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스런 첫 사랑의 기억
'워터 릴리스'

by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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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는 싱크로나이즈 경기를 관람하러 갔다가 플로리안에게 반한다. 그녀와 만나고 이야기하기 위해 수영장을 간다. 수영을 하지 않지만 그저 플로리안을 바라보고 있다. 플로리안은 마리의 그런 마음을 알아차리고 이용한다. 남자와 만나기 위해 마리를 이용한다. 자신의 부탁이면 무엇이든 들어줄 것 같은 마리니까. 플로리안이 다른 남자와 키스하는 장면을 보며 속상해하지만, 플로리안을 거기서 꺼내오는 일도 마리의 일이다.

'안나'는 마리의 친구다. 그는 프랑수아에게 반한다. 그와 첫 키스, 첫사랑을 하고 싶어 한다. 프랑수아는 그에게 관심조차 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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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 안나가 각자의 사랑을 해나가는 방식은 다소 혼란스럽다. 마리는 플로리아 집 쓰레기를 집에 가져와서 뒤진다. 냄새를 맡고, 플로리아가 먹다 남긴 것 같은 사과를 먹는다. 안나는 프랑수아와 만나기 위해 자신의 속옷을 벗어서 그의 집 마당에 묻고 기도를 한다. 다소 집착적으로 보이는 행동을 하면서 그들은 간절히 기도한다. '사랑'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플로리아는 남성들에게 인기가 많다. 프랑수아는 그녀와 섹스를 하기 위해 찝쩍거린다. 그녀는 원하지 않는 것 같다. 언젠가 해야 하는 일이라고 받아들이고 있는 듯하다. 언젠가 첫 경험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무서워한다. 남자에게 자신이 처음이라는 사실을 들키는 일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여기기도 한다. 마리에게 자신과 첫 경험을 해달라고 부탁을 한다.

마리를 이용하는 모습만 보이던 플로리아는 갑자기 그와 가까워지려 한다. 갑자기 자신에게 키스를 하던 코치 이야기, 수영장에서 성기를 꺼내 보이던 남성 이야기를 해준다. 함께 방에서 놀기도 하고, 손을 잡고, 키스도 한다. 즐겁게 웃고, 함께 이야기한다.

플로리아 부모님이 계시지 않던 날. 프랑수아는 그 집에 찾아간다. 마리는 그 둘이 당연히 섹스를 했을 것이라 생각하고 낙담한다. 하지만 플로리아는 거절했고, 프랑수아는 좌절당한 마음을 풀기 위해 자신에게 사랑을 고백했던 안나를 찾아가서 관계를 가진다.

자신과 조금은 더 가까워졌다고,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다고 믿는 마리 앞에 또 다른 남자와 키스하는 플로리아가 나타난다. 플로리아는 아무렇지 않게 마리와 키스를 나눈다. 그러곤 말한다.

'어때 쉽지?'.

첫 키스를 원했지만, 첫 섹스를 먼저 한 안나는 프랑수아를 만난다. 프랑수아는 안나의 이름 한번 부르지 않고, 어두운 공간으로 불러내어 바지를 내린다. 전날 갑자기 찾아와서 섹스를 하고, 키스 한 번 나누지 않았던 이유에 대해 설명하지 않는다. 자신을 플로리아 대용품으로 해소하기 위해 관계를 맺은 것인지에 대해서도 언급도 하지 않는다.

'넌 좋은 애야'

라는 말을 끝으로 키스를 하려는 프랑수아에게 안나는 침을 뱉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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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라고 하는 아주 사적이고 내밀한 마음을 처음으로 느끼게 되면, 혼란스럽다. 좋아하는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고민하다가도, 갑자기 튀어나가서 말을 걸고 선물을 주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기도 한다. 첫사랑의 기억은 의식적으로 나아가지 않고, 이미 사랑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경험이다. 사랑을 쟁취하기 위한 노력이 아닌 표현을 하지 않으면 너무 힘들어서 표현하게 된다.

어떤 증표로 서로의 사랑에 대한 확신을 얻을 수 있는지 알 수 없다. 키스, 섹스, 달콤한 이야기들. 어떤 것을 해도 마음은 들쭉날쭉하다. 더 깊이 알고 싶고, 나만 알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쓰레기통을 뒤져서라도 냄새를 맡고 싶고, 다른 남자에게 갈 것을 알면서도 너와 키스를 하고 싶은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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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사랑'의 기억은 모두 천차만별이기에 이 영화는 각자가 가진 첫사랑 혹은 지금도 진행 중인 사랑에 관한 경험에 따라 전부 다르게 바라볼 것 같다. 나는 적극적으로 표현했다가 상대를 잃는 것이 두려워서 그 주변에 있는 사람들과 만나고 친해졌고, 그러다 보니 그들이 좋아서 만나기도 했다. 그런 경험 속에서 마리와 안나의 적극적인 구애는 대단해 보이기도 하고, 신기했다. 반면, 안나와 마리처럼 적극적으로 마음을 표현하는 사랑을 해왔던 내 친구는 그들을 신기해하지 않고 자신의 이야기처럼 느꼈다고 했다.

형식상 퀴어 영화지만, 주인공의 성적 지향이 퀴어임은 부각되지 않았다. 난 적어도 그렇게 느꼈다. 대상이 여성이든 남성이든 '사랑'하는 것이 중심이다. 퀴어의 사랑 역시, 이성애의 사랑과 전혀 다르지 않음을. 사실 사랑이 주는 혼란은 사랑할 수 있는 인간이라면 모두 겪는 통과의례다.

서로 다른 마음과 사랑의 방식을 지닌 사람들과 함께 영화를 보고 이야기를 나눈다면 즐겁지 않을까. 서로의 첫사랑은 어땠는지.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은 어떠한지. 어느 등장인물에게 가장 마음이 동했는지. 당신들의 사랑은 어땠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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