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선 패배하면 홍콩되는 지름길입니다.
[표지 이미지: Hong Kong Exodus의 슬픈 홍콩공항모습을 캔바 AI로 생성]
한때 '둥팡밍주(東方明珠·동양의 진주)'로 불리며 아시아 금융의 심장 역할을 했던 홍콩. 1997년 7월 1일 영국에서 중국으로 주권이 반환되면서 '일국양제'라는 특별한 약속 아래 독자적인 길을 걸을 듯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홍콩에서 벌어진 일들은 그 약속이 어떻게 퇴색하고, 그로 인해 한 도시의 자유와 경제가 얼마나 빠르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주며 우리에게 준엄한 경고를 보내고 있습니다.
홍콩의 비극은 단순히 정치 제도의 변화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시민들이 수십 년간 누려온 기본적인 권리들이 하나둘씩 박탈당하며 삶 깊숙이 파고들었습니다. 2020년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 이후 그 변화는 더욱 가팔라졌습니다.
정부 비판에 목소리를 높였던 독립 언론 '빈과일보'는 강제 폐간되었고 발행인은 구속되며 '표현의 자유'가 질식당했습니다. 대규모 집회와 시위는 원천 봉쇄되었고, 심지어 천안문 사태 추모와 같은 역사적 기억을 공유하는 것마저 '집회 및 결사의 자유' 침해로 이어졌습니다.
노동조합, 시민 단체 등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던 수많은 풀뿌리 조직들이 해산 압박을 받았고, 종교 단체들마저 감시와 통제하에 놓이며 '종교의 자유'까지 위협받고 있습니다. 심지어 공무원 채용 시 충성 서약을 의무화하고 거부하면 해고하면서, 2022년에만 약 3,700명의 공무원이 사직하는 등 사회 전반에 '자기 검열'과 위축 분위기가 만연해졌습니다.
이러한 자유와 법치 기반의 훼손은 곧 홍콩 경제의 동맥경화로 직결되었습니다. 국제 금융 허브의 핵심 경쟁력이었던 '신뢰'가 흔들리자 그 영향은 수치로 명확히 드러났습니다.
경제 성장률의 퇴보: 2019년 -1.7%로 첫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이후, 2020년에는 -6.5%, 2022년에는 -3.5%라는 역대급 역성장을 기록하며 경제 활력을 잃었습니다.
자본 시장의 위축: 세계 1~2위를 다투던 홍콩 증시의 IPO(기업 공개) 규모는 2023년 6위권 밖으로 밀려나며 급감했습니다. 새로운 자본 유치의 문이 좁아지고 있다는 명백한 신호입니다.
인구 및 인재 유출: 정치적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감으로 홍콩을 떠나는 시민들이 크게 늘었습니다. 2021년부터 60년 만에 가장 큰 폭의 인구 감소가 시작되어, 불과 3년 만에 약 22만 명의 인구가 순 유출되었습니다. 이는 홍콩 경제의 중요한 성장 동력인 인재와 소비 기반이 약화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기업들은 투자를 망설이고 국제 기업과 인재들은 홍콩을 떠나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고용 불안과 소득 감소 가능성으로 이어지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소비 심리를 위축시켜 내수 경제를 더욱 어렵게 만듭니다. 많은 홍콩 시민들이 자산을 처분하고 이민을 택하면서, 한때 불패 신화였던 홍콩의 집값마저 하락 압력을 받고 있습니다.
이처럼 '정치적 자유의 상실'은 개인의 소득, 지출, 자산 가치 등 우리 삶의 가장 구체적인 부분에 얼마나 직접적이고 파괴적인 영향을 미치는지를 홍콩은 처절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리 대한민국 역시 중국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깊은 경제적 상호 의존 관계에 있습니다. 중국은 우리의 최대 교역 상대국이며, 수많은 우리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홍콩의 사례는 만약 우리가 민주주의와 주권적 가치를 굳건히 지키지 못하고 강력한 이웃 국가의 영향력 아래 놓이게 된다면, 우리 경제와 개인의 삶 역시 홍콩과 유사한 도전에 직면할 수 있음을 강력히 경고합니다.
만약 우리 사회의 중요한 결정들이 특정 국가의 입맛에 따라 좌우되고,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는 기업이나 개인에게 보이지 않는 불이익이 가해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중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우리 기업들은 표현의 자유를 스스로 검열하고, 본질적인 경쟁력 강화보다는 외부의 눈치를 살피는 데 급급해질 수 있습니다.
이는 장기적으로 한국 기업들의 혁신과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투자 감소와 일자리 축소, 나아가 국민들의 소득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초래할 것입니다. 언론과 문화 콘텐츠 분야 역시 중국의 심기를 거스를까 두려워 창작과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위험에 놓입니다. 홍콩에서 현실이 된 언론 폐간, 예술 작품 검열 등이 우리에게는 일어나지 않으리라 장담할 수 없습니다.
'홍콩의 중국화'가 우리에게 던지는 가장 뼈아픈 교훈은 이것입니다. 민주주의, 자유, 법치주의라는 추상적인 가치는 결코 정치인들만의 구호가 아니라, 우리 경제의 활력과 우리 개인의 안정적인 삶을 지탱하는 가장 든든한 기반이라는 사실입니다. 그 가치들이 흔들릴 때, 우리가 가진 구체적인 소득, 자산, 일자리가 위협받게 된다는 냉혹한 현실을 홍콩은 온몸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홍콩의 경고등을 애써 외면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작은 목소리들이 위축될 때, 우리 사회의 비판 기능이 약화될 때, 우리의 기업들이 경제적 이익만을 좇아 보편적 가치를 외면할 때, 홍콩이 걸었던 길을 따라갈 위험은 그만큼 커집니다. 홍콩의 사례를 통해 민주주의와 경제, 그리고 우리 개인의 삶이 얼마나 깊이 연결되어 있는지를 분명히 인식하고, 우리의 자유와 주권을 수호하기 위한 노력을 단 한 순간도 게을리하지 않아야 합니다.
'홍콩 엑소더스'의 비극이 '코리아 엑소더스'로 이어지지 않도록, 우리의 민주주의와 자유를 굳건히 지키도록 이번 대선에서 누구를 선택해야 하는지 자명합니다. 김문수 후보야 말로 대한민국이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칼럼니스트 겸
대민청(대한자유민주세력과 청년 대통합)
공동대표박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