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관세협상 딜레마,
스테이블코인이 답이다

달러 vs 원화 스테이블코인 스와프, 디지털 금융 동맹으로 전환하라

by 박대석

[whisk로 생성한 달러 VS 원화 스테이블 코인 스와프 이미지]


한미 관세협상의 딜레마, 스테이블코인이 답이다

달러 vs 한국 스테이블코인 스와프, 디지털 금융 동맹으로 전환하라


달러-원화 통화스와프는 어렵지만, 달러-한국 스테이블코인 스와프는 가능하다. 미국 입장에서는 한국의 스테이블코인을 디지털 달러처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미 관세협상 난국은 반드시 타개해야 한다. 이를 한미동맹을 더욱 공고히 하는 전화위복의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 한미 관세협상, 극적 타결 이면의 가혹한 대가


2025년 7월 30일, 8월 1일 관세 부과를 단 이틀 앞두고 한미 관세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되는 모습을 잠시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격 면담을 발표한 지 몇 시간 만에 성사된 합의로, 당초 25%로 예고됐던 상호관세와 자동차 품목관세는 15%로 낮추기로 했다(현재까지는 25%). 일본과 EU가 받은 15%와 동등한 조건이며, 구윤철 경제부총리는 주요국 대비 동등하거나 우월한 조건으로 경쟁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여론조사에서도 62%가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하지만 타결의 이면에는 가혹한 대가가 있었다. 한국은 3,500억 달러, 약 488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 패키지를 약속했다. 일본의 5,500억 달러에 비하면 적지만, 한국의 외환보유액 4,170억 달러의 84%에 달하는 천문학적 규모다.


더 큰 문제는 협상 이후 벌어졌다. 7월 타결은 시작에 불과했다. 투자금 집행 방식을 놓고 한미 양국이 정면 충돌했기 때문이다. 한국은 대부분을 보증과 대출로 제공하려 했지만, 미국은 현금 지분 투자 방식을 강요했다. 더 나아가 미일 양국이 체결한 양해각서를 한국에도 강요하기 시작했다. 그 내용은 충격적이다. 투자금 전액을 현금으로 제공하고, 투자처는 미국이 결정하며, 원금 회수 후 이익의 90%를 미국이 가져간다는 것이다. 사실상 백지수표를 요구한 셈이다.


9월 25일, 트럼프 대통령은 결정타를 날렸다. "한국의 3,500억 달러 투자는 선불이다"라고 못을 박은 것이다. 즉시 현금으로 집행하라는 압박이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이 한국 정부 인사에게 투자 규모를 일본의 5,500억 달러에 가깝게 증액하라고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협상은 교착 상태를 넘어 위기 국면으로 치달았다.


▲ 70년 한미동맹의 무게, 그리고 우리의 선택


한국 정부의 입장은 명확하다. 외환보유액의 84%를 단기간에 유출하면 1997년 외환위기 재현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금융전문가들은 통화스와프 없이 미국 요구대로 달러를 조달하면 환율이 2,000원까지도 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트럼프의 선불 발언 직후 원-달러 환율은 1,410원까지 급등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한민국 국익에 반하는 결정은 절대 하지 않는다며 강경 입장을 천명했다.


그러나 한국의 협상 카드는 많지 않다. 철강·알루미늄에는 여전히 50% 고관세가 부과되고 있고, 반도체·의약품 등 전략품목에 대한 추가 관세 위협도 상존한다. 한미 FTA 무관세 체제에서 15% 관세 체제로 전환되면서 실효 관세율은 0.2%에서 12.3%로 무려 50배 이상 급등했다. 자동차 산업은 EU·일본 대비 경쟁력 상실 위기에 직면했다. 쌀과 소고기 추가 개방은 막아냈지만, 미국의 압박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한 가지 분명히 해야 할 사실이 있다. 대한민국이 오늘날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한미동맹이라는 든든한 안보 우산 아래에서 가능했다는 점이다. 지난 10여 년간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는 급증했다. 2020년 166억 달러였던 대미 무역수지는 2024년 560억 달러로 늘어났고, 경상수지 기준으로는 2024년 한 해에만 1,182억 달러라는 사상 최대 흑자를 기록했다. 수치로만 보면 한국은 미국과의 교역에서 막대한 혜택을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반면 미국은 지금 깊은 어려움에 처해 있다. 국가부채는 2025년 8월 현재 37조 달러를 돌파했다. 이자 비용만 연간 1조 달러에 달한다. GDP 대비 부채 비율은 100%에 육박하며, 유로존과 중국의 경제 규모를 합친 것보다 큰 부채를 떠안고 있다. 제조업 기반은 무너졌고, 일자리는 해외로 빠져나갔다.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라는 극약 처방을 꺼내든 이유다. 여기에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이란과 북한은 연대하여 미국을 압박하고 있다.


70여 년 피로 맺어진 한미동맹의 의미를 되새겨야 한다. 6·25전쟁 당시 미군 3만 7,000여 명이 한국 땅에서 전사했다. 그들의 희생이 없었다면 오늘의 대한민국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도 주한미군 2만 8,500명이 한반도에 주둔하며 우리의 안보를 지키고 있다. 이것이 단순한 거래 관계인가. 동맹이란 서로 어려울 때 돕는 것이다.


물론 3,500억 달러를 무조건 내놓으라는 식의 접근은 문제가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를 빌미로 반미 분위기를 조성하거나, 미국과의 거리두기를 주장하는 것은 70년 동맹의 가치를 훼손하는 어리석은 일이다. 우리의 외환 안정성을 지키면서도 미국을 도울 수 있는 창의적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 통화스와프 추진의 난항과 구조적 한계


한국 정부는 9월 14일 미국과 관세협상 과정에서 최근 무제한 한미 통화스와프 개설 필요성을 제기했으나 사실상 거절당했다. 정부 당국자는 들어주고 싶어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요구라며 협상은 장기전 모드로 전환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시간은 한국 편이 아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APEC 등 국제회의를 계기로 조속한 양해각서 체결을 압박하고 있고, 미국 내 정치 일정상 2025년 말까지 가시적 성과를 원한다.


미국이 한국의 통화스와프 요청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유는 구조적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기축통화국 또는 안정된 외환시장을 보유한 국가에만 상설 통화스와프를 제공한다는 원칙을 고수해 왔다. 현재 미국과 무제한·무기한 통화스와프를 맺고 있는 국가는 유로존, 일본, 영국, 스위스, 캐나다 등 5개국뿐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기축통화 또는 준기축통화 발행국이라는 점이다.


한국 원화는 비기축통화다. 원화는 국제 결제와 준비자산으로서의 위상이 제한적이기에 미국이 이를 담보로 받아들일 유인이 없다. 과거 한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300억 달러, 2020년 코로나19 확산 당시 600억 달러 규모의 한시적 통화스와프를 체결한 바 있다. 하지만 이는 모두 글로벌 금융 위기라는 비상상황에서 한시적으로 이루어진 것이었고, 2021년 12월 종료됐다.


미국 입장에서 통화스와프는 단순한 금융 협력을 넘어 통화 주권과 직결된 문제다. 달러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원화를 담보로 받는다는 것은, 원화의 가치와 안정성을 미국이 보증한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더욱이 현재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모든 국제 협력을 거래적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한국의 외환위기 방지가 미국의 금융 안정에 직접적 위협이 되지 않는 이상, 무제한 통화스와프 제공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더 큰 문제는 일본과의 비교다. 일본은 5,500억 달러를 약속했지만, 엔화는 국제결제은행이 인정하는 준기축통화이며, 일본은행은 연방준비제도와 무제한 통화스와프를 이미 체결하고 있다. 즉, 일본은 외환 위험 없이 투자를 집행할 수 있는 구조적 안전장치를 갖추고 있다. 반면 한국은 그러한 안전망 없이 일본에 준하는 투자를 요구받는 불공정한 상황에 처해 있다.


통화스와프 규모를 현실적으로 조정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한국이 국제금융시장을 총동원하면 최대 약 2,000억 달러 정도는 자체 조달이 가능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3,500억 달러와의 차액인 1,500억 달러 규모의 한정적 통화스와프를 협상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역시 미국의 승인 없이는 불가능하며, 협상 카드로서의 활용 가치는 있어도 근본적 해결책은 되기 어렵다.


▲ 스테이블코인, 21세기형 통화 혁신의 돌파구


여기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한국이 원화 대신 공신력 있는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다면 어떨까. 스테이블코인은 미국 달러나 유로 같은 법정화폐에 1대 1로 가치를 고정한 디지털 자산이다. 대표적인 달러 스테이블코인인 테더와 USD코인의 시가총액은 합쳐 2,000억 달러를 넘어섰으며, 이는 이미 비자나 마스터카드 같은 전통 결제 시스템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규모다.


스테이블코인의 핵심 장점은 세 가지다. 첫째,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국경을 넘나드는 결제와 송금이 실시간으로 가능하다. 둘째, 가치가 안정적이어서 환율 변동 리스크가 최소화된다. 셋째, 중개 기관 없이 직접 거래가 이루어져 수수료와 시간이 대폭 절감된다.


미국은 이미 스테이블코인을 국가 전략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 2025년 6월 미 상원을 통과한 지니어스법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자에게 연방 금융당국의 라이선스 취득을 의무화하고, 발행액 전액을 미국 달러 현금 또는 단기 국채로 보유하도록 규정했다. 이는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달러의 디지털화를 촉진하고, 동시에 미국 국채 수요를 창출해 장기 금리를 낮추려는 전략이다. 미 재무부는 2028년까지 세계 스테이블코인 시장 규모가 2조 달러로 급증하고, 이에 따라 미국 국채 수요가 1조 달러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데이비드 색스 백악관 암호화폐 차르는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달러를 디지털 방식으로 퍼뜨려 기축통화로서 지배력을 유지하고, 그 과정에서 수조 달러 미국 국채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즉, 스테이블코인은 21세기 디지털 경제에서 달러 패권을 강화하는 핵심 도구인 것이다.


▲ 한국형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전략적 가치


그렇다면 한국은 왜 스테이블코인에 주목해야 하는가. 가장 중요한 이유는 대미 투자에 따른 외환 유출 리스크를 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3,500억 달러를 현금으로 직접 투자한다면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고갈 위기에 직면한다. 시티그룹은 한국이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약속한 투자를 완료할 경우 2028년까지 연간 환전 수요가 최대 960억 달러에 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행히 한국은 이미 스테이블코인 개발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2025년 6월 디지털자산기본법 등 관련 법안이 발의됐고, 스테이블코인의 발행·유통 및 투자자 보호를 포괄하는 2단계 규제 법안이 국회에서 논의 중이다. 한국은행은 준비자산의 중앙은행 예치 의무화, 발행자 자격 요건 강화, 담보자산 인증 절차 등 이용자 보호장치 도입을 요구하고 있으며, 대통령 직속 디지털자산위원회 신설도 예정되어 있다.


더 주목할 만한 것은 민간 부문의 움직임이다. 2025년 4월 이후 KB국민, 신한, 우리, 농협, 기업, 수협 등 대형 시중은행들이 원화 1대 1 연동 스테이블코인 공동 발행을 위한 컨소시엄 준비에 착수했다. 목표는 한국판 테더로, 해외 결제, 디지털 자산 간 거래, 국내외 송금 시장 혁신 등을 추구한다.


이러한 국내 추진 상황을 대미 투자 문제와 결합하면 혁신적 돌파구가 열린다. 한국이 제안할 수 있는 방안은 정부 보증 달러 스테이블코인 시스템의 구축이다. 구체적으로는 이미 컨소시엄을 구성한 한국 대형 은행들이 발행 주체가 되고, 한국 정부가 보증을 제공하며, 미국 국채와 달러 현금을 1대 1로 담보로 미국 내 수탁은행에 예치하는 구조다.


이는 한국은행이 직접 달러 기반 중앙은행 디지털화폐를 발행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통화 주권 논란을 피하면서도, 정부 신용을 활용할 수 있는 현실적 모델이다. 또한 현재 진행 중인 원화 스테이블코인 개발 인프라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어, 기술적·제도적 실행 가능성이 높다.


▲ 미국의 전략적 기대효과


실용성과 전략적 가치 극대화

한국의 스테이블코인 제안은 단순히 미국의 국채 수요를 늘리는 것을 넘어, 미국이 당면한 여러 구조적 문제에 대한 현실적인 해법을 제공할 수 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중시하는 거래의 기술 관점에서 한국의 제안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드는 요소들이다.


국가부채 위기 완화와 지속 가능한 국채 수요 창출

한국의 3,500억 달러 규모 달러 스테이블코인 발행은 그대로 3,500억 달러의 미국 국채 수요로 이어진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37조 달러의 국가부채 문제와 연간 1조 달러에 달하는 이자 비용 부담을 덜어주는 직접적인 이익이다. 미국은 한국의 투자를 현금으로 받는 것보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통해 국채 매입 수요를 확보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훨씬 유리하다. 현금 투자는 일회성이지만, 스테이블코인은 발행자가 담보를 유지해야 하므로 국채에 대한 지속적인 수요를 보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5년 7월 미국이 지니어스법을 통과시킨 배경에는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미국 국채 수요를 늘리려는 의도가 있었다. 테더는 이미 약 1,1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국채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의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추가되면 단기간 내 미국 국채 시장에 대규모 안정적 수요가 창출된다. 더 나아가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아시아 시장으로 확산되면서 달러 스테이블코인 전환 수요가 발생한다면, 미국 국채 시장에 지속적인 매수 압력이 형성된다. 트럼프 행정부가 37조 달러 국가부채와 연간 1조 달러에 이르는 이자 비용 부담으로 고통받는 상황에서, 이는 매우 실용적인 해법이다.


달러 패권 강화 및 중국 견제: 전략적 전진 기지 확보

미국은 스테이블코인 제안을 통해 중국의 디지털 위안화 확산을 견제하는 전략적 전진 기지를 아시아에 확보할 수 있다. 이는 두 가지 차원에서 작동한다.


첫째, 기술 파트너로서 한국 활용이다. 미국은 블록체인 및 디지털 금융 기술에서 한국의 우위를 활용해 달러 기반의 디지털 금융 생태계를 아시아에 구축할 수 있다. 한국은 5,000만 이상이 사용하는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같은 빅테크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으며, 업비트는 포브스가 선정한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순위에서 아시아 1위, 세계 4위를 기록했다. 일본이 2023년에야 자금결제법을 개정해 스테이블코인 발행 기반을 마련한 것에 비해, 한국은 2025년 현재 대형 은행 컨소시엄이 이미 준비 중이다.


한국이 주도적으로 개발하고 운영하는 달러 스테이블코인 시스템은 지니어스법이 요구하는 투명성과 감독 체계를 갖춰 다른 우방국들에게 모범 사례가 될 수 있다. 이는 중국이 일대일로 참여국에 디지털 위안화를 확산하는 것과 차별화되는 동맹 기반의 디지털 금융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이다.


둘째, 한국의 독점적 산업 경쟁력 활용이다. 한국은 K콘텐츠, 반도체, 배터리, 조선 등 글로벌 공급망에서 독점적 지위를 가진 산업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미국은 한국과의 스테이블코인 협력을 통해 이들 산업의 글로벌 거래를 달러 기반의 디지털 시스템으로 흡수할 수 있다.


K콘텐츠 생태계가 대표적이다. 방탄소년단으로 대표되는 K팝,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로 확산된 K드라마, 네이버웹툰으로 글로벌화된 K웹툰은 매년 수조 원 규모의 해외 결제 수요를 창출한다. 2020년 대한민국의 문화예술저작권 무역수지는 사상 처음 흑자를 기록했으며, 이후 매년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 세계 K팝 팬들이 앨범을 구매하거나, 미국 기업들이 한국산 반도체를 수입할 때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사용하도록 유도한다면, 이는 달러의 실질적인 국제 결제 비중을 디지털 영역에서 더욱 확대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제조업 분야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없으면 전 세계 스마트폰과 데이터센터 생산이 멈춘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 SDI 없이는 전기차 혁명이 불가능하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없이는 LNG선과 컨테이너선 건조가 어렵다. 이러한 기업들이 글로벌 거래에서 달러 스테이블코인 결제를 도입한다면, 특히 동남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등 신흥시장에서 한국과의 교역 비중이 높은 국가들이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보유하게 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이는 일본 엔화가 일본 제조업의 쇠퇴와 함께 국제 결제 비중이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투명한 대미 투자 집행과 스마트 계약 활용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의 투자가 실제로 미국 내 일자리 창출과 제조업 부활에 기여하기를 원한다. 스테이블코인 기반의 스마트 계약은 이 과정을 투명하게 관리하는 데 최적의 도구다. 구체적 실행 방안은 다음과 같다.


한국의 투자금은 특정 미국 내 프로젝트, 예컨대 조선소 건설, 반도체 공장 증설, 국방 산업 협력 등에만 사용되도록 스마트 계약으로 프로그래밍할 수 있다. 이 계약에 따라 투자금 집행 내역과 프로젝트 진행 상황이 블록체인에 실시간으로 기록되므로, 미국 정부는 투자금의 횡령이나 유용 가능성을 원천 차단할 수 있다. 이는 현금 지분 투자 방식보다 훨씬 더 높은 투명성과 신뢰성을 제공하며, 트럼프 행정부가 요구하는 미국 우선주의의 가시적 성과를 보장한다.


또한 스마트 계약을 통해 투자 수익 배분 구조도 명확히 할 수 있다. 미국이 요구하는 원금 회수 후 이익의 90%를 미국이 가져가는 조건도, 블록체인에 자동 집행되도록 설정하면 분쟁 소지를 줄일 수 있다. 나아가 일정 조건이 충족되면 자동으로 추가 투자가 이루어지거나, 반대로 프로젝트가 지연되면 투자금 집행이 중단되는 조건부 계약도 가능하다. 이는 양국 모두에게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을 제공하는 혁신적 모델이다.


아시아 디지털 금융 허브 등으로서의 한국

이 세 가지 요소를 결합하면 미국에 매우 유용한 전략적 구도가 만들어진다. 한국이 달러 스테이블코인 시스템을 먼저 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면, 한국은 아시아 디지털 금융 허브가 된다. 한국을 거쳐야만 아시아 신흥시장에서 효율적인 디지털 결제가 가능해지는 구조다. 이는 미국에 두 가지 실익을 제공한다. 하나는 중국의 디지털 위안화 확산을 한국이라는 우방국 중심의 생태계로 견제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한국을 통해 달러 기반 디지털 금융 시스템을 아시아 전역으로 확장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한국의 스테이블코인 제안은 단순한 통화 스와프 대체제를 넘어선다. 이는 미국의 국채 위기를 돕고, 달러 패권을 강화하며, 투명한 투자 집행을 보장하는 동시에, 한미 동맹을 21세기 디지털 시대에 맞는 디지털 금융 동맹으로 격상시킬 수 있는 윈윈 전략이다. 이러한 제안은 트럼프 행정부의 실용주의적 접근에 완벽하게 부합하며, 한미 양국에 모두 실익을 가져다줄 것이다.


▲ 한국의 기대효과


한국 입장에서는 위에서 언급한' 아시아 디지털 금융 등 허브역할'은 물론이고 외환보유액을 직접 소진하지 않고도 대미 투자를 이행할 수 있다. 은행 컨소시엄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해 미국 내 조선·반도체·국방 산업 프로젝트에 투자하고, 수익이 발생하면 이를 다시 회수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특히 투자 대상을 미국의 전략 산업으로 한정함으로써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에도 부합하는 협상 카드가 된다.


또 한국은 달러 스테이블코인 발행 기술과 노하우를 축적해 향후 원화 스테이블코인 국제화로 확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다. 현재 한국은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유출입이 급증하면서 통화 주권이 위협받고 있다.


2024년 11월부터 2025년 2월까지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를 통한 스테이블코인 유출입 규모가 85조 7,000억 원에 달했고, 이 중 절반인 42조 7,000억 원이 해외로 전송됐다. 달러 스테이블코인 시스템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개발하면, 이러한 자본 유출을 막고 디지털 경제 시대에 원화의 입지를 강화할 수 있다. 사실상 디지털 기축통화가 되는 셈이다.


나아가 한미 양국이 공동으로 관리하는 스테이블코인은 한미동맹의 새로운 차원을 열 수 있다. 군사·외교 동맹을 넘어 디지털 금융 동맹으로 발전하는 것이다. 이는 중국의 디지털 위안화 부상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전략적 이해관계와도 정확히 부합한다.


▲ 실행 가능성 기반은 이미 갖춰져 있다


물론 이 제안이 쉽게 실현되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무엇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타국의 통화 시스템에 직접 개입한 전례가 없다는 점이 가장 큰 장벽이다. 그러나 이는 연방준비제도의 직접 개입이 아닌, 미국 내 수탁은행을 통한 담보 관리 모델로 우회할 수 있다. 실제로 서클의 USD코인도 이러한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한국의 설득 논리는 명확하고, 이미 실행 기반도 갖춰져 있다.


첫째, 기술 파트너십이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블록체인 기술과 디지털 금융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 카카오페이와 네이버페이 같은 빅테크 플랫폼은 이미 5,000만 이상의 사용자를 확보했고, 2025년 현재 대형 은행들이 스테이블코인 컨소시엄을 구성해 시범 사업을 준비 중이다. 디지털자산기본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발행자 자격, 담보 구조, 자금세탁방지, 상환 방식 등 모든 기준이 명확해져 제도적 안정성이 확보된다. 한국이 기술 개발과 운영을 주도하고 미국이 달러 신뢰성과 규제 프레임워크를 제공하는 역할 분담 모델을 제시할 수 있다.


둘째, 샌드박스 전략이다. 미국 내에서 대규모 스테이블코인 시스템을 즉시 도입하기에는 정치적·규제적 저항이 크다. 한국에서 먼저 시범 운영해 성공 사례를 만들면, 이를 다른 우방국으로 확산시킬 수 있는 모델이 된다. 이는 중국의 디지털 위안화가 일대일로 국가들에 확산되는 것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 전략이기도 하다.


셋째, 결제 네트워크 통합이다. 단순히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는 것을 넘어, 미국 기업들이 한국산 제품을 구매할 때, 또는 한국 기업이 미국 내 투자를 집행할 때 이 스테이블코인을 표준 결제 수단으로 채택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비자·마스터카드와 협력해 기존 가맹점 네트워크에 스테이블코인 결제 옵션을 추가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다만 성공을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있다. 법적 정합성 확보, 리스크 관리 체계 구축, 정부 보증의 정치적 부담, 은행 컨소시엄의 동기 부여, 환율 리스크의 복잡성 등은 신중하게 검토되어야 한다.


현재 한국 정부와 한국은행은 이용자 보호와 자율성·혁신 간 균형을 주요 쟁점으로 삼고 있다. 통화정책, 화폐 발행권, 통화 주권 보호 논리와 시중은행·기업의 글로벌 디지털 시장 진출 요구가 충돌할 소지가 있으나, 대미 투자라는 명확한 목적과 정부 보증이라는 안전장치가 있다면 이러한 갈등을 조정할 수 있다.


▲ 전화위복의 기회, 디지털 금융 동맹으로


한미 관세협상은 한국에게 위기인 동시에 기회다. 3,500억 달러라는 막대한 투자 부담은 분명 어렵지만, 이를 계기로 한미 경제 협력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 수 있다. 전통적인 방식의 통화스와프가 어렵다면, 디지털 시대에 맞는 새로운 금융 협력 체계를 제안해야 한다. 구체적 실행 방안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1단계는 시범 프로젝트 구축이다. 2025년에서 2026년까지 우선 1000억 달러 규모의 소규모 스테이블코인 시스템을 구축한다. 한국 주요 은행 컨소시엄이 발행 주체가 되고, 미국 내 수탁은행에 동일 금액의 미국 국채를 담보로 예치한다. 이 스테이블코인은 오직 한국의 대미 투자 프로젝트에만 사용되도록 스마트 계약으로 제한한다.


2단계는 결제 생태계 확장이다. 2026년에서 2027년까지 시범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규모를 2000억 달러까지 확대하고, 사용처를 다변화한다. 미국 기업들이 한국산 제품을 구매할 때 스테이블코인 결제 시 수수료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등 인센티브를 부여한다. 동시에 비자·마스터카드와 협력해 기존 결제 네트워크에 통합함으로써 상점 수용성을 높인다.


3단계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전환이다. 2027년 이후 달러 스테이블코인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원화 스테이블코인 개발에 착수한다. 단, 이는 국내 디지털 결제 시장에만 활용하고, 원화의 국제화는 단계적으로 추진한다. 원화는 비기축통화이므로 글로벌 유동성 확보가 어렵지만, 동남아시아 등 한국과 교역이 활발한 지역부터 시작해 점진적으로 사용처를 확대하는 전략이 현실적이다.


스테이블코인이 단순한 디지털 화폐가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 이는 21세기 금융 패러다임의 전환을 상징한다. 국경과 시간의 제약을 넘어 실시간으로 가치를 교환하고, 중개 비용을 최소화하며, 투명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새로운 시스템이다.


다만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이 전략이 디지털 기축통화라는 거창한 목표를 즉시 달성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이는 달러 패권을 디지털 영역으로 확장하는 미국의 전략에 한국이 전략적 파트너로 참여하는 것이다. 한국이 얻는 것은 새로운 기축통화가 아니라, 달러 기반 디지털 금융 생태계에서 핵심 플레이어로서의 지위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성과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시하는 거래의 기술 관점에서 보면, 한국의 제안은 매우 매력적이다. 미국은 국채 수요 확대, 달러 디지털 패권 강화, 중국 견제를 위한 기술 동맹 확보라는 세 가지 실익을 얻는다. 한국은 외환 위기 없이 대미 투자를 이행하고, 디지털 금융 선진국으로 도약하며, 한미동맹을 21세기형 디지털 경제 동맹으로 업그레이드한다. 윈윈 구조다.


▲ 통화스와프 체결과 실행 사이의 시간적 여유

Light Blue Futuristic Technology Project Proposal Presentation.jpg 박대석 작성

여기서 주목할 점이 있다. 통화스와프는 체결 즉시 자금이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과거 사례를 보면 이는 명확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한미 통화스와프는 300억 달러 규모로 체결됐지만, 실제 인출은 2008년 11월 단 한 차례에 그쳤다. 더 흥미로운 것은 2020년 코로나19 당시 체결된 600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는 실제 사용조차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오히려 체결 발표 자체가 시장에 심리적 안정을 제공해 환율 급등을 억제하는 효과를 발휘했다.


이러한 메커니즘은 달러 스테이블코인 스와프 시스템 구축에 충분한 준비 시간을 제공한다. 한미 양국이 통화스와프 또는 이에 준하는 금융 협력 체계에 합의한다 하더라도, 실제로 대규모 달러나 스테이블코인이 즉각 사용되는 것은 아니다. 협정 체결 이후 세부 집행 방식을 협의하고, 제도적 틀을 마련하며, 필요시에만 단계적으로 자금을 인출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2008년 사례에서 보듯 체결부터 첫 인출까지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다.


따라서 한국이 제안하는 정부 보증 달러 스테이블코인 시스템은 통화스와프 협상과 병행하여 충분히 준비할 수 있다. 협상 초기 단계에서 스테이블코인 발행 기술 검증과 법적 프레임워크를 구축하고, 시범 프로젝트를 통해 시스템 안정성을 확인한 뒤, 실제 투자 집행 시점에 맞춰 단계적으로 규모를 확대하는 방식이 가능하다. 이는 과거 통화스와프가 작동했던 방식과 정확히 부합한다.



▲ 나가며


전통적 외교 전문가들은 디지털 금융 협력보다는 투자 규모 자체를 재협상하거나, 분납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 이러한 견해에도 일리가 있다. 실제로 3,500억 달러라는 금액 자체가 한국 경제 규모를 고려할 때 과도한 측면이 있으며, 이를 줄이려는 노력도 병행되어야 한다.


다만 미국의 강경한 입장을 고려할 때, 금액 축소만을 주장하는 것은 협상 결렬로 이어질 수 있다. 스테이블코인 전략은 금액 자체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같은 금액을 훨씬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집행하는 방법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보완적 전략으로 활용할 수 있다.


동맹이란 일방적 양보가 아니라, 서로의 필요를 이해하고 함께 성장하는 관계다. 한미 관세협상은 반드시 잘 타결되어야 한다. 그것이 한국의 경제를 지키는 길이자, 한미동맹을 지키는 길이며, 궁극적으로 우리 자녀들에게 평화롭고 번영하는 나라를 물려주는 길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감정이 아니라 지혜다. 분노가 아니라 전략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70년 동맹의 가치를 잊지 않는 역사의식이다. 스테이블코인이라는 디지털 금융 혁신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전환할 때다.


칼럼니스트 박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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