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과 주식 동반 상승, 기업은 웃고 국민은 우는 역설

새로운 패러다임 새로운 대처 필요하다

by 박대석

환율과 주식 동반 상승, 기업은 웃고 국민은 우는 역설


▌새로운 패러다임, 환율과 주식이 함께 오른다


금융시장에서 오랫동안 통용되던 상식이 무너지고 있다. 과거에는 주식시장이 호황이면 외국인 자금이 유입되어 원화가 강세를 보였고, 반대로 환율이 오르면 주식시장은 위축되곤 했다.

KakaoTalk_20251029_082912589.jpg Iice currency usa 환전 앱 캡처 / LA공항에서는 1달러를 사려면 1.752 이상을 주어야 한다.

그러나 2025년 10월, 한국 금융시장은 전례 없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코스피 지수는 10월 27일 사상 처음으로 4,000선을 돌파해 4,042.83을 기록했고, 원달러 환율은 같은 기간 1,439원까지 치솟으며 2022년 10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국 주요 공항에서는 1,752이 넘는다.


2025년 6월 4일 이재명 정부 출범 당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약 1,362원 수준이었다. 불과 5개월여 만에 원화 가치는 약 5.4% 하락한 셈이다. 10월 한 달 동안만 원화는 달러 대비 약 2.28% 약세를 보였으며, 최저 환율은 약 1,402원, 최고 환율은 약 1,439원으로 집계되었다. 코스피가 역사적 신고가를 경신하는 동안 원화 가치는 반대 방향으로 추락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한국 금융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반영한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코스피가 5,000에 가도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이 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예전과 달리 한국 자금이 해외로 대규모로 나가는 흐름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5년 10월 한 달 동안 외국인은 현물 기준 16조 2,900억 원을 순매수했지만, 개인은 22조 8,188억 원을 순매도했다. 외국인이 반도체 대형주 중심으로 주식을 매수하는 동안, 국내 투자자들은 나스닥으로 향하고 있다. 이른바 '서학개미' 현상이다.


▌달러 강세의 구조적 원인, 자본 유출의 시작


현재 원화 약세는 단순한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 변화의 시작이다. 가장 큰 요인은 한국 기업과 정부의 해외 투자 확대다.


한국수출입은행 통계에 따르면 2025년 1분기 한국의 해외직접투자액은 151.3억 달러로 집계됐다. 분기별로 평균 150~160억 달러 규모의 자본이 해외로 유출되고 있는 셈이다. 2025년 2분기 말 기준 외화로 측정된 대외채권, 즉 한국이 해외에 보유한 금융자산 총액은 1조 928억 달러로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민간 및 기관 중심의 해외 주식 직접투자, 부동산, 디지털 자산 등에 대한 투자 수요도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한국의 달러 해외투자가 집중되는 국가는 미국, 중국, 유럽 주요국, 일본, 동남아시아다.


최근 미국 내 투자 비중이 가장 높으며, G2 무역 환경 변화에 따라 미국과 중국의 비중 조정이 나타나고 있다. 투자 부문은 제조업, IT, 정보통신, 바이오헬스 분야가 주력이며, 부동산과 인프라 등 실물자산 투자도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다.


여기에 2025년 7월 한미 관세협상에서 한국이 약속한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가 더해진다. 이는 한국 GDP의 24.1%, 외환보유액의 84%에 달하는 천문학적 규모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분석에 따르면 이 규모의 자금이 해외로 유출될 경우 국내 기업 투자가 15~20%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은 대미 투자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환율 급등을 막기 위해 외환시장에 적극 개입해 왔다. 현재 1,425원 수준도 한국은행이 대미 투자 협상 때문에 상당히 억제해 놓은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에 개입하지 않았다면 환율은 이미 1,460~1,470원대에 있었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대미 협상이 마무리되면 한국은행도 더 이상 강력하게 개입할 수 없을 것이고, 그때부터는 실제 자본의 흐름에 따라 환율이 움직일 것이다.


기업의 해외 이전도 가속화되고 있다. 삼성전자, 현대차, SK하이닉스 등 주요 수출기업들은 미국, 유럽 등에 대규모 생산기지를 건설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높은 환율 덕분에 수출 경쟁력이 높아져 실적이 개선되지만, 해외에서 벌어들인 수익은 달러로 현지에 재투자되어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미국에 공장을 많이 짓고 돈을 잘 벌면 주식은 오르지만, 그 돈이 한국으로 들어오지는 않는다.


개인 투자자들도 마찬가지다. 2025년 들어 한국 개인 투자자의 해외 주식 투자액은 급증했고, 코스피가 4,000을 돌파한 10월에도 서학개미 자금 유출은 오히려 늘어났다. 코스피가 왕성한 상승세를 보이는데도 해외로 자금이 나간다는 것은 단순히 국내 증시 부진 때문이 아니라 경제 전반적으로 해외 투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의미다.


▌ 4,400조 원 유동성 팽창 속 자금은 어디로 가는가


한국의 광의통화(M2, 평잔)는 2025년 6월 4,307조 5,000억 원에서 10월 약 4,400조 원으로 증가했다. 약 5개월 만에 약 92조 원, 2.1%가 늘어난 것이다. 시중 유동자금은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이 돈은 어디로 가야 할까. 대표적인 투자처가 주식이다. 부동산, 주식, 금, 달러 등 모든 자산은 결국 수요와 공급으로 가격이 결정된다.


문제는 한국 유동자금 4,400조 원이 국내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달러는 한국 기업과 정부가 해외로 투자하는 만큼 나간다. 들어오는 것은 한국의 자본시장 매력도와 수출입 흑자 수지 차익이다. 여기에 한미 관세협상, 미국 등으로의 반도체 등 기업 이전, 대미 투자 3,500억 달러 등으로 유출 규모는 점점 커진다. 즉 수요와 공급 차원에서 달러 가치는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상대적으로 원화 가치는 장기적으로 하락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일부에서는 코스피가 상승하면 외국인 자금 유입으로 환율이 내려갈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외국인이 사는 주식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 중심이다. 이들 기업은 달러 강세일 때 수출 실적이 좋아진다. 따라서 환율이 오르면 이들 기업의 주가도 오르고, 이를 매수하는 외국인 자금이 들어오지만 그 규모는 한국에서 나가는 자금을 상쇄하지 못한다. 국내에서 들고나가는 자금의 규모가 이제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 되었다. 거의 외국인 유입 자금과 맞먹는다.


▌대미 투자, 보증과 대출도 결국 현금투자와 같다


한미 관세협상과 관련하여 일각에서는 3,500억 달러를 현금으로 직접 투자하는 대신 보증이나 대출 형태로 제공하면 외환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그러나 이는 위험한 착각이다. 금융시장 관점에서 보면 투자, 대출, 보증은 본질적으로 동일한 위험 노출이다.


먼저 보증의 경우를 살펴보자. 한국이 4,163억 달러의 외환보유액을 가진 상황에서 매년 1,000억 달러씩 보증을 제공한다면 이는 외환보유액이 없어진 것과 마찬가지다. 보증은 당장 현금이 나가지 않지만, 채무불이행 위험을 떠안는다는 점에서 잠재적 부채가 된다. 신용평가사들은 보증채무를 실질 부채로 간주하여 국가 신용등급 산정에 반영한다. 3,500억 달러 규모의 보증은 한국의 국가신용도에 직접적인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대출의 경우는 더욱 명확하다. 한국 정부가 외화를 빌려 미국에 투자하는 구조가 된다면, 한국의 외채가 급증한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한국이 추가로 외화를 조달할 수 있는 규모는 연간 최대 300억 달러 수준이다. 만약 매년 1,000억 달러씩 외화를 차입한다면 한국의 국가부채 대비 외채 비율이 급등하고, 신용스프레드가 대폭 상승하여 외환위기 가능성이 현실화된다.


한국의 정부 부채는 1,300조 원, 비금융 기업 부채는 2,600조 원, 가계 부채는 2,200조 원 수준이다. 여기에 500조 원(약 3,500억 달러)의 외화 차입이 더해진다면 경제 전체의 부채 구조가 심각하게 악화된다. 더구나 이 돈을 30년짜리 장기 인프라에 투자한다면 유동성 위기 상황에서 당장 쓸 수 있는 돈이 아니므로 외환보유액이 없어진 것이나 다름없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단호하게 지적한다. 외환보유액 3,500억 달러를 직접 주는 것이나, 3,500억 달러를 빌려서 주는 것이나, 3,500억 달러를 보증해 주는 것이나 금융시장에서는 본질적으로 동일하다. 어떤 멋진 금융구조를 만들어도 결론은 같다. 한국이 외채를 더 많이 빌리거나 보증 위험을 떠안게 된다. 이것이 확인되는 순간 해외에서는 한국에 돈을 빌려주지 않을 것이고, 원화 가치는 급락할 것이다.


일부에서 제안하는 원화 담보 통화스와프 방식도 마찬가지다. 한국이 원화를 담보로 달러를 빌려 미국에 투자하는 구조라면, 이는 사실상 양적완화(QE)와 동일한 효과를 낳는다. 미국 연준이 원화를 담보로 달러를 찍어내는 셈인데, 문제는 통화 발행권이 한국은행에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이 원화를 무한정 발행하여 담보로 제공할 수 있다면, 이는 미국 입장에서 양적완화의 통제권을 한국에 넘기는 것과 같다. 연준이 이를 받아들일 리 없다.


따라서 대미 투자는 그 형식이 현금이든, 보증이든, 대출이든, 통화스와프든 관계없이 한국 경제에 동일한 부담을 준다. 유일한 차이는 시간적 여유뿐이다. 보증이나 대출은 현금 투자에 비해 약 3~6개월의 시간적 여유를 제공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유동성이 어려운 기업이 약속어음으로 3개월 시간을 버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본질적인 해결책이 아니며, 오히려 문제를 은폐하고 악화시킬 위험이 크다.


▌기업은 웃고, 국가와 국민은 우는 역설


코스피가 4,000을 넘어 5,000으로 갈 수도 있다. 왜냐하면 코스피 중 외국인 등이 집중해서 사는 반도체 등 수출기업은 달러 강세일 때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경제 패턴과 달리 달러 환율과 주식이 동반해서 올라가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만들어진다. 일본이 1980년대 이후 엔화 약세와 닛케이 지수 상승을 동시에 경험한 것과 유사한 구조다. 닛케이 지수가 크게 상승하는 동안 달러엔 환율이 160엔을 넘어섰던 것처럼, 코스피 5,000에 원달러 1,500원도 충분히 가능하다.


하지만 기업 등의 해외 투자 이전 등으로 해당 기업은 좋아져 주가가 오르지만, 그 기업들이 벌어들인 수익은 달러로 한국에 오지 않는다. 이것이 문제다. 국민과 경제는 주식은 일부 편중된 기업들만 좋지만 재정수입, 일자리, 소득은 반대가 된다. 즉 해당 수출 기업은 고환율에 득을 보지만, 다른 수입업체들은 직격탄을 맞고 국가재정에도 역효과가 나며, 국민 일자리와 소득은 줄어든다.


더 심각한 문제는 자산 가치 하락이다. 원화 가치 하락으로 자산은 환율 인상폭만큼 점진적으로 가치가 하락한다. 한국에서 하는 모든 투자는 결국 원화 가치 투자다. 따라서 부자들과 기업들은 기회가 되면 한국을 떠나려 한다. 기업을 미국 등으로 투자 형태로 지속 이전하는 '코리아 엑소더스' 현상이 나타난다.


헨리 앤 파트너스 보고서(2025)에 따르면 올해 약 2,400명의 백만장자가 한국을 떠날 전망이다. 이는 3년 전 400명에 비해 6배나 증가한 수치로, 영국, 중국, 인도에 이어 세계 4위의 백만장자 순유출국이다. 금융자산 유출액은 약 152억 달러, 한화 약 21조 3,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5년 1분기 해외직접투자액 151.3억 달러와 맞먹는 규모다.


기업들도 나스닥 등에 상장을 하기 때문에 국내 증시에서 이탈한다. 토스뱅크는 이미 미국 시장 등록을 추진 중이다. 이런 상황이 되면 일시적으로 오른 주식시장도 결국 붕괴한다. 코스피 중 시가총액 비중이 높은 소수 대기업들의 주가는 오르지만, 이들 기업의 수익이 한국으로 환류되지 않고 자본 유출과 엑소더스가 지속되면 국내 경제의 펀더멘털이 약화되어 코스피도 결국 하락 압력을 받게 된다.


▌반론의 여지, 그러나 현실은 냉혹하다


일각에서는 원화 약세가 수출기업의 경쟁력을 높여 장기적으로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도 있다. 실제로 2024년 한국의 대미 경상수지 흑자는 1,182억 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반도체 수출 호조와 환율 상승이 맞물린 결과다. 또한 해외 투자가 늘어나는 것은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세계시장으로 진출한다는 긍정적 신호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낙관론은 단기적 지표에 치우친 분석이다. 수출 흑자가 늘어나도 그 수익이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으면 국내 소득과 고용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자본 유출이 지속되면 국내 투자 위축, 부동산 시장 침체, 소비 감소로 이어져 경제 성장률이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실제로 1997년 외환위기 당시에도 초기에는 수출 증가와 주가 상승이 동시에 나타났지만, 결국 자본 유출과 외환 부족으로 경제 위기를 맞았다. 코리아디스카운트와 코리아 엑소더스 현상으로 국내 경제 자산가치 일자리 등은 급격히 하락한다.


▌해법은 한미동맹 강화와 정교한 대응


이를 막으려면 이재명 정부가 미국과 한미동맹을 강화하여 대미 투자 방법, 금액, 해외 이전 억제 등 대책을 정교하게 만들어야 한다. 핵심은 어정쩡한 친중·친미 정책으로는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부에서는 한국이 미중 사이에서 균형외교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위험한 환상이다.


중국은 일대일로를 통해 달러 패권에 도전하고, 북한과 손잡고 한반도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 더 나아가 한국 국채를 집중적으로 매입하며 한국의 금융 주권을 위협하고 있다. 민간 분석에 따르면 중국(홍콩 포함)의 한국 국채 보유액은 약 138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며, 이는 전체 외국인 보유액의 30% 이상, 미국 보유액 70조 원의 약 2배에 해당한다. 2021년 말 대비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의 한국 국채 보유액 증가분 38조 원은 미주 지역 증가분 7조 원의 5배가 넘는다.


중국이 한국 국채를 집중 매입한 표면적 이유는 금리다. 우리나라 국채는 코로나 시기에도 연 3% 안팎의 금리를 유지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더 깊은 의도를 읽는다.


중국은 자국 내 경기 둔화와 미국 국채 수익률 하락 속에서 한국 국채를 전략적으로 매입하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투자 행위를 넘어선 지정학적 움직임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중국은 같은 기간 미국 국채를 2021년 1조 700억 달러에서 2025년 1월 7,608억 달러로 30% 감축했다.


미중 전쟁 속에서 중국의 전략은 명확하다. 한국의 금융 주권을 확보하여 친미로 가려는 한국 정부를 견제하고 통제하려는 의도다. 특정 국가가 대한민국의 국채를 과도한 비율로 가장 많이 갖게 되면 이는 향후 대한민국을 향한 전략적 무기가 될 수 있다. 외교적 긴장이나 갈등이 발생할 경우 중국이 국채를 대량 매도하면 금리 급등, 환율 불안정 등 시장 교란이 현실화될 수 있다.


정부는 중국의 한국 국채 매입 현황에 대한 정확한 통계를 공개하고, 특정 국가의 국채 집중 보유를 제한하는 규제를 마련해야 한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외국인 채권 보유 현황을 월별로 발표하지만, 국가별 보유액은 '역외펀드'나 '기타'로 뭉뚱그려져 있어 실질적인 투자 주체를 파악하기 어렵다. 금융시장 안정성과 외교적 자율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투자자 투명성 강화와 국가별 보유 현황의 공개가 시급하다.


현재 중국은 대한민국의 채권은 물론 부동산, 주식 등 금융자산을 집중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2024년 중국의 대한국 직접 투자 신고액(홍콩 포함)은 전년 대비 147% 급증한 67억 9,400만 달러로 역대 최대였다.


중국 알리페이가 카카오페이 지분 19.28%를, 앤트그룹이 토스페이먼츠 지분 37.71%를 보유하는 등 디지털 금융 분야에서도 한국 투자를 늘렸다. 외국인의 국내 부동산 매입에서도 중국이 압도적 1위로, 지난해 중국인의 부동산 매수 등기는 1만 1,363건으로 전체 외국인 매수의 65%에 달했다.


한국이 중국과 눈치를 보며 애매한 태도를 취한다면 미국은 한국을 전략적 파트너가 아닌 통제 대상으로 볼 것이다. 미국이 한국 외환보유액에 가까운 4,000억 달러를 당초 요구한 이유가 바로 이러한 우려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거래의 기술을 중시하지만, 동시에 충성과 신뢰를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2025년 대미 투자 3,500억 달러는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 그러나 이는 지난 70년간 한미동맹이 한국에게 준 혜택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6·25 전쟁 당시 미군 3만 7,000여 명이 한국 땅에서 전사했다. 지금도 주한미군 2만 8,500명이 한반도를 지키고 있다. 동맹이란 서로 어려울 때 돕는 것이다.


▌구체적 대응, 스테이블코인 전략


구체적인 대응 방안으로 첫째, 대미 투자를 단순 자금 유출이 아닌 전략적 투자로 전환해야 한다. 가장 혁신적인 방법이 필자가 제안한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디지털 금융 협력이다. 2025년 7월 18일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지니어스법(GENIUS Act)은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법적 틀을 확립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는 발행량 전액을 미국 달러 현금 또는 3개월 이내 만기 미국 단기 국채로 보유해야 한다.


한국 주요 은행 컨소시엄이 3,500억 달러 규모의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고, 이를 담보로 동일 금액의 미국 단기 국채를 보유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한국 정부가 보증을 제공하면 실질적인 외화 유출 없이도 대미 투자 약속을 이행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이 스테이블코인을 미국 기업들의 한국산 제품 구매나 한국 기업의 미국 내 투자 집행에 활용하도록 유도한다면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


미국 재무장관 스콧 베센트는 "미국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몇 년 내 2조 달러 규모로 성장할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미국 재무부 산하 차입자문위원회(TBAC)는 2028년까지 스테이블코인 발행자들이 보유한 미국 단기채 규모가 2024년 대비 8.3배 증가한 1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이 곧 미국 국채 수요 증가로 직결됨을 의미한다.


한국은 블록체인 및 디지털 금융 기술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카카오페이와 네이버페이는 5,000만 이상의 사용자를 확보했고, 업비트는 포브스 선정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순위에서 아시아 1위를 기록했다. 2025년 6월 디지털자산기본법이 발의되었고, KB국민, 신한, 우리, 농협, 기업, 수협 등 대형 시중은행들이 스테이블코인 공동 발행을 위한 컨소시엄 준비에 착수했다.


한국이 정부 보증 달러 스테이블코인 시스템을 먼저 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한다면, 한국은 아시아 디지털 금융 허브가 된다. 2024년 11월부터 2025년 2월까지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를 통한 스테이블코인 유출입 규모는 85조 7,000억 원에 달했고, 이 중 절반인 42조 7,000억 원이 해외로 전송됐다. 달러 스테이블코인 시스템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개발하면 이러한 자본 유출을 막고 디지털 경제 시대에 원화의 입지를 강화할 수 있다.


둘째, 해외로 나간 기업의 수익이 한국으로 환류되도록 세제 인센티브와 재투자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셋째, 부유층과 기업의 엑소더스를 막기 위해 상속세 개편, 규제 완화, 투자 환경 개선 등이 시급하다. 넷째, 반도체·배터리 등 핵심 산업의 기술 동맹 강화를 통해 한미 협력을 심화해야 한다.


▌선택의 기로에 선 대한민국


2025년 10월, 한국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코스피 4,000과 환율 1,400원대라는 수치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이는 한국 경제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진입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다. 기업은 좋지만 국민은 어려워지는 역설, 주식은 오르지만 자산 가치는 떨어지는 모순, 수출은 늘지만 소득은 줄어드는 딜레마. 이 모든 것이 지금 한국이 직면한 현실이다.


이를 극복하는 길은 명확하다. 확고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전략적 대응을 펼치는 것이다. 친중·반미·종북 세력이 주장하는 애매한 균형외교는 답이 아니다.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체제를 지키고,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하며, 기업과 국민이 함께 번영할 수 있는 정교한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디지털 금융 혁신, 해외 수익의 국내 환류 촉진, 투자 환경 개선을 통한 엑소더스 방지, 그리고 무엇보다 중국의 금융 공세에 대한 단호한 대응이 필요하다. 중국의 한국 국채 매입 현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특정 국가의 과도한 국채 보유를 제한하는 규제를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이것이 우리가 후손들에게 물려줄 자유롭고 번영하는 대한민국을 지키는 길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감정이 아니라 지혜다. 분노가 아니라 전략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70년 동맹의 가치를 잊지 않는 역사의식이다.


칼럼니스트 박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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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통화금융통계, 2025년 8월

한국거래소, 코스피 지수 통계, 2025년 10월

Trading Economics, 원달러 환율 데이터, 2025년 10월

한국개발연구원(KDI), 대미 투자 영향 분석 보고서, 2025년

한국수출입은행, 해외직접투자통계, 2025년 1·2분기

산업통상자원부, 외국인직접투자 동향, 2025년

헨리 앤 파트너스, 백만장자 이주 보고서, 2025년

인포맥스라이브, "외환시장이 변하고 있다", 외환시장분석, 2025년 10월

박대석, "[칼럼] 스테이블코인이 한미 관세 딜레마 해법", 블록체인투데이, 2025년 10월

미국 재무부, 지니어스법(GENIUS Act) 발표자료, 2025년 7월

닛케이, 블룸버그, 한국 부유층 해외 이주 보도,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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