 하고, 빈민운동을 하고, 노동자를 조직하고, 지역위원회를 하고 선거를 하면서 우리의 지역정치의 꿈을 다져왔습니다. 그 속에서 우리는 천명했습니다. 우리가 대변할 것은 죽어버린 자본의 소유자들인 지역의 토건업자나, 개발주의자, 투기꾼, 자본가들이 아니라 그 지역에서 삶을 꾸리고 있는 노동자, 농민, 학생, 여성, 장애인 등 살아있는 사람들의 삶이었습니다.

진보정치가 그 뒤로 쇠퇴와 분열을 거듭하며 그 꿈은 점점 사라져갔습니다. 이제는 마을과 지역에서 활동할 운동가를 만들어내기도 어려워졌고, 같이 활동했던 활동가들도 당적과 생각이 달라져 함께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수 많은 지역들이 공동화되었습니다. 서울과 경기도를 경유해서 그 밑으로 내려오면 올 수록 그 경향은 강해집니다. 수십만 노동자의 도시인 울산과 금속노동자의 도시인 경남을 제외하고서는 지역정치에 비전을 가지고 활동을 하는 활동가들은 많지 않습니다. 모든 지역의 사정을 알지는 못하지만, 제가 살아가고, 활동하는 부산경남에서는 그렇습니다.

지역에 진보정당들이 있고, 지역활동을 하지만 그들이 이야기하는 내용들은 온통 여의도 국회의 내용들입니다. 물론, 전당적인 움직임으로 해야할 일들도 있다는 것은 인정합니다. 선거법개정이나, 최저임금1만원이나, 박근혜퇴진운동 같은 운동들은 전당적으로 중앙과 지역 모두가 해야하는 일입니다. 다만, 그런 시기가 아닐 때 지역은 무엇을 이야기해야합니까. 우리는 그것에 대해 얼마 만큼의 전망과 전략을 가지고 있습니까.

이제 더이상 국회의원 몇명 만들어서 그 돈과 인지도를 바탕으로 하는 정치를 폐기해야합니다. 그것은 또 다시 전당적 노력을 여의도에 쏟아넣는 일입니다. 지지율을 위한 전당적 출마와 같은 지역의 자원들을 소모시키는 사업들을 이제는 버립시다. 그 대신에 우리 이제 '중앙'으로부터 독립합시다. 중앙당이 언론에 몇번나오고, 중앙당에 의원이 있어서 상임위에서 발언을 해야하고 그렇기 때문에 중앙당을 강화해야한다는 말은 이제 그만해야합니다. 그것들은 얼핏 상식처럼 되어있지만 상식이 될 수 없습니다. 하나의 악습이며, 청산하고 돌파해야할 진보정치의 방해물입니다.

한국의 선거법은 서울에 중앙당을 두지않고 지역에서만 활동하는 지역당을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역당을 창당할 수는 없지만, 그에 버금가는 활동과 조직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부산시당은 중앙당 산하의 시당이 아니라 부산노동당(당명이 바뀔수도있지만)이 되어야합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지역은 독자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예산을 확보하고, 위원회를 구성하고, 선거에 대응하고, 언론에 대응해야합니다.

영국 노동당의 켄 리빙스턴의 붉은 런던 실험을 부산에서도 시도해야합니다. 도시를 재구성하고, 도시의 부를 모든 시민에게 나누고, 노동자들의 단결과 투쟁을 지원하고, 토건사업이 아닌 사회적 일자리들로 양질의 일자리를 채우고, 해변가의 아파트가 아니라 도심 속에 촘촘한 공공임대주택들로 시민들의 주거권을 해결해야합니다. 자연환경에 대한 투기를 막아내고, 자연을 가꾸고, 시민과 융합된 도시를 만드는 것에 도시의 에너지를 투자해야합니다. 핵발전소를 넘어서 집집마다, 공공기관마다 재생에너지로 에너지를 조달하고 핵발전소의 노동자들의 재교육을 통해서 다시 그들이 지역사회로 흡수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시민들이 의정에 참여하고, 예산을 감시할 수 있는 기구들을 확장개편해야 합니다. 시민들의 공유지를 개발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구청의 허가가 아니라 시민의 동의가 필요해야합니다. 그래서 365일 시민들이 자연과 숨쉬고, 노동의권리는 최대한으로 보장되고, 도시의 부를 모두가 향유하며, 태양과 바람의 에너지로 움직이는 도시 부산을 만들 수 있습니다. 청년들과 사람들은 도시가 더 붉은색으로 변하고 지향할때 도시로 돌아올 것입니다.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부산도시계획은 실패했습니다. 우리가 대안이 됩시다.

3년을 바라보는 정치와 조직계획을 세우고, 지방선거 이후 7년의 계획을 세워서 실천합시다. 10년을 계획을 통해서 부산의 대안을 제시하는 정치세력으로 성장합시다. 도시의 미래를 제시하고, 삶의 대안을 보여주는 부산정당으로서 자리매김 합시다. 우리는 정당의 시당이 아니라 부산의 중앙당이 됩시다. 당원을 늘리고, 사업을 늘리고, 재정을 확보해서 중앙에 맞설 수 있는 실력과 힘을 기릅시다. 서울과 경기도의 전국위원이 많아서 당연히 서울에서 전국위원회가 열리는 문화를 바꿔봅시다. 부산과 울산과 경남의 당원이 서울과 경기도 만큼 많아져서 전국위원이 늘어나서 울산과 부산 벡스코에서 우리당의 전국위원회가 열리는 정치를 꿈꿔봅시다. 2년마다 열리는 당대회 장소를 서울을 기준으로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부산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생경함을 느껴봅시다.

우리가 못하면 아무도 하지 못합니다. 우리가 해냅시다.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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