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가지 시나리오로 본
한반도 전략 선택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전략

by 박대석

2025년 한반도는 역사적 전환점에 서 있다. 이재명 정부가 미국과의 관세협상에서는 친미 제스처를 취하면서도, 국내 자주파 세력(실제는 반미, 종북, 친중파)과의 관계에서는 복잡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주한미군 4,500명의 괌 이전을 검토 중이며, 중국은 동북아 세력권 확장을 지속하고 있다.


이 복잡한 지정학적 구도 속에서 한국이 선택할 수 있는 중국예속화, 고려연방제, 괌화(Guamization), 한미연방제(초동맹) 등 네 가지 시나리오를 살펴보고,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수호하기 위한 최선의 전략을 모색해 본다.

q119t9ek11putba (1).png 박대석 작성

▲ 중국 예속화: 캄보디아의 교훈과 한국의 위기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과 중국제조 2025를 통한 글로벌 공급망 재편은 단순한 경제 정책이 아니다. 이는 주변국을 경제적으로 종속시키는 신형 제국주의 전략이다. 스리랑카 함반토타 항만의 99년 조차, 파키스탄의 과도한 중국 채무 의존은 경제 예속이 국가 주권을 어떻게 잠식하는지 보여주는 생생한 교훈이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2024~2025년 캄보디아 사태다. 표면적으로는 인신매매와 온라인 사기, 감금·폭력 등으로 대표되는 범죄 확산이지만, 그 근저에는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과 밀접한 구조적 연관이 있다. 한국 외교부와 KOTRA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대 캄보디아 직접투자는 2024년 기준 전체 외국인 직접투자의 약 49.8%에서 최대 69.9%를 차지한다.


연도별로 차이가 있지만, 2024년 캄보디아개발위원회 보고서는 중국 투자 비중을 69.9%로 집계했다. 이는 2020년 약 30%에서 지속적으로 증가한 수치다. 2024년 중국의 대 캄보디아 투자액은 31억 6,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약 39% 증가했으며, 이는 팬데믹 이전인 2019년 13억 2,100만 달러의 두 배를 훨씬 상회하는 수준이다.


중국은 2010년대 이후 캄보디아 남서부 항구도시 시아누크빌을 일대일로 해상 거점으로 개발하면서 대규모 인프라 건설, 부동산, 카지노 투자에 중국 자본을 쏟아부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현지 부패한 관료 및 군경과 결탁한 중국계 범죄조직이 들어와 도시 전체가 '사기·도박 복합지대'로 변질되었다. 서방국가가 인권이나 투명성 조건을 요구하는 반면 중국은 '무조건적 투자'를 내세워 훈 센 정권과 긴밀히 결합, 정치·경제적 종속이 심화되었다.


그 결과 캄보디아는 사실상 중국 자본이 통제하는 준식민지적 구조로 변하며 자국 치안 통제력마저 약화됐다. 이것이 바로 중국 예속화의 실체다. 경제 협력이라는 달콤한 미끼 뒤에 숨겨진 것은 주권 상실과 범죄 천국화, 그리고 국가 기능의 마비다.


한국의 대중 무역 의존도는 국민총생산의 약 25%에 달한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현 좌파정권의 사실상 중국 예속화 시도다. 2025년 9월 29일부터 시행된 중국인 단체관광객 무비자 입국 정책이 대표적이다. 김민석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관광 활성화 미니정책 TF'는 2026년 6월 30일까지 3인 이상 중국인 단체관광객의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표면적으로는 "관광 산업 활성화와 내수 진작"이라는 명분이지만, 실상은 다르다. 중국도 2024년 11월부터 한국인에게 30일 무비자 입국을 허용했다며 상호주의를 내세우지만, 이는 한국을 경제적으로 종속시키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정부는 이 정책으로 100만 명의 중국 관광객이 추가로 유입될 것으로 기대한다지만,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이 중국 자본과 관광객 유입으로 어떻게 변했는지 망각한 것인가?


물론 경제적 실리를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다. 중국은 여전히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며, 단기적으로 양국 간 경제 협력이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하지만 핵심은 의존의 정도와 방향성이다. 경제 교류와 예속은 전혀 다른 문제다. 한국은 대중 무역 의존도를 단계적으로 낮추면서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 쿼드 등과의 연계를 통한 공급망 다변화 전략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동남아시아, 인도, 중남미 등 신흥 시장으로의 수출 시장 확대를 위한 정부의 세제 및 금융 지원책도 필수적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중국 관광객 우대정책이다. 국내 면세점, 호텔, 대형 유통업체들은 중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할인 행사와 맞춤형 마케팅을 준비하고 있으며, 위챗페이 등 중국 결제 수단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서비스 개선이 아니라, 한국 경제가 중국 자본과 소비자에 종속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중국 자본 유입의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외국인 투자 심사 및 보안 기준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최근 한국에서 나타나는 연쇄 시신 훼손 사건과 불안 여론은 단순 괴담의 차원을 넘어, 중국발 국제 인신매매 구조의 확장 압력과 연결된 현상으로 보이며, 한국 사회 역시 이 고리의 직접적 영향을 받기 시작한 것으로 해석된다.


캄보디아가 수십억 달러로 주권을 잃었다면, 한국은 얼마에 자유를 팔 것인가? 100만 명의 중국 관광객 유치라는 단기 경제 이익을 위해 국가 안보와 주권을 담보로 잡을 것인가?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중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다. 홍콩의 일국양제 약속 파기, 신장 위구르 사태, 티베트 탄압이 그 증거다. 중국에 종속되는 것은 단순한 경제적 선택이 아니라 체제의 통제와 사상의 굴복을 의미한다. 반면 미국과의 동맹은 최소한 자유와 시장의 지속 가능성을 보장한다.


1953년 체결된 한미상호방위조약이 '태평양 지역'을 방어 범위로 명시한 것은 단순히 북한만이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 등 공산 세력 전체를 견제하기 위함이었다. 이승만 대통령의 이 전략적 선택이 70년 넘게 한국의 안보를 지켜왔다. 중국 예속화를 선택하는 순간, 우리는 이 모든 것을 잃게 된다. 캄보디아의 오늘이 한국의 내일이 될 수 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 정책은 그 첫걸음일지도 모른다.


▲ 고려연방제, 적화통일의 위장술


북한이 1960년부터 주장해 온 고려연방제는 1980년 '고려민주연방공화국 창립방안'으로 구체화되었다. 표면적으로는 1 민족 1 국가 2 체제 2 정부 형태를 표방하지만, 그 선결조건을 살펴보면 본질이 드러난다. 북한은 연방제 실현을 위해 국가보안법 폐지, 주한미군 철수, 안보수사기관 해체, 공산당 합법화 등을 요구한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일이 제시한 '낮은 단계의 연방제'도 마찬가지다. 연방정부 구성 시 남한에 주둔하는 외국군대, 즉 주한미군 철수 문제가 자연스럽게 제기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현재 주한미군 28,500명은 한반도 안보의 핵심 억지력이다. 이들이 철수하면 군사적 공백이 발생하고, 국가보안법과 안보기관이 해체되면 북한의 대남 공작이 자유로워진다.


흥미롭게도 김정은은 2023년 '적대적 두 국가론'을 제창하며 사실상 고려연방제를 폐기했다. 이는 남북 경제 격차가 벌어지면서 연방제를 통한 적화통일 전략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역설적이게도 북한조차 포기한 고려연방제를 일부 국내 세력이 여전히 주장하는 현실은 우려스럽다.


▲ 괌화(Guamization), 전략적 재배치가 던진 냉혹한 현실


2025년 5월 22일 월스트리트저널 보도는 충격적이었다. 미국이 주한미군 4,500명을 괌 등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는 현재 한국에 주둔한 미군 약 2만 8,500명 가운데 약 4,500명을 미국 영토인 괌을 비롯해 인도·태평양 내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런 구상은 대북 정책에 대한 비공식 검토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아직 트럼프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되지 않은 상태다. 정책 검토를 진행 중인 고위 당국자들이 논의하는 여러 구상 중 하나로 확인됐다.


이는 단순한 병력 재배치가 아니다. 한국의 '괌화'라는 전략적 전환을 의미한다.


괌화 논란이 공개되었을 때 많은 이들이 이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음모론이다", "독립국가가 어떻게 속국이 되느냐", 심지어 "사대주의", "매국노"라는 비난까지 쏟아졌다. 하지만 감정적 반응이 현실을 바꾸지는 않는다. 현실을 인정하지 않으면 대응도 불가능하다. 현실을 외면하는 순간, 우리는 스스로의 미래를 선택할 권리조차 잃는다.


다만 '괌화'라는 표현에 대해서는 보다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주한미군 4,500명 괌 이전 검토는 철수라기보다 인도·태평양 전역의 중국 견제 전략 재편의 일환으로, 한반도의 안보 구조가 새로운 균형점을 찾는 과정으로 봐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의 '한미동맹 현대화' 전략은 주한미군의 역할을 한반도 방어에서 인도·태평양 전역의 중국 견제로 확대하려는 의도다.


세종연구소 조비연 연구위원에 따르면 주한미군 조정 시나리오로는 제2보병사단 조정, F-16 비행대대 조정, 대규모 철수 등이 거론된다. 미국은 1953년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 이래 한국에 무상 주병권을 인정받았다. 2006년 한미공동성명에 따라 주한미군 전환 배치에 대한 사전 협의 의무도 없다.


그러나 이것이 한국의 수동적 대응을 정당화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는 한국이 동맹 현대화의 주도권을 확보할 천재일우의 기회다. 미군 병력 일부가 이전되더라도, 한국은 첨단 전력과 정보 공유를 통해 자율적인 방위 역량을 극대화해야 한다. 2026년부터 2030년까지 5년간 유효한 제12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에 따라 2026년 총액 1조 5,192억 원(2025년 대비 8.3% 증가)을 단순 이행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한국의 첨단 전력 도입 및 개발에 대한 미국의 기술 협력 및 지원을 SMA 협상에서 관철하는 지렛대로 활용해야 한다.


미국의 핵 공유 또는 준핵 공유 논의를 공식화하는 촉매제로도 활용할 수 있다. 주한미군의 한국 주둔이 한국의 안보뿐 아니라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미국의 국익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여, 한국이 단순한 피보호국이 아니라 핵심 전략 동반자임을 강조해야 한다.


괌은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 거점으로, 2025년 완공 예정인 티니안 디버트 비행장 건설 등 미군 강화가 진행 중이다. 한국 입장에서는 상주 병력 감소로 인한 억지력 약화가 우려되지만, 첨단 전력 배치와 전략자산의 잦은 전개로 보완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중요한 것은 괌화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한국의 국방 역량 강화와 동맹 현대화를 통해 주도적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2025년 8월 워싱턴 CSIS 연설에서 밝힌 대로 "한반도 안보를 지키는 데 더 주도적인 역할"을 위한 국방비 증액과 첨단 과학기술 도입은 필수적이다.


▲ 한미연방제, 현실적 대안인가, 혁명적 비전인가


기존의 한미동맹을 넘어서는 새로운 형태의 통합 체제 구상이 필요한 시점이다. 다만 '한미연방제'라는 표현은 현실 정치에서 아직 공론화되지 않았고, 2025년 8월 25일 한미 정상회담의 공식 의제는 "동맹 현대화"로 규정되었다. 따라서 현실적 접근으로는 '초동맹' 또는 '전략적 통합 동맹' 용어를 이 글에서는 사용한다.


한미 초동맹의 이론적 근거는 명확하다. 첫째, 자유민주주의라는 공유 가치다. 둘째, 80년 이상의 동맹 역사다. 셋째, 경제·기술·군사 분야의 긴밀한 협력 관계다. 한미 초동맹 구상은 국방·외교·경제 영역의 통합 협력체로, 기존의 군사동맹을 넘어 정보·기술·금융을 포괄하는 전략적 동맹체제를 의미한다.


만약 실현된다면 한국은 미국의 완전한 핵우산 아래 들어가며, 영구적인 안보 보장을 얻게 된다. 또한 미국 시장에 대한 완전한 접근권, 달러 경제권 편입, 기술 이전 제한 해제 등 경제적 이익도 상당할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 장벽도 만만치 않다. 첫째, 미국 헌법상 새로운 주의 편입은 연방 의회의 승인을 요하는데, 미국 내 반대 여론이 클 것이다. 둘째, 한국의 주권 포기에 대한 국내 반발이 예상된다. 셋째, 중국과 러시아의 강력한 반대와 지역 안보 긴장 고조가 불가피하다.


그렇다면 한미 초동맹은 비현실적인 공상인가?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완전한 연방제가 아니라 '준연방제' 또는 '특수 동맹 형태'로 단계적 접근이 가능하다. 영연방 모델처럼, 한국이 독립성을 유지하면서도 미국과 강력한 연방체를 구성하는 방식이다.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가 영국과 연방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완전한 주권국가로 기능하는 것처럼, 한국도 미국과 연방국가를 구성하되 높은 수준의 자치권을 유지할 수 있다. 외교와 국방은 연방 정부가 담당하고, 내정과 문화는 한국이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평택 미군기지를 넘어 '한미 공동경제안보특구'를 지정하고, 워싱턴/실리콘밸리식 행정 및 법 체계 일부를 도입하여 초동맹 구상을 제도적 통합으로 구체화할 수 있다. 나토나 EU보다 강력한 통합은 미국-이스라엘 관계나 미국-영국 특수 관계를 벤치마킹할 수 있으며, 경제·기술 동맹을 안보 동맹과 동등한 수준으로 격상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첨단 기술 R&D에 대한 무제한적 접근권 보장이 그 예다.


▲ 한국의 선택, 자주파와 동맹파를 넘어서

20251019_130322.png 박대석 작성

네 가지 시나리오를 검토한 결과, 한국이 나아갈 방향은 명확하다.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한미동맹을 포괄적으로 격상하되, 단계적이고 현실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현재 이재명 정부 내부에는 자주파와 동맹파의 노선 차이가 존재한다. 동아일보 2025년 10월 1일 보도에 따르면, 이종석 국가정보원장, 정동영 통일부 장관 등 자주파는 "한미동맹 의존도를 줄이고 남북이 주도하는 평화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며 남북협력·9·19 복원, 교류 우선, 한미연합훈련 축소를 강조한다. 반면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조현 외교부 장관 등 동맹파는 "한미일 협력 강화가 안보의 근간"이라며 비핵화 우선, 동맹 중심 현실주의 노선을 고수한다.


정동영 장관과 조현 장관은 국정감사에서 "이재명 정부의 외교·안보라인은 자주와 동맹을 아우르는 자주적 동맹파"라며, "자주파·동맹파 구분이 20년 전의 낡은 프레임"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문재인 정권 5년간 의도적으로 훼손된 한미동맹의 후유증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사드 배치 지연, 지소미아 파기 시도, 한미일 공조 약화가 그 결과다. 형식상 자주·동맹 공존이지만 실질적 주도권은 자주파에 있다는 평가가 최신 언론 보도에서도 확인된다.


문제는 국민 다수가 반미친중을 원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국갤럽 2024년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74% 내외가 한미동맹을 지지하고, 80% 이상이 주한미군 주둔을 찬성한다. 중국에 대해서는 60% 이상이 '위협적'이라고 답했다. 아산정책연구원 2024년 조사에서도 한국인의 72%가 "미중 갈등 시 미국 편을 들어야 한다"라고 응답했다.


그런데도 정책 방향은 종종 이와 다른 모습을 보인다. 이는 레닌의 전위당 이론에서 말하는 '소수의 조직화된 좌파 세력이 다수의 무관심한 대중을 이끌어가는 구조'와 유사하다. 현실정치에서는 소수의 적극적 세력이 다수의 소극적 여론보다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들이 사용하는 '균형자론', '전략적 모호성', '실용외교' 등의 용어는 그 자체로는 합리적이지만, 때로는 친중정책을 포장하는 수사로 활용된다. 2003년 노무현 정부의 '동북아 균형자론'과 주한미군 감축,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추진이 대표적 사례다.


물론 이런 정책들에도 나름의 논리가 있다. '전략적 모호성'을 주장하는 측에서는 미중 패권 경쟁에서 어느 편도 들지 않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본다. 하지만 국제정치 현실에서 중소국의 중립은 강대국들의 각축장이 되는 위험을 내포한다.


한국이 직면한 위기는 동시에 천재일우의 기회이기도 하다. 미국이라는 천혜의 자산을 제대로 활용하기만 하면 한국은 지정학적 한계에서 영원히 벗어나 확실한 자주평화와 번영을 지속할 수 있다. 문제는 기존의 관성적 사고로는 이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점이다.


▲ 단계별 한미 초동맹


1단계로 현재의 한미동맹을 더욱 공고히 해야 한다. 2026년부터 2030년까지 5년간 유효한 제12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에 따라 2026년 총액 1조 5,192억 원(2025년 대비 8.3% 증가)을 성실히 이행하고,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의 처우 개선과 퇴직연금제 도입을 추진해야 한다.


2단계로 '동맹 현대화'를 적극 수용하되 한국의 이익을 관철시켜야 한다. 주한미군의 인도·태평양 전역으로의 역할 확대는 인정하되, 한반도 방어 능력이 약화되지 않도록 첨단 전력 배치와 전략자산 전개 빈도 증가를 보장받아야 한다. F-35 스텔스 전투기의 군산기지 배치, 리퍼 무인공격기 추가 배치 등을 추진해야 한다.


3단계로 평택 미군기지를 중심으로 한 '한미 공동경제안보특구' 설정을 검토할 수 있다. 현재도 평택 캠프 험프리스는 해외 최대 미군 기지로, 사실상 '작은 미국'이다. 이를 더욱 발전시켜 한미 합동 사령부의 권한을 강화하고, 경제·기술 협력의 허브로 만들 수 있다.


4단계로 장기적으로는 한미 간 더욱 긴밀한 통합 형태를 모색할 수 있다. 이는 완전한 연방제가 아니더라도, 나토나 유럽연합보다 훨씬 강력한 통합 수준을 의미한다. 국방·외교·경제 정책의 완전한 공조, 기술과 정보의 무제한 공유, 인적 교류의 자유화 등을 포함할 수 있다.


▲ 자주국방의 재정의 와 역사적 선택


일부에서는 "한미 초동맹은 주권 포기"라며 자주국방을 외친다. 하지만 냉혹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진정한 자주국방은 '미국으로부터의 독립'이 아니라, 동맹국으로서 대등한 기여와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며 북한의 위협에 1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압도적 전력을 갖추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중국·북한·러시아가 한국의 자주적 방위 능력을 결코 용납하지 않는 상황에서, 자주국방의 토대는 역설적이게도 미국과의 동맹 위에서만 가능하다. 미국조차 동맹과 연합체계를 기반으로 안보를 유지하는 세상에서, 완전한 자주국방이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이상에 가깝다.


"핵을 보유하면 된다"는 주장 역시 환상이다. 한국이 핵을 가진 순간, 가장 먼저 이를 저지하려 들 세력은 중국과 북한일 것이며, 핵무장은 동북아의 불안정을 폭발시키는 도화선이 될 뿐이다. 국방비 증액보다 중요한 것은 미래형 전력(AI, 무인 시스템, 우주)에 대한 선택과 집중이다.


지금은 시대가 변했다. 폐쇄된 민족 중심의 체제로는 생존하기 어려운 시대다. 세계의 경제, 안보, 기술이 서로 얽혀 있는 지금, '공존과 협력'이야말로 국가 경쟁력의 핵심이다. 한국의 가장 큰 문제는 배타적 민족주의에 갇혀 국제사회에서의 영향력 행사에 무관심한 것이다. 일본, 중국, 인도, 베트남, 필리핀까지도 미국 정치권과의 인맥을 넓히며 적극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동안, 한국은 "우리끼리 잘하면 된다"는 사고에 머물러 있다.


탁월한 경제력과 기술력을 가졌음에도 미국 내에서조차 정치적 발언권을 확보하지 못하고, 관세 협상에서 주도권을 잃고 우왕좌왕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한국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흔들리는 것은 그들의 힘이 커서가 아니라, 스스로의 전략적 사고가 부족하여 휘둘리기를 허락했기 때문이다.


한국은 지금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중국 예속화는 자유의 포기이며, 고려연방제는 적화의 길이고, 괌화는 위기이자 동맹 재정의의 기회다. 한국이 선택해야 할 길은 '자주적 동맹국가' 모델이다. 이는 자주파의 민족자주론과 동맹파의 자유진영 수호론을 모두 포괄하며, 자유민주주의라는 헌법적 가치 아래 실용적 연합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하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한국이 홍익인간 정신에 기반한 새로운 문명적 리더십을 발휘할 때가 되었다. 인류는 지금 문명사적 전환점에 서 있다. '힘의 논리'가 한계를 드러내는 21세기, 무력이 아닌 모범으로, 강제가 아닌 감동으로, 지배가 아닌 협력으로 세계를 이끄는 새로운 상생의 헤게모니가 필요한 때다. 홍익인간 사상은 공자의 인, 불교의 자비, 기독교의 사랑을 아우르는 보편적 정신이자, ESG 투자 철학과 놀랍도록 일치하는 5천 년 지혜의 현대적 재조명이다.


한국은 이미 이런 리더십을 발휘할 역량을 확보했다. 전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 70% 이상을 장악한 기술력과 3 나노 공정 AI 반도체는 탄소중립이라는 인류 공동 목표에 기여하며, BTS부터 K-드라마까지 K-컬처는 전 세계 젊은이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바꾸고 있다. 87년 민주화 운동부터 촛불혁명까지 보여준 '책임 있는 자유'의 민주주의는 홍익인간 정신이 현대와 결합한 '자유민주주의 2.0'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4조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명시한다. 한미동맹의 격상과 심화는 이념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이며,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한국이 중국에 기울면서 세계무대의 중심에서 멀어지는 현실을 외면하는 것은 미래를 스스로 포기하는 일이다.


역사는 결단하는 자의 편이다. 인류 문명이 갈림길에 선 이 절체절명의 순간, 한국에게는 홍익인간 정신으로 새로운 문명 패러다임을 제시하며 기후 위기의 해결사, 자유민주주의의 혁신자, 상생의 중재자로서 인류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열어갈 역사적 소명이 있다. 우리가 모두 함께 써나가야 할 새로운 세계사의 첫 장이 바로 여기에 있다.


칼럼니스트 박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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