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슨주의를 알면 트럼프
다음 행동이 보인다

"한미관계, 이제 진짜 식탁에 오른다"

by 박대석

[표지사진: 백악관 홈페이지 캡처]


잭슨주의를 알면 트럼프 다음 행동이 보인다

"한미관계, 이제 진짜 식탁에 오른다"


트럼프 2.0 시대의 미국을 바라볼 때 잭슨주의(Jacksonianism)를 모르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한국에서 트럼프의 외교 노선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 인사는 의외로 드물고, 그의 움직임과 한미 간 통상전략의 본질을 놓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트럼프가 재집권하여 잭슨주의 노선을 본격 가동 했다. 한국은 기존 FTA의 동맹국 프리미엄은 자취를 감추고 일반 협력국 수준의 15% 관세와 LNG 구매가 포함된 4,500억 달러(한국 GDP의 24%)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게 됐다.


이재명 정부로선 '마이너스 프리미엄'을 피할 수 없었고, 미국에 비위를 맞추는 수동적 통상외교가 향후 4년간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양국 간 협상내용조차 제대로 공유되지 않는 상황, 그리고 "실제 협상은 이제 막 시작"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러한 배경 때문이다. 8월 중 열릴 한미정상회담의 중요성은 그래서 유례없이 부각되고 있다.


예일대학교 예산연구소에 따르면 현재 미국의 평균 실질 관세율은 16.6-18.2%로 1934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트럼프 집권 전 2024년 2.4%에서 7배 이상 급등한 수치다. 미국 의회예산처(CBO)는 새로운 관세 정책으로 향후 10년간 약 2-2.8조 달러의 정부 부채 감축 효과를 전망하지만, 동시에 경제성장률 둔화(연 0.06% p)와 인플레이션 상승(0.4% p) 등 부작용도 경고하고 있다.


그 배경을 이해하려면 트럼프 2.0 시대에 잭슨주의라는 미국 정치사상의 본질을 파악해야 전략적 대응이 가능하다.


▲ 미국 외교의 흐름과 잭슨주의의 부상


미국은 독립국가로서 19세기말까지 고립주의 기조를 유지하다, 20세기 들어 현실주의와 이상주의가 충돌하는 기간을 거쳤고, 1945년 이래로는 이상주의와 현실주의를 절충하려 애썼다. 그러나 이러한 혼합은 생각만큼 성공적이지 못했다. 외부 환경도 요인이지만 특히 국내 정치적 변화와 정파 간 갈등이 미국 외교의 방향성을 일관되지 못하게 만들었다.


월터 러셀 미드 바드대학 교수는 『신의 권세와 인간의 권세』에서 미국 보수주의 외교 노선이 하나가 아니라 네 가지 큰 흐름으로 복합되어 있다고 진단한다. 해밀턴식 현실주의(부국강병), 윌슨식 이상주의(미국적 이상과 원칙의 전파), 제퍼슨식 시민중심주의(전쟁 회피와 복지 중시), 그리고 포퓰리즘적 잭슨주의가 그것이다.


해밀턴주의 와 잭슨주의가 미국 보수진영의 주류를 이뤄왔고, 트럼프는 그중 명백한 잭슨주의자의 길을 걷고 있다. 미드 교수는 보수적 중재자의 소멸로 인해 해밀턴주의 와 잭슨주의 사이의 긴장과 갈등이 커졌다고 평가한다.


▲ 트럼프와 잭슨주의, 포퓰리즘, 자국우선, 그리고 강경 현실주의

[크기변환]1737426810560.jpg 앤드루 잭슨의 초상화가 걸려 있는 오벌 오피스에서 기자들과 대화하는 트럼프 미 대통령 / 사진: 짐 왓슨/AFP

트럼프는 잭슨주의의 화신과도 같다. 실제로 트럼프는 백악관 집무실에 7대 대통령 앤드루 잭슨의 초상화를 걸고, 자신의 정치 스타일이 잭슨주의와 닮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19세기 잭슨주의는 기존 지주와 엘리트 중심 정치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이 정치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내세웠다. 연방정부 기관과 은행의 힘을 제한하고 대통령 권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믿었으며, 서부 개척과 영토 확장에 적극적인 팽창주의였다. 하지만 백인 남성 중심주의와 원주민 강제 이주 등 부정적 유산도 남겼다.


트럼프 정치는 이런 잭슨주의 DNA를 그대로 물려받았다. "평범한 백인 남성 노동계층"을 옹호하고, 기존 정치·미디어 엘리트에 도전하며, 보호무역과 "미국 우선"을 강조한다. 다만 잭슨이 다수주의적 특징을 보인 반면, 트럼프는 교육 수준이 낮고 소외감을 느끼는 다양한 계층으로 확장된 "확대된 잭슨주의"를 보여준다는 차이가 있다.


결과적으로 잭슨주의는 명분보다 실리, 동맹보다 실익, 자유무역보다 자국산업 보호를 추구한다. 국제질서 유지비용을 거부하고, 필요시 자국 이익을 위해 강하게 압박한다. 이는 동맹국에게도 예외가 아니며, 경제적 실익이 확인될 때만 조건부로 접근하는 방식이다.


▲ 관세 전쟁의 현실과 한국의 딜레마


2025년 하반기 현재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실제로 어떤 결과를 낳고 있는지를 보면 잭슨주의의 민낯이 드러난다. 미국 정부의 관세 수입은 2025년 6월 280억 달러로 2024년 대비 3배 증가했다. 하지만 관세의 역설적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올해 3월 미국의 월간 상품 무역적자가 1,620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은 기업들이 관세 부과 전 재고를 비축한 일시적 현상이었다.


중국의 경우 대미 수출이 11% 감소한 반면, 인도·EU·영국·아세안으로의 수출은 각각 14%, 7%, 8%, 13% 증가했다. 중국 기업들이 미국을 우회하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셈이다. 이는 '관세 우회' 현상으로,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중국산 태양광 패널 관세 부과 후에도 나타났던 현상이다.


한국에 강력한 관세 압박에 상황은 더욱 복잡해진다. 일본과 비교해 보면 그 차이가 명확하다. 일본은 확실한 친미노선을 바탕으로 미일 2+2 장관급 회의를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전략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일본의 국방비는 2027년까지 GDP 대비 2%로 증액될 예정이며, 이는 나토 기준을 충족하는 수준이다.


반면 한국은 분단국가로서 북한 문제라는 특수성을 갖고 있고, 중국과의 경제적 연계도 깊다. 이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불리한 협상 위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 중국, 러시아, 중동, 일본과의 관계와 잭슨주의


트럼프의 대중국 정책은 관세, 기술통제, 투자제한 등 전방위 압박으로 요약된다. 지정학적 질서의 관리보다는 단기적 득실에 따라 접근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잭슨주의적 특성이 두드러지는데, 직접적 실익이 없으면 개입을 회피하고, 미국에 위협이 될 때만 단호히 대응한다. 이스라엘-이란 등 중동정책 역시 이스라엘 보호라는 가치투자가 아니라 미국 내 지지 기반, 자국민 위험관리라는 계산에 치우쳐 있다.


일본과 한국 등 동맹에 대해서도 "동맹국=특혜"라는 패러다임은 완전히 사라졌다. 방위비 분담, 주한미군 역할, 각종 대미 경제투자까지 차례로 압박대상에 올라있다. 특히 한국에 대해선 정권의 성향에 따라 차별적 대우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전략적 이해와 한국의 정치적 스탠스가 맞지 않을 때는 협상력 약화, "불리한 관세+투자 약속+방위비 증가"라는 3중고가 현실이 될 수 있다.


▲ 보이지 않는 협상력, 통상외교의 부재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한국에 관세 압박에 관세 인상, LNG-방산-반도체 등 특정 산업의 투자 약속, 그리고 FTA 혜택 축소는 "한국이 미국 시장에 들어오려면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는 잭슨주의 원칙이 고스란히 적용된 결과가 될 것이다. 한국 통상외교의 전략 부재, 아부와 비위 맞추기에 가까운 대응으로는 헤게모니 국가의 단기적 이익추구 공격을 막아낼 수 없다.


만약 한미 FTA의 0% 자동차 관세가 15-25%로 급등한다면 한국은 오히려 일본·EU 대비 가격경쟁력 우위를 상실하게 된다. 현대자동차그룹 기준으로 관세 25% 적용 시 월 3,500-4,500억 원의 손실이 예상되며,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액에서 최소 20-30%의 매출 감소가 우려된다.


반대의견도 있다. 콜럼비아대학의 제프리 삭스 교수는 "미국의 일방주의적 무역정책은 장기적으로 미국 자신의 고립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내 정치적 변화, 국제 통상 판결, 유권자 피로감 등 불확실성도 변수다. 하지만 트럼프가 백인 노동계층이라는 확고한 지지 기반을 갖고 있고, 실제로 관세 수입이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최소한 4년간은 잭슨주의 노선을 고수할 공산이 높다.


▲ 한미정상회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필자 작성

트럼프와 이번 예정된 한미정상회담이 열린다면, 이는 '진짜 협상'의 시작이 될 것이다. 통상외교의 기본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구체적으로는 다음 네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 방위비 분담과 주한미군 문제를 단순 비용이 아니라 동북아 전체 안보의 틀 속에서 재조정해야 한다. 잭슨주의는 단기적 비용-효과만을 따져 계산하지만, 동맹의 안정성이 미국에도 실익임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

미국이 부담하는 비용 대비 한반도 안정 유지를 통한 중국 견제 효과를 수치화하는 방안 등을 제시해야 한다.


둘째, 관세 및 투자 압박에 대한 대안적 협상카드를 준비해야 한다. 대미 투자와 LNG 구매 등 사안에 대해선 '상호 호혜' 원칙, 법적 규제, 국제 통상 기준 등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조선업 협력 요구를 활용하여 한국의 조선 기술력을 대중국 해상패권 견제의 핵심 자산으로 포지셔닝하는 것도 중요하다.


셋째, 국내 정치적 합의 없이는 트럼프식 "미국우선주의" 앞에 방어막을 치기 어렵다. 외교와 통상, 안보 전략이 총체적으로 결합되어야 한다. 정권의 이념 성향과 관계없이 국익 중심의 대응전략을 개발해야 한다.


넷째, 필자가 제안한 '주한미군 북한 분산배치' 방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당장 당사자인 북한을 비롯하여 중국, 일본, 러시아 등의 협조가 필요한 방안이지만 시도할 만하다. 통미봉남으로 미국과 직거래를 원하는 북한과 단기적인 비핵화 등 큰 성과를 원하는 트럼프 입장에서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당장 추진이 안되더라도 한국으로서는 무위험 고수익 전략이다. 북한의 10조 달러 가치 지하자원을 미국 자유무역 시스템에 편승시키되, 미군 분산배치로 안보를 보장한다는 파격적 구상은 트럼프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 투자 약속과 실행, 그 현실적 고려사항


대미 투자 확대는 불가피한 선택이 될 가능성이 높지만, 그 규모와 조건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투자 약속과 실제 집행 사이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으며, 특히 민간 기업의 투자 의향과 실제 투자 사이에는 경제적 타당성, 기술 유출 위험, 투자 수익률 등 다양한 변수가 작용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분석에 따르면 대규모 해외 투자는 국내 민간투자를 일정 부분 위축시킬 수 있는 크라우딩 아웃 효과가 있지만, 동시에 해외 자산 증대를 통한 장기적 수익 창출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투자 규모보다는 투자의 질과 상호 호혜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의 조선업 협력 요구가 부각되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긍정적이다. 중국과의 패권경쟁에서 해상 우위를 확보하려는 미국에 한국의 조선 기술력은 매우 매력적인 카드다. 다만 국내 조선산업 일자리 등 감소에 대한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


▲ 성공을 위한 현실적 조건들


이 전략이 성공하려면 트럼프 잭슨주의의 특성을 정확히 파악한 투트랙 접근법이 핵심이다. 트럼프는 백인 노동계층을 포함한 확대된 지지 기반에게 즉각적인 "승리"를 보여줘야 하는 정치적 압박과 동시에 실질적 경제 이익을 확보해야 하는 이중 과제를 안고 있다. 따라서 한국의 대응도 겉모습용 단기 성과와 속내용의 장기 상호이익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치밀한 설계가 필요하다.


발표용 패키지 차원에서는 트럼프가 즉석에서 성과로 어필할 수 있는 가시적 요소들을 준비해야 한다. "역사적 규모의 대미 투자 약속"이나 "미국 일자리 창출 기여" 같은 임팩트 있는 메시지와 수치가 그것이다. 이는 트럼프가 소셜미디어에 올리기 좋은 "딜의 기술" 스토리라인을 제공하면서, 그의 지지층에게 가시적 성과를 보여주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실행용 세부사항에서는 상호 호혜적 조건과 단계적 이행을 통해 한국의 실익을 보장해야 한다. 투자 시기를 장기간에 걸쳐 분산하고 경제 여건에 따른 조정 여지를 확보하며, 한국 기업의 기술력과 수익성을 보장하는 조건부 투자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동시에 미국의 한국 투자나 기술 협력 등 맞교환 조건도 포함시켜 진정한 윈-윈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


국내 정치적으로는 야당과의 초당적 합의를 통한 협상 동력 확보, 농업계·노동계와의 사전 조율을 통한 사회적 갈등 최소화가 필요하다. 실행 체계로는 청와대 내 한미관계 전담팀 신설과 민간 전문가 자문단 구성을 통한 다각적 검토가 요구된다. 특히 트럼프 잭슨주의의 예측 불가능성을 고려할 때, 협상 과정에서의 즉각적 대응 능력과 유연성 확보가 중요하다.


메시지 관리 차원에서는 국내외 동시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핵심이다. 대외적으로는 트럼프가 원하는 성과 스토리를 제공하되, 대내적으로는 국익 보호와 상호 호혜성을 강조하는 이중 메시지 전략이 필요하다. 중국에 대해서도 적절한 사전 설명을 통해 불필요한 갈등을 예방해야 한다.


▲ 역사적 전환점에서의 현명한 선택


결국 트럼프 재집권 시 열릴 한미정상회담은 한국이 '트럼프 시대'의 새로운 질서에 적응할 수 있느냐를 결정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려면 기존의 관성에서 벗어난 창의적 사고가 필요하다. 필자가 제시한 주한미군 북한 분산배치 전략은 그러한 창의적 사고의 한 사례로, 비록 현실적 제약이 크지만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알렉산더가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단칼에 잘라서 아시아의 지배자가 되었듯이, 한국도 기존의 고정관념을 깨고 새로운 해법을 모색해야 할 때다. 다만 그 해법은 현실적 실현 가능성과 리스크 관리 방안을 충분히 고려한 것이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트럼프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소통하는 것이다. 이념보다는 실익을, 원칙보다는 결과를 중시하는 트럼프의 특성을 정확히 파악한 맞춤형 전략만이 한국의 국익을 지킬 수 있다. 동시에 한국의 전략적 가치를 인정받으면서도 과도한 양보를 피하는 균형감이 필요하다.


한국인은 5천 년 역사를 통해 위기를 기회로 전환해 온 저력을 가지고 있다. 임진왜란 때 이순신이 명량대첩에서 13척으로 133척을 물리쳤고, 한국전쟁의 폐허에서 세계 10위 경제대국으로 성장했으며, 1997년 외환위기를 극복하고 IT 강국으로 도약했다. 이제 그 지혜를 모아 21세기 새로운 도전에 맞서야 할 시간이다.


트럼프와 잭슨주의를 안다는 것은 곧 "미국의 다음 행동, 한미관계의 다음 위기"를 예측할 수 있는 힘이다. 표면적으로 보이는 아부나 협약 서명 이면에 숨은 현실주의적 압박을 읽어낼 때, 진짜 협상이 비로소 시작된다. 한국이 그 주체가 되지 못한다면, 앞으로의 4년은 더욱 거친 파도가 될 것이다. 그 거대한 도전 앞에서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은 과거의 관성이 아니라 미래를 향한 창의적 전략이다.


칼럼니스트 박대석



참고자료1

월터 러셀 미드(Walter Russell Mead) 바드대학 교수는 저서 『신의 권세와 인간의 권세』(원제: God and Gold) 및 대표작 『Special Providence』(국내 번역명: 『특별한 섭리』 등)에서 미국 외교정책의 복잡성을 설명하기 위해 ‘네 가지 전통/흐름’(four traditions)을 제시, 그 네 가지는 다음과 같이 분류된다.


해밀턴주의(Hamiltonian): 상업과 국부의 보호, 미국의 글로벌 파워 구축을 위한 부국강병과 국제질서 설계(현실주의).

윌슨주의(Wilsonian): 도덕적 원칙을 강조하며 민주주의와 인권, 미국식 이상(ideal)의 전파(이상주의).

제퍼슨주의(Jeffersonian): 미국 민주질서 및 시민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해외 개입을 최소화하고, 국내 복지에 중점을 두는 시민주의.

잭슨주의(Jacksonian): 대중(팝퓰리즘), 무력에 기초한 미국 우선주의, 강경 현실주의, 명예와 안보를 강조하는 민족주의적 전통.

이 네 가지는 모두 미국 보수주의(특히 공화당)의 대외정책 내에서 각각 일정한 흐름이나 논리로 자리 잡았으며, 미드는 이들 흐름이 상호 충돌하고 경쟁하면서 미국 외교의 변화와 성과를 낳았다고 평가했다.


즉, “해밀턴식 현실주의, 윌슨식 이상주의, 제퍼슨식 시민주의, 잭슨식 포퓰리즘·현실주의”라는 내용은 미드 교수의 저작 및 강연에서 반복적으로 언급되는 대표적 이론이며 국내외 연구자와 정책담당자들도 미국 외교의 유형별 분석틀로 널리 인용하고 있다.


참고자료2 (미국외교는 왜 실패하는가/문정인) P188-190 중


대망의 마지막은 사람들이 도널드 트럼프와 연관 짓는 학파입니다. 트럼프의 책사 역할을 했던 스티브 배넌이 앤드류 잭슨에 대한 저의 글을 읽고 트럼프를 잭슨주의자로 규정한 바 있습니다. 실제로 도널드 트럼프는 우리와 같이 앤드류 잭슨의 묘지를 방문했고, 그의 집무실에 앤드류 잭슨의 초상화를 걸어놓기도 했습니다. 트럼프와 그 지지자들은 잭슨주의의 깃발을 드높게 내세웠지요.


스티브 배넌은 제가 잭슨주의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놀랐던 것 같아요. 학자가 특정 사상가를 연구한다고 해서 반드시 그 사상을 공유할 필요는 없지요.


어쨌든 잭슨주의자들은 포퓰리스트 집단입니다. 그들은 대기업을 신뢰하지 않아요. 그들은 큰 정부를 신뢰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군 장교들도 신뢰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사병(징집병)과 자원봉사자들을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들은 금색 띠를 두른 모자를 쓴 펜타곤의 멋진 장교들에 대해 의구심을 갖습니다. 최근 사람들이 '깨어 있는 장군'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겁니다. 이것은 민병대에 대한 깊은 지지와 기득권 장교 계급에 대한 포퓰리스트들의 의심을 반영합니다.


잭슨주의자들은 정부를 매우 의심합니다. 그들은 모든 정치인이 부패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들이 지지하는 정치인이 부패했다고 말하면 그들은 그렇다고 말합니다. 그들은 도널드 트럼프가 기소된 이유는 그가 미국에서 유일한 부패 정치인이기 때문이 아니라 기득권 엘리트들이 그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답변합니다. 그래서 그들이 트럼프를 표적 기소했다고요. 이것은 정부와 정규직 공무원에 대한 포퓰리즘적인 불신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지요. 여러분도 들어보신 적 있을 겁니다만, 그들은 이를 (정부와 정규직 공무원들의) '딥 스테이트’라고 부릅니다.


제퍼슨주의자들과 마찬가지로 잭슨주의자들도 인권이나 민주주의 등 특정 가치를 내걸고 해외에서 십자군 전쟁을 전개하는 데 반대합니다. 그들은 자유무역에 기반한 세계질서 구축에도 관심이 없습니다. 그들의 생각은 다른 나라가 미국을 공격하지 않는 한 더불어 공존하면 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다른 나라가 미국을 공격하면 그때는 단호하게 그들에 맞서야 합니다. 9·11 테러 이후 잭슨주의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고, 조지 부시를 따라 이라크에 참전했습니다. 일본의 진주만 공격이 있은 후 잭슨주의 미국은 수천 마일 떨어진 일본과 기꺼이 싸웠습니다. 전쟁 중 미군은 도쿄의 민간인 거주 지역에 소이탄을 투하, 8만 명 이상의 일본인이 사망했습니다. 하룻밤 사이에 한 지역의 거의 모든 민간인이 폭격으로 희생된 거죠. 나가사키나 히로시마도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잭슨주의자들은 조국이 공격을 받으면 벌집에서 벌이 나오듯 공격자를 쏘아 죽이고 싶어 합니다.


도널드 트럼프는 바로 이런 종류의 민족주의 (nationalism)에 호소하고 있는 것이지요. 사실 그의 정책은 때로는 제퍼슨주의적이고, 때로는 잭슨주의적인 경향을 보입니다. 제 강의는 이 정도에서 끝내고 여러분과의 대화에서 이 사안들을 더 심도 있게 이야기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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