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플랫폼 봐주기와 미국 자본 때리기의 숨은 설계
2025년 11월 30일, 쿠팡에서 3,370만 계정의 고객 개인정보가 퇴사한 중국인 직원에 의해 5개월간 유출된 사실이 드러났다. 용의자는 퇴사 후에도 중국에서 접근 토큰을 악용하여 고객의 이름, 주소, 연락처 등을 지속적으로 탈취했다.
국가정보원 연례 보고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4년까지 5년간 첨단기술 유출로 인한 피해액은 약 23조 원에 달하며, 2024년 적발 사건의 74%가 중국과 연관되어 있다. 쿠팡의 보안 시스템에 허점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문제의 본질은 따로 있다.
정부와 국회의 대응을 보면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쿠팡이 피해 회복 조치를 적절히 실행하지 않으면 영업정지를 명령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임광현 국세청장은 "대상과 범위를 예단하지 않는 세무조사로 조세 정의를 확립하겠다"라고 선언했다. 민주당은 6개 상임위 연석 청문회를 추진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그런데 중국으로 도망친 범인에 대한 송환 요구나 외교적 조치는 들리지 않는다. 한국의 간첩죄(형법 제98조)는 '적국'을 대상으로 하여 중국에 적용하기 어렵다. 물론 산업기술보호법이나 국가보안법 등 다른 법률로 처벌이 가능하나, 중국을 특정 대상으로 삼는 경제간첩 조항은 부재한 실정이다. 결과적으로 범인은 유유히 빠져나가고, 피해 기업만 전방위로 닦달당하는 형국이다.
해롤드 로저스 쿠팡 임시 대표는 12월 30일 연석 청문회에서 "국정원이 용의자와 접촉하라고 여러 차례 요청했고, 조사 방식을 결정했다"라고 증언했다. 국정원은 이를 "명백한 허위"라며 위증 혐의 고발을 요청했다. 진실 공방이 치열하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자. 3,300만 건 이상의 정보가 털린 중대 사안을 실무선에서 독단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방첩 차원에서 경찰을 배제하고 은밀히 움직이는 것은 납득 가능한 조치다. 그러나 일이 커지자 "강제적 지시는 없었다"며 발을 빼는 모습은, 국가 지시를 믿고 따랐던 민간 기업을 총알받이로 만든 격이다.
국회의원들 역시 이 구조를 알면서도 기업만 몰아세웠다면, 진실 규명보다 정치적 흥행에 관심이 있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12월 30~31일 연석 청문회장의 풍경은 선진국의 그것이 아니었다. 하버드 로스쿨 출신 법조인인 로저스 대표가 발언하려 하면 제지당했고, 사과를 하면 "그딴 식으로 하냐"는 질타가 이어졌다.
황정아 의원이 "출국금지 조치가 필요하다"라고 질의하자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법과 절차에 따라 신속히 진행하겠다"라고 답했다. 미국 상장 기업 대표를 공개적으로 압박하고, 출국금지를 검토한다고 공언한 것이다. 상식적인 법치국가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조치라는 비판이 나온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최민희 과방위원장의 발언이다. 그는 쿠팡이 "한국에서 돈을 빌려 해외로 빼돌린다"는 식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한마디로 무지의 극치다. 외국 기업이 한국 금융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왜 문제인가. 삼성전자가 미국에서 채권을 발행하고, 현대차가 유럽에서 대출을 받으면 그것도 "빼돌리는" 것인가.
글로벌 기업의 자금조달은 금리, 환율, 사업 효율성을 고려한 정상적인 재무 활동이다. 이를 마치 범죄인 양 프레이밍 하는 것은 국제 금융의 기본도 모르는 것이거나, 알면서도 대중을 선동하는 포퓰리즘이다.
쿠팡은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 법인이다. 한국에서 발생한 수익을 주주에게 분배하는 것은 모든 상장 기업의 법적·회계적 의무다. 한국 내 매출에 대해 법인세와 부가세를 납부하고, 약 7만 명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 돈을 해외로"라는 프레임은 이 모든 기여를 의도적으로 지운다. 이런 발언이 확산되면 외국인직접투자(FDI)가 위축된다. 테슬라, 아마존, 구글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에서 돈 빌리면 도둑 취급당한다"라고 인식하면 누가 투자하겠는가. 수출이 GDP의 40%를 차지하는 무역 의존국 한국에서, 이는 자해 행위다.
그런데 정작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가 한국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중국으로 송환하는 것에는 왜 한마디도 없는가. 중국 플랫폼의 수익 이전은 괜찮고, 미국 상장 기업의 정상적 자금조달은 문제라는 논리가 어떻게 성립하는가. 국회 과방위원장이라는 사람이 이 정도 수준이니, 한국 국회의 국제적 신뢰도가 추락하는 것이다.
시간순으로 정리해 보자. 윤석열 정부 시절인 2024년 7월,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알리익스프레스에 19억 7,8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제2024-14-199호). 2025년 5월에는 테무에 13억 6,900만 원을 부과했다. 전 정권은 중국 플랫폼의 개인정보 위반에 대해 법에 따라 제재를 가했다. 비록 영업정지까지는 가지 않았지만, 최소한 '국적 불문 동일 잣대'라는 원칙은 지켜졌다.
그런데 이재명 정부 들어 분위기가 급변했다. 쿠팡 사태가 터지자 공정거래위원장은 "영업정지를 명령할 수 있다"라고 공언했고, 국세청장은 특별 세무조사를 선언했으며, 6개 상임위가 합동으로 연석 청문회를 열어 미국인 대표를 공개적으로 압박했다. 전 정권이 중국 플랫폼에 보여준 조치와 비교하면 강도와 속도 면에서 차원이 다르다. 왜 유독 미국 자본 기업에만 이토록 가혹한가. 왜 중국 플랫폼에는 과징금에서 멈추고, 쿠팡에는 영업정지와 형사고발까지 거론하는가.
여기서 주목할 점은 '데이터 주권(Data Sovereignty)' 문제다. 쿠팡의 정보 유출은 퇴사자의 악의적 범행에 의한 '사고'인 반면, 중국 플랫폼의 정보 수집은 중국 국가안전법에 따라 언제든 정부에 제공될 수 있는 '체제적 특성'을 갖는다. 테무 앱은 미국 그리즐리 리서치로부터 "가장 공격적인 스파이웨어 특성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안보 관점에서 보면 중국 플랫폼이 훨씬 위험하다. 그런데 현 정권은 정반대로 움직인다. 전자상거래법상 영업정지는 국내·해외 플랫폼 모두에 적용 가능한 규제 수단임에도, 유독 미국 자본 기업에만 칼을 겨누는 것이다. 정부 정책의 일관성은 어디로 갔는가.
미국은 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사라 로저스 국무부 공공외교 차관은 12월 30일 "한국의 네트워크법 개정안은 표면적으로는 딥페이크 문제를 다루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훨씬 더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며 기술 협력을 위태롭게 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미 국무부는 12월 31일 대변인 명의로 "한국 정부가 미국 기반 온라인 플랫폼 사업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표현의 자유를 약화하는 네트워크법 개정안을 승인한 데 대해 중대한 우려(significant concerns)를 갖고 있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연합뉴스, 뉴스 1, 경향신문 등 복수의 매체가 이를 확인 보도했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한국의 디지털 규제가 철회되지 않을 경우 무역법 301조에 따른 조사 착수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미 FTA(KORUS)상 '비차별적 대우(National Treatment)' 원칙 위반 논란으로 비화될 수 있다. 이란·베네수엘라 사례에서 보듯, 미국은 자국 이해에 반한다고 판단하면 강력한 금융·무역 제재를 동원해 왔다. 한국도 예외일 수 없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
미국 국무부가 한국의 국내 법안에 대해 '중대한 우려'를 공식 표명한 것은 1979년 김영삼 의원 제명 사태 이후 처음이다. 이는 단순한 외교적 수사가 아니라 실질적인 통상 압박의 신호일 수 있다. 주목해야 한다.
쿠팡은 단순한 e커머스 플랫폼이 아니다. 새벽 배송 인프라와 물류 네트워크는 대한민국 유통 시스템의 핵심 동맥이다. 쿠팡에는 약 40만 명의 근로자와 23만 명의 판매자가 연결되어 있다.
영업정지가 현실화될 경우 물류 마비, 소상공인 판로 차단, 물가 상승 등 민생 경제에 직격탄이 된다. 보안사고에 대한 책임 추궁과 국가 경제 전체에 미칠 충격은 분리하여 판단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쿠팡에 대한 강경 대응 뒤에 중국에 우호적인 정치 세력의 의도가 있다는 의심을 제기한다. 최근 엑스(X)에서 접속지 공개 기능이 도입되면서 특정 정치인 지지 계정 중 상당수가 중국에서 접속한 것으로 확인되었다는 보도도 나왔다.
주진우 의원은 "중국발 여론 조작은 제2의 드루킹 사건"이라며 형사 고발을 시사했다. 다만 이러한 주장에 대해 직접적인 증거가 공개된 것은 아니며, 법원이나 수사기관 차원에서 공식 인정된 바도 없다. 동의하지 않는 시각도 많다는 점을 밝혀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플랫폼에는 관대하면서 미국 자본 기업에만 칼을 겨누는 현상은 설명이 필요하다. 단순한 기업 책임론을 넘어, 국가 시스템 전반에 대한 신뢰 위기가 쿠팡 사태를 통해 드러나고 있다.
첫째, 간첩법을 개정하여 중국 등 특정 국가로의 기술유출과 정보탈취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미국은 경제스파이법(EEA)으로 최대 15년 징역을 부과하고, 대만은 2022년 '경제간첩죄'를 신설하여 최대 12년형에 처한다. 한국의 산업기술보호법 최고형(징역 15년)이 있으나, 실제 양형은 미미한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둘째, 플랫폼 규제에 일관된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 영업정지를 검토한다면 중국 플랫폼에도 동일하게 적용하라. KT, SKT, 카드회사 정보유출 사건에 대해서도 같은 강도로 조사하라. 법 앞의 평등이 지켜지지 않으면 법치국가라 할 수 없다.
셋째, 미국과의 관계를 복원하고 한미 동맹을 강화해야 한다.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진지하게 검토하고, 필요하다면 재개정을 논의해야 한다. 청문회장에서 보여준 반기업·반외자 행태가 국익에 얼마나 큰 손해를 끼치는지 직시해야 한다.
쿠팡 사태의 본질은 개인정보 유출 그 자체가 아니다. 중국인 범인은 유유히 빠져나가고, 미국 자본 기업만 조리돌림 당하며, 중국 플랫폼은 사실상 면죄부를 받는 기형적 구조가 문제다. 이것이 과연 국민을 위한 정의인가, 아니면 특정 세력의 정치적 이해를 위한 희생양 만들기인가.
본질을 크게 벗어나 쿠팡을 가혹하고 편파적으로 건드린 것은 미국 자본과 미국 통상 당국을 자극한 것이다. 고관세, 금융 제재, 외교 압박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면 어떤 정권도 버티기 어렵다. 국민도 깨어나야 한다. 쿠팡 때리기의 이면에 무엇이 있는지, 알리와 테무가 왜 봐주기를 받는지, 정통망법과 온플법이 누구를 겨냥한 것인지 냉철히 판단해야 할 때다.
칼럼니스트 박대석
참고자료
•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고, 조선일보·중앙일보·KBS 2025.11.30
• 미국 국무부 대변인 명의 입장문, 연합뉴스·뉴스1·경향신문 2025.12.31
•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전체회의 의결(알리 2024.7, 테무 2025.5)
• 국가정보원 기술유출 피해액 추산(연례 보고), 조선일보 2025.12.1
• 국회 쿠팡 연석 청문회 발언록, 2025.12.3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