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를 알고 하는 소리인지, 모르고 하는 소리인지?
호텔에 10만 원을 냈는데, 그 돈이 가구점, 치킨집, 문방구를 거쳐 다시 호텔 빚을 갚는 데 쓰였다가, 결국 호텔 예약 취소로 다시 나에게 돌아온다는 이야기. 언뜻 들으면 마을에 돈이 돌고 경제가 살아나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걸 '노쇼 호텔 경제학'이라고 부른다네요. 하지만 잠깐! 뭔가 이상하지 않나요?
만약 이 이야기가 진짜라면, 돈이 없어도 경제가 술술 돌아간다는 얘기일까요? 그렇다면 우리 모두 그냥 돈을 '노텔'로 만들어서 돌리면 될까요? 아쉽지만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이 이야기가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가장 큰 이유는, 돈이 계속 '순환'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중간에 계속 사라지고 있다는 걸 숨기고 있기 때문입니다. 호텔 주인이 가구점에 10만 원을 줬다고 해서 가구점 주인이 그 10만 원을 통째로 치킨집에 줄까요? 가구점은 새 침대를 만들 때 필요한 재료도 사야 하고, 직원 월급도 줘야 하고, 가게 관리비도 내야 합니다. 그렇게 이것저것 빼고 나면 10만 원이 온전히 치킨집으로 넘어가지 못해요.
결국, 처음 10만 원이라는 돈이 호텔을 떠나 가게들을 거치면서 점점 쪼그라들고, 두세 번째 가게에 이르면 쓸 돈이 거의 남아있지 않게 됩니다. 마치 굴러가는 눈덩이가 점점 녹아내리는 것과 같죠. 결국 이 돈은 다시 호텔 주인에게 돌아오기는커녕, 호텔 주인에게 빚만 남긴 채 사라져 버리고 맙니다.
그런데도 어떤 사람은 이렇게 돈이 돌면 경제가 활성화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돈이 계속 들어오지 않고 제자리에서 돌기만 한다면, 결국 빚만 쌓이고 나중에는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됩니다. 마치 물을 채우지 않고 계속 돌리기만 하는 펌프와 같죠.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말이 딱 맞습니다. 돈이 마법처럼 사라졌다 나타났다 하면서 경제가 돌아가는 일은 현실에 없습니다. 오히려 이런 생각에 빠지면 거품만 키우고 결국 모두에게 손해를 안겨줄 수 있습니다.
겉으로만 번지르르한 이야기에 속지 마세요. 우리 사회의 경제는 이런 눈먼 돈의 순환이 아니라, 땀 흘려 일하고 정직하게 얻은 가치가 쌓여서 성장하는 것입니다. 진짜 경제를 이해하고 올바른 판단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칼럼니스트 박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