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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 Apr 08. 2020

진인사대천명.

자다 일어나서 쓰는 마음 일기.

자다가 일어났다. 꿈을 꿨다. 개꿈이었다. 불편하고 쫓기는 감각에 눈을 떴다.12시에 누워서 잠을 청한 일이 너무 오랜만이라 불편한 듯 하다. 쫓기는 감각은 아까 인생 계획을 정리하다가 든 불안이 지속되는 중 인 듯하다.


내 계획은 군제대 이후에도 지금 편의점 사장이 나를 점장으로 써준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그게 제일 좋은 시나리오다. 노력을 한다고 해도 최종결정권한은 사장에게 있기에 불확실하다. 불안하다. 아무리 노력해도 결과를 확실하게 만들 수 없다.


하긴 인생사 모든 일이 이렇다. 공무원시험을 준비한다고 아무리 열심히해도 결국 떨어지거나 붙는건 내 소관이 아니다. 냉정하게 말하면 경쟁률이고 두루뭉실하게 하늘의 영역이다. 노력을 하되 결과는 하늘에 달렸다. 결과를 통제하려 드는 건 통제욕. 욕심이다. 오만하고 어리석은 일이다. 자연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인간은 원래 안정을 선호한다.


노력한다고 다 이루어 지지 않는다. 이 생각 하나만큼은 확실하다. 안 될 가능성은 늘 존재한다. 세상은 변수로 가득하다. 점장이 안 된 내 인생이 너무 힘들 것 같아서 두려웠다. 겉으로는 아르바이트 노동도 삶이고 난 이 노동을 하며 살겠다고 다짐했지만, 막상 최저임금도 못받는 편의점 알바를 하며 살아간다는 건 어려우니까. 주변 사람들이 나름대로 미래를 준비하며 시험도 치고, 취직도 하고 그러니. 더 쫓기는 마음이 들었다. 내가 준비한 일은 없는 듯 보이고, 그저 노동하고 글쓰고 모임하고 자유롭게 사랑하는 이들과 살겠다는 추상만 존재하니까.


마음이 불안하고 고통스럽다. 점장이 되겠다는 건 '원'이 아니라 욕심이다. 이 편의점을 만난건 순전히 운이었다. 그때 마침 이전 직장을 그만두었고, 새로 오픈한 가게가 이마트24였고 난 이 프랜차이즈에서 1년6개월을 일했다. 덕분에 면접도 안보고 일을 시작해서 지금까지 이어왔다. 사장님이 남성이었고, 나에게 잘해줬다. 점장 자리를 제안했다. 난 당장이라도 하고싶었으나 군입대를 앞두고있다.


군대를 다녀온 사이에 사장의 마음이 바뀔까 두렵다. 점장을 안쓰겠다고 하면 어쩌나. 그 사이에 이미 점장을 구해놓으면 난 어쩌나. 편의점 사업을 그만두시면 어쩌나. 사장이 아파서 쓰러지면 어쩌나. 욕심이 되니 걱정도 끝이 없다.


점장이라는 열매는 원래부터 내 것이 아니다. 우연히 떨어진 기회다. 기회는 우연히 주어지고 우연히 사라진다.  내 것이 아닌데 꼭 갖겠다고 탐하면 마음이 불안하다. 고통스럽고, 집착하게 된다.


점장을 할 수 있으면 제일 좋다. 베스트다. 이 마저도 긴 관점에서 나에게 더 좋은 일, 괜찮은 사람을 만날 기회를 없애기도 한다. 점장을 해도 10년 뒤에 나에게 좋은 일인지 는 알 수 없다. 점장을 못해도 어디서든 일해야 한다. 먹고 살아야하니까. 작은 노조든, 다른 편의점이든, 카페든 생계를 위한 노동을 해야한다. 점장을 못해서 우연히 하게 된 다른 일자리가 내 인생에 더 많은 것들을 줄 수도 있다. 장기적으로 보면 꼭 좋은 것도 무조건 나쁜 일도 없다.


 생각을 쭉 해보니. 점장을 해도 좋다. 한다고 해도 미래에도 나에게 좋은 일이라는 보장이 없다. 하면 좋고 안되도 그만이다. 다만, 지금 사장님은 나에게 정말 잘해주는 인생의 귀인이다. 감사한 분이니 감사함을 표하고 사랑해야겠다. 원은 그정도면 되었다. 진인사대천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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