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상승, 돈 가치 하락 아닌가?

통화 확장과 자산 인플레이션, 숨겨진 진실

by 박대석


▲ 한국 주택시장의 거대한 규모와 구조적 현실


우리나라 전체 주택 수는 2025년 기준 약 2,262만 채에 달한다. 명목상 주택보급률은 102.5%로 충분해 보이지만, 실상은 다르다. 서울의 보급률은 97.2%에 불과하지만, 전남은 121.7%로 극심한 지역 불균형을 보인다. 더욱 놀라운 것은 서울 상위 1%가 평균 4.68채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전국 주택자산 총규모는 통계청과 금융당국 자료를 종합하면 약 8,000조 원에 육박한다. 2024년 기준 가구당 평균 자산 5억 4,022만 원 중 부동산 자산이 4억 644만 원으로 전체의 75.2%를 차지한다. 이는 우리나라 연간 GDP(2,200조 원)의 3.6배에 해당하는 막대한 규모로, 국가 전체가 부동산에 과도하게 의존한 구조를 보인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주택이 서민들의 유일한 자산이므로 가격 안정이 오히려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한다. 급격한 하락이 가계경제에 미칠 타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무시할 수 없다.


▲ 10% 가격 변동이 몰고 올 사회적 충격파


주택가격 10% 변동의 파급효과는 상상을 초월한다. 만약 전국 주택가격이 10% 하락하면 약 800조 원의 국민자산이 증발한다. 이는 국가 전체 예산의 1.4배에 해당하는 규모로, 가계소비 위축, 금융권 부실, 건설업계 연쇄 도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반대로 10% 상승하면 자산효과로 일시적 소비 증가는 있겠지만, 무주택자들의 박탈감과 사회 갈등이 심화한다. 특히 은행 담보대출의 LTV(담보인정비율) 급변으로 대출 회수나 추가 대출 요구가 발생하여 금융시장 불안정성이 커진다.


이런 이유로 정부는 급격한 변화보다는 '연착륙'을 추구한다.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점진적으로 조정하는 것이 경제 전체의 안정성 측면에서 바람직하다는 판단이다.


▲ 정부 정책의 이중성과 역설적 결과


정부는 집값 안정화를 위해 규제와 완화 정책을 번갈아 사용한다. 2025년 현재 시행 중인 주요 규제책을 보면,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 원으로 제한하고 LTV를 70%로 하향 조정했다. 강남 3구 등 일부 지역은 40%까지 강화됐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종합부동산세 강화, 재건축·재개발 절차 강화 등도 지속되고 있다.


완화책으로는 수도권에 135만 채(5년간)를 포함하여 250만 가구 공급 계획, 청년·신혼부부 특별공급 확대, 4기 신도시 개발, GTX 연계 택지 개발 등이 추진 중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디딤돌·버팀목 대출 한도는 동시에 축소됐다. 일반 디딤돌대출이 2억 5천만 원에서 2억 원으로, 신혼부부는 4억 원에서 3억 2천만 원으로 줄었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규제 강화 발표 후 오히려 집값이 상승하는 현상이다. 이는 정책 시행 전 '막차 심리', 공급 위축에 따른 희소성 증가, 그리고 정부의 '가격 하락 방지' 의지가 투자자들에게 일종의 풋옵션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지난 5년간 26번의 부동산 대책이 나왔지만, 수도권 집값은 계속 올랐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 경기침체 속 집값 상승, 디커플링 현상의 심화


한국경제는 2024년 2분기 -0.2% 성장을 기록했고, 2025년 성장률 전망치도 0.8%로 2009년 금융위기 수준이다. 그런데도 서울 아파트 가격은 최근 7년 사이 최고 상승세를 보인다. 2025년 기준 서울 강남권은 평균 14.2억 원, 서울 전체 평균도 11.8억 원에 달해 이런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은 매우 우려스럽다.


서울 주요 지역별로 보면 강남 3구는 14.2억 원, 강북권도 9.8억 원으로 전국 평균 6.8억 원을 크게 상회한다. 수도권 인기 지역인 성남 분당(10.2억 원), 고양 일산(8.7억 원) 역시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반면 부산(5.8억 원), 대구(6.2억 원), 대전(5.9억 원) 등 지방 대도시는 여전히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준이다.


실물경제와 자산시장이 따로 움직이는 이유는 통화정책에 있다. 한국은행이 경기 부양을 위해 지속해서 공급한 유동성이 실물경제가 아닌 자산시장으로 몰렸기 때문이다. 2021~2022년 광의통화(M2)가 연 10% 이상 증가하며 주택가격과 동조화 현상을 보인 것이 대표적 사례다.


더 심각한 문제는 지방과 수도권의 격차 확대다. 서울의 주택 소유율은 48.6%에 불과하지만, 전남은 70.3%에 달하는 등 지역 간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가격 차이를 넘어 수도권 집중과 지방 소멸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반영한다.


▲ 통화량과 주택가격, 숨길 수 없는 상관관계


한국은행 연구 결과에 따르면 통화량(M2) 증가와 주택가격 상승의 상관계수는 0.79로 매우 높다. 이는 OECD 평균 0.68보다 높은 수치로, 한국이 통화정책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함을 의미한다.


다음 표는 2020~2024년 한국의 통화량과 주택시장 동향을 보여준다.


Slide1.jpg 필자 작성


2020년과 2021년 강력한 통화량 확대가 서울 아파트 가격을 폭발적으로 끌어올리면서 공식 CPI와 체감 인플레이션 간 괴리가 컸다. 특히 2021년 통화량이 11.2% 증가할 때 서울 아파트는 22%나 급등했지만, 공식 CPI는 2.5%에 그쳤다.


통화량이 늘어나는 시점은 주로 경기침체기다. 중앙은행이 경기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를 낮추고 양적완화를 실시하면, 이 돈은 먼저 신용도가 높은 부유층에게 흘러간다. 오스트리아학파가 지적하는 '나쁜 돈'의 전형적 사례다. 부유층은 2%대 후반 금리로 대출받지만, 서민들은 10~15%의 고금리를 감당해야 한다.


미국에서 2015년 상위 1%의 자산이 하위 90%보다 많아진 것도 이런 메커니즘 때문이다. 연준이 경기침체마다 막대한 돈을 풀 때마다 상위 1%의 자산 비중이 급증했다.


▲ 물가지수의 함정과 통계 착시


한국 소비자물가지수(CPI)에는 주택 가격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 현재 주거비 항목이 전체 CPI의 17.4%에 불과하며, 그나마 임대료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어 자가 주거비가 빠져 있어 실질적 주거비 부담과 괴리가 크다. 반면 미국은 주거비 비중이 CPI의 32.3%, 유럽연합도 24.8% 이상에 달하며, 특히 미국은 '주택 소유자의 귀속임대료(OER)'를 포함해 주택가격 변동을 적극적으로 반영한다.


이 때문에 집값이 급등해도 한국 공식 CPI는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나는 '통계의 함정'이 발생하며, 실제 체감 물가와 통계 간 괴리를 키운다. 올해 2025년 8월 기준, 한국의 주택 및 공공요금 CPI는 115.37포인트이지만, 미국은 349.28포인트로 높은 상승세를 유지 중이다.


이에 따라 집값이 폭등해도 공식 물가상승률은 낮게 나타나는 '통계의 함정'이 발생한다. 실제 체감물가와 공식 통계 간 괴리가 커지는 이유다. 통계청도 이 문제를 인식하고 2027년 이후 자가 주거비 반영을 예고했지만, 여전히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행은 물가가 안정적이라고 판단해 계속 돈을 풀 수 있게 된다. 그 결과 실물경제는 침체인데 자산 가격만 오르는 기형적 구조가 굳어진다.


▲ 돈의 실질가치 하락, 자산 인플레이션의 전형


현재 집값 상승은 부동산 자체 가치 상승이라기보다는 화폐 가치 하락의 결과다. 수익환원법으로 계산해 보면 명확하다. 연간 600만 원 임대료를 받는 집이 금리 2%일 때는 3억 원, 6%일 때는 1억 원의 가치를 갖는다.


흥미로운 것은 전세가율의 변화다. 2025년 기준 전국 평균 전세가율이 68.1%에 달한다. 서울은 61.9%로 다소 낮지만, 지방까지 포함하면 전세가가 매매가의 70% 가까이 육박한다는 뜻이다. 이는 매매시장보다 임대시장이 더 활성화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지난 3년간 한국의 제로금리 정책은 자산 가격에서 앵커를 제거했다. 금리가 0.25% 수준일 때 임대료 600만 원은 이론상 자산가치를 24억 원까지 끌어올린다. 그러나 시장은 이를 넘는 '묻지 마 가격'까지 형성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2023년 보고서에 따르면, 주요국의 자산 가격과 통화량 증가율 간 상관계수는 평균 0.68이다. 한국은 0.79로 더욱 높아 통화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실제로 시중 월세 환산율이 8.20%에 달하는 상황에서 기준금리 2.50%와의 격차는 무려 5.7% 포인트다. 결국 집값 상승은 '자산 인플레이션'의 전형적 사례다.


▲ 인플레이션, 전쟁보다 무서운 적


나폴레옹이 "인플레이션은 전쟁보다 무섭다"라고 한 말은 허언이 아니다. 인플레이션은 단순히 생활비만 높이는 게 아니라 사회 전체의 신뢰 기반을 무너뜨린다. 금리, 환율, 통화량, 재정정책이 모두 맞물려 일상과 자산시장에 중첩적으로 영향을 주며, 장기화할 경우 사회적 분열과 정책 신뢰도 하락, 자본시장 불안 등 전쟁보다 더 뼈아픈 충격을 남긴다.


특히 자산 인플레이션은 계층 간 갈등을 심화시킨다. 부동산을 보유한 기득권층과 무주택자 간의 격차가 벌어지면서 사회 통합이 어려워진다. 젊은 세대는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집을 살 수 없다는 절망감에 빠지고,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 지속 가능한 해법을 향하여


현재 상황을 돌파하려면 근본적 접근이 필요하다. 첫째, 통화정책의 정상화다. 파월 연준 의장처럼 임기 말에도 원칙을 지키는 중앙은행 총재의 모습이 요구된다. 단기 성과보다 장기 안정성을 중시하는 정책 운용이 집값 안정화의 출발점이다.


둘째, 주택 공급의 지속적 확대다. 정부의 250만 가구 공급 계획은 올바른 방향이지만, 수요가 집중되는 역세권 고밀 개발 등 실질적 공급 확대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4기 신도시, GTX 연계 개발 등이 실제 시장 안정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속도감 있는 추진이 필요하다.


셋째, 부동산 대체 투자수단 개발이다. 국민 자산의 75.2%가 부동산에 편중된 구조는 고령화 시대에 매우 취약하다. 정부는 4차 산업혁명 관련 스타트업 투자에 대해 일정 수준까지 원금을 보장하되, 성공 시 수익은 투자자에게 돌아가는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 미국의 부동산 자산 비중이 25.8%인 것과 비교하면 한국의 75.2%는 과도하게 높다.


넷째, 물가지수의 현실적 개선이다. 주택가격을 적절히 반영한 지표 개발로 진정한 인플레이션을 측정하고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 덴마크, 네덜란드 등은 이미 주택가격을 포함한 물가지수를 운용하고 있어 우리도 벤치마킹이 필요하다.


다섯째, 투기 억제와 실수요자 보호의 균형이다. 다주택자에 대한 세제 강화는 유지하되, 1가구 1주택 등 실수요자에게는 세제 혜택을 제공하여 내 집 마련의 꿈을 돕는 정책이 필요하다. 현재의 대출 규제도 투기 억제 효과는 인정하지만, 실수요자까지 옥죄는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


물론 시장 자율에 맡기면 된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주택은 생필품인 동시에 투자재라는 이중성 때문에 시장 실패가 발생하기 쉽다. 정부의 역할은 직접 개입이 아니라 건전한 시장 환경 조성이어야 한다.


▲ 착시에서 벗어나 현실을 직시해야


결국 현재 집값 상승은 '화폐 착시'에 가깝다. 집이 비싸진 게 아니라 돈의 가치가 떨어진 것이다. 위 표에서 보듯 2021년 통화량이 11.2% 급증할 때 서울 아파트가 22% 폭등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주택가격을 반영한 추정 물가상승률이 6.8%에 달했지만, 공식 CPI는 2.5%에 그쳤다. 이는 단순한 부동산 문제를 넘어 통화정책, 금융시장, 사회 정책이 복합적으로 얽힌 구조적 문제다.


진정한 해법은 주택을 생활공간으로 되돌리고, 국민 자산을 생산적 투자로 유도하는 것이다. 집값 잡기에만 매달릴 게 아니라 경제 전체의 체질을 바꿔야 한다. 그래야만 지속 가능한 성장과 안정적인 주거환경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한국이 선진국 반열에 오르려면 부동산 의존 경제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 집값 상승에 일희일비할 게 아니라 돈의 실질 가치 변화를 냉정히 바라봐야 할 때다. 그것이 진정한 국민경제의 미래를 여는 길이다.


칼럼니스트 박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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