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orss 에세이 쓰기 모임 2차 과제] 거북이

by 바다

언제부터였을까. 나는 거북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이상한 일이었다. 나는 거북을 좋아하지 않는다. 거북이를 자세히 관찰한 기억도 없다. 어릴 적, 우연히 티비 속에서 알을 낳기 위해 바다로 기어가는 거북이의 행군을 티비에서 본 것. 그것이 거북에 대한 기억의 전부다. 거북이를 기른 적도 없었다. 거북은 내 인생에 별 연관이 없는 동물이었다.


이 영문 모를 관심이 생긴 후 거북에 대해 읽어봤다. 거북은 초록색에 육각무늬로 뒤덮힌 껍질을 가진 파충류다. 위협을 느끼면 껍질로 숨는다. 딱딱한 껍질 속에는 연약한 속살이 있다. 인간보다 오래 산다. 거북에게도 표정이 있다. 그것은 항상 차분하다. 사막부터 바다까지 다양한 곳에서 서식한다. 공통적으로 걸음이 느리다.


아무리 거북에 대해 자세히 읽어보아도 호감은 생기지 않는다. 난 아무런 감정도 생기지 않는다. 난 왜 거북이에 대해 말하게 되었을까.


거북은 느려서 갈매기와 같은 천적들에게 일상적으로 공격당한다. 껍질 속에 숨어도 숙련된 천적들에게 속절없이 한 끼 식사가 된다. 거북의 삶은 위기와 죽음 두갈래 길의 연속이다. 하지만 거북은 잡아 먹히게 될 지라도 껍질안에서 몸을 최대한 웅크린다. 위기에 저항한다. 쉽게 당하지 않는다. 찢어져 먹힐지언정 몸을 온전히 내주지 않는다.


위기를 넘기고 때로는 죽음을 목도하면서 거북은 바다로 향한다. 알을 낳기 위해서다.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서다. 고난의 행군은 거북에게 삶 그 자체이면서 미래를 향한 주체적인 몸부림이다.


앞서 언급했듯 거북의 수명은 인간보다 길다. 하지만 사실 거북의 장수는 수많은 고비를 넘기고 받은 훈장에 가깝다. 100년의 세월 동안 죽어간 동료들을 지켜보면서 그 자신도 죽음에 맞서 저항해온 결과다.


수많은 고난을 견디며 끝끝내 살아남는 삶. 몸이 산산히 부서질지언정 추구해온 가치를 버리지 않는 것. 내가 동경해온 삶이었다. 아직 도달하지는 못한 삶이었다.


나는 100년의 세월 끝에 살아남은 거북이가 되는 꿈을 꾼다. 세월의 고난에 무너져 죽어버린 어떤 것이 아니라. 어떤 역경에서도 결국 살아남아 인간과 역사의 경과를 지켜보는 삶. 그것을 통해 미래를 향해 팔을 뻗는 것. 북의 삶을.

매거진의 이전글주머니시 출품용 작품 모음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