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경제학', 무지와 강변, 침묵의 민주당 더 문제

현실판 시흥거북섬, 120원, 대장동, 지역화폐 등

by 박대석

이재명 후보가 최근 전북 군산 유세에서 다시 꺼내든 '호텔 경제학' 비유는 우리 경제에 대한 심각한 오해와 더 큰 구조적 문제를 드러냅니다.


"여행객이 호텔에 낸 10만 원이 마을을 돌며 활기를 준다"는 이 비유는 기본소득의 필요성과 돈의 순환을 통한 경제 활성화를 강조하려는 의도였겠지만, 경제학적 오류투성이라는 바른 지적이 이어지자 케인스 승수론까지 끌어들여 강변하는 모습은 더욱 논란을 키웠습니다.


▲ 원전 왜곡에서 시작된 치명적 오류


이 후보의 '호텔 경제학'은 댈러스 연준 의장 밥 맥티어의 '100달러 이야기'를 차용한 것입니다. 하지만 여기서부터 문제가 시작됩니다. 맥티어의 원전은 돈이 순환하며 '빚을 갚는' 상황을 풍자한 것으로, 실제 경제활동 없이 빚만 돌려 막는 상황의 허구성을 꼬집은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이재명 후보는 이 취지를 완전히 뒤바꿔 돈이 돌면서 '상권에 활기가 돈다'는 긍정적 효과가 발생한 것처럼 묘사합니다. 여행객의 10만 원은 '빌려 쓴 돈'일 뿐, 마을에 새로 유입된 '가치 창출의 돈'이 아닙니다. 만약 여행객이 환불을 요구하면, 돈을 써버린 마을 사람들은 서로 빚을 돌려 막다가 결국 모두에게 ‘빚이라는 그림자’만 남게 됩니다. 이는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는 것이 아니라, 착각에 불과합니다.


▲ '케인스 승수론'의 오용, 생산 없는 순환의 한계


논란이 커지자 이 후보는 "돈이 돌면 승수 효과가 생긴다"며 케인스 승수론을 방패 삼았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경제학적 논리를 심각하게 오용한 것입니다.


케인스 승수 효과는 새로운 돈이 경제에 투입되어 생산과 소비, 그리고 고용을 유발할 때 발생하는 파급 효과를 의미합니다. 정부가 다리를 건설하기 위해 100억 원을 지출하면, 이 돈이 건설 회사, 노동자, 자재 업체 등으로 흘러가 실제 재화와 서비스 생산을 늘리고 경제 전체의 규모를 키우는 것이 진정한 승수 효과입니다.


그러나 '호텔 경제학' 비유에서는 새로운 돈이 투입되지 않습니다. 단지 빚이 상환될 뿐, 새로운 생산 활동이나 부가가치 창출은 없습니다. 상품이나 서비스가 생산되지 않고, 그에 따른 소득도 발생하지 않으므로, 이 비유에서 승수 효과를 기대하는 것은 '제로섬 게임'을 '플러스섬 게임'으로 착각하는 것과 같습니다.


오히려 돈을 빌리고 갚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비용이 발생하여 전체 경제에 '마이너스 승수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생산 없는 순환은 경제 성장이 아니라, 재정 지출의 비효율성만을 초래할 뿐입니다.


▲ '호텔 경제학'의 현실판, 논란 속 정책 사례들


이처럼 허술한 '호텔 경제학' 비유의 문제는 비단 이론에 그치지 않습니다. 최근 이재명 후보와 관련하여 논란이 되었던 여러 사안들이 바로 이 '호텔 경제학'의 현실판, 즉 새로운 가치 창출 없이 돈만 돌거나, 손실을 가린 채 포장된 정책 사례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시흥 거북섬 웨이브파크: 막대한 예산 투입에도 기대 이하의 경제 효과와 혈세 낭비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돈은 돌았으나, 실질적인 수요와 지속 가능한 수익이 없었던 '호텔 경제학'의 부실한 결과물입니다.


'120원 커피 원가' 발언: 제품의 실제 가치를 훼손하고, 복잡한 생산 및 유통 과정을 단순화하여 왜곡한 무책임한 발언입니다. 재화 생산의 실질적 부가가치 창출 과정을 무시한 '호텔 경제학'적 단순 논리의 위험성을 보여줍니다.


대장동 개발: 공공의 이익이라는 명분 아래 특정 집단에게 막대한 이익이 돌아가고 손실과 특혜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새로운 가치 창출'이 아닌 '기존의 파이를 나눠 가지는' 과정에서 불투명성과 부작용이 얼마나 클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지역화폐와 기본소득: 물론 소상공인 지원과 소비 진작이라는 긍정적 취지는 인정하지만, 재정 투입이 실제 생산과 고용을 얼마나 유발하는지에 대한 면밀한 분석 없이 '돈이 돌면 활성화된다'는 식의 접근은 위험합니다. 새로운 재원 마련 방안 없이 돈을 풀 경우, 미래 세대의 빚이나 인플레이션이라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어 '공짜 점심은 없다'는 경제학 기본 원칙을 간과한 '호텔 경제학'의 확장판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습니다.


▲ 무지보다 위험한 강변, 그리고 비민주적 침묵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이재명 후보가 이러한 경제학적 오류에 대한 지적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고 강변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 것인데 이해를 못 한다", "10만 원이 열 바퀴 돌면 100만 원 되는 거다" 등의 발언은 경제 현상에 대한 단편적이고 왜곡된 이해를 보여줍니다.


정치인의 경제 정책은 국민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에, 기초적인 경제 원리에 대한 무지는 큰 문제지만, 그 무지를 인정하지 않고 엉터리 비유를 맹목적으로 고집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심각한 문제입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이재명 후보 주변의 조직과 전문가들의 침묵입니다. 정책을 보좌하고 자문해야 할 전문가 집단이 후보의 명백한 경제학적 오류를 바로잡기는커녕, 침묵하거나 심지어 옹호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매우 실망스럽습니다. 이는 단순히 판단 착오를 넘어, 건전한 비판과 토론이 실종된 비민주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엿보게 합니다.


'감히 바른 소리를 할 수 없는' 분위기가 만연해 있다면, 이는 리더십의 독선과 불통을 의미합니다. 조직 내에서 비판적인 의견이 묵살되거나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인식이 있다면, 그 어떤 전문가도 용기 있게 진실을 말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이러한 정당 구조는 잘못된 정책이 걸러지지 않고 그대로 추진될 위험을 높이며, 결국 국민에게 고스란히 그 부담이 전가됩니다. 이는 한 개인의 발언 오류를 넘어, 민주적 절차와 정책 형성의 합리성을 위협하는 구조적 문제로 비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후보가 대통령이 되어 대한민국의 경제 등 모든 정책을 이런 식으로 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조차 하기 싫습니다. 다행히 이재명 후보의 무지, 강변 그리고 호텔경제학의 현실판이 드러나고 측근 전문가들이 아무런 직언을 못하는 상황을 적나라하게 본 국민들이 이번 대선에서 올바른 판단을 하리라 봅니다.


칼럼니스트 박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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