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마음, 오늘의 소회(8)

by 바다

-

어떤 목적으로 글을 쓰는지. 책을 내기 위함인지, 나를 드러내지 위함인지, 나를 돋보이게 하기 위함인지, 글을 쓰고 말을 하는 일(말을 하기 위한 글을 쓰는 일이 있으니 결국 말도 글의 일부일 때가 있다)에서 그 대상과 목적을 명확하게 하지 않으면 공허하고 무의미한 글이 되곤 한다. 그런 의미에서 어제 세상에 내놓고 읽은 나의 글은 부끄러운 것이었지만, 부끄러움에도 제출하기로 했으니 제출하고 그 수치심을 감당하는 일 또한 중요한 과정이라고 믿고 수치심은 소중하게 보듬어주고, 드러낸 용기는 지켜주고, 얻은 교훈들은 잘 간직해서 더 나은 사람이 되는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어쨌든 소중하게 대해주어야 함이다.


-

어떤 글을 쓸 때 그 마무리를 어떤 어미로 할지가 늘 어렵다. 문장력이 부족한 탓인지, 마무리하고 싶지 않은 마음을 알지 못한 탓인지. 풍성하게 중간을 채우는 일보다는 풍성함 속에서 과도하지 않은 작은 깨달음을 정리하는 일이 어렵다. 풍성함이 허황됨으로 번지지 않도록 하는 일은 꽤 많은 수양을 필요로 한다. 나는 무엇인가. 나는 혁명가요. 나는 사회주의자요. 나는 수도자다.


-

올 한 해는 주변 사람들이 즐거워하는 일에 나를 밀어 넣기보다는 내가 필요하다고 믿는 것에 나를 위치 짓는 노력을 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시끌벅적한 축제보다는 조금 차분하게 모여서 의미를 다지고, 마음을 모아가는 일들을 하고, 어제의 순간처럼 뜻대로 되지 않더라도 멈추지 않고 그 일을 충분히 이어나가는 것. 거기서 얻게 되는 작은 교훈과 성과를 소중히 간직하는 것을 해보고 싶다. 그리고 평소에 조용히 지내던 사람들과 조용한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마음을 담은 대화를 충분히 나누는 시간을 가지고 싶다. 너무 두려워하지 않고, 너무 슬퍼하지 않고, 너무 불안해하지 않고 할 수 있는 것들을 충분히 음미하며 해내기.


나에게 너무 큰 자극이 되는 것들과는 거리를 두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 너무 많은 사람, 너무 시끄러운 음악, 너무 적대적인 마음, 너무 무의미한 시간, 너무 짠 음식 어쨌든 너무 그러한 것들. 말이다.


-


매거진의 이전글약기운인지 전 세계가 약에취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