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점에 선 AI, 이제는 실용의 시대다
2025년 10월, 우리는 인공지능 역사의 결정적 전환점을 통과하고 있다. 2022년 ChatGPT의 등장으로 시작된 생성형 AI 열풍이 이제 '과장된 기대'의 정점을 지나 '실용화'의 단계로 접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가트너는 올해 전 세계 생성형 AI 지출이 전년 대비 76.4% 증가한 6,440억 달러(약 95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지출의 80%가 하드웨어 부문에서 발생한다는 사실이다. AI가 소프트웨어 차원의 실험을 넘어 우리 손 안의 스마트폰과 데스크톱, 산업 현장의 기계 속으로 깊숙이 들어오고 있다는 의미다.
글로벌 생성형 AI 시장 규모는 2024년 213억 달러에서 2025~2034년 사이 연평균 24.3%의 성장률로 폭발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하지만 이제 중요한 것은 단순한 '성장'이 아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 본사를 둔 글로벌 데이터 분석 및 인공 지능(AI) 전문 기업인 SAS가 발표한 '2025년 AI 트렌드 전망'은 명확히 지적한다.
"생성형 AI에 대한 과도한 기대감이 사라지고 있으며, 실질적인 비즈니스 가치를 창출하는 데 집중해야 하는 시점이 도래했다." 화려한 데모와 놀라운 기술력만으로는 더 이상 충분하지 않다. 이제 AI는 실제로 수익을 내고, 문제를 해결하고, 삶의 질을 높여야 하는 단계로 넘어왔다.
현재 AI는 크게 세 가지 영역에서 인류 문명을 재편하고 있다. 첫째는 멀티모달 AI의 대중화다. 2025년 현재, AI는 더 이상 텍스트만 다루지 않는다. OpenAI의 GPT-4o, Google의 Gemini 2.5, Anthropic의 Claude 4.5는 모두 텍스트, 이미지, 음성, 동영상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처리한다.
데이터 웨어하우징과 인텔리전스(BI) 분야의 글로벌 연구 및 교육 기관인 TDWI 조사에 따르면 2025년까지 46%의 기업이 멀티모달 AI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거나 도입할 계획이며, 가트너는 2027년까지 전체 생성형 AI 솔루션의 40%가 멀티모달 방식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우리가 AI와 대화할 때 키보드를 두드리는 것이 아니라 말을 하고, 사진을 보여주고, 영상을 함께 보는 것이 자연스러운 시대가 온 것이다.
둘째는 AI 에이전트의 실용화다. 기존의 생성형 AI가 사용자의 명령을 기다리는 '반응형'이었다면, 2025년의 AI 에이전트는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능동형'이다. 삼일 PwC는 글로벌 AI 에이전트 시장이 연평균 46%의 고성장을 기록하며 2030년 503억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Microsoft 생태계는 이미 700개 이상의 AI 에이전트 유형을 보유하고 있으며, 코드 리뷰에서 87%, 마케팅 카피 최적화에서 92%의 사용자 만족도를 기록하고 있다. 공장에서는 AI 에이전트가 부품 재고를 확인하고 스스로 주문을 넣는다. 병원에서는 환자 진료 메모를 자동 처리하고 다음 진료 일정을 예약한다. 금융회사에서는 법규가 바뀌면 관련 약관과 매뉴얼을 모두 업데이트한다.
셋째는 산업 특화 AI의 부상이다. 2025년 AI 시장의 가장 큰 변화는 '범용 AI에서 특화 AI로'의 전환이다. 의료 분야의 Med-PaLM과 BioBERT, 금융의 BloombergGPT와 FinBERT, 법률의 LegalBERT 같은 전문 모델들이 각 영역에서 범용 모델을 압도하는 성능을 보이고 있다. 기업들도 이제 깨달았다.
'가장 최신의 AI'가 아니라 '우리 상황에 가장 알맞은 도구'를 찾아 쓰는 것이 진짜 경쟁력이라는 사실을. SAS는 2025년 대규모 언어모델(LLM)이 상품화되면서 기본 기능이 무료로 제공됨에 따라 소규모 언어모델(SLM)의 성장이 시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각자 원하는 생성형 AI를 전략적으로 선택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AI가 가져오는 가장 뜨거운 논쟁은 일자리 문제다. 비관론자들은 AI가 대량 실업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실제로 국내 연구 결과를 보면 우려스러운 측면이 있다. KDI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AI 기술 도입이 확산되면서 주로 청년 일자리를 감소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해 왔다.
특히 남성 30~44세와 여성 15~29세 등 주로 청년층 및 전문대졸 이상 학력을 중심으로 고용과 임금에 부정적 효과가 있었다. 한국의 직업 구조는 GPT에 의해 영향받을 가능성이 다른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으며, AI 노출도와 GPT 노출도 모두 사무직, 고임금 계층, 30~40대 연령층에서 높게 나타났다.
하지만 전체 그림은 이보다 복잡하다. 세계경제포럼은 AI가 203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약 22%의 일자리에 영향을 미치지만, 9,20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반면 1억 7,000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어 최종적으로 7,800만 개의 순증가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맥킨지는 2030년까지 최대 8억 개의 일자리가 AI로 사라질 수 있지만 동시에 최대 8억 9,000만 개의 새 일자리가 생겨날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과거 농업혁명, 산업혁명에서 보았던 것과 유사한 패턴이다. 일자리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변형되고 재배치되는 것이다.
흥미로운 연구 결과도 있다. 2018~2020년 프랑스 기업 데이터를 분석한 최신 연구에 따르면, AI를 활발하게 도입할수록 오히려 고용과 매출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회계, 텔레마케팅, 비서 업무처럼 자동화에 취약한 직업에서도 AI가 노동 수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확인됐다.
이는 AI가 기업의 사업 영역 확장을 도와 생산성 향상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연구자들은 명확히 경고한다. "근로자에게 가장 큰 위험은 AI 자체가 아니라, AI를 사용하는 다른 기업의 근로자로 대체되는 것이다." AI를 두려워해 도입을 늦추는 것이 오히려 더 큰 위험이라는 뜻이다.
산업 생태계도 급격히 재편되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이 20개 업종 1,700개 사업체와 업계 전문가 300명을 조사한 결과, 향후 고용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칠 디지털 전환 기술로 AI가 꼽혔으며, 'AI 기술을 도입해 현재 활용하고 있다'는 응답은 18.3%로 나타났다.
아직은 초기 단계지만 확산 속도는 빠르다. 제조업에서는 생산성 및 효율성 향상을 위해, 서비스업에서는 업무 편의성 개선 및 소비자 편익 증진을 위해 AI를 도입하고 있다. 단순반복 직무부터 반복적이지 않은 육체적 직무, 나아가 반복적이지 않은 사고·인지 직무 순으로 노동력 대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AI의 장밋빛 전망 이면에는 심각한 문제들이 도사리고 있다. 첫째는 '불량 데이터' 문제다. SAS는 2025년 생성형 AI를 통해 경쟁 우위를 확보하는 기업이 나타나는 반면, 생성형 AI 경쟁에서 뒤처지는 기업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후자의 기업들은 AI가 양질의 데이터를 필요로 한다는 중요한 사실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불량 데이터는 AI 성능을 저해하며, 조직은 근본적인 데이터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아무리 강력한 AI 모델도 쓰레기 데이터를 넣으면 쓰레기 결과가 나온다는 'Garbage In, Garbage Out'의 원칙은 여전히 유효하다.
둘째는 환경 문제다. AI 학습과 추론에는 막대한 전력이 소모된다. 대규모 데이터센터는 원자력 발전소 수준의 에너지를 필요로 하며, 이는 탄소 배출과 직결된다. SAS는 속도와 알고리즘 효율성이 클라우드 소비를 줄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에너지 효율이 좋은 모델 개발의 필요성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 빠른 모델 학습으로 AI의 탄소 발자국을 줄이는 것이 2025년의 핵심 과제 중 하나다. AI가 기후위기 해결에 기여하는 도구가 되어야지, 기후위기를 가속화하는 주범이 되어서는 안 된다.
셋째는 격차 심화 문제다. AI 코리아 커뮤니티의 최근 연구는 AI가 공동체의 효율성과 공정성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딜레마를 겪고 있다고 지적한다. 실험 결과, 대화 능력이 뛰어나다고 평가받는 최상위권 AI 모델들이 오히려 자원 분배 문제에서는 낮은 점수를 받았고, 대부분의 AI는 전체 효율을 위해 심각한 불평등을 감수하는 '공리주의적' 편향을 보였다.
더 놀라운 건 이런 AI의 가치 판단이 답변 길이를 제한하거나 특정 문구를 주는 것 같은 외부 영향에 너무 쉽게 흔들린다는 사실이다. AI가 아직 일관되고 단단한 윤리적 기준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다. 물론 일부에서는 "기술 발전이 결국 이런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는 낙관론을 제시하기도 한다.
AI 시대에 한국이 나아갈 방향은 명확하다. 기초 모델 개발 경쟁에서 미국과 중국을 따라잡으려는 무모한 시도를 멈추고, 응용 혁신에 집중해야 한다.
정부가 5년간 1조 245억 원을 투입해 독자 AI 모델을 개발하겠다는 '모두의 AI' 프로젝트는 전략적 오류다. 생성형 AI가 이미 상품화된 상황에서 후발주자로 진입하는 것이며, 중국의 저비용 모델 등장으로 수익성도 악화되고 있다. 1조 원으로 수천 개의 특화 AI 솔루션을 개발하거나, 기존 AI를 활용한 산업 혁신에 투자하는 것이 훨씬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한국의 강점은 하드웨어가 아니라 응용 역량이다. 카이스트의 시뮬레이션 연구, 서울대의 수치해석 기술, 포스텍의 복잡계 연구는 세계적 수준이다. 조선, 자동차, 반도체 등 주력 산업들이 이미 정교한 시뮬레이션 기술을 활용하고 있어 응용 기반도 탄탄하다.
최근 국내에서 개발된 GAI 트레이딩 시스템 같은 금융 AI는 미분방정식으로 연속적 변화를 읽고, DEVS 모델로 불규칙 사건을 다루며, 연동(Federation)으로 복잡성을 통합하는 '나노반응 통합형 AI(NIA)' 개념을 구현한 사례다. 이런 경험과 기술을 바탕으로 한다면 우리만의 독특한 AI 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인재 양성이다. KDI 연구는 지적한다. "당신의 일자리는 AI에 의해 대체되는 것이 아니라 AI를 활용하는 다른 사람에 의해 대체된다." AI와 협력할 수 있는 능력이 21세기의 핵심 경쟁력이다. AI 코리아 커뮤니티의 연구도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
'마음 이론(Theory of Mind)', 즉 상대방의 의도와 지식, 관점을 추리하고 이해하는 사회적 인지 능력을 가진 사람일수록 AI와의 협업에서 더 높은 성과를 냈다는 것이다. AI를 단순한 기계로 보고 일방적으로 명령만 내리는 게 아니라, AI가 어떤 정보를 필요로 할지, 내 질문을 어떻게 이해할지를 생각하며 소통하는 능력이 인간-AI 시너지의 핵심이다.
교육 시스템은 근본적으로 재편되어야 한다. 한국고용정보원은 "인구감소에 따른 노동력 부족과 숙련직 부족에 대응하기 위해 디지털 전환 등 기술혁신을 추진하고, 디지털 전환이 산업·직업·직무에 따라 다른 양상으로 영향을 미치는 만큼 산업 및 고용구조 변화에 대응한 제도 및 정책이 요구된다"며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디지털 전환과정에서 야기되는 직무 변환 및 산업구조 전환에 대비한 직무 재교육 및 훈련, 유휴인력 지원책을 준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학교 교육과 직업훈련은 지금보다 훨씬 유연해져야 하며, 평생교육 프레임워크가 마련되어야 한다.
2024년 12월, 구글이 공개한 양자컴퓨팅 칩 '윌로우(Willow)'는 AI를 넘어선 또 다른 기술 혁명의 서막을 알렸다. 단 4 cm² 크기의 이 칩은 현존하는 가장 빠른 슈퍼컴퓨터가 10셉틸리언년(10²⁵년, 우주 나이의 약 72조 배)이 걸리는 계산을 단 5분 만에 수행했다. 이는 1947년 최초 트랜지스터 발명, 1971년 최초 마이크로프로세서 출현에 견줄만한 혁신적 사건으로 평가받고 있다.
윌로우의 진짜 획기적 성과는 속도가 아니라 오류 수정이다. 양자컴퓨터의 계산 단위인 큐비트(qubit)는 0과 1의 상태를 동시에 가질 수 있어 복잡한 계산을 빠르게 처리할 수 있지만, 외부 환경에 극도로 민감해 오류가 빈번히 발생한다는 치명적 약점이 있었다.
특히 큐비트 수를 늘릴수록 오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실용화가 불가능했다. 구글 퀀텀 AI 연구팀은 윌로우를 통해 이 30년간의 난제를 해결했다. 105개의 큐비트를 특수하게 연결해 큐비트 수가 증가해도 오류율이 오히려 감소하는 '임계값 이하' 구조를 구현한 것이다. 네이처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실시간 오류 수정 기술을 통해 양자컴퓨터의 안정성을 획기적으로 높였다.
양자컴퓨팅과 AI의 만남은 21세기 후반을 지배할 기술 융합이 될 것이다. 구글 퀀텀 AI 연구팀은 "인공지능 기술과 융합했을 때 엄청난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다"며 "양자 컴퓨팅과 AI를 결합하여 더욱 정확하고 효율적인 머신러닝 모델을 개발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현재 AI가 데이터에서 패턴을 찾는 '통계적 학습'에 의존한다면, 양자컴퓨팅은 물질의 근본 원리인 양자역학을 활용해 '본질적 이해'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을 연다.
구체적인 응용 분야는 광범위하다. 신약 개발에서는 분자 수준의 상호작용을 정확히 시뮬레이션해 개발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다. 에너지에서는 핵융합 반응 시뮬레이션을 통해 청정에너지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다. 금융에서는 복잡한 포트폴리오 최적화와 리스크 분석을 실시간으로 수행할 수 있다. AI 자체에서는 양자 기계학습(Quantum Machine Learning)을 통해 현재 AI의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알고리즘이 탄생할 수 있다. 맥킨지는 양자컴퓨팅 시장이 2040년까지 1,73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양자컴퓨팅이 현재 암호화 체계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보안 우려가 크다. 현재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와 인터넷 보안의 근간인 RSA 암호화는 슈퍼컴퓨터로도 수천 년이 걸리는 소인수분해 문제에 기반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양자컴퓨터가 이를 해독하려면 100만 개 이상의 고품질 큐비트가 필요할 것으로 추정하지만, 윌로우가 보여준 발전 속도를 고려하면 10~15년 내 현실화될 수 있다.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는 이미 '양자내성암호(PQC)' 표준을 마련했지만, 전환에는 시간이 걸린다.
한국의 선택이 중요한 시점이다. 정부는 2023년 '양자기술 발전 전략'에 따라 투자를 2022년 0.1억 달러에서 2023년 2.3억 달러로 대폭 확대했다. 삼성전자는 양자컴퓨팅 연구센터를 설립했고, SK하이닉스도 관련 기술 개발에 나섰다. 하지만 중국이 2023년까지 15.3억 달러를 투자한 것과 비교하면 여전히 미흡하다.
더 중요한 것은 양자컴퓨팅도 AI처럼 기초 기술 개발보다는 응용 혁신에 집중해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의 강점인 반도체 제조 기술, 정밀 측정 기술, 저온 제어 기술을 활용해 양자컴퓨터용 주변 장치와 시스템 통합 솔루션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전략이 현실적이다.
양자-AI 융합 응용 소프트웨어 개발, 양자내성암호 전환 솔루션, 양자 센서 기반 정밀 의료 기기 등이 유망 분야다. 양자컴퓨팅을 깊숙하게 들어가면 반도체처럼 제조가 핵심이다. 이 부분은 한국이 세계 최강이다.
2025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엘 모키어 교수는 AI가 인류를 멸종시킬 것이라는 두려움을 '공상과학 소설'이라고 일축한다. 그에게 AI는 인간의 고유한 영역인 직관과 야망을 대체할 괴물이 아니라 인류 발전을 돕는 훌륭한 '연구 보조자'다.
반면 피터 하윗 교수는 '창조적 파괴' 개념을 통해 AI가 수많은 기존 산업과 일자리를 파괴하며 거대한 사회적 갈등을 낳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래서 그는 AI의 잠재력을 온전히 실현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에 기반한 '규제'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두 석학의 엇갈린 시선은 결국 AI라는 거대한 파도를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으로 이어진다. AI 자체가 선도 악도 아니다. 망치가 집을 짓는 데 쓰일 수도 있고 누군가를 해치는 무기가 될 수도 있는 것처럼, AI는 우리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OpenAI와 브로드컴의 협력이 보여주듯, AI는 소프트웨어를 넘어 하드웨어 인프라까지 아우르는 거대한 산업 생태계로 발전하고 있다. Google과 Anthropic의 신모델 경쟁은 성능의 한계를 끊임없이 밀어 올리고 있다. 일론 머스크의 xAI는 월드 모델 개발로 게임과 로봇공학의 새 지평을 열고 있다.
하지만 눈부신 발전의 이면에는 '어떤 AI를 만들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이 자리한다. AI의 판단 과정을 투명하게 검증하고, 그 안에 담긴 가치 편향을 이해하려는 노력은 기술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한 필수 과제다.
AI를 단순한 문제 해결 도구가 아닌, 마음 이론을 바탕으로 인간과 교감하고 협력하는 파트너로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 정부 차원의 정책은 국민 대상의 평생교육 프레임워크 마련에서부터 기업의 근로자 재교육 촉진 및 지원, 불평등 감소와 조세제도를 통한 소득 재분배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포괄적인 접근법을 고려해야 한다.
결국 AI 시대의 미래는 기술의 진보 속도만이 아니라, 그 기술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갈지에 대한 우리 사회의 집단적 지혜에 달려 있다. 모키어 교수의 낙관처럼 AI를 인류 발전의 동력으로 삼되, 하윗 교수의 경고처럼 그 과정에서 소외되는 사람들을 살피고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해야 한다.
20세기가 물리학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복잡계 과학의 시대다. 그 중심에 AI가 있다. 데이터의 노예가 아닌, 세상의 원리를 이해하는 진짜 인공지능. 우리는 바로 그 시대의 출발점에 서 있고 한국의 저력이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 진짜 문제는 늘 그렇듯이 하류 정치다.
칼럼니스트 박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