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환상과 포퓰리즘, 미래 삼키는 나쁜 후보
경제성장이 멈춰 선 시대에 '퍼주기' 외치는 자, 나라의 내일을 병들게 합니다. 다가오는 대선을 앞둔 대한민국은 중대한 기로에 서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자본주의가 그 근원적 한계에 직면하며 성장의 동력이 둔화되고 '포스트 캐피털리즘', '탈성장'과 같은 새로운 가능성에 대한 성찰이 활발한 시점입니다.
유한한 지구의 자원과 환경은 무분별한 성장의 대가로 신음하고, 기후 변화라는 실존적 위기는 인류 생존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기술 발전은 극소수에게 부를 집중시키며 불평등과 사회 갈등을 극대화하고 있습니다. 경제 성장이 더 이상 보편적인 일자리 증가나 국민 행복 증진으로 직결되지 않는다는 뼈아픈 현실 앞에 서 있습니다.
특히 한국의 상황은 더욱 절박합니다. 내수 침체와 미국발 관세 전쟁 여파로 올해 1분기 성장률은 ―0.2%로 곤두박질쳤고, 이미 수년째 저성장 기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과 유례없는 속도의 고령화는 우리 경제의 활력을 근본부터 갉아먹고 있습니다. 생산가능인구는 급감하고 부양 부담은 가중되는 인구 구조 하에서 과거와 같은 역동적인 성장은 사실상 불가능해졌습니다.
'마이너스 역성장'이 일시적 충격이 아닌 장기 침체의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경고는 더 이상 먼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는 단순한 경기 사이클의 문제가 아닌, 한국 경제가 직면한 구조적이고 항구적인 변화입니다.
이러한 냉혹한 현실 앞에서 대통령 후보들의 모습은 실망을 넘어 분노를 자아냅니다. 한국 경제가 처한 구조적 위기와 미래 비전에 대한 진지한 고민 대신, 여전히 '경제 성장'이라는 과거의 주문만을 외치고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공허한 성장 구호 뒤에 숨겨진 무책임한 포퓰리즘 경쟁입니다. 성장이 어려운 시대에 국민의 환심을 사기 위해 묻지 마 식 재정 투입 공약으로 표를 사고자 합니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집권 시 100조 원을 훌쩍 넘는 막대한 규모의 재정 소요가 예상되는 정책들을 남발하고 있습니다. 특정 계층에 대한 현금성 지원 확대 등이 대표적입니다. 성장의 과실로 재정을 확충하던 시대는 지났는데, 걷힐 세금은 정체되거나 줄어들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빚을 내거나 미래 세대에 부담을 떠넘겨 현재의 지출을 늘리겠다는 발상입니다.
국민의 모든 것을 정부 재정으로 책임진다는 발상은 후진적인 생각입니다. 이는 우리 경제의 체질 개선이나 미래를 위한 투자와는 거리가 멀고, 오직 눈앞의 표만을 계산한 무책임한 행동입니다.
반면에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D·E·F 노선도 임기 내 착공 위한 민간투자 외에 국비 30조 원 외에는 주로 법인세와 소득세기본공제 등 주로 70조 원 감세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고도성장 없는 현실에 정부가 역할을 줄이고 허리띠를 졸라맨다는 진솔한 약속입니다.
그러나 재정의 효율적 사용과 건전성 확보는 당연한 책무일 뿐, 그것만으로는 우리가 직면한 인구 구조 변화, 환경 위기, 불평등 심화, AI 시대의 일자리 문제 등 구조적 난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습니다. '성장 없는 시대'에 필요한 것은 단순히 돈을 덜 쓰는 것이 아니라, 국가 재원을 어디에, 어떻게 투자하여 지속 가능한 미래를 설계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비전과 전략입니다.
진정 국민을 위하고 나라의 미래를 책임지려는 대통령 후보라면, 이제라도 성장 환상에서 벗어나 진실을 말해야 합니다. 과거와 같은 양적 성장은 불가능하며, 인구 감소와 기후 변화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우리는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을 구축해야 한다고 솔직하게 고백해야 합니다. 대선 후보들이 제시해야 할 정책 방향은 명확합니다.
첫째, 양적 성장 지표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국민의 실질적인 '삶의 질'과 '행복', 그리고 '환경의 지속가능성'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 정책 비전을 제시해야 합니다. 경제는 국민이 더 나은 삶을 영위하기 위한 수단일 뿐,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없습니다.
둘째, 인구 감소와 고령화라는 돌이킬 수 없는 현실에 대한 구조적이고 장기적인 대응 방안을 내놓아야 합니다. 단순히 출산/육아 지원금을 늘리는 단기책이 아닌, 인구 구조 변화 속에서도 사회 시스템이 지속 가능하고 모든 세대가 존엄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근본적인 사회 개혁 청사진을 제시해야 합니다.
셋째, AI와 자동화가 가속화될 미래 사회에서 일자리 감소와 불평등 심화에 대비한 책임 있는 계획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미래형 인재 양성, 전 국민을 위한 촘촘한 사회 안전망 구축, 그리고 기술 발전의 혜택이 소수가 아닌 모두에게 돌아가는 정의로운 분배 시스템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을 담아야 합니다.
넷째, 기후 위기 대응과 환경 보호를 지속 가능한 새로운 경제의 동력으로 삼는 과감한 전환 전략을 제시해야 합니다. 탄소 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구체적인 이행 계획, 친환경 산업 육성, 그리고 에너지 전환을 위한 투자 및 지원 방안을 명확히 해야 합니다.
다섯째, 국가 재정 운영에 대해 국민에게 정직하게 설명하고, 미래 세대에 대한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제한된 재원을 어디에 우선적으로 투입하여 미래를 준비할 것인지, 그리고 불필요한 지출은 어떻게 줄이고 세금은 어떻게 운용할 것인지에 대한 투명하고 책임 있는 계획을 제시해야 합니다. 무책임한 '퍼주기' 공약은 미래 리더의 자격이 없음을 스스로 증명하는 것입니다.
이제 유권자들이 냉정하게 판단할 때입니다. 달콤한 성장 약속이나 눈앞의 이익을 위한 현금성 지원에 현혹되어서는 안 됩니다. 현실을 외면하고 허황된 약속으로 국민을 기만하려는 '엉터리 후보'를 걸러내야 합니다. 성장이 멈춘 시대에 '퍼주기'만을 외치는 후보는 나라의 내일을 병들게 하는 위험한 인물입니다.
우리가 선택해야 할 리더는 고통스러운 진실을 말할 용기를 가진 사람입니다. 과거의 낡은 성장 모델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인구 감소와 기후 위기 속에서도 지속 가능한 행복과 번영을 추구하는 새로운 시대정신으로 무장한 사람입니다. 눈앞의 선거 승리가 아닌, 미래 세대의 삶과 국가의 장기적인 지속가능성을 진정으로 책임지려는 비전과 실천 계획을 가진 사람입니다.
대한민국은 지금 중대한 기로에 서 있습니다. 과거의 성장 신화에 기댄 채 현실을 외면하고 미래를 담보로 표를 얻으려는 정치에 더 이상 속아서는 안 됩니다.
용기와 지혜를 갖춘 리더십만이 우리가 마주한 복합적인 위기를 헤쳐나가고, 양적 성장 너머의 질적인 발전과 국민 모두의 행복을 추구하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건설할 수 있습니다. 유권자들은 후보들의 화려한 말잔치와 공약 뒤에 숨겨진 진실과 책임감을 준엄하게 평가해야 할 때입니다. 미래는 과거의 연장이 아니라, 우리의 현명한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칼럼니스트 겸
대민청(대한자유민주세력과 청년 대통합)
공동대표박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