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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시에 일을 마치고 짝지가 먼저 잠이 들어서 혼자 바다를 걸었다. 이번주의 일이 조금 고되서 몸과 마음이 지쳐있었다. 길거리에는 행복하게 떠드는 사람들과 나처럼 외로워 보이는 사람들이 보였다. 예전이었으면 불법행위라고 투덜거렸을 개인들의 불꽃놀이도 그럭저럭 볼만했다. 천천히 천천히 무거운 몸을 이끌고 걸었다. 그리고 왠지 기적같은 것이 일어나길 바랬다. 지나가던 어떤 여성이 나에게 "잠시 시간되시면 이야기라도 하실래요?"하고 바다를 바라보며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애인이 있지만 바람을 피고 싶어서 인가라고 생각해보았지만 바람보다는 내 감정을 나누고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가끔이지만 요즘 내 짝지가 없으면 그런 이야기할 공간도 사람도 없다고 느낀다. 그래서 지친나는 아무 노력도 하지 않고 '날로' 내 마음을 알아줄 친구한 명이 생겨나주길 바랬다. 길 가는 사람 눈도 맞춰보고 했지만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적어도 기적이 일어나게 할려면 내가 먼저 말을 걸었어야 했다. 하지만 나는 사람에게 들일 '품'이 남아있지 않았다.
집을 향해 더 걷다가 갑자기 친구들이 보고싶었다. 같이 활동하고 즐겁게 이야기했던 관계들이 그리웠다. 그 시절에는 항상 누군가와 연락하고 통화하고 이야기하며 '연결'되어있다고 느꼈다. 그 연결이 부담스러워 연락을 받지 않은 적도 있었다. 이제 연결들이 약화되고 끊기면서 도리어 다시 연결되고 싶었다. 집에가서 샤워하자마자 친구들에게 연락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연결이나 새로운 만남은 내가 '품'을 들여서 움직이지 않으면 만들어지지 않는다. 평소에는 별로 그럴 의지가 없었는데, 오늘은 그럴 의지도 힘도 있었다. 그렇게 친구들과 예전 생각을 하면서 집에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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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에게 연락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솔직한 심정과 기분을 짧은 글로 정리해서 보냈다. '보고싶다. 같이 여행이라도 가고 싶다. 너의 삶이 염려된다. 예전처럼 잘 지내고 싶다.' 늦은시간이고 한번 단절되었던 관계들이라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답이 오지 않아도 나는 내 마음을 전한 것으로 만족하려했다. 하지만 다들 너무나도 반갑게 나의 연락을 받아주었다. 어제 만났던 사람들처럼 편하게 이야기하고, 통화하면서 걱정을 나누었다. 마침 자다가 일어난 나의 짝지와도 통화할 수 있었다. 그 어느 때보다 풍요로운 퇴근길 새벽밤이었다. 고독을 견디고 즐기는 연습을 하려고 하지만, 가끔은 관계와 사람들로 풍요롭게 둘러쌓여있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그 풍요의 기억이 고독을 견딜 수 있게 해주는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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