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ross 에세이쓰기 모임 1차] 토끼와 거북이
거북이는 토끼와 경주한 것일까?
걸어간다. 네 발로 걸어간다. 두발로 서있던 토끼는 저 멀리 가버렸다. 길가의 풀과 나무들은 느려터진 녀석을 비웃는다. 걸어간다 또 걸어간다. 저벅저벅. 다리를 하나씩 앞으로 뻗는다. 다리가 땅에 닿을 때마다 흙먼지가 작게 일어난다. 발자국은 아주 좁은 간격으로 놓여져 있다. 해가 저물고, 달이 떴다. 여전히 걸어간다. 지치지 않는다. 먹지도 않는다. 고개를 앞으로 빳빳하게 내밀고 걸어간다.
길 옆의 풀과 나무, 길 위의 개미와 벌레들은 녀석과 토끼의 경주에 대해 떠들고 있다. 녀석이 처참하게 패배했고, 토끼는 도착해서 잠을 자고 있다는 이야기를 속삭인다. 녀석은 아무런 관심이 없는 표정이다. 걸음이 시작된 이후로 한 번도 표정을 바꾼적이 없다. 등껍질의 육각무늬에는 흩날리는 풀과 흙이 나딩군다. 그럼에도 걸어간다.
귀엣말을 속삭이던 개미들과 벌레들은 집으로 돌아갔다. 비웃던 풀과 나무는 저 뒤편에 보이지 않는 작은 점이 되었다. 그 이후로 해가 두 번 더, 두 번째 달이 뜰 무렵이었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토끼가 보였다. 토끼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나무에 기대어 잠을 자고있었다. 녀석은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토끼를 지나치고 다시 걸어간다.
토끼는 점이 되었다. 소금기 가득한 공기가 녀석의 코를 찌른다. 눈썹에 황갈색의 알갱이들이 모여든다. 검정색 물감으로 칠한 것 같은 지평선이 펼쳐져있다. 녀석은 걸어간다. 네 번째 해가 녀석의 머리위에 떠있다. 푸르른 물결이 펼쳐졌다. 조개와 게가 녀석을 환영한다. 목표에 도달했다며 축하하고, 고향에 왔노라며 안아준다.
녀석은 물결에 발을 잠시 적셨다. 처음으로 표정에 변화가 일어났다. 눈썹이 찡그려 이마에 하천이 생겼다. 이윽고 물결의 반대 방향으로 몸을 돌리기 시작했다. 녀석의 머리는 돌아온 길을 향했다. 녀석은 발을 내딛기 시작했다. 저벅저벅. 걷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