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왜 사람들은 의인보다
악인을 따를까?

잠시속일 수 있지만 본성은 드러나기 마련, 대가는 선택한 유권자 몫

by 박대석

최근 대선 과정에서 후보들의 행적과 자질에 큰 차이가 있음에도 도덕적 기준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지지율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인품, 경력, 진실성, 그리고 가족의 품행까지 객관적 비교가 가능함에도 왜 도덕적인 인물이 대중의 지지를 덜 받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일까? 의인보다 악인 선호이유에 대한 각종 연구, 사례를 통해 알아본다.


불교의 윤회설은 업(karma)의 법칙에 기반하여, 개인의 행위(선업 또는 악업)가 현재뿐 아니라 미래의 삶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이러한 윤회 사상은 악인이 현세에서 잘 사는 현상을 전생의 선업으로, 의인이 고난을 겪는 것을 전생의 악업으로 해석하는 근거를 제공한다. 이는 인과응보라는 보편적인 도덕적 직관에 호소력이 있지만, 이는 과학적 근거보다는 종교적 믿음에 기반한 설명이다.


"기제"는 어떤 행동이나 선택을 일으키는 심리적 작용, 원리, 또는 메커니즘을 의미함. 즉, 어떤 선택을 하게 되는 이유나 과정을 설명하는 요소라고 할 수 있음.


인간의 선택 기제를 살펴보면, 이는 단순한 도덕적 판단 이상의 복합적 요인들이 작용한 결과임을 알 수 있다. 진화심리학적 관점에서 보면, 인간은 생존과 번영에 유리한 자원 확보 능력을 지닌 강력한 인물에게 본능적으로 끌리는 경향이 있다. 바우마이스터와 리어리(1995)의 연구에 따르면,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은 집단 내에서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며, 이러한 권력 구조는 인류 역사를 통해 생존 전략으로 작용해 왔다.


이런 현상은 민주주의 국가뿐만 아니라 권위주의 체제에서도 명확히 관찰된다. 북한의 김정은이나 중국의 시진핑 같은 독재자들이 장기간 권력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선거인단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 브루스 부에노 데 메스키타와 알라스테어 스미스가 제시한 이 이론에 따르면, 지도자의 권력 유지는 일반 국민보다 핵심 권력층(군부, 관료, 경제 엘리트)의 지지에 더 의존한다.


이들 독재자들은 도덕적 통치보다는 권력 주변 인물들에게 특권과 이익을 제공함으로써 충성심을 확보하고, 반대세력은 철저히 제거하는 방식으로 체제를 공고히 한다. 대중의 복지나 도덕적 가치는 표면적 선전에만 활용될 뿐, 실질적 통치 방식은 권력 유지를 위한 계산된 전략에 따른다.


또한 현실적 요인도 중요하게 작용한다. 의인이 도덕적 원칙에 따라 행동하며 제약을 받는 동안, 소위 '악인'으로 규정되는 이들은 목표 달성을 위해 더욱 적극적이고 과감한 행동양식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행동력과 카리스마는 불확실한 시대에 보다 강력한 리더십으로 인식될 수 있다. 밀그램(1963)과 재니스(1972)의 연구가 보여주듯, 권위에 대한 복종과 집단사고 현상은 개인이 비합리적 선택을 하게 만드는 심리적 기제로 작용한다.


표면적 성공과 현실적 이익 역시 유권자의 판단에 영향을 미친다. 당장의 경제적 이익이나 안보 같은 현실적 문제 앞에서 도덕적 고려가 부차적으로 밀려나는 현상은 흔히 관찰된다. 정치인의 언사가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더라도, 자신의 이해관계를 대변한다고 느끼면 유권자들은 이를 묵인하거나 합리화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러한 현상은 특정 정치세력이나 후보자의 문제가 아닌, 인간 집단의 보편적 심리와 사회적 역학관계에 기인한다. 민주주의와 독재체제의 차이점은 바로 이러한 권력 집중과 도덕적 타락을 견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의 유무에 있다. 역사는 단기적 이익을 위해 도덕적 가치를 저버린 선택이 결국 더 큰 대가를 치르게 됨을 반복해서 보여주고 있다.


우리 유권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감정적 호소나 표면적 카리스마에 현혹되지 않고, 후보의 진정한 가치관과 역량을 냉철하게 판단하는 비판적 사고력이다. 정치인의 언행 불일치와 도덕적 결함은 결국 국가 운영에도 그대로 반영될 것이며, 그 결과는 우리 모두에게 돌이킬 수 없는 큰 피해로 돌아온다. 그때는 후회해도 늦는다.


민주주의의 가장 큰 강점은 바로 권력에 대한 견제와 균형을 통해 독재체제의 악순환을 방지할 수 있다는 점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칼럼니스트 박대석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