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법치를 모두 허무는 우를 범하지 마라!
차라리 고백하고 책임져라. 권력은 책임과 함께 온다. 그 책임을 회피하려는 순간, 권력은 독재가 된다. 이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변하지 않는 진리다.
6월 18일로 예정된 공직선거법 서울고법이 현직 대통령은 내란·외환죄를 제외하고 형사소추를 받지 않는다는 헌법 84조를 근거로 들어 사실상 중단했다. 그리고 12건 혐의로 진행 중인 5건의 재판도 무기한 중단 되는 수순을 밟고 있는 중이다.
또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각종 입법들이 연일 논란이 되고 있다. 공직선거법 개정안에서 허위사실공표죄의 '행위' 구성요건을 삭제하고, 형사소송법을 개정해 대통령 재임 중 재판을 중지하며, 대법관 수를 현재 14명에서 30명으로 늘리겠다는 법안들이다. 야당과 언론은 이를 '방탄 입법'이라고 부르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중요한 사실이 하나 있다. 방탄복을 입는 사람은 총알이 날아올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는 점이다. 마찬가지로 이토록 촘촘하고 철저한 법적 방어막을 구축하려는 정치인은 자신에게 법적 책임이 있음을 스스로 인정하고 있는 것과 다르지 않다.
진행 중인 재판 중단, 면소법 추진 등 각종 방탄조치는 죄가 있다고 자백하는 일과 다름없다. 무고한 사람이라면 굳이 이런 복잡하고 논란이 될 수밖에 없는 입법을 서둘러 추진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는 범죄 혐의에 대한 변명이 아닌 사실상의 유죄 고백이나 마찬가지다.
우리나라는 헌법 제1조에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그리고 이 민주공화국의 토대는 삼권분립이다. 입법부는 법을 만들고, 행정부는 법을 집행하며, 사법부는 법을 해석하고 적용한다. 이 세 권력이 서로를 견제하고 균형을 이룰 때 비로소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한다.
그런데 지금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상황은 어떤가. 입법부가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 개인을 보호하기 위해 법을 고치고 있다. 사법부의 판단과 권위에 정면으로 도전하면서 법원조직법까지 바꾸려 하고 있다. 이는 삼권분립이라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를 정면으로 위배하는 행위다. 국민의힘이 "삼권분립이 사망했다"라고 비판하는 것도 결코 과장된 표현이 아니다.
자유민주주의 작동의 기본 축인 법치주의를 대통령 한 개인을 위해 무너뜨리면 이 대통령이 하는 무슨 일도 이제 정당화할 수 없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런 일이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새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가장 먼저 추진하는 일이 대통령 개인의 사법리스크를 해소하는 것이라니, 이보다 더 노골적인 이기주의가 어디 있겠는가. 이미 켜켜이 쌓인 죄에 더 무거운 새로운 죄를 추가하는 일이다.
법치주의의 핵심은 "법 앞의 평등"이다. 신분이나 지위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이 법 앞에서는 동등하게 취급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왕정과 공화정을 구분하는 결정적 차이점이기도 하다.
그런데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을 보면 어떤가. 일반 국민은 법을 어기면 당연히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진다. 아무리 사소한 교통법규 위반이라도 벌금을 내고, 좀 더 심각한 범죄를 저지르면 법정에 서서 판결을 받는다. 그런데 유독 대통령만은 예외가 되어야 한다는 것인가. 대통령이라는 지위가 법 위에 있다는 것인가.
이런 식으로 특별한 지위에 있는 사람을 위해 특별한 법을 만든다면, 그것은 더 이상 법치주의가 아니라 특권주의다. 대한민국은 '짐이 곧 국가인 총통제, 미개한 국가'가 된다. 조선시대 양반들이 형벌을 면제받던 것과 무엇이 다른가. 우리가 그토록 열망했던 근대적 법치국가의 모습이 이런 것이었나.
이재명 대통령에게 묻고 싶다. 정말로 떳떳하다면 왜 이토록 복잡하고 논란이 많은 방법을 택하는가. 왜 당당하게 법정에서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려 하지 않는가. 진실은 언제나 가장 단순하고 명료한 법이다.
차라리 고백하라. 대통령직 열심히 하고 처벌을 달게 받겠다고. 만약 대통령이 정말로 국민을 사랑하고 나라의 미래를 걱정한다면, 이렇게 말하는 것이 어떨까. "제가 과거에 저질렀을지도 모르는 잘못이 있다면 그것을 인정하겠습니다. 지금은 오직 국가와 국민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고, 임기가 끝나면 마땅한 책임을 지겠습니다." 이런 솔직하고 당당한 모습이야말로 진정한 리더의 자세가 아닐까.
진정한 용기는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책임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진정한 리더십은 자신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원칙을 지키는 것이다. 역사상 존경받는 지도자들은 모두 개인의 안위보다 공동체의 가치를 우선했다.
그런 용기마저 없다면 지금은 영(令)이 먹히는 듯 보이지만 오래지 않아 그 누구도 따르지 않을 것이다. 법치주의를 스스로 파괴한 권력자가 어떻게 국민들로부터 진정한 존경과 신뢰를 얻을 수 있겠는가. 원칙을 저버린 지도자의 명령에 누가 진심으로 복종하겠는가.
결국 이런 식으로 권위를 잃은 권력자가 사용할 수 있는 도구는 제한적이다. 쓸 수 있는 무기는 탄압과 포퓰리즘 외는 없어 보인다. 법적 정당성을 잃은 권력은 물리적 강제력이나 일시적 인기몰이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것이 바로 독재의 시작이다.
방탄 입법이 정말로 위험한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선례를 남기기 때문이다. 오늘 이재명 대통령을 위해 법을 고치면, 내일은 또 다른 권력자가 자신을 위해 법을 고칠 것이다. 그다음 날에는 또 다른 사람이 같은 방법을 사용할 것이다.
한 번 무너진 원칙은 다시 세우기가 매우 어렵다. 한 번 열린 판도라의 상자는 다시 닫기 힘들다. 지금 우리가 허용하는 예외가 앞으로 수십 년간 대한민국 정치의 관행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이재명이라는 개인이 아니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와 민주주의라는 제도 자체다. 한 사람의 편의를 위해 모든 국민이 지켜야 할 원칙을 포기할 수는 없다.
영국의 역사학자 액턴 경이 남긴 "권력은 부패하고, 절대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말을 우리는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절대 권력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 오늘도, 내일도, 그리고 영원히 말이다. 역사는 우리의 선택을 기록할 것이다. 그리고 후손들은 우리가 민주주의를 지켰는지, 아니면 포기했는지를 판단할 것이다. 그 판단 앞에서 부끄럽지 않은 선택을 하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