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탈 끝에 만난 우연의 첫 직장
-요약-
내가 도전해볼 법한 분야는 영상 or 교육
영상: 아무리 두들겨도 실패, 환상도 깨짐
교육: 전통적 산업은 매력을 못 느낌
시국 흐름에 올라타며 에듀테크로 사회생활 시작(=열정페이 스타트업)
나에게 2020년은 혼란 그 자체였다. 대학생 4학년이었고, 세상은 코로나로 인해 갑자기 모든 것이 비대면으로 바뀌었다. 수업은 거의 없었고 시간도 널널했지만, 그게 오히려 나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곧 졸업인데, 도대체 나는 뭘 해야 하는 걸까?
졸업을 앞둔 나는 다양한 선택지 앞에서 갈등했다. 공기업과 공무원은 애초에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창업도 엄두가 나지 않았다. 결국 나에게 남은 것은 사기업이었다. 뭘 좋아하는지도, 뭘 잘하는지도 모르겠으니 일단 부딪혀보자는 심정이었다.
그러고 나에 대해서 되돌아봤다. 사실 대학교 1학년 때부터 명확한 진로를 정하지는 못했고, 그냥 살면서 재미있어 보이는 것들은 했었다. (그래도 뭔가 하기는 했네) 내가 면접관이라고 생각했을 때, 내 지원서를 보고 "얘 한번 더 만나서 얘기해보고 싶네?" 라고 생각이 들 법한 포인트는 크게 2가지였다.
영상: 관련 학과 출신, 외부 영상 공모전(대상, 보건복지부장관상), 개인 유튜브 채널 운영(경험만 존재)
교육: 삼성드림클래스 대학생 강사(최연소), 삼성드림클래스 대학생 기자단 (최우수상)
당시 유튜브가 워낙 핫했기에 나도 자연스럽게 영상 분야로 눈을 돌렸다. 영상 내에서도 촬영/편집보다는 기획에 더 재미를 느꼈다. 소재 발굴, 포장 방법, 전달 방법, 즉각적 결과 확인이 좋았던 것 같다.
여름방학부터 어디를 지원할 수 있을지 스캔하고 9월부터 본격적으로 서류를 지원했다. 매주 약 2개씩 2~3달동안 영상 쪽으로 두드려 봤지만 실무과제, 최종면접이 나의 종착지였다. 면접 때문에 규모가 있는 100만 유튜버의 회사에 가봤는데, 내가 기대했던 모습과 현실이 사뭇 달라서 주저하게 된 것도 있었다.
남은 선택지인 교육 쪽으로 눈을 돌렸다. 내가 교육 관련 활동을 했던 이유는 누군가 나로 인해 과거의 자신보다 성장한 모습을 보는 것에 보람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어쩌면 내가 과거의 나 자신에게 해주고 싶었던 것일 수도) 그래서 너무 전통적인 교육 업계는 사실 재미없어 보였다.
그런데 사실 내 가치관이고 나발이고 일단 뭐든 붙어야 고민을 하고 결정을 할텐데, 거의 다 광탈이었다. 그때 '내가 정말 사회에 하나도 이바지하지 못하는 존재구나, 그 누구도 선택해주지 않는 사람이구나 '라는 자괴감이 나를 괴롭혔다.
영상이든 교육이든 정기적으로 내 경험들을 조합해서 문을 두드려 보고 결과를 확인하니, 이와 똑같은 상태로 6개월이든 1년을 보낸다고 한들 크게 달라질 것 같지가 않았다. 그때 당시 코로나 시국이라서 개발자 열풍이 불었다. 국비지원으로 개발 교육을 받는 친구들도 여럿 보이면서, 나도 저거나 해야겠다 싶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찮게 코딩 교육 플랫폼을 운영하는 에듀테크 기업의 공고를 보았다. 그때 정말 단순한 생각으로 '이거면 내가 돈을 받으면서 회사생활 해보면서 코딩도 배울 수 있겠네?' 싶어서 지원했다. 이전 회사들에게 계속 탈락 통보를 받다가 화가 나서 어린 마음에 이런 생각을 했었다.
"삼성이 나를 받아주지 않는다면, 나는 앞으로 삼성이 될 기업을 찾아서 성장시키겠다" (=개소리다)
채용 과정에서 의아한 부분들이 조금(?) 있었다. 서류 제출하고 30분 뒤에 면접 보라고 연락이 오고, 1:1 면접 도중에 면접관이 리버풀 팬임을 밝히며, 면접 시간의 50%는 서로 축구 얘기를 했다. 우여곡절을 겪은 뒤 결과적으로는 최종 합격이 되어 출근하기로 했다.
물론 나를 받아준 에듀테크 스타트업은 엄청난 열정페이였다. 그러나 근속기간 따위 고려대상도 아니었던 어린 시절의 나는 '뭐든 일단 먹어봐야 맛을 알겠지, 그래도 코딩은 배우잖아? 한잔해~' 라는 젊은 패기가 있었다. 그렇게 대학교 졸업 2달 전부터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때는 몰랐다. 그곳에서의 경험이 나를 성장시킬 고생의 시작일 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