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규백 발언과 대통령실 해명이 보여주는 이재명 정부의 진짜 속셈
대한민국이 위험한 갈림길에 서 있다. 이재명 정부 출범 한 달여 만에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안보 정책 행보는 70년간 대한민국을 지켜온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2025년 7월 15일 국회 국방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이재명 정부 임기 중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안다"며 "임기 내 전환을 완료하는 것이 목표"라고 공언한 것에 대해, 같은 날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강유정 대변인이 "후보자 개인 의견"이라며 거리를 둔 일은 정부 내 소통 부재를 넘어 의도적 투트랙 전략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2025년 7월 14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터져 나온 정동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의 연이은 발언들이다.
그는 먼저 "북한이 대한민국의 주적이라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 북한은 우리의 '위협'이다"라고 밝혔다. 국방백서에 명시된 주적 개념을 부정하는 것도 모자라, "2010년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에 이명박 정부의 강경 정책이 일부 원인 제공한 측면이 있다는 뜻이냐"는 질의에 "그렇다"라고 답했다. 이는 46명의 장병이 희생된 도발 사건을 우리 정부 탓으로 돌리는 심각한 역사 인식 문제를 드러낸다.
이재명 대통령의 과거 발언을 보면 전작권에 대한 그의 일관된 의지를 읽을 수 있다. 2021년 12월 30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토론회에서 그는 "최대한 신속하게 전시작전권을 환수해야 한다"며 "독립 주권국가가 군사작전권을 타국에 맡기고 있는 예가 전 세계에 없지 않으냐"라고 전작권 환수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는 한반도의 특수한 지정학적 현실과 북한의 핵 위협을 간과한 위험한 발상이다.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를 자주국방의 상징으로 포장하는 것은 국민을 현혹하는 기만일 수 있다. 한미 양국이 합의한 전작권 전환 조건은 약 150가지에 달하며, 이 중 약 90%를 달성했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나머지 10%가 바로 핵심 역량들이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방어를 위한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 선제타격 능력인 킬체인(Kill Chain), 그리고 통합지휘체계 구축 등이 그것이다.
한국국방연구원의 2013년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위해서는 정보·감시·정찰(ISR) 자산, 정밀타격 능력, 미사일 방어 체계 등 핵심 역량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능력들을 완비하기 위해서는 최소 50조 원 이상의 추가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지휘통일의 원칙이 깨질 때 발생할 수 있는 혼란이다. 1994년 이라크 상공에서 발생한 미군 F-15의 유엔 헬기 오인격추 사건은 지휘체계 혼선이 얼마나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는지 보여주는 교훈이다.
안규백 후보자의 "임기 내 전작권 전환" 발언에 대해 대통령실이 "후보자 개인 의견"이라며 선을 그은 것은 정부 내 소통 부재를 넘어서는 문제다. 강유정 대변인은 "전작권 환수는 저희 정부가 갑자기 꺼낸 문제가 아니고, 목표 시한은 정하지 않았다"며 "철저한 보고와 검토 과정에 있다"라고 신중한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발언 불일치는 동맹국 간의 신뢰에 기반한 안보 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훼손할 수 있다. 미국은 한국 정부의 실제 의도를 파악하기 어려워하고 있으며, 이는 한미동맹의 근본적 신뢰 기반을 흔들 가능성이 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이재명 대통령의 과거 발언들에서 드러나는 반미 의식이다. 2021년 7월 "친일 세력들이 미 점령군과 합작해서 지배체제를 그대로 유지했다"라고 언급하거나, 같은 해 11월 "한국이 일본에 합병된 이유는 미국이 가쓰라-태프트 밀약을 통해 승인했기 때문"이라고 발언한 것에서 주한미군을 '점령군'으로 보는 시각이 엿보인다.
전작권 이양은 1953년 7월 이승만 대통령이 맥아더 원수에게 보낸 편지 한 통으로 이루어진 역사적 결단이었다. 당시 이승만 대통령은 "전작권을 줬을 때도 우리가 갖다 줬으니 받을 때도 우리가 받아올 거요"라며 북진 명령서를 결재했지만, 동시에 전작권을 미국에 이양함으로써 한미동맹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이는 단순한 굴복이 아니라 한국이 자발적으로 전작권을 이양하여 미군의 지속적 주둔과 방위공약을 확보한 고도의 전략적 선택이었다.
미군이 한국을 점령할 위협이 없는 한,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은 대체 불가능한 한국의 주요 자산이다. 실제로 브루킹스 연구소의 마이클 오핸론 연구원은 2022년 발표한 연구에서 "미국이 한반도 전쟁 대비를 위해 연간 투입하는 비용은 한국 국방예산의 약 3배에 달한다"라고 분석했다. 이는 단순히 돈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의 전략적 의지와 억지력의 크기를 보여준다.
한국의 현실을 냉정히 보면, 없는 미군도 끌어와야 할 형편이다. 중국의 군사적 부상과 북한의 핵 위협이 현실화된 상황에서 한미동맹은 단순한 군사협정을 넘어 자유민주주의 진영의 핵심 안보 축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현재와 같은 안보 환경에서 한미동맹의 가치는 더욱 커지고 있다.
정동영 후보자가 "북한이 대한민국의 주적이라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라고 한 발언은 국가 안보의 기본 원칙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다. 국방백서에서 북한을 주적으로 명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이를 부정하는 것은 군대의 존재 의의와 정신무장, 안보 인식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북한은 지난 75년간 대한민국을 상대로 1,500건 이상의 크고 작은 도발을 감행해 왔다. 6·25 전쟁으로 시작해서 1968년 1·21 청와대 습격사건, 1976년 판문점 도끼만행사건, 1987년 KAL기 폭파사건, 2010년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에 이르기까지 북한의 적대 행위는 일관되게 지속되어 왔다. 이런 명백한 현실을 외면하고 '위협'이라는 모호한 개념으로 대체하는 것은 군의 경계태세와 장병의 대적관 확립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천안함·연평도 사건을 우리 정부의 "강경 정책" 탓으로 돌리는 것은 더욱 심각한 문제다. 2010년 3월 26일 천안함 폭침으로 46명의 우리 장병이 목숨을 잃었고, 같은 해 11월 23일 연평도 포격으로 민간인 2명과 해병대원 2명이 사망했다. 국제조사단의 과학적 조사 결과 천안함 폭침이 북한의 어뢰 공격에 의한 것임이 명확히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우리 정부의 정책 탓으로 돌리는 것은 북한의 논리를 그대로 수용하는 것이다.
북한의 도발은 남한 정부의 정책 성향과 무관하게 자신들의 전략적 목적에 따라 이루어져 왔다는 것이 역사적 사실이다. 김대중 정권(1998~2003) 시기에도 '대포동 1호' 미사일 발사(1998), 제1 연평해전(1999), 제2 연평해전(2002) 등 다양한 도발이 발생했다. 2000년 남북 정상회담과 햇볕정책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도발이 지속된 것은 정동영 후보자의 논리가 얼마나 허구적인지를 보여준다.
전작권 환수, 종전선언, 미군철수는 독립적 사안이 아니라 서로 연결될 수 있는 우려스러운 연쇄 반응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2021년 11월 30일 한미동맹재단 콘퍼런스에서 "종전선언은 안보 태세를 이완시키고 북한에 유엔 사령부 해체와 주한미군 철수 주장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조선일보가 2025년 7월 11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이재명 정부의 대미 특사가 "한반도 종전선언"을 추진하려 미국에 간다고 했다.
중국은 한미동맹 약화를 통해 동북아시아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확대하려 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이 강조하는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은 과거 중화제국의 조공 체제를 현대적으로 재현하려는 의도로 해석될 수 있다. 한국이 전작권 환수와 종전선언을 통해 한미동맹을 약화시킨다면, 중국은 이를 한반도를 자신의 영향권으로 편입시킬 기회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1992년 1월 노태우-부시 대통령 간 '팀 스피릿' 훈련 중단 합의가 10개월 후 뒤바뀌면서 북한이 NPT 탈퇴를 선언했고, 이것이 현재까지 이어지는 북핵 문제의 출발점이 되었다. 당시 북한은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대가로 남북기본합의서와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에 합의했지만, 훈련 재개 발표 직후 모든 합의를 파기했다. 이는 북한이 평화적 제스처를 자신들의 전략적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만 활용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교훈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먼저 전작권 전환 논의는 명확한 조건 충족을 전제로 해야 한다. 전작권 반환은 미국의 공백을 메우는 최소한의 수준이 아니라 압도적인 우위를 확보한 다음에야 가능하다.
북핵 위협의 실질적 해소와 한국군의 핵심 역량 완비가 선행되어야 하며, 킬체인(Kill Chain) 체계의 완성,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의 구축, 그리고 우리 군의 독자적 정보·감시·정찰(ISR) 능력 확보가 필수적이다. 정부는 이러한 전작권 전환 조건에 대한 객관적 평가 결과를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한미동맹은 고정된 구조가 아니라 변화하는 안보 환경에 따라 진화해야 한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한국이 적극적으로 동참하여 한미동맹의 전략적 가치를 높이되, 이는 단순한 방위협력을 넘어 글로벌 파트너십으로 발전시키는 방향이어야 한다. 동시에 한국은 미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에서 벗어나 자주적 방위능력을 강화해야 하지만, 이는 동맹을 약화시키는 방향이 아니라 동맹 내에서 한국의 역할과 책임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북한 문제에 대해서는 환상적 기대보다는 현실적 접근이 필요하다. 북한의 핵 포기 의지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억지와 봉쇄를 통해 북한의 추가 도발을 막는 것이 현실적 목표다. 이를 위해서는 한미일 안보협력을 강화하고,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를 철저히 이행해야 한다. 대화와 협상은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 조치를 취할 때 비로소 의미가 있다.
대한민국은 지금 중요한 선택의 순간에 있다. 70년간 우리가 누려온 자유와 번영, 그리고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키기 위해서는 신중하면서도 원칙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 정동영 후보자의 "북한은 주적이 아니다"라는 발언과 천안함·연평도 사건에 대한 인식, 그리고 전작권 환수를 둘러싼 정부 내 발언 불일치는 모두 우리 안보 정책의 일관성과 신뢰성에 대한 우려를 제기한다.
전작권 환수와 종전선언이 평화와 자주의 이름으로 추진될 수 있지만, 충분한 준비와 조건 없이는 오히려 안보 공백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지적한 대로, "힘을 기르고 한미동맹을 강하게 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고 이상적인 안보 정책"이다. 진정한 자주국방은 동맹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동맹 내에서 우리의 역할과 능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정부는 안보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국민과의 소통을 통해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 국민 역시 달콤한 구호에 현혹되지 말고 냉철한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우리의 안전과 자유를 지켜나가야 할 것이다. 자유민주주의는 한 번 잃으면 되찾기 어렵다는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