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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알못의 밴드 도전기

시작할 결심

by Cosmo

1. 기타 세계에 입성

어릴 때부터 음악으로 무대에 한 번쯤 서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나의 노래 실력도 약하고 악기를 다룰 줄 아는 것도 없었다.

막연한 생각만 가지다가 군대 말년 병장 때 기타를 잘 치는 신병이 들어왔다.

그 친구에게 기타를 조금 배웠는데, 지금 돌이키면 손가락 굳은살을 만든 시기였다.


전역하고 사회에 나와서 기타를 잊고 살다가, 친구가 낙원상가를 간다기에 따라갔다.

잊고 있었던 기타에 대한 로망이 떠올라서 10만 원짜리 통기타를 하나 구입했다.

그 이후 유튜브에 '왕초보 기타 연주곡'을 검색하며 차츰차츰 독학으로 배워나갔다.

특정 코드 n개만 알아도 간단하게 연주가 가능하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G-D-Em)

여러 곡을 칠수록 새로운 코드를 알게 되고 그러면서 나의 기타 세계가 확장되었다.


2. 초급 시절

10곡 넘게 연주가 가능해졌고, 주말에 리프레쉬할 겸 거의 같은 곡들만 취미 차원으로 즐겼다.

그러다 새로운 도전 욕구가 생겨서 기타 학원에 3개월 주 1회를 다니며 연주 가능한 곡이 많아졌다.

어느 정도 연습만 하면 그래도 연주는 가능한 실력이라는 것을 깨닫고 학원은 그만두었다.


노래를 들으면 이제 통기타의 반주 소리가 귀에 들리더라.

조금 더 큰 무대로 나아가 보고 싶어서 밴드라는 것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나는 왼손은 코드 몇 개만 습득하고 오른손은 일정한 패턴의 스트로크만 쳐주면 되겠지 싶었다.

그렇게 무지한(?) 상태로 우연히 알게 된 밴드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리고 그때 알았다.

밴드는 통기타가 아닌 일렉기타를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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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이 통기타, 오른쪽이 일렉기타


3. 중급을 향해

밴드에 들어가기 전 합주 참관을 했을 때, 일렉기타의 존재를 실물로 처음 보고 느꼈다.

'기타가 운다'라는 표현이 어떤 것인지 몸소 온전히 느꼈다.

사실 내가 기대했던 간단한(?) 통기타 반주와는 거리가 멀었다.

현란한 왼손/오른손을 내가 할 수 있을까 싶었다...


물론 나는 리드기타가 아닌 서브기타이기 때문에 깔아주는 음들을 맡게 될 것이다.

그래도 통기타와는 또 다른 세계를 느꼈고,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부담도 있지만 기대도 된다.

내가 하는 목적은 취미로 그냥 몰입하며 즐기는 경험이 좋아서 하는 것이다.

그래서 할 줄 아는 악기가 리코더뿐이었던 내가, 기타로 공연에 서 본다는 것은 유의미한 경험일 것 같다.


4. 밴드 참가 결정 배경

합주 참관 때 보컬, 드럼, 베이스, 기타, 키보드 등이 중간중간 자신의 상황을 말하며 회의하는 모습이 있었다.

그걸 보고 나는 우리 회사에서 운영팀장, 개발팀장, 영업팀장들이 회의하는 모습이 오버랩되었다.

어쩌면 회사나 밴드나 각 역할이 모여 하나의 결과물을 내는 작업이라는 본질은 같다고 느꼈다.

그래서 다른 분야에서 내가 다른 사람과 힘을 합쳐 멋진 결과물을 내는 경험을 쌓아보면 좋겠다 싶었다.


6년 전 친구가 대학교 합창 동아리를 했는데, 연말에 공연을 한다고 초대했었다.

어떤 문화예술회관인지 공연장을 빌릴 정도였고, 생각보다 사람들도 엄청 많았다.

공연 이후에 로비에서 각자 꽃다발을 받고 축하받는 광경을 보고 있는데 참으로 부러웠다.

'저들은 인생의 청춘이라는 순간을 저렇게 만끽하며 살고 있구나...'


당시 나는 여유가 없어 그러지 못한 것이 많이 아쉬웠다. 그 시기는 다시 돌아오지 않으니까...

대학생은 아니지만 직장, 업무, 가치관 등이 나름 정립된 여유가 생기고 이제야 도전해보려고 한다.

음악을 하면 집중하게 되고, 그 순간 현재에 머물고 있다는 감정이 들어서 좋다.

안 그래도 복잡하고 힘든 세상에 잡념이 사라진다는 것은 좋은 효과인 것 같다.

(*이건 비단 음악뿐만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감정이긴 함)

2025년 2월, 밴드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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