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원리금 회수가 중요하다
[표지: 2025.10.30.부산김해공항에서 미중 정상회담장으로 향하는 미 트럼프 대통령, 백악관홈페이지]
한미 관세 협상을 둘러싼 대미투자액이 유동적이다. 한국 정부는 3500억 달러(현금 2000억 달러 + 조선업 MASGA 1500억 달러)라고 발표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서 9500억 달러(3500억 달러 관세 대가 + 6000억 달러 에너지·기업투자)라고 밝혔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5500억 달러(3500억 달러 + 추가 2000억 달러)를 거론했다. 대미투자액은 아직 유동적이다.
한국은 관세율 15% 이하와 외환시장 안정에 주 목표를 두고 있는 반면, 미국은 관세를 전략적 무기로 활용하여 대미 투자에 방점을 두고 있다. 관세와 시장 개방 이슈는 입장 차이가 있으나 상당 부분 이견이 좁혀진 상태다. 그러나 한국은 대미 투자 부분에서 초보적 수준에 머물러 있다. 투자 방식, 집행 조건, 수익 배분, 출구 전략 등 핵심 사안에 대한 구체적 합의가 부족한 상황이다.
지금 한국이 직면한 문제는 단순한 양자 무역 협상이 아니다. 미국과 중국의 전략적 경쟁이라는 거대한 지정학적 격변 속에서 한국의 선택지가 좁아지고 있다.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동맹국들에게 반도체, 배터리, 조선 등 핵심 산업의 미국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으로서는 미국과의 동맹을 유지하면서도 경제적 손실을 최소화하는 정교한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다만 이 글에서는 대미 현금투자액 2000억 달러를 기준으로 금융 투자 관점에서 만 논의를 전개한다. 한국 정부가 발표한 연간 최대 200억 달러씩 10년간 2000억 달러 투자 방식이 과연 금융투자 관점에서 합리적인지 검토하고, 보다 효율적인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한국 정부가 발표한 대로 연간 최대 200억 달러씩 10년간 2000억 달러를 투자하는 방식에 대해 일부에서는 외환시장 안정을 고려한 현명한 협상이라며 쾌재를 부르고 있다. 그러나 금융투자 관점에서 보면 이는 최악의 구조다.
대출이나 보증에서 총액 2000억 달러 투자 문서에 서명하는 순간, 외환시장과 국가 신용도(채무 불이행, CDS, Credit Default Swap), 채권 금 산정에서는 이 금액 전체를 한국의 총부채로 본다. 연간 200억 달러씩 나눠 집행한다고 해서 부채 총액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다. 더욱이 디테일도 없이 연간 200억 달러라는 상한만 달랑 정해놓은 것은 투자 측면에서 실현되기 어려운 구조다.
전체 2000억 달러 프로젝트를 연간 200억 달러씩 분할 투자한다는 것은 사업 세팅에만 10년 이상이 걸린다는 의미다. 여러 프로젝트로 나누어질 것이지만, 각 프로젝트가 가동되어 손익분기점(BP)을 넘어 수익을 내고 투자금을 상환하려면 그로부터도 수년이 소요된다.
프로젝트 파이낸싱의 기본 원리는 프로젝트 자체의 현금흐름으로 원리금을 상환하는 것인데, 10년 이상 장기간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동안 기술 변화, 가격 변동, 미국 경기 침체, 시장 환경 변화 등 수많은 우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장기 프로젝트의 위험성은 국제적으로 입증된 사실이다. 보스턴컨설팅그룹(Boston Consulting Group) 조사에 따르면 디지털 전환 시도 중 70%가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영국 버밍엄 시의회의 ERP 프로젝트는 당초 예산 1900만 파운드에서 9000만 파운드 이상으로 증가했으며(약 4.7배), 완료 시기가 2022년에서 2026년으로 4년이나 지연됐다.
대규모 프로젝트는 날씨 같은 외부 요인, 예상치 못한 자재비 상승, 인력 부족, 기술적 문제 등으로 일정이 늦어지거나 비용이 초과되는 사례가 빈번하다. 장기간 프로젝트 진행 중에 이러한 사정변경이 누적되면 사업 자체를 포기하거나 대규모 추가 자금이 필요해질 수 있다.
대미 투자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미국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이 CNBC 인터뷰에서 밝혔듯이, 투자 운영권은 미국이 가지고 원금 회수 전까지 수익을 5대 5로 나누며, 회수 후에는 9대 1로 미국이 90%를 가져가는 구조다. 한국 돈으로 미국이 원하는 곳에 투자하고, 수익의 대부분은 미국이 가져가면서, 투자 기간만 10년 이상 장기화되는 것이다.
금융투자 전문가들이 보면 답은 명확하다. 선불 형태로 최소 2~3회 분할하여 조기에 투자를 완료하고, 즉시 수익이 발생하여 원리금을 회수하는 출구 전략(Exit Strategy)으로 대미 투자를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일시에 외화 2000억 달러가 나가면 외환시장이 흔들리지 않을까 우려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기우에 불과하다.
투자금액을 유동화하여 채권을 발행하면 즉시 외화를 충당할 수 있다. 한국의 대미투자유동화채권은 투자받는 국가가 세계 최강 미국이고, 한미가 엄선한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우량한 금리 조건으로 발행할 수 있다. 자산유동화증권(ABS) 또는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형태로 구조화하면, 스프레드를 최소화할 수 있다. 필자는 이 유동화채권 이름을 가칭, 카브스( KA-ABS, Korea-America Investment Asset-Backed Securities)라 부른다.
이러한 유동화 채권은 대미 투자 전에 트렌치(Tranche, 채권구조) 등을 잘 설계하면 대미 투자와 동시에 적격성이 확인되는 즉시 자본시장에서 수일 내로 판매된다. 실제로 국내 부동산 PF 시장에서도 ABS(Asset-Backed Securities자산유동화증권)와 ABCP(Asset-Backed Commercial Paper 자산유동화기업어음)는 널리 활용되고 있다.
대출기관은 프로젝트의 장기화에 따른 위험성을 분산시키고, 다양한 투자자가 자본시장을 통해 개발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
더욱이 이번 대미 투자는 일반 부동산 PF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투자처가 미국이라는 점에서 신용등급이 최고 수준이고, 한미 양국 정부가 엄선한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사업성 평가도 우수할 것이다. 따라서 유동화 채권 발행 시 AAA 등급에 가까운 신용등급을 받을 수 있고, 금리 스프레드도 최소화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일시에 2000억 달러가 나가면 외환시장이 불안해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그러나 이는 유동화 채권의 메커니즘을 이해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오해다. 유동화 구조를 제대로 설계하면 외환시장 충격을 최소화하면서도 신속한 투자가 가능하다.
구체적으로 보면, 특수목적회사(SPC)를 자산유동화법에 근거하여 설립하고, 이 SPC가 대미 투자채권을 보유하면서 ABS를 발행한다. 자산유동화법에 의해 설립된 유동화 회사는 단순 도관체이므로 이자소득세 및 법인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또한 업무수탁자가 유동화자산의 관리와 여유자금 운용 등 일반운영 업무를 담당하면서 SPC와 투자자 관계를 조율한다.
이렇게 발행된 유동화 채권은 국내외 기관투자자들이 매입하게 되는데, 투자처가 미국이고 사업성이 검증된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수요가 충분할 것이다. 실제로 골드만삭스, JP모건 등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이러한 구조화 금융(Structured Finance)에 뛰어난 전문성을 갖고 있다. 한국도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초대형 IB들이 프로젝트 파이낸싱과 유동화 업무에서 상당한 경험을 축적하고 있다.
외환 조달 측면에서도 유동화 채권 발행은 유리하다. 달러표시 채권으로 발행하면 외화를 직접 조달할 수 있고, 원화표시 채권으로 발행하더라도 통화스왑 시장을 활용하여 달러로 전환할 수 있다. 한국수출입은행과 한국산업은행이 연간 200~300억 달러의 외화 조달 능력을 갖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2000억 달러 규모의 유동화 채권은 조기에 충분히 발행 가능하다. 그리고 유동화 구조 자체 신뢰성으로 외환 시장은 안정화된다.
당장 한국은 미국의 투자은행 CEO출신 러트닉 상무부 장관과 헤지펀드그룹 창업자인 스콧 베센트 재무부 장관 등 세계 최고의 금융투자 전문가들과 이러한 논의를 수평적 위치 아니 나아가 한 단계 위에서 끌고 나갈 수 있는 인력을 보강해야 한다.
투자처 선정, 거버넌스 구조, 수익 배분, 출구 전략 등을 디테일하게 설계해야 한다. 지금처럼 외환시장 안정, 관세, 쌀 시장 등 개별 이슈에만 매달리는 접근으로는 미국의 진짜 의도를 파악하지 못하고, 장기 투자로 인해 국부가 손실될 수 있다.
한국에도 유수한 글로벌 IB 출신 전문가들이 많다. 미래에셋증권은 2024년 기준 자기 자본 90억 달러로 세계 32위 규모를 갖추고 있으며, 미국법인이 세전이익 945억 원을 기록하는 등 글로벌 사업 확장에서 실적을 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도 1분기 영업이익 5188억 원을 기록하며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한국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도 해외 프로젝트 파이낸싱에서 오랜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전문가를 대미 투자 협상에 투입하여 미국 측 금융 전문가들과 동등한 수준에서 협상해야 한다. 특히 투자위원회 구성에서 한국의 발언권을 확대하고, 투자처 선정에서 한국 기업의 이익을 반영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수익 배분도 원금 회수 전 5대 5, 회수 후 9대 1이라는 미국 일방의 조건이 아니라, 투자 리스크와 관리 책임을 고려한 합리적 배분 구조를 협상해야 한다.
일부에서는 대미 투자 자체를 굴욕 외교로 비판한다. 3500억 달러라는 천문학적 금액을 관세 인하 대가로 지불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이냐는 것이다. 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의 딘 베이커 선임경제학자도 "한국이 25% 관세를 부담하더라도 대미 수출 감소액은 125억 달러 정도인데, 그 20배가 넘는 3500억 달러를 투자한다는 것은 경제 논리에 맞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미 대규모 대미 투자는 한미 간 협상 의제가 되었고. 문제는 이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집행하느냐다. 연간 200억 달러씩 10년 이상 질질 끌면서 장기 리스크에 노출되기보다는, 2~3년 내에 조기 투자를 완료하고 빠른 수익 실현과 원리금 회수로 나가는 것이 현명하다.
더 나아가 이번 대미 투자를 미국 시장 선점의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 반도체, 배터리, 자동차 등 한국 기업들이 이미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러한 민간 투자와 정부의 2000억 달러 투자를 유기적으로 연계하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특히 알래스카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에너지 인프라, 핵심 광물, 첨단 제조업, AI, 양자컴퓨팅 분야 등 러트닉 장관이 언급한 투자처들은 모두 미래 산업의 핵심 분야다.
한국 기업들이 이러한 분야에서 지분을 확보하고 기술을 습득하면, 장기적으로 한국 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투자처 선정과 거버넌스 구조 설계에서 한국의 이익을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미국이 투자위원회 위원장을 맡더라도, 한국도 실질적인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연간 200억 달러씩 10년 분할보다는 선불 방식의 조기 투자가 금융투자 관점에서 훨씬 유리하다. 유동화 채권 발행을 통해 외환시장 안정을 확보하면서도 신속한 투자가 가능하고, 조기 수익 실현으로 원리금 회수 출구 전략도 마련할 수 있다.
시급한 것은 금융 전문가를 대거 투입하여 미국 측과 동등한 수준에서 투자 구조를 협상하는 것이다. 골드만삭스, 미래에셋증권, 한국산업은행 등 국내외 금융투자 및 유동화 전문가들을 총동원하여 투자처 선정, 거버넌스 구조, 수익 배분, 출구 전략을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
이참에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여 통 큰 투자로 미국 시장을 선점하는 고도의 전략이 필요하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미국은 소프트웨어의 강점이 있고 있지만 제조업이 약하고, 유럽은 제조 강점을 나름 가지고 있지만 소프트웨어가 약한데, 한국은 양쪽에 다 강하다”며 “한국은 제조 AI 리더가 될 가능성이 무한대”라고 강조했다. 한국은 미국의 제조업 부흥을 도울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국가다.
이는 한국의 협상 카드가 될 수 있다. 단순히 관세 인하 대가로 돈을 퍼주는 것이 아니라, 미래 산업의 핵심 분야에 전략적으로 투자하여 장기적 이익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외환시장 안정은 물론이고, 유동화 기법을 최대한 활용하여 신속하고 효율적인 투자를 실현해야 한다. 그것이 이미 합의된 3500억 달러 투자를 국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집행하는 현명한 길이다.
칼럼니스트 박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