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
금융 활용 없이 도시 발전 없다

일산테크노밸리와 CJ라이브시티 실패가 말하는 것

by 박대석

[표지: WHISK로 생성한 이미지]


이 글은 2025.10.20. FN TODAY에 게재한 필자 명의' 고양시, 자연과 인문자원 깨울 정치자원이 필요하다'에 대한 후속 편임.


지방자치단체의 도시 발전 사업이 십수 년씩 지체되는 현상을 우리는 너무 자주 목격한다. 토지권(수용 등)과 재정을 투입하고 인허가권까지 가졌는데도 왜 사업은 지지부진한가. 근본 원인은 지자체가 도시 발전 사업의 핵심 메커니즘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도시 발전 사업은 예산으로 직접 집행하는 공공사업이 아니라 민간 자본을 끌어들여야 하는 금융 사업의 성격이 강하다. 그런데 지자체와 정치권은 여전히 1980년대 산업단지 개발 방식의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앞선 칼럼에서 고양시의 자연자원과 인문자원을 활용할 정치자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108만 인구, 17만 지식노동자, 킨텍스와 일산테크노밸리 등 우수한 인프라를 갖췄지만 정작 이를 깨울 정치자원이 부족하다는 지적이었다. 이번 칼럼에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금융에 대한 이해가 어떻게 도시 발전의 성패를 좌우하는지 고양시 사례를 통해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 도시 발전에서 금융이 결정적인 이유


도시 발전 사업에서 지자체가 흔히 저지르는 착각이 있다. 토지를 조성하고 인허가를 내주며 적정한 인센티ㅣ브를 제공하면 기업이 저절로 들어올 것이라는 믿음이다. 하지만 현실은 냉정하다. 기업은 자기 돈만으로 부지를 사고 공장을 짓지 않는다. 은행, 투자자, 자산운용사, 증권사 등 금융기관의 자금으로 사업을 진행한다.


이들 금융기관은 사업성, 입지 여건, 인프라, 인력 수급 가능성, 시장 전망을 냉정하게 평가한 후 투자를 결정한다. 금융기관이 투자 가치를 인정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입지와 유인책을 부여해도 기업은 오지 않는다.


국내외 성공한 도시들의 공통점을 보면 이는 더욱 명확해진다. 리처드 플로리다의 창조계층 이론에 따르면 도시의 경쟁력은 인재, 기술, 관용의 3요소로 구성된 창조자본이 집중될 때 형성된다. 인적 창조자본이 높은 도시일수록 기업의 혁신성과 신규 비즈니스 창출력이 높으며 도시 경제의 성장률이 가속화된다. 실리콘밸리와 싱가포르는 우수 인재 유입과 창조문화 형성을 통해 기업의 신생과 확산을 반복하며 산업 다변화를 이뤘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인재와 기술 그 자체가 무형자산으로서 벤처캐피털이나 사모펀드의 투자 대상이 된다는 점이다. 인재는 자본과 기업을 끌어들이는 자기 증폭적 메커니즘을 통해 도시 내부의 경제 규모와 경쟁력을 키운다. 결국 건강한 기업 생태계는 그 자체로 투자 생태계를 형성하며, 이 둘의 선순환이 도시 발전의 핵심 동력이 된다.


부동산 개발 금융의 기본 원리를 이해해야 한다. 프로젝트 파이낸싱은 쉽게 말해 사업 자체를 담보로 돈을 빌리는 것이다. 일반 대출이 건물이나 토지를 담보로 하는 것과 달리, 이 사업이 앞으로 벌어들일 수익을 믿고 금융기관이 돈을 빌려주는 구조다. 금융기관은 프로젝트의 순 현재가치를 계산하고 리스크를 평가하여 대출액을 결정한다.


그런데 한국개발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추진된 300여 개 프로젝트 파이낸싱 사업장의 자기 자본비율은 3퍼센트에 불과해 미국 33퍼센트, 일본 30퍼센트에 비해 현저히 낮다. 이는 한국의 부동산 금융 구조가 리스크 판단이 부실하고 사업주에게 과도한 책임을 전가하는 문제를 안고 있음을 보여준다.


문제는 고양시를 비롯한 대부분 지자체가 이러한 금융 메커니즘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과거 산업단지 개발 방식에만 의존한다는 점이다. 1980년대에서 1990년대 산업단지 조성 방식은 정부가 토지를 조성하고 저렴한 가격에 분양하면 기업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당시는 제조업 중심 시대였고 국가 주도 경제개발 시기였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2025년 현재는 지식기반 경제, 창조산업 시대다. 기업 유치의 핵심은 인센티브가 아니라 인재 풀, 연구 인프라, 금융 생태계다.


▲ 일산테크노밸리, 금융 설계의 부재가 문제다


일산테크노밸리 사례가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2025년 6월 기준 고양시는 일산테크노밸리 분양을 시작하며 약 2만 2000명의 고용 창출과 6조 원 규모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기대한다고 발표했다. 바이오·메디컬, 미디어·콘텐츠 등 입주 희망 기업과 양해각서 29건, 투자의향서 81건 등 총 110건의 투자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문제는 분양가다. 일산테크노밸리 분양 예정가는 평당 1200만 원대로 책정되어 경쟁력 논란이 일었다. 송도 경제자유구역 업무용지가 평당 600만 원에서 800만 원대인 점을 고려하면 가격 경쟁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물론 일산과 송도는 입지 특성과 개발 목적이 다르다. 하지만 금융기관과 투자자들은 절대 가격보다 투자 대비 기대수익률을 본다. 높은 분양가도 충분한 수요와 명확한 수익 구조가 뒷받침된다면 문제없다. 핵심은 1200만 원이라는 가격을 정당화할 수 있는 금융 패키지를 고양시가 제시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고양시가 경기주택도시공사와 협력하여 전통적인 공급자금융 방식에만 의존한다는 점이다. 토지를 조성하고 분양하면 끝이라는 구태 방식이다. 이는 부동산 개발 금융의 본질을 간과한 것이다.


부동산 개발 금융은 크게 공급자금융과 수요자금융으로 나뉜다. 공급자금융은 시행사나 개발자가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해 받는 자금 조달 방식으로 건설비와 토지비 등을 금융기관으로부터 차입하거나 투자를 유치하는 구조다. 수요자금융은 최종 구매자인 소비자나 입주자가 부동산을 구입할 때 받는 주택담보대출이나 분양권 담보대출 같은 방식이다. 고양시는 공급자금융만 고려하고 수요자금융을 제대로 설계하지 못했다.


핵심은 수요자금융 구조를 사전에 확정하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계약만 하면 장기 저리로 계약금·중도금·잔금 대출을 세팅하는 것이다. 고양시가 산업은행, 기업은행, 주택도시기금 등 정책금융기관과 사전에 협약을 체결하여 일산테크노밸리 입주 기업에게 10년 이상 장기 저리 대출을 보장한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초기 자금 부담이 대폭 줄어든다. 이렇게 하면 평당 1200만 원이라는 높은 분양가도 수용 가능해지고 단기간에 완판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바이오 연구개발 중심 기업이 1000평을 계약할 경우 분양가는 12억 원이다. 하지만 계약금 10퍼센트인 1억 2000만 원만 내면 중도금 40퍼센트인 4억 8000만 원과 잔금 50퍼센트인 6억 원은 은행과 정책금융기관이 10년 거치 20년 분할상환, 연 2퍼센트 금리로 대출을 제공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기업은 실질적으로 1억 원대 자금으로 12억 원 규모 부지를 확보할 수 있다. 이는 인천경제청이 송도 경제자유구역에서 신한은행·하나금융과 프로젝트 파이낸싱 협약을 체결하여 활용한 전략이기도 하다.


문제는 고양시가 이러한 수요자금융 구조를 설계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단순히 평당 최대 80만 원의 토지 매입비를 지원한다는 조례만 있을 뿐, 정작 중요한 금융 체인은 구축되지 않았다. 일산테크노밸리를 진정한 첨단산업 클러스터로 만들려면 공급자금융과 수요자금융을 모두 활용하는 창의적 금융 설계가 필요하다.

20251021_124343.png 박대석 작성

수요자금융 구조가 확립되면 단순히 분양 완판을 넘어 훨씬 더 중요한 기회가 열린다. 바로 글로벌 메가트렌드와 범용기술을 기반으로 한 우량 기업을 경쟁적으로 선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글로벌 메가트렌드란 인공지능, 바이오헬스, 기후기술, 디지털전환 등 향후 10년에서 20년간 세계 경제를 주도할 거대한 변화의 흐름을 말한다.


범용기술은 특정 산업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어 혁신을 일으키는 기술로 반도체,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금융 여건이 우수하면 이러한 메가트렌드와 범용기술을 보유한 모멘텀 기업, 지속성장 기업, 앵커 기업들이 자연스럽게 입주를 희망한다.


모멘텀 기업은 혁신 기술로 빠른 성장을 이루는 스타트업과 벤처를 말하며, 지속성장 기업은 안정적 수익 구조로 꾸준히 성장하는 중견기업을, 앵커 기업은 클러스터의 핵심 역할을 하며 생태계를 이끄는 대기업이나 유니콘 기업을 의미한다.


고양시는 6개 대형병원을 보유한 바이오 인프라, 킨텍스를 중심으로 한 컨벤션 산업, 17만 지식노동자라는 인적자원을 고려할 때 바이오헬스와 디지털콘텐츠 분야의 우량 기업을 엄선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갖게 된다. 수요자금융이 뒷받침되면 고양시가 기업을 선택하는 주도권을 갖게 되고, 이는 장기적으로 일산테크노밸리의 질적 경쟁력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가 된다.


고양시는 국립암센터, 일산병원, 명지병원, 동국대병원, 백병원, 차병원 등 6개 대형병원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바이오 연구개발 클러스터 조성에 최적의 조건이다. 하지만 이러한 인프라를 금융과 연결하지 못하면 그림의 떡이다. 6개 병원과 협력하여 임상시험 인프라를 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바이오 벤처들이 고양시에서 신약 개발을 진행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삼방 상생 구조다. 삼방 상생 구조란 공공, 민간, 금융기관이라는 세 주체가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이익과 책임을 공유하는 협력 모델이다. 병원은 임상시험 수익을 얻고, 바이오 기업은 개발 비용과 시간을 절감하며, 고양시는 일자리와 세수를 확보한다. 어느 한쪽이 희생하는 것이 아니라 세 주체 모두가 윈윈 하는 구조다.


문제는 이러한 구조를 설계하고 실행하려면 금융 전문가들과 먼저 협의해야 한다는 점이다. 개발업자나 설계업자가 아니라 벤처캐피털, 자산운용사, 정책금융기관 담당자들을 먼저 만나 사업성을 검증받아야 한다. 금융기관들이 이 사업은 투자할 만하다고 판단해야 민간 자본이 들어온다.


그런데 현 고양시 행정부는 경제자유구역 지정이라는 장기 과제에 집중하면서도 여전히 경기주택도시공사 등 공공기관과만 일을 추진하며 민간 금융시장과의 소통은 미흡한 실정이다. 금융 및 투자 생태계 구축 없이는 아무리 좋은 입지와 인프라가 있어도 기업 생태계가 형성되지 않는다. 이것이 일산테크노밸리가 답보 상태인 근본 원인이다.


▲ CJ라이브시티, 불명확한 수익 구조가 사업을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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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안타까운 사례는 CJ라이브시티다. 2015년 한류관광 산업화를 목적으로 설립된 CJ라이브시티는 고양시 킨텍스 인근 약 9만 평 부지에 케이컬처밸리 복합개발사업을 추진했다. 하지만 2025년 7월 경기도는 사업협약을 해제했다. 정작 자기 발로 공모를 통해 들어온 대기업 손자회사를 10년 만에 쫓아내다시피 한 것이다.


CJ라이브시티 사업 중단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불명확한 수익 구조였다. 호텔, 테마파크, 상업시설을 복합 개발하는 사업으로 막대한 초기 투자가 필요한 반면, 각 부문의 투자 회수 기간과 수익률이 달라 프로젝트 파이낸싱 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다.


공연과 문화 콘텐츠 산업은 브랜드 가치와 관광 파생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초기 투자비 대비 회수 기간이 지나치게 길고 수익률도 불확실하다. 호텔 사업 역시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단기간에 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부문은 상업시설뿐인데 문제는 현재 대한민국의 상가와 지식산업센터가 공급 과잉 상태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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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시 내 신축 오피스텔과 상가 20평형이 보증금 300만 원에 월세 30만 원 수준이다. 고양시정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CJ라이브시티 상업시설이 들어서면 기존 일산 상권과 공멸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일산 시내 원마운트, 가로수길, 라페스타, 웨스턴돔 등 주요 상가는 현재도 침체된 상태다. 이러한 상황에서 CJ라이브시티는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는 명확한 금융 경로를 찾기 어려웠고 결국 사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사업 실패에는 인허가 지연, 규제 변화,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 구조 설계의 문제는 여전히 핵심적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인허가권을 가진 고양시가 남의 일처럼 방관했다는 점이다. 고양시장은 고양시가 추진 중인 경제자유구역 지정과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했던 CJ라이브시티 조성사업이 무산돼 안타깝다며 원론적인 말만 했다.


고양시는 초기 단계에서 CJ라이브시티의 금융 구조를 검토하고 분양 전략을 함께 설계하며 기존 상권과의 상생 방안을 마련했어야 했다. 하지만 고양시는 인허가만 내주고 방관했다.


도시 발전 사업의 핵심은 금융 설계다. 기획안을 만들 때 개발업자나 설계업자가 아니라 먼저 투자자 등 금융기관들과 협의해야 한다. 그 뒤에 기업이 있다. 금융기관들은 사업성, 리스크, 시장 상황을 냉정하게 평가한다. 그들이 투자 가치를 인정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기획안도 실현되지 않는다.


▲ 라페스타 활성화, 창의적 금융 기법으로 풀어야 한다


고양시의 대표적 상권 침체 사례가 라페스타다. 일산신도시 개발 초기 기대를 모았지만 현재는 공실이 늘고 유동 인구가 줄어 고사 직전이다. 원마운트, 가로수길, 웨스턴돔 등도 상황은 비슷하다. 고양시는 삼송 스타필드에 상권이 잠식당했다며 한탄하지만 정작 해결책을 내놓지 못한다.


라페스타 활성화에도 금융 기법을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고양시가 라페스타 일부 공실 구역의 지분을 기존 상인으로부터 매입하되 이 대금은 자산유동화증권(ABS)으로 조달하여 상환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자산유동화증권은 부동산이나 대출채권 같은 자산을 담보로 발행하는 증권으로 미래 수익을 현재 자금으로 전환하는 금융 기법이다.


고양시나 민간사업자(펀드 등)가 라페스타 지분을 매입하고 이를 담보로 자산유동화증권을 발행하여 금융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한다. 이후 예를 들면 인플루언서와 유튜버들에게 6개월 무료 사용 기회를 제공하고 수익 공유제를 도입하는 방식이다.


인플루언서들이 라페스타를 유튜브 성지, 인스타그램 핫플레이스로 만들면 자연스럽게 유동 인구가 증가한다. 이후 수익이 발생하면 시와 인플루언서가 일정 비율로 나누는 구조다. 발생한 수익으로 자산유동화증권 원리금을 상환하고 잔여 수익은 시와 인플루언서가 배분한다. 이는 부동산 금융에서 지분투자 방식과 수익 배분 구조, 그리고 자산유동화 기법을 결합한 것이다. 지자체가 직접 예산을 투입하는 것이 아니라 금융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고 민간 창작자들의 콘텐츠 역량과 결합하여 상권을 살리는 방식이다.


실제로 전국 지자체 중 일부는 빈 상가를 청년 창업자에게 저렴하게 임대하고 수익이 나면 일부를 환수하는 방식으로 상권을 되살린 사례가 있다. 하지만 고양시는 이러한 창의적 금융 기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라페스타가 침체된 이유는 삼성스타필드 등 단순히 경쟁 상권이 생겨서가 아니다. 임대료 대비 기대 수익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임대료를 낮추되 수익이 발생하면 공유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는 전형적인 금융 설계 문제다. 수익성 분석, 리스크 평가, 지분 구조 설계, 수익 배분 비율 책정, 자산유동화 구조 등 금융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물론 이러한 제안이 단기 흥행에 그쳐서는 안 된다. 라페스타의 진정한 재생은 장기적 가치 회복 전략이어야 한다. 상권 활성화에는 다양한 요인이 작용하며 금융 기법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반론도 있다. 실제로 소비 트렌드 변화, 온라인 쇼핑 확산, 인구 구조 변화 등 구조적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창의적인 금융 설계와 수익 구조 혁신이 필요하다는 점은 변함이 없다.


▲ 분당과 일산의 차이는 금융 생태계에 있다


분당과 일산을 다시 비교해 보자. 비슷한 시기 개발됐지만 분당 아파트 값은 일산의 2배에서 3배다. 분당은 판교테크노밸리를 통해 네이버, 카카오 등 정보기술 기업을 유치하며 상장기업이 집중됐다. 고양시 상장기업은 4개인데 성남시는 135개다. 기업과 일자리가 몰리니 인재가 모이고 인재가 모이니 지역 가치가 올라가고 지역 가치가 올라가니 부동산 가격도 상승했다.


여기서 핵심은 판교테크노밸리가 성공한 이유가 단순히 땅을 조성했기 때문이 아니라는 점이다. 성남시는 벤처캐피털, 정책금융기관과 긴밀하게 협력하여 정보기술 스타트업들이 필요로 하는 금융 생태계를 구축했다.


초기 투자, 후속 투자, 기업공개까지 이어지는 금융 체인이 작동했기 때문에 기업들이 판교에 몰린 것이다. 반면 고양시는 일산테크노밸리를 조성하면서도 금융 및 투자 생태계 구축에는 무관심했다. 기업 생태계가 살아나려면 반드시 그것을 뒷받침하는 투자 생태계가 동시에 형성되어야 한다. 이것이 판교와 일산의 결정적 차이다.


경쟁력 있는 도시는 단일 산업에 의존하지 않고 기존 산업의 성장, 외부 투자 유치, 신산업 창출이라는 세 가지 축이 균형을 이뤄야 한다. 오스틴, 코펜하겐, 도쿄는 정보통신기술·에너지·제조 등 다층 산업을 금융시스템과 연결해 지속 가능한 기업 생태계를 만든 사례로 평가된다. 기술 중심의 생태계는 고급 인적자원이 유입되도록 지원하고 이들이 기술창업, 연구개발 투자, 글로벌 네트워크 형성으로 이어지는 혁신사슬을 형성한다.


도시가 장기간 혁신과 고용을 유지하려면 대규모 자본을 효율적으로 순환시킬 수 있는 금융 인프라가 필수적이다. 성공한 도시는 단순한 은행 중심 자금조달을 넘어 프로젝트 파이낸싱, 세금증액금융, 메자닌 파이낸싱, 부동산투자신탁 등 구조화된 금융기법을 도시개발과 기업투자에 활용한다.


런던과 뉴욕은 각종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자본시장 기반의 금융수단으로 추진함으로써 민간투자를 활성화하고 혁신기업 유입의 기반을 마련했다. 이러한 도시는 금융·산업·기술의 연결망을 전략적으로 운영해 기업 활동의 지속성과 일자리의 질을 함께 높인다.


특히 공공과 민간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복합적 자본 구조를 통해 도시개발 리스크를 분산하면서 투자 효율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확보한다. 결국 건강한 투자 생태계가 기업 생태계를 키우고, 성장한 기업 생태계가 다시 투자를 유인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 시민, 시의원, 공무원의 각성이 필요하다


도시 발전 사업에서 금융이 결정적이라는 인식은 시민, 시의원, 공무원 모두에게 필요하다. 시민들은 여전히 우리 동네 재개발해달라, 집값 좀 올려달라는 식의 단기 요구에 머문다. 하지만 진정한 도시 발전은 지역 가치를 높이는 것이고 이는 일자리, 문화 인프라, 교육 환경이 종합적으로 개선될 때 가능하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금융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고양시청사 이전 문제도 같은 맥락에서 접근해야 한다. 현재 고양시는 백석동 업무빌딩으로의 부분 이전 계획이 경기도로부터 4차례 반려되며 연간 임대료 13억 원의 재정 손실을 보고 있다. 하지만 발상을 전환하면 이 문제도 금융 기법으로 해결할 수 있다. 대곡역 교통 밀집 지역에 고도 제한 범위 내에서 한강 이북 랜드마크 빌딩을 짓되 약 10여 개 층은 고양시청으로 무상 기부채납 받는 구조를 설계하는 것이다.


민간 개발사가 랜드마크 빌딩을 건설하고 상업시설과 오피스를 분양·임대하여 수익을 창출한다. 고양시는 10여 개 층을 무상으로 확보하여 시청사로 활용하고 개발사는 고양시청이 입주함으로써 얻는 지역 브랜드 가치 상승과 주변 부동산 가치 상승의 수혜를 입는다. 이는 예산에만 얽매이지 않고 자본시장의 돈을 시장 논리로 끌어오는 방식이다.


개발사는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통해 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고 고양시는 예산 부담 없이 신청사를 확보하며 금융기관은 안정적인 수익을 얻는다. 여기서도 삼방 상생 구조가 작동한다. 공공인 고양시는 청사를 확보하고, 민간 개발사는 시청 입주로 인한 가치 상승을 누리며, 금융기관은 안정적 투자처를 확보하는 것이다. 이러한 무상 기부채납은 민간 자본 유치를 위한 초기 리스크 헤지 수단이 될 수 있다.


시도의원과 공무원들도 금융에 대한 이해를 높여야 한다. 시의원들은 여전히 예산 확보에만 집중하지만 도시 발전 사업의 핵심은 예산이 아니라 민간 자본 유치다. 100억 예산으로 직접 사업을 하는 것보다 100억을 마중물로 활용하여 1000억 민간 자본을 끌어들이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금융 구조 설계, 투자 유치 전략, 리스크 관리가 필요한데 현재 고양시의회에 이러한 전문성을 갖춘 의원은 드물다.


공무원들도 마찬가지다. 과거 산업단지 개발 방식에 익숙한 공무원들은 토지 조성-분양-관리라는 직선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하지만 현대 도시 발전은 금융, 산업, 문화, 교육이 복합적으로 얽힌 입체 구조다. 공무원들이 금융 전문가와 대화할 수 있는 수준의 역량을 갖춰야 한다. 이를 위해 고양시는 금융 분야 전문가를 영입하거나 기존 공무원들에게 부동산 금융, 프로젝트 파이낸싱, 벤처 투자 등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


▲ 정치자원의 핵심 역량은 금융 이해력이다


결국 핵심은 정치자원이다. 시민의 요구를 듣고 시의원과 공무원을 조율하며 중앙정부와 금융기관을 설득할 수 있는 정치인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역량이 바로 금융 이해력이다.


고양시장과 국회의원, 도의원은 금융 전문가와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 벤처캐피털 대표를 만나 고양시 바이오 클러스터의 투자 가치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하고 정책금융기관을 설득하여 특별 융자 프로그램을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하며 대형 제약사를 설득하여 고양시에 연구개발 센터를 유치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단순한 행정 능력이 아니라 금융 구조 설계 능력, 사업성 분석 능력, 투자 유치 능력이다.


성공한 도시는 단순히 인재나 기술이 많은 곳이 아니라 창조자본이 집적되어 혁신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이를 흡수할 산업과 기술 생태계가 조화롭게 발전하며 이를 지속가능하게 뒷받침하는 정교한 금융구조가 도시 전체를 순환시키는 시스템을 갖춘다. 결국 인재, 기술, 자본, 금융의 선순환 구조를 얼마나 체계적으로 설계하고 운용하느냐가 도시의 장기적 성장과 일자리 유지의 핵심 변수다. 건강한 기업 생태계는 투자 생태계 없이는 결코 지속될 수 없으며, 금융 생태계가 탄탄해야 기업 생태계도 번성한다.


▲ 2026년 지방선거는 기회다


2026년 6월 지방선거는 고양시에 새로운 기회다. 금융을 이해하고 창의적인 금융 기법을 활용하여 도시를 발전시킬 수 있는 정치자원을 선택해야 한다. 단순히 열심히 일하겠다는 다짐이 아니라 일산테크노밸리를 이렇게 활성화하겠다, 라페스타를 이런 방식으로 되살리겠다, 바이오 클러스터를 이런 금융 구조로 만들겠다는 구체적 청사진을 제시하는 후보를 선택해야 한다.


핵심은 예산에만 얽매이지 말고 자본시장의 돈을 시장 논리로 끌어와야 한다는 점이다. 도시에 인재와 기술이 몰리면 금융은 앞다투어 기업에 양질의 금융 지원을 한다. 일산테크노밸리에 바이오 벤처들이 모이고 6개 대형병원과 협력하여 임상시험 인프라가 구축되면 벤처캐피털과 정책금융기관들은 자연스럽게 투자한다. 기업이 성장하면 더 많은 인재가 모이고 더 많은 기술이 집적되며 금융기관들은 더 적극적으로 자금을 공급한다. 이러한 선순환 구조가 작동하면 도시는 지속적으로 발전한다.


도시가 발전하면 개인의 집값도 지속적으로 상승한다. 이는 일시적 투기가 아니라 지역 가치 상승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다. 분당이 일산보다 집값이 2배에서 3배 높은 이유는 판교테크노밸리를 통해 135개 상장기업이 몰렸고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되었으며 금융 생태계가 구축되었기 때문이다. 고양시도 일산테크노밸리를 중심으로 바이오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제대로 된 금융 구조를 설계하며 인재와 기술을 유치하면 분당처럼 지속적인 발전이 가능하다.


앞선 칼럼에서 강조했듯이 고양시는 이미 우수한 자연자원과 인문자원을 갖추고 있다. 한강과 창릉천, 일산호수공원, 킨텍스, 6개 대형병원, 108만 인구, 17만 지식노동자. 문제는 이를 깨울 정치자원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그리고 정치자원의 핵심 역량은 금융 이해력이다.


2026년 지방선거에서 후보자들에게 물어보자. 일산테크노밸리를 어떻게 활성화할 것인가. 수요자금융 구조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 라페스타를 어떻게 되살릴 것인가. 자산유동화증권을 활용한 상권 재생 전략은 무엇인가. 바이오 클러스터 조성을 위해 벤처캐피털, 정책금융기관과 어떤 컨소시엄을 구성할 것인가. 고양시청사는 예산 낭비 없이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구체적 답변을 하지 못하는 후보는 과거 방식에 갇혀 있는 인물이다. 금융을 이해하고 창의적 해법을 제시하는 후보를 선택하는 것, 그것이 고양시의 미래 30년을 결정한다. 자본시장의 돈이 고양시로 몰리고 인재와 기술이 집적되며 금융이 앞다투어 기업을 지원하는 선순환 구조. 이것이 만들어질 때 비로소 고양시민 개개인의 집값도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삶의 질도 향상된다. 선택은 시민의 몫이다.


칼럼니스트 박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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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

https://brunch.co.kr/@cosmobig/806

https://www.fn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65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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