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민주주의 가치동맹으로 글로벌 정상으로 도약해야
한국 정치의 현실을 ‘우물 안 개구리’에 비유하는 목소리가 높다. 지리적으로 한국을 둘러싼 중국, 일본, 러시아는 과거 패권국이었거나 현재 패권 또는 이에 준하는 지위를 다투는 강대국이며, 멀리 미국은 명실상부한 초강대국이다.
우리를 둘러싼 세계는 거대한 전략적 경쟁으로 요동치고 있는데, 한국 정치의 논의는 좁은 국내 문제, 그것도 소모적인 권력 다툼에 매몰되어 국제 정세의 큰 흐름과 인류 문명의 미래라는 거시적 시각을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은 이제 더 이상 새롭지 않다.
돌아보면 한국의 역사는 고구려의 기상 넘치는 시기를 제외하고는 스스로의 운명을 주체적으로 결정하기보다 주변 강대국의 영향 아래 놓였던 시기가 많았다.
고조선 재편, 삼국통일 이후 당과의 관계, 조선 건국기의 사대주의, 조공 체제 편입, 임진왜란의 참화, 개화기 열강 각축, 일제 강점, 해방 이후의 분단, 6.25 전쟁과 국제 개입, 그리고 현재의 한미동맹에 이르기까지, 한국사의 굵직한 변곡점들에는 외부 환경의 영향력이 지대했다.
이러한 역사는 지정학적 현실을 반영하지만, 동시에 우리의 선택과 전략에 따라 역사의 흐름을 바꿀 수 있었던 기회를 놓친 것은 아닌지 깊이 성찰하게 한다. 우리는 언제까지 주변 강대국의 동향에 수동적으로 촉각을 세우며 끌려가야 하는가.
한 나라의 발전 과정을 사회현상과 인기 학문과 직업으로 살펴보면, 이는 한 국가가 성장하며 거쳐가는 지적 여정이라 할 수 있다. 초기 생존과 질서 확립을 위해 군사학, 법학이 중요했다면, 경제적 안정 이후에는 경제학, 경영학이 주류를 이뤘다. 자본 축적에 따른 사회 문제는 사회학, 정치학 발전과 민주주의 성숙으로 이어졌고, 새로운 성장 동력 모색 과정에서 인문학이 조명받기도 했다.
그리고 이제 한국 사회는 생존을 넘어 자신과 공동체의 본질을 탐구하는 철학이 융성하고, 국가의 정체성을 역사 속에서 찾으려는 시도가 활발한 시점에 와 있다. 박근혜 정부 이후 끊이지 않는 근현대사 논쟁은 한국 사회가 선진국의 문턱에서 '우리는 누구인가'를 치열하게 묻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문턱을 넘어 진정한 선진국, 글로벌 리더 국가로 나아가려면 어떤 시각이 필요할까? 바로 한 나라 안에서만 바라보는 좁은 시야를 벗어나 지구 전체, 인류 문명 전체를 조망하는 시각이다. 인류학, 고고학 등 인류의 보편성과 다양성 속에서 우리의 위치를 성찰하고, '패권적 시각'으로 세계를 이해하며 우리의 역할과 국익을 새롭게 정립하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패권적 시각'은 다른 나라를 무력으로 지배하자는 오만한 시각이 아니다. 국제 질서를 읽고, 판을 짜며, 우리의 비전과 가치를 바탕으로 글로벌 리더십을 발휘하겠다는 전략적이고 능동적인 관점이다.
특히 우리가 주축으로 삼아야 할 가치는 인류 문명이 오랜 역사 속에서 피와 땀으로 일궈낸 보편적 가치, 바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인권과 법치다. 한국은 불과 반세기 만에 권위주의를 극복하고 민주주의를 정착시키며 눈부신 경제 발전을 이룬, 인류사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성공 사례다.
이러한 경험은 인류 문명의 발전 경로에 소중한 기여가 될 수 있으며, 우리가 세계에 제시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메시지이자 국익을 넘어 '파이를 키우는' 방식이다.
그러나 한국 정치는 아직도 이러한 지적 여정의 다음 단계로 나아가지 못한 채 '우물 안 개구리' 신세를 면치 못하며, 답답하고 한심스러운 내부 권력 쟁투에 매몰되어 있다. 이는 주변 4강의 시각에서 볼 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다가올 대통령 선거는 한국이 역사적 수동성의 굴레와 지적 여정의 정체에서 벗어나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을지, 아니면 여전히 주변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영향력 아래 놓인 극동의 변방으로 쪼그라들지를 판가름하는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이다.
중국의 영향권 하에 놓인 홍콩처럼 될 것인가, 아니면 미국과의 동맹 관계를 호혜적이고 동반자적인 위치로 격상시키면서 동시에 주변국들과의 관계를 주도적으로 재정립하여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의 위상을 확보할 것인가.
이제 한국은 소아병적으로 한반도라는 좁은 틀에 갇혀 주변 4강의 눈치를 보며 수동적으로 추종하는 것을 넘어, 이들과 당당하게 수평적 관계를 맺고 나아가 국제 질서의 변화를 선도할 수 있는 큰 시야와 전략적 통찰력을 가진 지도자가 절실하다. 차기 지도자는 단순한 전략가가 아닌, 자유민주주의라는 보편적 가치를 확고히 하고 이를 바탕으로 대한민국의 국익과 인류 공영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큰 인물이어야 한다.
국내 정치에만 매몰되지 않고, 세계 시민으로서의 책임감을 바탕으로 기후 변화, 팬데믹, 빈곤, 기술 패권 경쟁 등 인류 공동의 문제 해결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며 한국의 국익과 위상을 동시에 높일 수 있는 정치인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번 대선은 단순한 정권 교체를 넘어, 한국이 역사적 수동성의 굴레와 지적 여정의 현재 단계에 머무르지 않고 능동적이고 창의적인 글로벌 리더 국가로 재도약할 기회이다.
유권자들은 후보들이 제시하는 단기적인 이익이나 협소한 국내 의제 너머, 한국의 미래를 위한 '패권적 시각', 즉 인류 문명 전체를 조망하고 국제 사회를 주도할 수 있는 비전과 역량, 그리고 자유민주주의라는 확고한 가치관을 갖추고 있는지를 엄정하게 평가해야 한다.
그래야만 한국은 '우물 안 개구리' 신세를 면하고, 진정한 '글로벌 정상 국가'로서의 지위를 확립하며, 다가올 100년을 선도하는 국가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63대선에서 김문수 후보처럼 중국과 북한에는 당당하며 미국과 일본에는 동반자 위치에서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축으로 삼아 인류 문명의 다음 단계를 주도할 담대한 비전을 제시하는 큰 정치인이 선택 받기를 기대한다.
칼럼니스트 겸
대민청(대한자유민주세력과 청년 대통합)
공동대표박대석
이 글은 2025.05.18. 브레이크뉴스에 필자명의 칼럼으로 게재되었다.
https://www.breaknews.com/11176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