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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 Apr 04. 2018

길에 머무르기

'달인'을 읽고서

- 달인 2번째 읽었다. 2~3년 전쯤에 페이스북에서 존경하는 선배가 이 책의 짧은 부분을 발췌한 것을 읽고 극찬하신 것을 보고 읽어야겠다고 생각해서 읽었었다.  그때는 '열심히 사는 것만이 길이다'정도로 이해하고 가볍게 읽었었다. 다시 읽어보니 삶의 무게가 달라진 것인지, 삶의 이해하는 뇌의 무게가 달라진 것인지 모르겠지만 이전보다는 무게 있는 글로 느껴졌다. 그래도 술술 읽히는 것을 보니 내 삶이 무거워진 무게에 질질 끌려다니고 있지는 않다는 느낌이다.

- [견디는 힘. 버텨내기. 지금 이 순간에 깨어 있기. 일단 움직이기.]
책에서 이야기하는 주제는 주로 이런 것들이다. '달인'의 길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저자가 여러 사례와 경험을 통해서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은 쉽게 이야기하면 '자기계발서'이다. 그런데 책의 내용도 우리가 평소에 접하는 자기계발서들과 다른 뱡향을 추구하고 있기도 하지만, 이 책의 가장 신기한 점은 이 책의 번역자인 '강유원'이다. 번역자 서문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강유원은 개인적으로 매우 존경하는 인문학자로서 자기계발서를 '따위'라고 표현하며 읽지도 않을 듯한데, 무려 직접 번역까지 했다. 그것이 이 책이 일반적인 자기계발서와는 다를 것이라는 기대를 가장 증폭시켜주는 지점이다. 

번역자가 주는 기대처럼 이 책은 흔한 자기계발서와는 다르다. 가장 큰 차이라고 한다면 '결과'에 대해서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많은 자기계발서들이 자기계발을 하라고 하는 이유는 그러면 결과적으로 '성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이 책은 '결과'를 그리 중시하지 않는다. 오히려 결과를 목적지로 본다면 그 목적지에 가는 것이 아니라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은 살아있는 중에는 불가능에 가까운 것이고 끊임없이 수련하는 길목에서 묵묵히 나아가는 것만이 '달인'이 되는 유일한 길이라고 이야기한다. 책의 표지에는 '달인'이라는 글자가 더 크게 쓰여저있지만 정작 달인의 '길'이 이 책의 포인트 인 셈이다.

어딘가에 머문다는 것을 우리는 매우 간단하게 '퇴보'나 '망설임' , '주저앉음' 등으로 가볍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급 커브를 하고 있는 버스 안에서 손잡이를 잡고서 가만히 서서 넘어지지 않고 버티는 것처럼 우리의 인생 그리고 그것을 둘러쌓고 있는 세상이 끊임없이 앞으로 흘러가는 와중에서 버티지 않고 서 있는 것은 많은 용기와 인내 수련을 필요로 한다. 우리는 버스를 탈 때 버스에서 내리는 것을 '버스 타기'의 본질로서 생각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버스에서 앉거나 일어서거나, 자리를 찾기 위해서 빠르게 주위의 공기를 파악하고 자신의 위치시키고 노력하는 그 과정, 그것이 바로 '버스 타기'의 본질이라고 이야기한다.

- 항상 어떤 성과와 소비 그 속에서만 행복을 느끼는 대부분의 현대인들은 '버스 타기'의 본질을 전혀 즐기지 못하고 있다. 저자의 말처럼 버스 타기의 순간을 잘게 잘게 쪼개서 매 순간마다 우리가 의식하고 움직이며 만들어왔던 매 순간에 최선을 다하고 그것에서 행복을 찾는 삶을 영위할 수 있다면 객관적이고 물리적인 조건들이 우리들의 삶을 크게 좌우하기란 여간 쉬운 것이 아니다. 정체 상태에서 좌절하지 않고, 더 '격렬하게' 정체되어 있으면서 더 큰 도약을 준비하는 것, 아니, 꼭 다음 단계가 도약이 아니어도 좋다. 자신만이 느낄 수 있는 그 미세한 발전과 퇴보를 막아낸 경험들을 자신 안에 축적하는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이 '행복'에 도달하는 길이다.

- 이 책은 개인적인 수준에서도 매우 훌륭한 삶의 지침서로서 '성경'이나 '쿠란'옆에 모셔두고 읽어도 전혀 손색이 없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책이 이야기하는 삶을 지향하는 것은 자신이 만들거나, 속해질 공동체에 있어서도 큰 변화를 야기할 것이다. 늘 성과와 눈에 보이는 것들에 집중하는 사람들만이 모이고, 그들에 의해서 만들어진 룰의 공동체는 '정체상태'를 전혀 즐기거나 지혜롭게 보내지 못한다. 단번에 그들은 그것을 '실패'로 낙인찍고 성급하게 다른 길로 우회한다. 그 길의 끝에는 '성과'라는 정류장이 존재하기를 기다리면서 다시 그 길을 떠나지만 '정체상태'를 보내지 못하는 공동체에 정답은 나타나지 않는다. 정답은 길 위에 있는 바로 그 순간, 함께 만들어가는 발자국 하나하나에 적혀있는 것들일 뿐이다. 

- 자신의 외연을 확대해서 타인의 자신과 만나는 것이 관계고, 그런 관계들의 더 넓은 연대가 공동체라고 할 때, 이 책은 단순히 한 개인에게 주는 지침서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 지침에서 바뀔 한 명의 '자신'이 바꾸어나갈 더 넓은 연대가 만들어갈 '정체된 공동체'의 시작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자신과, 타인과 공동체에 대한 고민을 늘 하며 살아가기를 원하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읽어보고 함께 실천해보았으면 좋겠다. 

- 정체된 그 순간순간을 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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