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재판부 논란,
헌정질서와 사법독립 훼손

나치 독일의 국가특별법원(Volksgerichtshof) 사례 등

by 박대석

[표지: 필자가 whisk로 생성한 이미지]


특별재판부 논란, 헌정질서와 사법독립 훼손

나치 독일의 국가특별법원(Volksgerichtshof) 사례 등


▲ 특별재판부 설치 논의의 배경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내란특별재판부 설치는 한국 사법사에서 극히 이례적인 시도다. 전현희 민주당 3대 특검 종합대응 특별위원장은 "사법부가 국민의 신뢰를 잃은 상황에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며 내란사건 전담 특별재판부 설치를 공식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 구속영장 기각 등 일련의 사법부 판단에 대한 불만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현재 발의된 내란특별법안의 핵심 내용을 살펴보면, 내란 사건에 대한 1심·2심 재판을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법에 설치한 특별재판부가 전담하도록 하되, 재판 기간을 각각 3개월 이내로 단축하고 있다. 특히 대법관 14명 중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한 9명을 내란 재판 관련 직무에서 배제한다는 '법관 제척'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


속내는 자신들이 만든 특검을 시켜 수사하고, 자신들이 만든 특별재판부에서 재판하여 정치보복을 넘어 야당과 반대세력을 말살하려는 의도다.


▲ 헌법적 쟁점과 위헌성 논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둘러싼 가장 근본적인 쟁점은 헌법적 정당성이다. 장영수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헌법상 인정되는 특별법원은 군사법원뿐"이라며 "그 외의 특별법원 또는 헌법상 근거 자체가 없는 특별재판부는 위헌 소지가 크다"라고 지적했다.


헌법 제27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라고 명시하고 있으며, 같은 조 제2항은 "군인 또는 군무원이 아닌 국민은 대한민국의 영역 안에서는 중대한 군사상 기밀·초병·초소·유독음식물공급·포로·군용 물에 관한 죄 중 법률이 정한 경우와 비상계엄이 선포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군사법원의 재판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특별법원의 설치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헌법 제110조에서도 "군사재판을 관할하기 위하여 특별법원으로서 군사법원을 둘 수 있다"라고 명시해 군사법원만을 예외적으로 인정하고 있을 뿐이다.


▲ 법 앞의 평등 원칙과 사법접근권


특별재판부 설치가 제기하는 또 다른 중대한 문제는 법 앞의 평등 원칙 위배 가능성이다. 장영수 교수가 지적한 바와 같이 "누구는 일반 재판부에서 받고, 누구는 특별재판부에서 받는 것 자체가 법 앞의 평등이라는 기본권을 깨는 것"이라는 비판이 설득력을 갖는다.


헌법 제11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특정 사건이나 특정인에 대해서만 별도의 재판부를 구성하는 것은 이 원칙에 배치될 우려가 있다.


▲ 역사적 선례와 교훈


한국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가 설치된 사례는 매우 제한적이다. 1948년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 산하 특별재판부와 4·19 직후 부정선거 사건 특별재판부가 대표적인 예다. 그러나 이러한 사례들은 모두 혁명적 상황이라는 극히 예외적 상황에서 이뤄진 것이며, 그마저도 정치적 한계와 후유증, 사회적 갈등만 남겼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2018년 사법농단 사태 당시에도 특별재판부 설치법안이 발의되었으나, 법원행정처가 "사법권 독립을 침해하고 위헌 소지가 있다"라고 반대해 결국 무산된 바 있다. 이는 특별재판부 설치가 갖는 구조적 문제점을 보여주는 중요한 선례라 할 수 있다.


▲ 해외 사례를 통한 비교 분석


국제적으로 특별재판부나 특별법원이 악용된 사례들을 살펴보면, 권위주의 체제에서 정치적 탄압 도구로 전락한 역사가 반복되어 왔다. 나치 독일의 국가특별법원(Volksgerichtshof)은 약 3만 5천 명에게 사형을 선고하며 사법제도를 정치적 보복의 도구로 변질시켰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아파르트헤이트 시대의 특별법원, 남미 군사정권 시대의 군사법원과 임시 특별법원들도 모두 반정부 인사와 시민운동가 탄압에 악용되었다. 이러한 역사적 교훈은 특별재판부 제도가 갖는 본질적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물론 유엔이 설치한 르완다·유고슬라비아 국제전범재판소와 같은 긍정적 사례도 있지만, 이마저도 초기에는 절차적 권리와 변호권 보장이 불완전해 인권 침해 지적을 받았던 바 있다.


▲ 사법부 독립과 정치적 중립성


현행 법안에 따르면 특별재판부 구성 판사는 국회·법원 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각 3명씩 추천한 9인의 추천 위원회를 통해 선정된다. 그러나 국회의 거대 여당이 재판부 구성에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로는, 사법부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헌법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제106조는 "법관은 탄핵 또는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파면되지 아니하며, 징계처분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정직·감봉 기타 불리한 처분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하여 법관의 신분보장을 명시하고 있다.


사법부 불신 문제는 분명히 존재하는 현실이다. 그러나 이를 해결하기 위해 헌법 원칙을 훼손하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는 것이 적절한 방안은 아니다. 사법불신 해소를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개혁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사법부의 투명성 강화, 국민과의 소통 확대, 재판 과정의 공개성 증진, 법관 임용과 승진 제도의 개선 등이 보다 건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또한 사법연수원 교육과정 개편, 법관의 사회경험 확대,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인재의 법조계 진출 활성화 등도 고려할 만하다.


▲ 정치적 도구화 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


민주당이 강조하는 내란사건의 시급성이 있더라도 헌법 원칙과 법치주의를 훼손하면서까지 추진하는 것은 옳지 않다.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한다"는 논리는 민주주의 체제에서는 성립할 수 없다. 현재 진행 중인 수사와 재판을 통해서도 충분히 사안의 진실을 규명하고 법적 책임을 묻는 것이 가능하다. 굳이 헌법적 논란을 야기하는 특별재판부를 새로 만들 필요성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


만약 특별재판부 설치를 강행한다면, 최소한 정치적 도구화를 방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들이 마련되어야 한다. 판사 선정에 있어서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할 수 있는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 재판부의 독립성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적 안전장치, 그리고 명확한 종료 시점과 평가 체계 등이 필요하다.


또한 특별재판부의 권한과 범위를 명확히 제한하고, 일반 재판부와의 관계를 명확히 정립해 혼란을 방지해야 한다. 무엇보다 이러한 제도가 향후 다른 정치세력에 의해 악용될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 국민적 합의와 사회적 대화의 필요성, 민주주의 원칙 수호가 우선


특별재판부 설치와 같은 중대한 제도 변화는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현재와 같이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오히려 사회적 분열을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


헌법 개정이나 사법제도 개편과 같은 근본적 변화에는 광범위한 사회적 논의와 합의과정이 필요하다. 법조계, 학계, 시민사회, 그리고 국민 전체가 참여하는 공론화 과정을 통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문제다.


특별재판부 설치 논란은 단순히 하나의 정책 이슈를 넘어서는 헌정질서의 근본 문제다. 사법부 불신이나 특정 사건의 시급성이 아무리 중요하더라도, 헌법 원칙과 민주주의 가치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민주주의 체제의 기본 전제다.


법치주의는 법의 지배(the rule of law)를 의미하는 것이지, 정치적 필요에 따라 법을 자의적으로 바꾸어 법의 의한 지배(the rule by law)를 의미하지 않는다. 사법부의 독립과 법관의 정치적 중립성은 민주주의 체제의 핵심 기둥이며, 이를 훼손하는 어떤 시도도 정당화될 수 없다.


궁극적으로는 기존 사법제도 내에서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혁을 추진하되, 헌법 원칙과 민주주의 가치는 견고하게 지켜나가는 것이 올바른 길이라 할 것이다. 특별재판부라는 예외적 제도보다는, 일반적 사법제도의 신뢰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지귀연 판사 등 사법부 협박용을 넘어 진짜 밀어붙이면 큰 후폭풍이 불 것이 뻔하다.


칼럼니스트 박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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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chosun.com/politics/politics_general/2025/09/01/3WGD4ODOLVGKTKCQYFCEJIXU5U/


https://www.chosun.com/national/national_general/2025/08/29/DVE7HEBBKRANLHRWE4JKBPC7Q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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