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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포지션으로 본 나의 인생

Midfielder (연결하는 사람)

by Cosmo

최근에 문득 느낀 점이 있다. 축구를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내가 직장에서 맡는 역할까지—의외로 닮아 있었다.

어릴 적엔 무조건 골을 넣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시스트의 기쁨을 안다. 돌아보면 내 인생 포지션도 그렇게 변해왔다.




1. 스트라이커 — 직접 해결해야만 만족했던 시절

축구를 처음 시작했을 때, 내 눈에 멋있어 보인 건 언제나 ‘골을 넣는 사람’이었다. 그물을 흔들며 환호를 받는 모습. 내 인생도 그렇게 주목받고 싶었다. 직접 해결하는 사람, 마지막을 장식하는 사람.

나에게 중요한 건 ‘결과’였다. 팀의 플레이보다는 내가 공을 넣느냐 마느냐가 전부였다. 그때 나는 축구를 한다기보다는, 나를 증명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2. 윙어 — 화려함에 중독되고, 이해받지 못했던 나

스트라이커 다음으로 나를 사로잡은 포지션은 윙어였다. 호날두처럼 헛다리를 치며 상대를 제치고, 화려한 기술로 박수받는 것. 공을 ‘어떻게’ 차느냐보다, ‘얼마나’ 멋져 보이느냐가 중요했다. 나에게는.

문제는 나 혼자 플레이했다는 점이다. 협력보다는 감탄을, 패스보다는 박수를 원했다. 친구들과 다툰 적도 있었다. “왜 패스를 안 해?” 그들의 말은 경주마였던 나에게 들리지 않았다.



3. 중앙 미드필더 — 규칙을 이해하며 연결을 배우다

그리고 갑작스레 찾아온 부상. 예전처럼 뛸 수 없다는 좌절감이 몰려왔다. 부상 이후 복귀한 나는 더 이상 혼자 해결할 수 없었다. 드리블은 막혔고, 슈팅은 약했다. 예전의 방법이 통하지 않았다.

그제야 알았다. 나는 그동안 ‘축구’를 한 게 아니라, ‘공놀이’를 하고 있었구나. 절망감 속에서 방향을 바꾸었다. 동료를 보기 시작했고, 공을 흘려보내기 시작했다.

나 혼자가 아니라 함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처음으로 체감했다. 위치를 읽고, 공간을 예측하고, 필요한 순간에 받아주고, 넘겨주기. 연결이 곧 해답이었다. 그제야 진짜 축구가 보이기 시작했다.


회사에서도 같았다. 초반엔 직접 실무에 몰두하며, ‘내가 하는 것이 곧 성과’라고 생각했다. 회의에서 내 의견이 채택돼야만 뿌듯했고, 내가 발표하지 않으면 존재감이 없는 것 같았다. 한때는 새로운 툴이나 프로그램, 화려한 PPT, 빠른 손놀림 같은 ‘기술적 화려함’만이 잘하는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기획 일을 본격적으로 맡으면서 봐야 할 것들과 고려해야 할 것이 많아졌다. 동시에 넓은 시야가 필요했다. 중심은 자연스럽게 ‘조율’로 옮겨갔다. 이제는 동료의 난관을 발견하면 내가 중간에서 공을 받아주고, 또 다른 동료에게 넘겨준다. 때로는 직접 슛이나 드리블을 해 마무리하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전체 흐름을 설계하며, 관중석 위에서 경기를 보는 듯한 시야로 팀을 돕는다.




포지션에 귀천은 없다. 하지만 각자의 성향과 여정은 분명히 있다. 누군가는 주인공이고, 누군가는 해결사이며, 누군가는 연결자다. 나는 지금은 미드필더가 된 것 같다. 한때는 나도 골만을 좇았지만, 이제는 함께 움직이는 흐름 속에서 내 위치를 찾고 있다.

요즘의 나는, 연결자다.
당신은 어떤 포지션인가요?
그 자리에서, 어떤 경기를 펼치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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