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패권 전쟁 속 금융 주권 사수와 디지털 도약의 기로
1944년 브레튼우즈 협정 이후 미국은 세계 경제의 중심축이었다. 달러를 기축통화로 만든 이 시스템은 2차 세계대전 패전국들에게조차 시장을 개방하는 파격적 전략이었다. 역사적으로 전쟁의 승자가 패자를 약탈하고 복속시키던 관행과 달리, 미국은 독일과 일본을 포함한 동맹국들에게 자유무역을 허용했다. 당시 세계인들은 의아해했지만 미국에게는 정교한 계산이 있었다.
미국의 전략은 단순했다. 무역 상대국들이 대미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를 다시 미국 국채와 주식시장에 투자하도록 유도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었다. 하버드대 찰스 쿱찬 교수가 『미국 시대의 종말』에서 지적했듯이, 1990년대 후반 미국 무역 상대국 흑자액의 70%가 미국으로 환류됐다.
경상수지 적자를 내면서도 자금이 풍부해지는 역설적 현상이었다. 필자는 이를 '신비로운 길'이라 명명한 바 있다. 2004년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이 '공포의 균형'이라 불렀던 바로 그 시스템이다.
이 체제를 떠받친 세 기둥이 있었다. 압도적 군사력, 달러 중심 국제금융 체제, 그리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소프트파워였다. 특히 1973년 헨리 키신저가 사우디아라비아와 맺은 페트로달러 협정은 원유 거래의 달러 독점 체제를 확립했다. 전 세계가 달러 없이는 에너지를 살 수 없는 구조가 된 것이다.
그러나 이 신비로운 길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중국은 2014년부터 62개국과 일대일로를 추진하며 달러 우회 무역항로를 구축했다. 2018년 상하이 원유선물거래소를 통해 위안화 결제를 시도했고, 2022년 러시아·이란·북한 등 반미연대는 달러 패권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더욱 심각한 것은 미국 내부의 재정 악화다.
▌ 37조 달러 부채, 미국이 직면한 생존 위기
2025년 8월 미국 재무부 발표에 따르면 미국 국가부채가 사상 처음으로 37조 달러를 돌파했다. 우리 돈으로 약 5경 1230조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규모다. 2024년 7월 35조 달러를 넘은 지 1년 만이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이자 비용이다. 초당파 비영리단체 책임 있는 연방예산위원회(CRFB)에 따르면 2024년 미국은 국채 이자로만 연간 1조 달러를 지출했다. 이는 미국 전체 국방비를 초과하는 규모다.
국방비와 이자 비용을 합치면 미국 연방 예산의 3분의 1에 달한다. 교육, 의료, 연금 등 나머지 모든 예산을 합쳐도 이 두 항목에 미치지 못한다. 역사가들은 지적한다. 지난 500년간 대항해 시대 패권 국가들이 쇠락한 시점을 보면 공통점이 있다. 바로 국가부채 이자가 국방비를 넘어서는 순간이었다.
스페인 제국, 네덜란드 공화국, 대영제국 모두 이 경로를 걸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위기를 정확히 인식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2025년 들어 동맹국들에게 공격적인 관세 부과와 대규모 투자를 요구하고, 스테이블코인 제도화에 나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2025년 7월 한미 관세 협상에서 한국은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이 숫자는 어떻게 나온 것인가. 협상 테이블에서 미국은 당초 4000억 달러를 요구했다. 한국은 1000억 달러를 제시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3500억 달러에 합의했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이 드러난다. 한국의 2025년 8월 기준 외환보유액은 4163억 달러다. 미국이 제시한 4000억 달러는 한국 외환보유액 거의 전액에 해당한다. 미국은 한국의 외환보유액 규모와 운용 현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
협상 과정에서 3500억 달러로 조정됐지만, 이는 여전히 한국 외환보유액의 84%, GDP의 24.1%, 예산의 72%에 달하는 천문학적 규모다. 일본이 약속한 5500억 달러는 외환보유액 대비 42.2%, 예산 대비 31.2%로 감당 가능한 범위지만, 한국의 부담은 일본보다 1.85배, EU보다 7.3배 높다.
미국의 전략적 의도는 명확하다. 첫째, 친중 우려가 있는 한국의 달러를 선불로 미리 확보하려는 것이다. 한국이 미중 사이에서 흔들리며 중국 쪽으로 기울 가능성을 차단하고, 외환보유액을 미국으로 이전시켜 향후 정권의 친미 전환을 확보하려는 계산이다. 둘째, 필요시 과도한 친중 행보에 대한 전략적 압박 수단을 확보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바로 이 시점에 중국이 움직이고 있다. 2025년 9월 말 기준 중국(홍콩 포함)의 한국 국채 보유액은 138조 원으로, 미국 보유액 70조 원의 약 2배에 달한다. 더 심각한 것은 매수 속도다. 2021년 말 대비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의 한국 국채 보유액 증가분(38조 원)은 미주 지역 증가분(7조 원)의 5배가 넘는다. 중국이 한국 국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8.1%까지 확대됐다.
반면 중국은 같은 기간 미국 국채를 대량 매각했다. 2021년 1조 700억 달러에서 2025년 1월 7608억 달러로 30%가량 줄였다. 대만 언론은 "중국이 한국 전체를 사고 싶어 한다"며 "한국 채권시장에서 가장 큰 세력은 이미 중국"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이 한국 국채를 집중 매입한 표면적 이유는 금리다. 우리나라 국채는 코로나 시기에도 연 3% 안팎의 국채 금리를 유지했다. 유럽과 일본 등에 비해 매력적인 수익률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더 깊은 의도를 읽는다. "중국이 자국 내 경기 둔화와 미국 국채 수익률 하락 속에서 한국 국채를 전략적으로 매입하고 있다"며 "이는 단순한 투자 행위를 넘어선 지정학적 움직임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중 전쟁 속에서 중국의 전략은 명확하다. 한국의 금융 주권을 확보하여 친미로 가려는 한국 정부를 견제하고 통제하려는 의도다. 특정 국가가 대한민국의 국채를 과도한 비율로 가장 많이 갖게 되면 이는 향후 대한민국을 향한 전략적 무기가 될 수 있다. 외교적 긴장이나 갈등이 발생할 경우, 중국이 국채를 대량 매도하면 금리 급등, 환율 불안정 등 시장 교란이 현실화될 수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국채는 국가 신용을 기반으로 한 자산이기 때문에, 특정 국가가 이를 집중 보유하면 외교적 협상에서 레버리지로 작용할 수 있다"며 "이는 금융시장 안정성과 통화정책 자율성 모두를 위협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정확한 국가별 보유 통계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외국인 채권 보유 현황을 월별로 발표하지만, 국가별 보유액은 '역외 펀드'나 '기타'로 뭉뚱그려져 있어 실질적인 투자 주체를 파악하기 어렵다.
현재 중국은 대한민국의 채권은 물론 부동산, 주식 등 금융자산을 집중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2024년 중국의 대한국 직접 투자 신고액(홍콩 포함)은 전년 대비 147% 급증한 67억 9400만 달러로 역대 최대였다. 최근 중국 알리페이가 카카오페이 지분 19.28%를, 앤트그룹이 토스페이먼츠 지분 37.71%를 보유하는 등 디지털 금융 분야에서도 한국 투자를 늘렸다.
외국인의 국내 부동산 매입에서도 중국이 압도적 1위다. 지난해 중국인의 부동산 매수 등기는 1만 1363건으로 전체 외국인 매수(1만 7504건)의 65%에 달했다. 중국이 한국의 금융주권을 확보하여 친미 견제와 의도한 중국 예속화 바탕을 만들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와중에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생존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세 가지 전략을 동시에 구사하고 있다. 관세 인상을 통한 재정 수입 확대, 동맹국의 대미 직접 투자 유치, 그리고 스테이블코인을 통한 국채 수요 창출이다. 이 세 가지는 각각 독립적인 정책이 아니라 미국 재정을 정상화하고 제조업을 부활시키려는 통합 전략의 일부다.
2025년 들어 트럼프는 한국, 일본, 유럽 등 주요 동맹국에 대해 공격적인 관세 정책을 펼쳤다. 한국산 자동차에는 25% 관세를, EU와 일본산 자동차에는 15% 관세를 부과했다. 철강과 알루미늄에는 50%, 일부 특허 의약품에는 최대 100%의 관세가 적용됐다.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2025년 미국의 월간 관세 수입은 280~300억 달러로 2024년 대비 3배 증가했다. 연간으로 환산하면 약 3500억 달러의 추가 재정 수입이 발생하는 셈이다. 초당파 정책연구소(Bipartisan Policy Center) 분석에 따르면 이러한 관세 정책으로 미국 정부는 향후 10년간 국채 발행을 2.5조 달러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관세는 양날의 검이다. 기업들은 관세 비용의 37%를 소비자에게 전가하고 있으며, 이는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한다. 그럼에도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를 단순한 보호무역 수단이 아닌 재정 정상화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더욱 주목할 것은 관세와 함께 요구하는 대미 투자 패키지다. AP통신 보도에 따르면 애플, 소프트뱅크, IBM, TSMC 등 글로벌 대기업들을 포함해 총 12~13조 달러의 투자 약속이 이루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조 달러라고 주장하지만 일부 과장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그럼에도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분석에 따르면 2025년 미국의 외국인 직접투자(FDI) 유입액은 4000억 달러 내외로 예상되며, 이는 역대 최고 수준이다.
이러한 투자 유치는 단순히 자금을 끌어들이는 것을 넘어 미국 제조업 부활이라는 장기 전략의 일환이다. 공장이 미국에 들어오면 일자리가 창출되고, 세수가 증가하며, 기술 이전도 이루어진다. 특히 반도체, 배터리, 첨단 제조업 분야에서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면서 동시에 자국 산업 기반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관세와 투자 유치만으로는 부족하다. 37조 달러 부채와 연간 약 1조 달러이자 비용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려면 국채 수요를 지속적으로 창출해야 한다. 관세 수입 3500억 달러는 일회성이지만, 스테이블코인은 발행자가 담보를 유지해야 하므로 국채에 대한 영구적 수요를 보장한다. 바로 여기서 스테이블코인이 트럼프 전략의 핵심 축으로 등장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2025년 7월 18일 지니어스법(GENIUS Act, Guiding and Establishing National Innovation for U.S. Stablecoins Act)에 서명하며 한 말이 의미심장하다. "지니어스법은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엄청난 잠재력을 실현하기 위한 명확하고 단순한 규제 체계를 확립한 것이다. 어쩌면 이는 인터넷의 탄생 이후 금융 기술 분야에서 일어난 가장 위대한 혁명일지도 모른다." 과장이 아니다. 스테이블코인은 미국이 재정 위기를 돌파하고 디지털 시대에 달러 패권을 재확립할 전략적 수단이다.
스테이블코인이란 달러나 유로 같은 법정화폐에 1대 1로 가치를 고정한 디지털 자산이다. 비트코인이 가격 변동성으로 실제 결제 수단으로 활용되기 어려웠던 반면, 스테이블코인은 블록체인의 장점을 유지하면서 안정성을 확보했다. 현재 세계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99%는 테더(USDT)와 서클(USDC)이 점유하고 있으며, 2025년 10월 기준 총발행량은 3000억 달러를 돌파했다.
지니어스법의 핵심은 명확하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는 발행량 전액을 미국 달러 현금 또는 3개월 이내 만기 미국 단기 국채로 보유해야 한다. 이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이 곧 미국 국채 수요 증가로 직결됨을 의미한다.
세계 최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테더가 보유한 미국 국채 규모는 이미 한국과 독일을 앞지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 재무부 산하 차입자문위원회(TBAC)는 2028년까지 스테이블코인 발행자들이 보유한 미국 단기채 규모가 2024년 대비 8.3배 증가한 1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은 더 야심 찬 목표를 제시했다. "미국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몇 년 내 2조 달러 규모로 성장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시장 예측이 아니다. 국채 수요 확대를 통한 금리 인하, 그리고 달러의 디지털 패권 확립이라는 이중 전략이다.
스테이블코인은 전통적 금융 시스템의 비효율을 극복한다. 국제 송금은 평균 2~5일이 걸리고 수수료가 약 6%에 달하지만,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하면 거의 실시간 송금이 가능하고 수수료도 1% 미만이다. 2024년 스테이블코인 연간 전송 규모는 약 27.6조 달러로, 비자와 마스터카드 결제액 합계를 상회했다. 아르헨티나처럼 자국 통화 신뢰도가 낮은 국가에서는 이미 청년층이 월급을 받자마자 달러 스테이블코인으로 바꾸는 것이 일상이 됐다. 남미 주요 국가에서 스테이블코인의 소액 결제 사용 비중은 30% 수준까지 올라왔다.
물론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스테이블코인 확산이 각국의 통화 주권을 침해하고 금융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2022년 테라 USD 붕괴 사례나 2023년 SVB 사태 당시 USDC의 일시적 가치 하락(디페깅)은 이러한 우려를 뒷받침한다. 한국은행이 2025년 금융안정보고서에서 "특정 발행사 부도로 공포가 생겨 코인런이 발생할 경우 금융시스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경고한 이유다.
그러나 미국은 바로 이 위험성을 인식하고 지니어스법을 통해 강력한 규제 체계를 구축했다. 100% 준비자산 보유 의무, 월별 공시, 연방 감독, 자금세탁방지 준수 등 엄격한 요건을 부과한 것이다. 이는 스테이블코인을 무질서한 투기 수단이 아닌 미국 금융 인프라의 핵심으로 편입시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관세로 단기 재정을 확보하고, 투자 유치로 제조업을 부활시키며, 스테이블코인으로 장기 국채 수요를 창출하는 삼중 전략. 이것이 트럼프가 미국을 위기에서 구해내기 위해 구사하는 통합 전략의 전모다.
한국은 지금 미국에 대한 견제 등 이유로 중국의 무차별 국채 등 매수 상황과 트럼프의 삼중 전략 한복판에 서 있다. 25% 자동차 관세, 3500억 달러 투자 요구라는 채찍, 그리고 스테이블코인이라는 새로운 게임의 규칙이 동시에 주어졌다. 이는 단순한 무역 협상이 아니다. 미국이 생존을 위해 동맹국에게 요구하는 전략적 재편이다.
2024년 11월부터 2025년 2월까지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를 통한 스테이블코인 유출입 규모는 85조 7000억 원에 달했고, 이 중 절반인 42조 7000억 원이 해외로 전송됐다. 한국인이 국내에서 벌어들인 돈이 테더와 서클을 통해 미국 국채 구매로 이어지는 구조다. 이대로라면 한국은 관세 부담, 투자 압박, 자본 유출이라는 삼중고를 겪게 된다.
그러나 위기는 곧 기회다. 한국이 트럼프의 전략을 역이용해 스테이블코인 허브로 도약한다면, 관세 부담을 상쇄하고 투자 위기를 기회로 전환할 수 있다. 한국이 미국의 지니어스법 체제에 전략적으로 참여한다면 세 가지 중대한 이득을 얻을 수 있다.
첫째, 대미 투자 부담 완화와 외환 안정성 확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분석에 따르면 3500억 달러 규모의 자금이 해외로 유출될 경우 국내 기업 투자가 15~20%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서 스테이블코인이 해법이 된다. 한국 주요 은행 컨소시엄이 3500억 달러 규모의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고, 이를 담보로 동일 금액의 미국 단기 국채를 보유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실질적인 외화 유출 없이도 대미 투자 약속을 이행할 수 있다.
둘째, 디지털 금융 허브로의 도약이다. 한국은 블록체인 및 디지털 금융 기술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카카오페이와 네이버페이는 5000만 이상의 사용자를 확보했고, 업비트는 포브스 선정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순위에서 아시아 1위를 기록했다. 2025년 6월 디지털자산기본법이 발의되었고, KB국민·신한·우리·농협·기업·수협 등 대형 시중은행들이 스테이블코인 공동 발행을 위한 컨소시엄 준비에 착수했다.
한국이 정부 보증 달러 스테이블코인 시스템을 먼저 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한다면, 한국은 아시아 디지털 금융 허브가 된다. 전 세계 K팝 팬들이 앨범을 구매하거나 미국 기업들이 한국산 반도체를 수입할 때 한국 발행 스테이블코인을 사용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이는 달러의 실질적인 국제 결제 비중을 디지털 영역에서 확대하는 동시에, 한국을 그 결제 네트워크의 중심에 놓는 전략이다.
셋째, 중국 디지털 위안화 견제와 한미동맹 강화다. 중국은 디지털 위안화를 통해 달러 패권에 도전하고 있다. 한국이 미국의 디지털 달러 전략에 핵심 파트너로 참여한다면 이는 단순한 경제 협력을 넘어 안보 동맹의 차원으로 확장된다. 지난 70년간 한미동맹이 한국의 경제 발전을 가능하게 한 안보 우산이었다면, 이제 스테이블코인은 21세기형 디지털 경제 동맹의 상징이 될 수 있다.
구체적인 실행 방안은 다음과 같다.
1단계(2025~2026년)는 시범 프로젝트 구축이다. 1000억 달러 규모의 달러 스테이블코인 시스템을 구축한다. 한국 주요 은행 컨소시엄이 발행 주체가 되고, 한국 정부가 보증을 제공하며, 미국 단기 국채와 달러 현금을 1대 1로 담보로 미국 내 수탁 은행에 예치하는 구조다. 이는 한국은행이 직접 달러 기반 중앙은행 디지털화폐를 발행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통화 주권 논란을 피하면서도, 정부 신용을 활용할 수 있는 현실적 모델이다.
2단계(2026~2027년)는 결제 생태계 확장이다. 시범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규모를 2000억 달러까지 확대하고, 사용처를 다변화한다. 미국 기업들이 한국산 제품을 구매할 때 스테이블코인 결제 시 수수료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등 인센티브를 부여한다. K콘텐츠, 반도체, 배터리, 조선 등 한국의 독점적 산업 경쟁력을 활용해 글로벌 결제 네트워크를 구축한다.
3단계(2027년 이후)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전환이다. 달러 스테이블코인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원화 스테이블코인 개발에 착수한다. 원화는 비기축통화이므로, 동남아시아 등 한국과 교역이 활발한 지역부터 시작해 점진적으로 사용처를 확대하는 전략이 현실적이다. 이를 통해 한국은 42조 7000억 원의 자본 유출을 막고 디지털 경제 시대에 원화의 입지를 강화할 수 있다.
중요한 점은 시간이다. 과거 사례를 보면 통화스와프는 체결 즉시 자금이 이동하는 것이 아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한미 통화스와프는 300억 달러 규모로 체결됐지만, 실제 인출은 단 한 차례에 그쳤다. 2020년 코로나19 당시 600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는 사용조차 거의 없었다. 체결 발표 자체가 시장에 심리적 안정을 제공해 환율 급등을 억제하는 효과를 발휘했기 때문이다. 이는 한국이 스테이블코인 시스템을 준비할 충분한 시간이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 모든 전략의 전제조건이 있다. 바로 확고한 친미 연대와 중국의 금융 공세에 대한 단호한 대응이다. 일부에서는 한국이 미중 사이에서 균형외교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위험한 환상이다. 중국은 일대일로를 통해 달러 패권에 도전하고, 북한과 손잡고 한반도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 더 나아가 한국 국채 138조 원을 매입하고 금융자산을 집중적으로 사들이며 한국의 금융 주권을 위협하고 있다.
정부는 중국의 한국 국채 매입 현황에 대한 정확한 통계를 공개하고, 특정 국가의 국채 집중 보유를 제한하는 규제를 마련해야 한다. 금융시장 안정성과 외교적 자율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투자자 투명성 강화와 국가별 보유 현황의 공개가 시급하다. 국채를 얼마나 왜 발행하며 누가 이 국채를 매입하고 있는지 공개할 수 있는 것은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한국이 디지털 기축통화국으로 도약하려면 미국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그 신뢰는 안보와 경제가 일체화된 확고한 동맹 관계에서만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거래의 기술을 중시하지만, 동시에 충성과 신뢰를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한국이 중국과 눈치를 보며 애매한 태도를 취한다면 미국은 한국을 전략적 파트너가 아닌 통제 대상으로 볼 것이다. 미국이 한국 외환보유액에 가까운 4000억 달러를 당초 요구한 이유가 바로 이러한 우려 때문이다.
2025년 대미 투자 3500억 달러는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 그러나 이는 지난 70년간 한미동맹이 한국에게 준 혜택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6·25 전쟁 당시 미군 3만 7000여 명이 한국 땅에서 전사했다. 지금도 주한미군 2만 8500명이 한반도를 지키고 있다. 2024년 한국의 대미 경상수지 흑자는 1182억 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동맹이란 서로 어려울 때 돕는 것이다. 지혜롭게 스테이블코인으로 도와주고 신뢰는 물론이고 더 큰 경제적 이득, 디지털 금융 강국이 되는 것이다.
미국이 구축하는 디지털 신비로운 길은 21세기 브레튼우즈 체제다. 1944년 브레튼우즈가 전후 세계 경제 질서를 재편했다면, 2025년 트럼프의 삼중 전략은 디지털 시대 경제 질서를 재편하고 있다. 관세로 단기 재정을 확보하고, 투자 유치로 제조업을 부활시키며, 스테이블코인으로 장기 국채 수요를 창출하는 이 통합 전략은 미국의 재정 위기를 돌파하고 달러 패권을 디지털 영역으로 확장하는 생존 전략이다.
한국은 이 길에 함께 해야 한다. 그것이 한국의 생존이고 번영의 길이다. 관세 25%라는 채찍을 피할 수 없다면, 대미 투자 3500억 달러를 스테이블코인으로 전환해 당근으로 만들어야 한다. 동시에 중국의 금융 공세를 막아내고 한국의 금융 주권을 지켜야 한다. 중국이 한국 국채 138조 원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는 미중 전쟁 속에서 한국을 중국의 영향권으로 끌어들이려는 전략적 무기가 될 수 있다.
한국은 스테이블코인을 기반으로 디지털 금융 허브로 도약하며, 궁극적으로 원화 스테이블코인 국제화로 나아가는 3단계 전략이 필요하다. 물론 이 과정에서 통화 주권 훼손, 금융 불안, 자본 유출 등의 우려가 제기될 수 있다.
그러나 더 큰 위험은 이 기회를 놓치는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한국은 관세 부담, 투자 압박, 자본 유출, 중국의 금융 침투라는 최악의 사중고를 맞게 된다. 적극적으로 참여해야만 주도권을 가질 수 있다.
트럼프가 다시 만드는 디지털 신비로운 길은 미국만의 길이 아니다. 충성스러운 동맹국에게는 함께 번영하는 길이 될 수 있다. 한국이 친중·종북 좌파 세력을 단호히 배격하고, 중국의 금융 공세를 막아내며, 한미동맹을 디지털 경제 동맹으로 업그레이드한다면, 한국은 21세기 디지털 기축통화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
지금이 바로 그 골든타임이다. 역사는 준비된 자에게만 기회를 준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디지털 금융 기술과 역동적인 시장을 가지고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전략적 결단과 실행력이다. 미국의 신뢰를 확보하고, 중국의 금융 공세를 막아내며, 트럼프의 디지털 신비로운 길에서 한국의 길을 찾아야 할 때다.
칼럼니스트 박대석
주요 참고자료
미국 재무부, 『국가부채 현황』 (2025. 8)
미국 의회, 『GENIUS Act (지니어스법)』 (2025. 7. 18 발효)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 (2025. 6)
초당파 책임 있는 연방예산위원회(CRFB), 『미국 재정 현황 보고서』 (2025. 8)
금융감독원, 『외국인 국채 보유 현황』 (2025. 9)
찰스 쿱찬, 『미국 시대의 종말』
KBS 머니리셋, 『스테이블코인 특집』 (2025. 10. 21)
국제결제은행(BIS), 『스테이블코인 시장분석 보고서』 (2024)
한국개발연구원(KDI), 『대미 투자가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 (2025)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미국 외국인직접투자 전망』 (2025)
초당파 정책연구소(Bipartisan Policy Center), 『관세 정책 영향 분석』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