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붕에 살아가는 세식구는 택배를 엄청 시킨다. 세 사람의 핸드폰에는 안부를 묻는 글보다 택배 도착을 알리는 카톡이 더 많다. 엄마는 CJ택배, 동생은 우체국 택배, 난 로젠택배. 내 택배는 늘 로젠택배로 온다. 얼핏보면 쓱배송과 비슷한 노란색 트럭을 탄 노동자가 우리집 계단을 끙끙대며 올라온다.
우리 동네 로젠택배 담당하는 택배 노동자는 중학교 때 다녔던 서전학원의 수학선생님이다. 오래 그 선생님과 수업을 하지 않았지만, 목소리와 생김새가 특이해서 기억하고 있다. 나도 그를 어렴풋이 기억하고, 그는 나를 별로 기억하고 싶지 않을 듯해서 인사는 안한다. 괜히 혼자 동네를 돌아다니다 마주하면 움찔하고 지날 뿐이다.
노동이 신성하지는 않아도, 스스로 벌어먹고 살기 위해 땀흘리는 자들의 삶은 가치있다. 과거에는 수학선생이었고, 지금은 택배노동자지만 그 삶의 가치는 하나도 바뀌지 않았으리라. 이런 뻔한 이야기말고 그의 자존감은 어떤 상처를 입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더운 여름에 땀을 뻘뻘 흘리면서 계단을 오르다보면,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일하던 학원이 떠오르지 않을까.
왠지 모르게 추락해버린 듯한 자신의 삶을 탓하며 다음 목적지로 향할 뒷 모습이 떠오른다.
<로젠택배>. 2019. 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