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운 놈이랑 이야기하면 안된다.'

동생과 이야기하며 느낀 육체노동과 정신노동의 차이, 사회적 격차, 책임

by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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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나보다 2살이 어린 남동생이 있다. 우리 동생은 대학을 다니다가 사업을 하고 싶다고 이야기하고 요리기능사 자격증 공부를 하고 있다. 그 전에는 하루에 12시간씩 주6일을 고깃집에서 일해서 돈을 모았다. 군대도 GOP, 흔히 이야기하는 최전방을 다녀왔고 운동도 열심히 해서 근력도 좋은 한국사회에서 인정받을 만한 남성성을 가진 사람이다. 이런 우리 동생이 나와 이야기하다보면 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다.


"이래서 배운놈이랑은 이야기하면 안된다. 말로는 이길 수가 없네!" 처음에 이 말을 동생이 의례하는 장난처럼 들었지만 주로 말로 장난을 치다보면 동생이 저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고 동생이 학벌이나 공부에 대해서 열등감을 가지고 있어서 하는 말이라는 것을 알게되었다. 우리 동생은 (사실과는 무관하게) 내가 본인보다 똑똑하고 공부를 잘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예전에도 엄마아빠가 이혼하기 직전에 진지한 얘기를 한적이 있었는데 그 때에도 "점마는 똑똑하니까 자기 살길을 알아서 만들어놨겠지. 학생회장 같은 것도 하고 대단한 놈이다."라고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 우리 동생은 생각보다 나를 대단한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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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생이 '공부를 잘하는 형'에 대해서 열등감이나 존경심 같은 것을 가지는 이유는 우리 사회의 육체노동에 대한 시선이 크게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지금 공부 안하면 '더울 때 더운 곳에서 일하고 추울때 추운데서 일한다'는 신화 같은 이야기가 한국인들의 머릿 속에서는 크게 자리잡고 있다. 그래서 기를 쓰고 육체노동을 하는 직장보다는 셔츠를 입고 일하는 사무직 일자리를 선호한다. 요즘에는 사무직보다 월급을 많이 받는 육체노동자도 많다. 또 청년들도 수입이 괜찮은 택배나 대공장 노동자 같은 것들을 이상향으로 그리기도 한다. 그런 현실의 변화가 아직까지 의식의 변화로까지 이어지지는 못하고 있는 듯 하다. 또 여전히 대부분의 일자리에서 사무직노동자들이 육체노동자들에 비해 많은 높은 임금과 좋은 노동조건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우리 동생도 의무교육을 이수했고 그 속에서 교과서에 있는 내용뿐 아니라 사람들의 시선까지도 모두 학습했다. 몸으로 일해서 먹고 사는 사람이 어떤 대우를 받는지에 대해서 머리가 아니라 몸과 감각으로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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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은 나를 공부를 잘해서 미래가 안정적일 것이라 생각하지만 정작 나의 미래는 그렇지 않다. 취직하더라도 최저임금 일자리 일 것이고, 사회단체에서 여기저기 많은 일을 하면서 늘 야근에 시달릴 예정이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겠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존경받거나 사랑받을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에 다른 사람들보다 시간을 많이 투여하고 노력하는 것은 분명 나에게 하나의 '권력'을 준다. 어떤 모임에 가서 발언을 하거나, 세미나를 진행할 때 내가 하는 이야기들이 더 큰 영향력을 가지고 모임에서 파급력을 가진다. 스스로는 공부를 그리 열심히 하지 않는 다고 생각하지만 내가 해온 '책장 공부'의 권력이라는 것은 내가 실제로 한 것보다 많은 힘을 가지고 있다. 이는 글을 쓰고, 다루는 '사무직'일에 대한 환상에서 영향을 많이 받는다. 나는 운이 좋아서 사회적으로 플러스 요인이 되는 능력을 이용해서 일을 하고 먹고 살 수 있는 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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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어 나는 동생의 삶이 나보다 대단하다고 느낀다. 집에 앉아서 생각하고 글 쓰는 것 보다 직접 나가서 자신의 원하는 것을 위해서 기술을 배우고 필요한 돈을 모으기 위해 일을 하고,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서 운동을 하고 체력을 만들어가는 것이 멋져보인다. 내가 쉽게 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육체노동의 숭고함 같은 것을 믿기 때문이기도 하다. 나도 예전에 계속해서 기피하던 육체노동을 시작하면서 땀흘리고 내가 직접 만들어가는 질서와 결과물에 대한 행복을 느끼면서 동생의 삶에 대한 존경과 경의는 더욱 커져가고 있다. 이런 삶이 사회적으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어떤 '따위'의 것으로 치부되는 것에 화가난다. 나는 동생이 자신의 삶에 자부심을 가지기를 바란다. 학벌이 좋지 않거나, 글을 쓰거나 하는 능력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가치로운 육체노동을 스스로 비하하지 않았으면 한다. 당당히 자신의 삶의 방식을 가지고서 인생을 살아갔으면 한다. 그래서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이 이야기는 쑥쓰러워서 동생에게 직접하지는 못하겠지만, 동생의 삶을 응원하는 마음 정도는 전달할 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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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동생과 같은 사람들의 시선이나 생각과 마주하면 부끄러움을 느낀다. 크지 않은 나의 능력을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보면 내가 사회적으로 받고 있는 거대한 혜택과 마주한다. 요즘은 사회적으로 인정받아서 플러스가 되는 나의 능력들을 다시 사회로 환원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지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다. 꾸준히 일하고, 싸우고, 슬픈 사람들의 이야기를 쓰고 세상에 단 한 줄이라도 알리고 단 몇명이라도 사람들을 모아내는 것이 환원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이 글도 그 사회적 환원의 일부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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