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교회, 몰락의 비밀, 젠더> 포스터를 보고서
-
어제 해운대 솔밭 예술길을 걷다가 포스터 한 장을 발견했다. 제목은 무려 "서구교회 몰락의 비밀, 젠더 - 동성애와 공산주의는 어떻게 연결되어있는가?"이다. 주최단체가 '동성애대책위원회' 등이 들어가있는 것을 보고 '또 이런 짓을 하네'하고 지나가려다가 '공산주의와 동성애'의 연결을 보고서 사진을 찍었다. 한국에서 그 어떤 정치세력도 함께 이야기하지 못하는 '공산주의와 동성애'를 보수기독교에서는 자랑스럽게 포스터로 만들고 '비밀'을 알아냈다고 강연도 한다. 한국보수기독교의 지적 탐구력(?)은 문명사회의 그것을 넘어서 있는 것이 확실하다.
-
한국에서도 성소수자 축제인 퀴어퍼레이드(축제)를 많이 개최한다. 서울에서는 이미 몇해가 넘게 진행되고 있고, 작년에는 부산 해운대에서, 제주도에서, 전통의 도시 전주에서도 퀴어퍼레이드가 열린다. 퀴어퍼레이드가 열릴 때만 보면 이미 성소수자들을 온 사회가 수용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드러나는 만큼 갈등은 더 심해지고 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서 보수기독교단체들이 구의회에 압력을 넣어서 성소수자의 인권 보장이 포함된 '차별금지법'에서 '성적지향' 문구를 삭제하는 개악을 시도하고 대부분 순조롭게(?)이루어 지고 있다. 사람들의 인식도 이전보다는 나아진듯 하지만 여전히 '게이'는 남성성이 부족한 남성을 비하하는 표현으로 사용된다. 하루 아침에 바뀔 문제는 분명 아닌듯 싶다.
-
큰 교회연합체들에서는 종종 '동성애 혐오 강연'도 연다. 한번도 들어본 적은 없지만 풍문에 의하면 목사라는 사람이 나와서 동성애를 왜 하면 안되는지에 대해서 몇시간에 걸쳐서 떠든다고 한다. 재단이 보수적인 기독교인 대학에서는 '채플'이라는 성경수업에서 노골적으로 '항문섹스' '에이즈' 등 자극적인 표현을 써가면서 동성애 혐오를 조장한다. 위 포스터에 있는 강연은 단순히 '동성애 혐오'를 넘어서 동성애가 공산주의와 연결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제일 큰 제목은 서구 교회의 몰락이다. 종합해보자면 서구사회의 교회들이 몰락했는데, 이는 동성애와 공산주의의 영향이다 고 생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전문가도 아니고, 서구 교회의 역사에 대해서 빠삭 한 것은 아니지만 서구의 교회 권력이 무너지기 시작한 것은 절대왕정의 출현이었고, 결정타는 십자군 원정이었다. 신흥 부르주아의 등장과 그로 인한 유럽의 연쇄 혁명으로 '앙시앙레짐'이라 불리는 교회를 중심으로 하는 구체제가 심각한 균열이 생긴다. 그 첨예한 갈등의 중심에 있었던 것이 프랑스 대혁명이다. 프랑스 대혁명이 시작되면서 부르주아 세력과 프롤레타리아 세력은 일시적인 동맹을 맺었고, 그들은 교회가 독점하고 있는 광범위와 토지 재산을 압류하고 교회를 파괴하기에 이른다. 당시 선진 자본주의 사회가 아니었던 프랑스에서는 농업 생산의 가장 중요한 토대인 토지가 경제적 핵심이었다. 이를 교회와 수도원들이 장악하고 있었다. 농민과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땅을 가지지 못해서 끊임없이 수탈을 당했고, 부르주아들은 돈이 있었지만 교회가 재산을 묶고 있어서 '소유'를 통해서 자신의 재산을 확장해서 경제적 이익을 볼 '자유'를 억압당하고 있었다. 이러한 두 가지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서 교회의 재산과 권력은 부르주아 시민들과 노동자들의 손에 의해 철폐된다.
이 사건 이후로 영국의 명예혁명이나 여러 나라의 민족독립혁명 등이 우후죽순처럼 발생하면서 교회는 계속해서 권력을 잃었다. 쉽게 말해서 교회는 '적폐' 세력이었다. 신정일치 국가였던 나라들이 공화정과 민주정, 입헌군주정을 채택하고 교회권력은 정치권력과 떨어져나갔다. 광활한 영적 물리적 지배력을 행사하던 바티칸은 작은 공국으로 고립되었다.
교회는 정치를 휘두를 수 없게 되었고, 헌법과 법률의 '종교의자유' 항목에서만 그 존재를 찾을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여전히 교회권력의 부활을 꿈구는 세력들은 유럽의 극우정치세력들이 되어서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교회의 권력은 여러 차례의 시민혁명과 민주공화정 체제의 확립으로 약해졌다. 요즘에도 거대교회들은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그것도 어찌되었건 선거라는 민주공화적의 제도적 틀 안에서 일정한 영향력 행사할 뿐이다. 교황이 전 유럽을 통치하던 시절에 한 나라의 차별금지법에 문항 하나 삭제하는 정도를 가지고 교회가 애를 먹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냥 '신의 뜻이다.'고 말하면 이루어졌을 것이다.
-
한국의 보수 기독교 교회들은 자신들의 정치력을 행사하기 위해서 '반공주의'를 도입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반대집회에 나타난 기독교 신도들이 미국 국기, 이스라엘 국기, 한국 국기를 들고서 행진하는 모습을 보면 그들의 반공주의를 알 수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라는 자유서방세계의 편에서서 공산화를 막아야한다는 것이다. 모 단체 대표는 백악관 앞에서 트럼트 대통령에게 제발 도와달라고 하는 문구를 들고 1인시위를 하기도 했다.
신기한 것은 이들이 공산화를 막기 위해서 군비를 증강해야한다 든가 하는 이야기는 자주 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이들은 625의 경험을 토대로 사유를 하는 집단이고, 우리 스스로 북한과의 전쟁에서 나라를 지킬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항상 이스라엘과 미국, 터키처럼 625에 한국을 위해 참전했다고 (그들이 믿는) 국가들에게 도움을 구한다. 다시 한번 625의 형제애로 공산화를 막아달라고 울부짖는다.
박정희의 경제개발 신화를 '한강의 기적'으로 칭송하는 사람들이 정작 북한과의 체제 대결에서는 스스로 할 수 없다는 것이 모순적이다.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본인들의 어떤 이해관계 때문에 한국이 북한과의 체제대결에서 '독자적'으로 승리하거나 관계를 맺으려고 해서는 안된다 고 주장한다. 그래서 이들은 자주 국방이나, 민족 자주 같은 단어나 감성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것은 청와대를 '자주파'가 장악했다고 소리치는 자유한국당 대표님의 목소리에서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한국은 어떤 관계 그 중에서도 특히 북한과 관계를 맺음에 있어서 미국을 경유하거나 허락을 맡아야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것이 그들에게 어떤 이익을 주는 지는 정확하지 않다. '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해서 안되는 것'에 가까운 '자주'의 노력을 막으려는 단어가 우리만의 힘으로 도저히 이겨낼 수 없었던 625라는 전국민의 트라우마 인 것이다. 온국민이 정신병을 가질 정도로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는 사건을 악용하는 나쁜 사람들이다. 이들은 흔히 이야기하는 53체제 분단체제를 자신들의 정치적 토대로 삼고 있는 세력이다.
반면에 87년 체제의 산물인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에서는 흔히 이야기하는 민주당운동권계열들은 국방개혁 2020을 세우고 북한은 이미 충분히 상대할 수 있으니 자신감을 가지고 대양으로 나가는 군대를 건설해야한다고 선언한다. 이 쪽은 '자주'를 너무 강조한 나머지 우리 민족끼리 뭉칠 수만 있다면 '제국주의적'행태도 서슴치 않겠다는 대범함을 보여준다. 이들이 전작권을 회수하고자 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독자적으로 제국주의적 행태를 하기 위해서 외국의 간섭을 지우겠다는 느낌마저 받게 된다.
한국의 가장 큰 정치적 체제인 53체제와 87년 체제 그것을 상징하는 자유한국당과 보수기독교, 민주당과 486운동권은 이런 식으로 자신들의 이데올로기를 만들고 재생산한다. 그 중에서도 53체제를 중심으로 하는 자유한국당은 '반공정당'으로서의 면모를 여가없이 보여준다. 그 행보에 발 맞추어서 함께 움직이는 것이 거대한 보수 기독교 교회들이다.
-
이들은 애가 닳도록 '반공'을 울부짖는다. 그래서 모든 사고의 끝에는 공산주의가 자리잡고 있다. 동성애와 공산주의라는 도저히 어디서 왔는지 알 수 없는 연결고리도 이런 방식으로 생겨났을 것이다. 저질스럽게 표현하자면, 저들은 동성애를 하면 '항문섹스'를 하느라! 국군의 전투력이 떨어지고 우리는 북괴로부터 공산화를 막을 수 없을 것이다. 동성애를 인정하면'항문섹스'를 수십만이 동시에 하게 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어찌되었건 저들은 전투력이 떨어질 것이라 믿는다. 이런 떨어지는 전투력을 보충해주는 것은 주한미군이고 종국에 공산화를 막아주는 것은 자유의 전사 미국인 것이다.
저 포스터에서도 '젠더'와 '동성애'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종국의 가장 중심이 되는 주제는 '공산주의'라고 생각한다' 젠더와 동성애가 문제인 이유는 그것이 '공산주의'가 되는 길 중에 하나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회주의 혁명이 일어났던 소련에서는 동성애를 공동체에서 수용하고 합법화 했다. 그러니 저들의 공포가 아주 근거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런 근거가 없더라도 그들에게는 53년체제, 즉 전쟁의 기억을 간직한 보수적대중들이 존재한다. 그들 자체가 저들에게는 하나의 논리와 근거로서 작동한다. 이런 방식으로 동성애는 공산주의와 연결되어서 위험한 것이 된다. 사실, 다른 어떤 주제를 들이대도 이런 식으로 연결될 것이다. '불법집회'가 왜 잘못되었냐 그것은 공산주의 세력이 선동하기 때문이다 가 대표적인 예시이다.
한국 보수 기독교의 행태들은 놀랍고 모순적이고 신기하다. 하지만 마냥 희롱하고 웃어넘길 수 있는 일도 아니고, 그런 집단도 아니다. 그들은 엄청난 자금력과 동원력을 가지고 있고, 선거 등 민주적 제도 내에서도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한다. 선거철만 되면 유력 후보들과 시장들이 거대 교회에 가서 '하느님의 이름으로 일을 하겠다고'신도들 앞에서 선언한다. 지금은 감옥에 계신 MB도 한국에서 가장 큰 교회 중 하나의 장로였다.
지금 쓴 글은 포스터를 보고서 든 단상 정도 였지만, 기회가 되면 책이나 논문 등을 더 찾아봐서 한국 보수 기독교의 역사에 대한 정리를 하고 싶다. 한국의 정치지형을 이해 하는 것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한 주제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