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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본 날, 나는 휴학을 결심했다

Memento mori(죽음을 기억하라)

by Cosmo

살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 마주하게 되는 감정이 있다. 영원할 것만 같던 일상이 무너지고, 누군가의 죽음을 계기로 ‘삶’이라는 단어 앞에 커다란 물음표가 생기는 순간. 나에게는 외할아버지의 죽음이 그랬다. 그건 단순한 상실이 아니라, 무언의 가르침처럼 느껴졌다.




나는 죽음을 이렇게 느낀다: 누군가의 시간이 끝났다는 신호, 그 사람의 마지막 시간을 목격하는 일.

이상하리만치, 그 시기는 모든 게 멈춰 있었다. 교내 행사는 마무리됐고, 공강도 많았다. 여유가 있었기에 나는 외할아버지의 마지막 시간을 곁에서 끝까지 지켜볼 수 있었다. 일상이 바빴다면 이 과정을 그저 간단히 흘려보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임종까지 지켜보며 자리를 끝까지 지키게 되었다.

허무했다. 그와 동시에 ‘어차피 소화될 음식인데 왜 먹나?’처럼 '삶도 결국 끝날 텐데, 그럼 왜 살아야 하지?' 회의감이 밀려왔다. 그러다 문득 다시 반대편의 질문이 따라왔다. '그렇다면 오히려 하고 싶은 걸 다 해보며 살아야 하지 않을까?’


그때 나는 대학교 3학년이었다. 군대도 다녀오고, 교내 행사도 총괄하면서 나름 흐름을 타던 시기. 하지만 내 안에는 ‘해외’라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갈증이 컸다. 교환학생은 좋은 선택지였지만 복잡했고, 성적도 받쳐주지 못했다. 게다가 이미 신청 타이밍도 놓쳐버렸다. 남은 선택지는 단 하나였다. 내 돈으로, 내가 직접 떠나는 것.

문제는 시간과 돈이었다. 내가 선택한 방법은 이랬다: [1년 휴학 → 아르바이트로 돈 벌기 → 한 달간 혼자 해외여행]. 단순한 관광이 아니라, 내 시간과 돈으로 나의 인생을 실험해 보며 미래를 생각해 보는 여정. 그게 내가 20대에 꼭 해보고 싶던 일이었다.

사실 이 고민은 2학년 복학하면서부터 계속됐지만 과감하게 결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 장례식에서 멍하니 있다가 갑자기 미래의 내가 상상됐다. “그때 한번 떠나볼걸…” 그 말을 입에 담고 있는 내 모습이 너무 싫었다. 그래서 이번 학기가 끝나면 반드시 휴학을 하기로 결심했다.




우리는 종종 지금 이 시간이 영원할 거라 착각한다. 유한한 인생을 무한한 것처럼 살아가고, 멈추지 않고 흐르는 시간의 무게를 느끼지 못한 채 하루를 넘긴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한다. 지금 이 순간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시간이다. 우리는 매일매일 인생의 종료를 향해 걷고 있다. 너무 슬프지만 사실이고 그렇기 때문에 현재가 소중해지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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