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 소리>

손님의 등장을 알리는 요란스런 벨소리

by 바다

‘띵똥’


‘후다닥’


아무도 없다. 편의점은 특별한 매장이 아니면 혼자서 근무하는 것이 기본이다. 혼자서 계산도 하고, 청소도 하고, 화장실도 다녀와야 한다. 다른 업무는 숙련되면 그럭저럭 혼자서 할 수 있지만, 도저히 익숙해지지 않는 일은 WIC(work in cooler)를 채우는 일이다. 음료수와 맥주가 들어있는 냉장고를 채우려면 그 안으로 문을 열고 들어가야 한다. 안에 들어가서 맥주와 음료를 정리하다 보면 바깥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 작은 가게라면 문 열리는 소리나 발자국 소리로 손님을 알아차리기도 하지만, 매장 규모가 조금만 커져도 힘들다. 그런 경우에는 가게 문 입구에 문이 열리고 손님이 들어오면서 발생하는 바람에 반응하는 ‘알리미(?)’를 설치한다. 공식명칭은 '도어 모션 센서'라고 알고 있다. 문이 열리면 ‘띵똥’하는 소리와 함께 손님의 등장을 알린다. 건전지로 작동하는 별것 아닌 이 도구가 있고 없고의 차이는 크다. 일하는 입장에서 안정감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단점도 있다. 소리를 울려서 노동자들이 나와보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보니 소리가 엄청 시끄럽다. 기와집에 있는 풍등과 같은 아름다움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귀를 긁어대는 전자음 소리가 들린다. 하루에 근무할 때도 수백 번 그 소리를 듣게 된다. 손님이 적은 새벽 시간에 혼자 냉장고를 채우다 보면 귀에서 ‘띵동’소리가 들린다. 나가보면 아무도 없다. 냉장고에 들어온 지 일정 시간이 지나면 ‘환청’이 들린다. 손님이 들어올까 긴장하고 불안한 마음이 환청이 되어 나타난다. 가끔 바람이 강하게 부는 날이면 바람에 문이 열려서 소리가 나기도 한다. 천둥번개가 치는 날에 알아서 열리는 문과 큰 소리를 내며 울리는 기계는 공포스럽다.


‘환청’에 시달리다 보니 나름의 판별법도 생긴다. 머릿속에 울리는 첫 번째 ‘띵동’에는 반응하지 않다가, 한 번 더 소리가 울리면 그제서야 카운터로 뛰어간다. 경험상 환청은 한 번만 일어난다. 두 번째도 울리면 그건 진짜다. 창고가 깊이 있거나, 매장 규모가 큰 경우에는 카운터에 손님들이 누를 수 있는 벨을 가져다 놓기도 한다. 문만 열리면 난리가 나는 벨 소리보다는 손님들이 필요할 때만 노동자를 부를 수 있는 벨이 더 좋다. 시도 때도 없이 울려대는 벨 소리는 엄청 신경을 긁어댄다. 가끔은 일을 안하는 날에도 집에서 '띵똥'소리를 듣기도 한다. 그야말로 환청이다.


거창하게 말하면 직업병이겠고, 누구나 일하면서 생기는 불편함이겠지만. 추운 겨울에도 덜덜 떨면서 냉장고를 채우다가 튀어나오고, 한 여름에도 땀 흘려가며 일하다 나온 노동자에게 늦게 나온다고 타박하는 그런 손님이 되지 않기 위한 노력은 좀 필요하지 않을까. 이러나저러나 결국 손님의 편의를 위해서 노동자를 끊임없이 자극하는 시스템을 만든 것이니까.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재난소득과 편의점 결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