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장악 후 뉴미디어 말살, 미국 경고마저 무시하는 이재명 정부의 폭주
2025년 12월 15일, 홍콩 고등법원은 애플데일리 창업자 지미 라이(77)에게 유죄 판결을 내렸다. 외국 세력과의 공모, 선동적 출판물 배포 혐의. 2026년 1월 형량 선고를 앞두고 있으며 종신형까지 가능하다.
1995년 창간해 중국 공산당을 직설적으로 비판하던 애플데일리는 2021년 6월 당국의 본사 급습과 자산 동결, 편집진 체포 끝에 강제 폐간되었다. 하루 전인 14일에는 홍콩 민주당이 31년 역사를 마감하고 해산을 결정했다.
국제앰네스티는 "이번 판결은 언론자유에 대한 사형선고(death knell)와 같다"라고 선언했다. 1997년 반환 당시 약속된 '일국양제(一國兩制)'는 허울뿐, 한때 아시아의 자유 언론 거점이던 홍콩은 이제 사실상 중국의 한 도시로 전락해 침묵의 도시가 되었다.
그로부터 9일 후인 12월 24일, 대한민국 국회에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통과되었다. 재적 177명 중 찬성 170표. 이른바 '입틀막법'이다.
국민의힘의 2박 3일 필리버스터에도, 언론계·시민단체·법조계의 위헌 우려에도 여당은 강행 처리했다. 법안 명칭은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이라 정의로워 보이지만, 그 실체는 표현의 자유를 구조적으로 위축시키는 장치다.
야당 시절 '표현의 자유'를 전매특허처럼 내세웠던 민주당이, 집권 후 '허위조작정보'라는 모호한 잣대로 국민의 입에 재갈을 물리려 한다.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민주주의 파괴다. 홍콩의 비극이 한반도에서 재현되려 하고 있다.
개정안의 핵심은 '허위·조작 정보' 유통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이다. 고의로 허위·조작 정보를 유통해 손해를 끼쳤을 때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배상토록 했다. 구체적 손해 입증이 어려워도 법원이 5000만 원 이하의 배상액을 정할 수 있고, 2회 이상 유통 시 10억 원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한다.
특히 논란이 되는 것은 비방 목적의 사실 적시 명예훼손 조항이다. 폐지 논의가 이어져 왔으나 오히려 존치·강화되어, 사실을 말해도 처벌받을 수 있는 구조가 굳어졌다.
문제의 본질은 '허위·조작 정보'라는 개념의 모호성이다. 무엇이 허위인지, 무엇이 조작인지, 누가 판단하는가. 판단의 칼자루를 국가와 권력이 쥐는 순간, 민주주의는 이미 후퇴하기 시작한다. 홍콩에서 지미 라이가 유죄 판결을 받은 혐의도 '선동적 출판물 배포'였다.
권력을 비판하면 선동이고, 정권에 불리한 사실을 보도하면 허위가 되는 구조. 홍콩과 대한민국의 차이가 무엇인가. 진보 성향의 참여연대마저 "국가가 나서 허위조작정보 여부를 판단하고 유통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법 취지 자체가 적절하지 못했다"며 이재명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촉구했다. 이념을 초월해 위험한 법이라는 증거다.
언론 장악의 이중 구조
1단계 - 방송3법: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편 → 언론노조 영향력 강화 → 주류 언론 장악
2단계 - 입틀막법: 허위·조작 정보 명목 → 뉴미디어 억압·위축 → 비판 세력 차단
이재명 정부의 언론 전략은 '두 개의 그물'로 구성된다. 첫 번째는 올해 통과된 방송3법이다. KBS 이사회를 11명에서 15명으로 확대하고 추천 주체를 다원화하면서 노조 참여를 강화했다.
공정언론국민연대 박기완 사무총장은 "선거로 정권은 바뀔지언정 방송은 바뀌지 않는 구조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주노총 산하 언론노조가 공영방송 이사 추천에 개입하면 친여 성향 인사로 지배구조가 고착화될 수밖에 없다.
두 번째 그물이 입틀막법이다. 주류 방송 장악 후 남은 비판 세력은 유튜브 등 뉴미디어다. 손해액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과 10억 원 과징금은 개인 유튜버에게 파괴적 타격이다. 더 위험한 것은 '제3자 고발 허용' 조항이다.
본인이 피해를 보지 않아도 제3자가 허위 정보라 판단하면 고발할 수 있어, 친여 성향 단체들이 보수 유튜버를 상대로 무차별 고발을 남발할 수 있는 구조다. 홍콩에서 애플데일리가 폐간된 것도 당국의 직접 탄압만이 아니었다. 자산 동결과 법적 압박으로 경영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입틀막법은 같은 효과를 노린다.
이런 풍경은 새롭지 않다. 베네수엘라는 가짜뉴스 규제를 명분으로 언론을 무력화했고, 중국은 '사회 안정'을 이유로 비판을 범죄 화했다.
홍콩은 국가안전법 이후 5년 만에 모든 민주 언론과 정당이 소멸했다. 의도는 달랐을지 몰라도 결과는 하나였다. 자유의 소멸이다. 1997년 중국 반환 당시 홍콩은 '일국양제(一國兩制)'로 50년간 자치권을 약속받았다. 그러나 중국은 2020년 국가보안법을 강제 시행하며 그 약속을 파기했다. 대한민국은 헌법으로 표현의 자유를 보장받는다. 그런데 헌법을 무시하는 법률이 국회를 통과했다. 홍콩과 무엇이 다른가.
물론 악의적 허위 정보가 사회적 문제라는 점은 인정한다. 그러나 해법은 국가가 진실의 심판자가 되는 것이 아니다. 플랫폼 자율규제 강화와 독립적 사실체크 기관 육성, 공공 정보 접근성 확대가 선진국의 방향이다. 거짓이 스스로 드러나게 만드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지, 언론의 입을 막는 것이 아니다.
입틀막법의 문제는 국내에 그치지 않는다. 유튜브(구글), 트위터(X), 페이스북(메타) 등 미국 플랫폼 기업들까지 규제 대상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의 온라인플랫폼법(온플법), 망 사용료 부과 등 디지털 규제에 이미 강한 불만을 표출해 왔다.
미국무역대표부(USTR)의 제이미슨 그리어 대표는 한미 FTA 공동위원회를 앞두고 '무역법 301조' 조사 가능성을 반복 경고했고, 실제로 12월 예정이던 고위급 무역회담은 연기되었다.
입틀막법이 유사한 디지털 규제로 인식될 경우, 미국의 보복 대상이 될 위험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홍콩의 지미 라이 석방을 시진핑에게 요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같은 트럼프가 한국의 언론 탄압을 어떻게 볼 것인가.
유럽의 사례가 시사적이다. EU가 미국 빅테크에 과징금을 부과하자, 디지털 규제를 주도한 유럽 관료·정치인 일부가 미국 입국 금지 조치를 받았다.
한국은 유럽보다 더 취약한 위치에 있다. 중국 기업(알리바바, 테무, 쉬인 등)에는 상대적으로 관대하면서 미국 기업만 겨냥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 '친중 반미' 공작으로 비칠 수 있다. V-Dem(민주주의 다양성 연구소)이나 국경 없는 기자회(RSF) 언론자유지수에서 한국이 '민주주의 후퇴 국가'로 분류될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역사는 국민의 입을 막은 정권의 운명을 보여준다. 박정희 정권의 긴급조치, 전두환 정권의 언론통폐합은 결국 그 정권의 정당성을 무너뜨렸다. 권력은 비판을 통제할수록 약해지고, 비판을 견딜수록 강해진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정권은 바뀐다. 그러나 법은 남는다. 오늘은 여당을 보호하는 법처럼 보여도, 내일은 그 칼날이 권력을 향할 수 있다. 홍콩 민주당도 한때는 집권 세력과 협력했다. 그러나 결국 그들이 만든 시스템에 의해 소멸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자신들이 만든 법이 언젠가 자신들에게 돌아올 수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선택해야 한다. 단기적 정치 편의가 아니라, 장기적 민주주의의 편에 설 것인지. 대통령의 거부권은 정파적 방어권이 아니다. 헌법을 파괴하려는 입법부의 폭주를 막는 '최후의 보루'이자 '헌법적 의무'다. 진보와 보수의 문제가 아니라, 헌법과 자유의 문제이기에 이 법안은 거절되어야 한다.
홍콩은 이미 늦었다. 지미 라이는 유죄 판결을 받고 종신형을 기다리고 있으며, 애플데일리는 사라졌고, 민주당은 해산되었다. 대한민국은 아직 늦지 않았다. 국민의 입을 틀어막는 정부에게 미래는 없다.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산소다. 산소가 없으면 생명이 죽듯이, 표현의 자유가 없으면 민주주의는 죽는다.
칼럼니스트 박대석
▶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입틀막법)
• 조선일보, "정보통신망법 국회 본회의 통과…'허위·조작정보' 최대 5배 징벌적 손배" (2025.12.24)
• 경향신문, "'악용 소지 논란' 정보통신망법 본회의 통과…국힘 '이 대통령, 거부권 행사해야'" (2025.12.24)
• 한국경제, "참여연대 '국가 판단 부적절'…거부권 촉구" (2025.12.26)
• 아시아투데이, "국힘 '李, 언론 입틀막법 재의요구권 행사해야…헌법적 가치 훼손'" (2025.12.26)
▶ 홍콩 언론자유 탄압
• BBC 코리아, "홍콩 법원, 지미 라이에 유죄 판결…종신형 가능" (2025.12.15)
• 중앙일보, "홍콩 고등법원, 라이치잉 국가보안법 위반 유죄 판단" (2025.12.15)
• 경향신문, "홍콩 민주당, 31년 만에 해산 결정" (2025.12.14)
• Amnesty International, "Hong Kong: Conviction of Jimmy Lai sounds death knell for press freedom" (2025.12.16)
▶ 미국 디지털 규제 반응
• 한국일보, "미국, 한국 디지털 규제 반발로 한미 FTA 고위급 무역회담 연기" (2025.12.20)
• 아주경제, "관세 합의 후 첫 고위급 무역 회담 무산…트럼프 행정부, 온플법 등 디지털 정책에 불만" 2025.12.20)
• 한국경제, "미국, 한국에 디지털 규제 관련 무역법 301조 조사 경고" (2025.11.20)
▶ 방송3법
• 더퍼블릭, "'與 방송3법, 민노총이 장악한 방송구조 법제화 시도'" (2025.7.3)
• 뉴데일리, "'이대로면 민노총이 공영방송 장악…李 정부 방송3법 저지해야'" (2025.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