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노동당 부산시당 당원 이대희입니다. 9월까지 시당에서 대변인으로 활동했습니다. 대변인 활동이 끝났지만 당원 여러분들에게 인사도 제대로 못해서 글로나마 대신합니다. 대학에 입학하고 여러 모임과 단체들에서 활동했지만 한 번도 마지막 인사를 했던 적이 없습니다. 스스로가 감당하지 못해서 조용히 사라지거나, 일이 생겨서 인사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태일 때가 대부분이었습니다. 7년 정도 운동을 하면서 인사를 하는 일이 처음이라는 사실이 개인적으로 참 부끄럽습니다. 그래도 첫번째로 인사하게 될 사람들이 노동당의 당원들이어서 기쁨니다.
어제 진행되었던 '노동당 캠프'는 잘 진행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도 참석하고 싶었지만 주말마다 노동을 하는 처지라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정말 아쉽습니다. 부산시당 위원장님의 글을 보니 참 따뜻한 자리였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같이 있어주셔서 감사합니다"는 문장은 눈시울을 붉히게 합니다. 입당하고 이런 저런 당 활동은 했지만, 여전히 정당은 무엇인지 정치는 어때야하는지에 대해서는 확답하지 못하겠습니다. 정답은 내리지 못하더라도, 고민을 함께 나누고 서로의 존재에 고마워하는 관계가 있다는 기억은 우리들의 삶을 풍요롭게 합니다. 대변인으로 활동하면서도 따뜻하게 대해주시는 당원들과의 기억은 저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든든하게 합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대변인으로 활동하면서 힘든 일도 있었고, 나름 꿈꾸던 일이라 즐겁기도 했습니다. 좀 더하고 싶을 때도 있었고, 그만두고 싶을 때도 있었습니다. 대변인 활동을 버텨내고 마치는 일은 저의 중요한 한 해의 목표였습니다.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포기하지도 않았습니다. 부족한 대변인을 믿고 지지해주었던 부산시당 집행부들과 당원들 덕입니다.
사건에 사건이 꼬리를 물고 일어나고, 내가 믿었던 사람들이 책임지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한동안 분노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어떻게 인간이 그럴 수 있느냐'하는 문장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당원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들으면서 분노에서 조금씩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인간이니 그럴 수도 있고, 사태를 분노로만 바라보는 일이 나에게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음을 알았습니다. 이 당에는 배울 수 있는 곳도 없고, 할 수 있는 일도 없다며 한탄하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활동을 하는 내내 누군가를 비난하고, 증오하는 감정을 가졌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분법적으로, 적대적으로 상대를 판단하고 공격하면 상황은 단순해지고 마음은 편해집니다. 각자가 함께 할 수 있는 일은 찾지 않고, 서로 비난하고 감정을 골만 깊어지는 일들이 수도 없이 있었습니다. 제가 그동안 해왔던 정치도 이 '증오의 정치'였습니다. 당원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이 증오의 정치에서 벗어날 실마리를 찾은 듯 합니다.
노동당이 잘 될 수 있는 길, 노동당 만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그 전에 노동당이 잘 된다는 말의 의미는 무엇인지부터 고민됩니다. 10년 20년을 해도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는 못할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당원들과 함께 노동당이 존재하는 의미는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꿈꾸는 미래의 노동당은 우리가 꿈꾸는 사회의 상을 당 내부에서부터 만들어가는 공간입니다. 당내부의 문화와 권력구조는 그 어느 공간보다 평등하고, 편견과 혐오로 사람을 재단하지 않으며, 함께 하는 사람들이 웃으며 행복해지는 그런 정당을 꿈꿉니다. 폭력과 배제의 정치가 아니라 소통과 화합이 정치의 기풍으로 자리 잡는 정당. 좋은 말을 나열해 놓은듯 하지만 저는 노동당이 그런 정당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세상에 돌아다니는 온갖 좋은 말들을 현실에 구현한 꿈같은 공간 말입니다.
쉽지 않은 길이지만, 불가능한 일도 아닙니다. 당장에 할 수 있는 일들을 찾고, 과업을 수행하다보면 어느 새 미래는 우리의 현실이 될 수 있습니다. 당원 각자의 노력이 모이고 모여서 노동당이라는 그릇으로 표현될 날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과거에 집착하지도 말고, 현실에 좌절하지도 말고, 미래에 초조해하지 않아도 됩니다. 할 수 있는 일부터 하나하나 해나가면 됩니다. 한계는 인정하되, 불가능으로 단정하지 맙시다.
이제 밤이 되면 공기가 차갑습니다. 환절기 몸 조심하십시오. 투쟁의 현장에서, 삶의 공간에서, 정치의 영역에서 또 만나고 싶습니다.
2019.10.6 해운대 편의점 카운터에서 노동당 부산시당 이대희
추신. 이 글은 탈당하는 글이 아닙니다. 한동안 글이라곤 탈당하는 글 뿐이라 오해하실 수도 있을 듯해서 미리 말씀드립니다. 대변인 활동만 끝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