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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런던을 위한 경유지

공항을 벗어나는 것부터가 여정의 시작

by Cosmo

인천에서 출발한 나의 비행기는 베이징을 경유해 런던으로 향하는 것이었다. 일단 베이징에 도착했고, 여기서 다음 비행기를 타기까지는 무려 11시간. 이건 거의 체류였다. 항공사에서 제공한 호텔 숙박권이 있었기에, 공항 밖으로 나가야 했다. 하지만 거기서부터 이미 고난이 시작되었다.


공항 밖에 항공사가 셔틀 안내를 해준다고 알고 있었다. 나는 직원들에게 나가는 길을 영어로 물었다.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특유의 중국식 영어와 바디 랭귀지가 돌아왔다. '내 말은 제대로 들은 건가...?' 싶었지만 믿었다. 분명히 가라는 대로 갔는데, 공항을 나가긴커녕 여전히 공항 게이트들이 있다. 이상하다. 아무리 봐도 저 위층에 공항을 나가는 출구로 가야 하는데...

거의 1시간을 떠돌아다녔다. 분명 위로 가야 되는데 길이 없다. 첫 공항이니까 내가 잘 몰라서인가 싶어서 사람들한테 물어보면서 계속 찾았다. 돌아오는 답변을 들었지만 사실 무슨 말인지 잘 이해를 못 했다. 그러나 한국인 특유의 친절함 장착으로 "Okay, Okay, Thank you!" 하고 뒤돌아선 "뭐라는 거지...?" 하면서 계속 돌아다녔다.


그러다 화장실에 잠시 들렀는데 나의 여행에 첫 서양인과의 대화가 이루어졌다. 화장실 줄이 길어서 기다리고 있는데, 어느 칸에서 나온 서양인이 나를 너무 뚫어져라 쳐다보길래 내가 "Hi"라고 인사했다. 그랬더니 그분이 "Hi! Oh… It’s not good." 이러고 떠났다. 이게 뭔 소린가 싶어서 들어갔더니 변기가 막혀 있었다... 그렇게 나의 첫 서양인과의 대화는 강렬하게(?) 마무리되었다.


무튼 이런 헤맴이 1시간 넘게 반복되니까, 안 되겠다 싶어서 중앙에 있는 데스크에 가서 내 상황을 말했다. 직원분께서는 내 이야기를 다 듣고서 공항 경찰을 불러주셨다(?) 알고 보니 내가 임시 비자를 받고 공항을 나가야 했는데, 당장 경유하는 루트에서 헤매고 있던 것이었다. 덕분에 공항 경찰과 함께 직원의 비밀의 문을 구경하며, 사람들의 주목을 받으며 배부르게 눈칫밥도 맛있게 먹으면서, 그렇게 무사히 공항을 빠져나갔다.

로비에서 환승호텔 셔틀은 그나마 손쉽게 찾았다. 잠시 기다렸다가 셔틀을 타고 호텔에 도착해서 간단히 짐을 풀고… 침대에 누우니 드는 생각: '집에 가고 싶다'




다음날 오전 3시쯤에 일어나야 했기에 빨리 잠을 청했다. 여행 전에 영어 회화를 공부했었는데, 꼴에 또 본 건 있어서 '호텔 로비에 전화해서 다음날 몇 시까지 모닝콜해달라는 부탁을 할까?' 싶다가, 시뮬레이션을 돌려보다가 나의 비참한 영어 실력을 깨닫고 그냥 나의 핸드폰 알람을 믿었다.

다행히 제때 잘 일어나서 로비로 내려갔다. 나의 상황과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그런데 어떤 중국인 분이 나를 너무 뚫어져라 쳐다보셨다. 이거 인종차별인가..? 근데 저분도 동양인이잖아(?) 생각이 들면서 셔틀을 타고 공항으로 갔다.

공항에 내렸는데 내 몸을 금속탐지기로 스캔하며 검사를 했다. 잘못한 거 없는데 괜히 뭔가 잘못했나 싶은 그런 감정이 들었다. 이 호텔이 내 다음 비행시간에 딱 맞게 공항에 데려다준 게 아니라, 나와 같은 사람들 중 가장 이른 비행 시간대에 맞춰서 한 번에 떨궈준 거 같았다. 나에게는 너무 일찍 온 셈이었다. 오전 4시, 공항은 한밤중 같은 어둠에 휩싸여 있었고 사람들은 바닥에 누워 자고 있었다. 나도 그래야 하나 싶다가 '아? 난 티켓이 있구나!' 떠올라서 바로 출국심사 후 게이트로 들어갔다.




게이트 앞에서 4시간을 보내야 했다. 넷플릭스를 보는데 재미도 없고, 내가 유렵여행을 떠난 건데 왠 중국에서 이렇게 개고생을 하고 있나 싶으면서 든 생각… '하... 집에 가고 싶다.'

결국 넷플릭스는 개뿔, 의자에서 잤다. 짐을 뺏길까 무서워서 꼭 껴안으며 잤다. 가져갈 거면 나를 통째로 가져가라(?) 게이트에서 입장하라는 방송이 들려서 눈이 떠졌다. 그와 동시에 아침 햇살이 나를 비추고 있었다. 이 몽환적인 햇살 아래, 내가 가장 먼저 떠올린 건... '집에 가고 싶다 진짜…'

동시에 유럽의 햇살은 어떨까 고대하며 멍하게 있었다. 게이트 앞은 서양 외국인들이 가득했고 그 틈에 나 혼자 동양인이라 괜히 더 긴장됐다. 그런데 동시에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이 비행기 타면, 진짜 유럽이다… 진짜 런던이다.”

창가 자리에 앉아 긴 비행에 몸을 실으며, 나는 묘한 흥분에 잠겼다. 자고 일어나도 도착 안 하고, 또 자고 일어나도 아직 하늘 위... 그런데도 이상하게 설렜다. 드디어 내가 가고 싶었던 그 대륙으로, 유럽으로 향하고 있었다.

진짜 간다. 유럽. 나,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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