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나만 좋아해주지 않아서, 나만 이해해주지 않아서, 불안했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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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왠지 불안 가득한 날이다. 금요일에 나이외에 다른 사람이 정리해놓은 빈틈없는 가게를 처음 봤다. 물건들은 빈틈없이 줄서있고, 가게에는 먼지하나 없었다. 사실과 다를 수도 있지만 나는 그렇게 보고 느꼈다. 괜시리 토요일 아침이 긴장되었다. 내가 금요일에 봤던 것만큼 할 수 있을까 걱정했다. 나의 능력과 노동을 얼굴도 모르는 사람과 비교했다. 나는 당연히 그 사람보다 못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럼에도 내가 그 사람보다 능숙하게 잘하는 것들과 나의 사정과 이유들에 대해서 나 자신은 전혀 알아주지 않았다. 그냥 내가 저런 능력을 발휘 할 수 없는 것에 죄책감이 들고 속상했다. 점장이 끊임없이 카톡방에 이런저런 일들을 주문하는 것은 나의 능력이 부족해서라고 생각했다. 나는 한없이 작아졌다.
토요일이 되었고 일을 시작했다. 부점장이 일을 많이 해놔서 할 것이 별로 없었다. 하지만 그것이 나를 더 불안하게 만들었다. 나의 필요성을 증명하지 못하는 것 같았고, 그래서 내가 무능력을 이유로 해고될 것만 같았다. 그래도 일은 별로 할 것이 없었고, 하고 싶지도 않았다. 사다리 타고 올라가서 빈둥거리며 기고하려고 하는 글을 수정하고 냉장고에서 책도 읽었다. 저녁시간에 손님이 미어터지고 물건이 들어오면서 일다운 일을 좀 했다고 느꼈다. 하루만에 500만원이 넘는 물건을 내 시간에 팔았다. 몇백개가 넘는 물건을 검수하고 진열했다. 그 동안 가게는 엉망이 되고 물건은 다 빠져나갔지만, 내 몫을 한 것 같아서 불안은 조금 가라앉았다.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신세계 직원 카드가 있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는 사람이 계산하고 나가는데 그 사람의 무리들을 욕했다. 이런저런 질문을 하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은 것이었는데, 그 사람들이 이상하고 몰상식하다고 비난했다. 그 중 한 사람과 눈이 마주쳤고, 목소리 큰 내 이야기가 들렸을 것 같았다. 내일이라도 컨플레인이 걸리면 점장에게 한소리 듣거나 해고될 것만 같다. 퇴직금도 받고 싶고, 대출금도 갚아야하고, 하고 싶은 것, 사고 싶은 것이 많은데 해고되면 어떻게 하지 생각했다.
어찌어찌 일을 끝내고 집가는 길 애인과 통화했다. 일터에서 있었던 불안을 이야기했다. 계속해서 해고와 불확실한 미래에대한 불안을 느껴서 그런지 애인의 미래도 불확실해 보였다. 노무사 공부를 하고 있다지만, 합격하지 못하고 10년넘게 준비만 하면 어떻게하지 걱정했다. 애인의 사정이나 생각은 궁금하지 않았다. 그냥 계속 불안하고 전전긍긍했다. 애인에게 이런저런 불안이 느껴진다고 이야기했다. 불안을 다른 쪽으로 풀지 않고 그저 불안하다고 느끼고 이야기하는 것은 과거에 비해 발전한 것이라 했다. 기뻤다. 하루 종일 자책에 빠져있다가 칭찬을 들으니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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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장애 약을 먹을까 하다가, 어차피 퇴근하면 저녁 약을 먹어야하니 먹지 않았다. 자주 먹어서 내 몸에 좋을 것 같지는 않았다. 그리고 내 모든 불안과 감정을 약에만 의존하게 될까봐 두렵다. 약을 먹어야만 불안이 괜찮아진다면 나는 이제 스스로 영원히 괜찮아질 수 없을 것만 같다. 병원에 가고 약을 먹는 것도 나의 선택과 판단이라지만, 의사의 처방전에만 매달리는 삶은 왠지 비참하다고 느낀다. 말기암에 걸려서 연명을 위한 치료를 하는 기분이다. 산소호흡기를 대지 않고서도 내 코와 입으로 숨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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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한다. 나는 뇌에 문제가 생겨서 스스로 조절하지 못하니 약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것을 인정하고 안정적으로 약을 먹으면서 살면 된다. 약 먹는 것은 비굴하거나, 비참한 것이 아니다. 필요해서 먹을 뿐 그것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필요한 것에는 의존해야 한다.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서 음식물과 공기와 물에 의존하는 것을 나쁘다고 할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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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용 기분"이라는 웹툰을 몰래 보다가 저번주와 이번주 편의 이야기를 몰아봤다. 장면 하나하나가 많이 공감 된다. 오늘의 나는 온통 되는 일이 없고 가는 곳마다 가시방석이다. 나의 감정에만 집중해서 주변에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닐까 걱정된다. 휴가나왔다는 친구의 소식이 들려오지만 훈련소에 있을 때 편지한장 보내지 않아서 나를 미워하고 싫어하지 않을까 두렵다.
다른이들 모두가 먼저 나를 1순위로 챙겨주지 않는 것이 서운한 하루였다. 일하면서도 계속 핸드폰이 울리면서 이런저런 친구들의 이야기가 내 핸드폰에 남겨져 있으면 좋겠다. 1인용 기분 말고, 2인용, 3인용 기분을 갖고 살고 싶다. 그렇게 하려면 내가 먼저 연락해야한다는 것을 알지만 또 것은 쉽지 않다. 그리 하고 싶은 마음도 없다.
애인과 함께하면 2인용이상의 기분이지만, 가끔은 다른 관계에서도 위로받고 사랑하고 즐겁고 싶다. 애인에게도 너무 의존하는게 아닐까 하는 불안도 들지만, 애인은 너무 사랑스럽고 좋다. 나에게 있어서 불안해하거나 논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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