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베네수엘라 침공이 던지는 경고 — 다음 순서는 누구인가
미국이 변했다. 외교와 협상 대신 군사력을 앞세우고, 동맹국에 노골적으로 비용을 청구하며, 국제기구에서 탈퇴하고 있다. 중국의 부상, 러시아의 도전, '무임승차' 동맹국에 대한 피로감이 누적된 결과다. 트럼프는 전후 자유주의 질서를 스스로 허물며 새 게임의 규칙을 강요한다.
한국에는 안보·외교·경제·자유민주주의 전 분야에 경고등이 켜졌다. 더 심각한 것은 한국이 이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이 미국을 대리해 중국과 정면 격돌하는 동안, 한국은 시진핑의 초청으로 국빈 방중에 감읍하며 북·중·러와 미·일 사이를 오락가락한다.
방위비 GDP 5% 요구, 반도체 공급망 배제 가능성, 관세 압박, 미군기지 소유권 문제까지 트럼프의 '청구서'가 이미 날아들고 있다.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70년간 누려온 평화와 번영이 붕괴하는 시그널이다. 구한말 고종이 열강 사이를 오가며 내부 개혁에 실패한 역사가 되풀이되고 있다.
1944년 브레튼우즈 체제는 약탈과 정복의 시대를 끝내고, 승전국과 패전국 모두가 참여하는 자유무역 시대를 열었다. 미국은 이후 80년간 '규범과 설득'으로 세계를 이끌었다. 그러나 이 방식은 한계에 부딪혔다.
중국은 WTO 가입 후 규칙을 어기며 성장했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으며, 이란과 북한은 핵으로 미국을 위협했다. 반미 연대에 편승한 중남미 좌파 정권들까지 미국의 뒷마당을 잠식했다. 규범과 설득만으로는 이들을 다룰 수 없다는 판단, 이것이 미국 변화의 출발점이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제국의 본질은 '소유와 통제'다. 페리클레스의 아테네부터 로마, 칭기즈칸의 몽골까지 제국은 그 소유 방식이 봉건적이냐 자본주의적이냐만 달랐을 뿐, 영토와 자원의 통제를 확장하는 것을 숙명으로 삼았다. 미국도 예외가 아니다. 브레튼우즈 이후 '규범'이라는 옷을 입었지만, 본질은 달러와 군사력을 통한 세계 통제였다. 그 옷이 이제 벗겨지고 있다.
미국은 본래 천혜의 요새였다. 좌우로는 태평양과 대서양이라는 거대한 해자(垓子)가 있고, 위아래로는 우호적인 캐나다와 중남미 국가들이 완충지대를 형성했다. 그러나 중국이 '일대일로'라는 미명 하에 이 요새의 남쪽 담장에 교두보를 확보했다. 베네수엘라·쿠바·니카라과 등 반미 정권이 중국·러시아의 거점이 되었고, 카리브해에 중국 해군 함정이 출몰하기 시작했다.
트럼프 2기와 함께 도래한 새로운 국제질서는 '거래적 패권 시대(Era of Transactional Hegemony)'로 명명할 수 있다. 미국은 여전히 압도적 군사·경제력을 보유하고 있어 다극체제는 아니다. 그러나 그 힘을 행사하는 방식이 근본적으로 달라졌다. 가치와 동맹에 기반한 규범 외교가 아니라, 모든 관계를 '거래(deal)'로 환원하는 외교가 전면에 나섰다.
트럼프는 2025년 국가안보전략에 '돈로 독트린(Donroe Doctrine)'을 명시하며 이렇게 선언했다. "특히 우리에게 가장 의존하고, 따라서 우리가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국가들에 대해 미국은 우리 기업들을 위한 단독 계약을 요구해야 한다." 민주주의나 인권 증진은 언급조차 없다. 미국에 가장 의존하는 국가가 가장 손쉬운 '먹잇감'이 된다는 냉혹한 현실이다.
왜 미국은 이런 선택을 했을까. 미국은 36조 달러(약 5경 2천조 원)에 달하는 연방부채와 연간 1조 달러를 넘는 이자 부담에 시달린다. 국방비는 GDP 대비 3.5%로 동맹국(한국 2.8%, 일본 2%) 보다 높고, 제조업 일자리 공동화로 러스트벨트 유권자들의 불만이 폭발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로 재정을 충당하고, 동맹국 방위비 분담으로 국방 부담을 덜고, 제조업 리쇼어링으로 일자리를 창출하며, 자원 통제로 에너지 패권을 강화하는 '일석사조'를 노린다.
1월 7일 트럼프 대통령은 유엔 산하 등 66개 국제기구 탈퇴에 서명했다. 그중에는 인천 송도에 본부를 둔 녹색기후기금(GCF)도 포함됐다. GCF는 오바마 행정부 시절 중국 견제와 개도국 영향력 확보를 위해 미국이 주도해 설계한 기구였다.
한국은 막대한 외교자원을 투입해 송도 유치에 성공했고, 6억 달러 이상의 공여를 약속했다. 그런데 트럼프는 이를 "급진적 기구"로 규정하며 단칼에 잘라냈다. 한국이 유치한 국제기구가 휘청이는데 정부는 침묵한다.
2026년 새해 벽두, 트럼프 행정부는 전방위 압박에 나섰다. 군사적으로 미국은 베네수엘라를 침공해 마두로를 체포하고 원유 판매권을 장악했으며, 북대서양에서는 러시아 구축함과 핵잠수함이 호위하는 유조선을 정면으로 나포해 러시아의 "미 경비함 격침" 위협까지 불러왔다.
영토·자원 측면에서는 그린란드 인수를 추진해 북극항로를 선점하고, 이란 압박으로 중동 석유 통제권을 유지한다. 국제질서 재편도 본격화되어 유엔 산하 66개 기구 탈퇴로 다자체제를 무력화하고 양자 거래 우선 원칙을 천명했으며, 2027년 국방예산을 1.5조 달러(전년비 50%↑)로 증액해 동맹국 분담 압박의 근거로 삼았다.
대중·대러 봉쇄도 가속화되어 구리 등 핵심광물 수출 금지로 중국 반도체 업계가 줄도산 위기에 처했고, 러·우 전쟁은 의도적 종전 지연으로 러시아를 소모시키는 전략이다. 일본은 대만 '존립위기사태' 선언을 지지하며 미국의 대리 역할을 자처해 인도태평양 전선을 분담한다.
핵심 전략은 명확하다. '중·러 개입 여지가 적은 곳부터 반미 친중 정권을 제압'하는 것이다. 미국은 지금 베네수엘라에 이어 쿠바도 사실상 장악 단계에 들어갔다. 다음은 니카라과, 볼리비아 등이 될 것이다. 한국은? 북·중·러 개입 소지가 커 순서가 미뤄졌을 뿐이다. 중남미 정리가 끝나면 미국은 경제·안보 압박을 통해 한국을 확고한 친미 기지로 만들려 할 것이다.
2026년 1월 3일 새벽, 미군 특수부대가 카라카스를 급습해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체포했다. '절대 결의(Operation Absolute Resolve)' 작전에 150대 이상의 전투기가 투입되었고, 작전은 4시간 43분 만에 완료되었다. 미군 사상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사담 후세인 체포에 8년이 걸리고 미군 4,400명이 사망한 것과 비교하면 압도적 효율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자신의 이름 이니셜을 결합한 '돈로 독트린(Donroe Doctrine)'으로 명명하며 "서반구에서 미국의 지배력은 다시는 의심받지 않을 것"이라 선포했다.
더 주목할 것은 자원 통제와 지정학적 파장이다. 미국은 과도 정부를 세워 베네수엘라 원유 3,000만~5,000만 배럴(시장가 최대 30억 달러)을 미국의 관리하에 '동결·운용'하기로 했다. 수익금 사용처까지 미국이 결정한다. 중국은 베네수엘라에 6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하고 무기까지 수출했으나 하룻밤에 물거품이 되었다. 베네수엘라와 이란을 합치면 중국 석유 수입의 70%를 미국이 통제하게 된다.
세계의 반응은 예상과 달랐다. 베네수엘라 국민은 환호했고, 아르헨티나 밀레이 대통령은 즉각 환영 성명을 냈다. 중국에서는 '시진핑 체포'를 촉구하는 시위까지 벌어졌다. 유럽에서도 영국의 나이젤 패라지, 독일의 바이델(AfD), 프랑스의 마린 르펜 등 우파 정치인들이 부상하며 친미 재편이 가속화된다. '미국의 일방주의'를 비난하는 목소리는 있지만, 세계는 '강한 미국'에 줄을 서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유일하게 역행하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베네수엘라는 '실패한 국가'이자 '적대국'이고, 한국은 '성공한 민주주의'이자 '핵심 동맹'이다. 그러나 '협조 거부 시 통제 대상으로 강등된다'는 경고의 본질은 같다. 베네수엘라처럼 되지 않으려면, 베네수엘라처럼 행동해서는 안 된다.
미국은 이미 한국을 '동맹'에서 '통제 대상'을 넘어 '소유 대상'으로 바라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행동 패턴이 이를 증명한다. 그린란드를 덴마크에서 사려 한다. 베네수엘라를 침공해 석유 판매권을 장악했다. 캐나다를 '51번째 주'로 합병하자고 한다. 파나마 운하의 통제권을 요구한다. 필요한 것은 협상하고, 협상이 안 되면 압박하고, 압박이 안 되면 빼앗는다. 한국이라고 예외일 이유가 없다.
미국의 시각에서 한국의 친중 좌파정권은 중국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 중국은 명확한 '적'이지만, 한국은 '동맹국 내부의 친중 세력'이다. 대만 유사시 평택 기지에서 미군 전투기가 발진해야 하는데, 친중 정권이 협조를 거부하거나 지연시키면 어떻게 되는가. 삼성·SK의 첨단 반도체 기술이 중국으로 유출되면 어떻게 되는가. 미국 입장에서 한국의 친중 정권은 '적진 내부의 트로이 목마'와 같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5년 8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대규모 군사기지를 건설해 막대한 돈을 투입한 땅의 소유권을 받아내고 싶다"라고 말했다. 평택 캠프 험프리스(여의도 5배, 1,467만㎡)를 염두에 둔 발언이다. 건설비 16조 원 중 90%인 9조 원을 한국이 부담했으나, 트럼프는 주한미군을 "4만 5,000명"(실제 2만 8,500명)이라 과장하며 협상 카드로 활용한다.
법적으로 영토 양도는 헌법상 불가능하고 SOFA도 사용권만 규정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사용료 면제 및 영구 무상 임차' 또는 '유지 관리비 전액 + 안보 프리미엄' 요구로 구체화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에 대한 '소유'는 이미 여러 형태로 진행 중이다. 삼성·SK의 VEU 철회는 중국 공장에 대한 '통제권'을 미국이 쥐었다는 의미다. 3,500억 달러(500조 원) 대미 투자 요구와 1,000억 달러 LNG 구매 압박은 한국 자본의 '미국 종속'을 강제한다.
환율은 2025년 12월 월평균 1,470원으로 1998년 외환위기 이후 2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전문가들은 2026년에도 1,400~1,500원대 '고환율 뉴노멀'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관세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한미 FTA로 대부분 품목이 무관세(0%)였으나 상호관세 15%가 부과되면서 실효 관세율이 60배 가까이 급등했다. 협상이 타결되었음에도 '스냅백(Snap-back)' 조항이 남아 합의 불이행 시 관세가 복귀할 수 있어 불확실성은 상존한다.
방위비 압박도 거세다. 트럼프는 한국에 연간 100억 달러(현재의 10배)를 요구하며 관세와 방위비를 패키지로 묶는 '원스톱 쇼핑' 협상을 추진 중이다. NATO 식 GDP 5% 국방지출 압박이 한국에 적용되면 연간 100조 원 이상 추가 부담이 발생한다. 반도체 분야의 VEU(검증된 최종사용자) 지위 철회는 단순한 제재가 아니다.
삼성·SK의 중국 공장은 메모리 생산의 30%를 차지하는데, 이제 건별 허가가 필요해졌다. 삼성전자의 64억 달러 CHIPS 법 보조금도 최종 승인이 유보된 상태로 협상 카드로 활용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한국을 "무역전쟁 최대 피해국"으로 평가했다. 이는 '한국 반도체의 탈중국화와 한·미·일 메모리 동맹의 강제적 재편'을 의미한다.
역사는 반복된다. 19세기 중반, 미국 페리 제독의 흑선(黑船)이 일본 앞바다에 나타났을 때 일본은 선택의 기로에 섰다. 조선과 청이 쇄국과 양이(攘夷)를 고집하는 동안 일본은 메이지유신(1868)으로 근대화에 올인했다. 서양 열강의 국제질서에 적극 편승해 '탈아입구(脫亞入歐)'를 선언하고, 30년 만에 청일전쟁(1894~95)과 러일전쟁(1904~05)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연파했다.
오늘날 일본은 다시 그 선택의 순간을 맞았다. 2025년 11월 다카이치 총리는 "대만 해상봉쇄 시 일본의 존립위기사태로 간주하겠다"라고 선언했다. 중국의 '한일령(限日令)' 보복에도 일본 여론의 86%는 "걱정되지 않는다"(NHK 조사)고 답했고, 다카이치는 발언 철회를 거부했다. 일본은 미국의 대중 봉쇄 전략에서 '대리 수행자' 역할을 자처하며 동맹 가치를 높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전략적 모호성을 주장하지만, 거래적 패권 시대에 미국은 더 이상 모호성을 허용하지 않는다. 베네수엘라에 '편 가르기'를 강요했듯 한국에도 같은 압박이 가해질 것이다. 한국인의 반중 여론은 이미 66%(EAI 2025)에 달한다.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굴중 외교는 내부 분열만 야기한다.
150년 전 조선은 청과 일본, 러시아 사이에서 줄타기하다 결국 국권을 상실했다. 일본은 과감하게 서양 편에 서서 제국이 되었고, 조선은 망설이다 식민지가 되었다. 지금 한국이 어느 쪽의 길을 가고 있는지 냉정하게 돌아볼 때다.
국제 정세는 단순한 '긴장 고조'를 넘어 실제 무력 충돌 직전까지 치닫고 있다. 2026년 1월 7일, 미 해군 특수부대(네이비실)와 해안경비대가 아이슬란드 인근 해역에서 러시아 선적 유조선 '마리네라호'를 나포했다. 러시아는 8,700톤급 구축함 '세베로모르스크호'와 핵잠수함을 급파해 나포를 저지하려 했으나, 미군은 4,200톤급 경비함만으로 러시아 군함 코앞에서 작전을 성공시켰다.
러시아 국가두마 부의장 알렉세이 주라블레프는 즉각 "러시아 잠수함은 어뢰를 발사해 미 해안경비대 함정을 격침시켜야 한다"라고 요구했다. 미국과 러시아가 공해상에서 직접 무력 충돌 직전까지 간 것은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이후 처음이다. 여기에 베네수엘라 침공, 그린란드 확보 선언, 이란 압박이 동시다발로 진행된다. 세계는 이미 '준전시 상태'에 돌입했다.
문제는 이 모든 긴장의 '집약점'이 한반도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반도는 미·중·러·일 4강의 이해가 교차하는 유일한 지점이다. 북한은 이미 ICBM으로 미국 본토를 위협하고 있고, 중국은 서해에 군사 구조물을 설치하며 실효 지배를 강화한다. 러시아는 북한에 군사기술을 이전한다. 대만 유사시 국지전만으로도 한국은 자동 개입된다. 핵무장 국가들이 직접 대치하는 상황에서 한반도는 가장 먼저, 가장 집중적으로 불바다가 될 수 있다.
바깥에서 폭풍이 몰아치는데 안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내부의 민주적 정당성이 흔들리면 외풍에 대응할 국론 결집이 불가능해진다.
대통령은 본인에게 걸린 12개 혐의 5건 재판을 중지시키고, 검찰청 해체와 감사원 정책감사 중지를 추진하며 모든 견제·감시 기능을 제거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대법원·검찰을 장악해 삼권분립을 무너뜨리고, '입틀막법'과 방송 3 법으로 언론을 통제하는 것은 전형적인 독재의 길이다.
10여 년간 축적된 부정선거 의혹에 대해 비리 집단 선관위는 침묵하고, 법원은 '증거 불충분'으로 기각하며, 정권은 '음모론'으로 덮어버린다. 2023년 국정원·선관위·KISA 합동 점검에서 선거 시스템 취약점이 발견되었으나, 선관위는 "보안 해제 상태의 모의해킹"이라 반박했고 대법원도 기각했다. '법원 판결이 없으니 문제없다'는 순환논법으로는 의혹이 해소되지 않는다.
연말 세수 부족으로 국방 필수 예산 1.3조 원이 미지급되었고, 양구 최전선 21사단 병사들에게 총 대신 3단 봉을 휴대하라는 지침이 합참에서 하달됐다. 위병소 경계 근무자에게 총기 휴대를 금지하고, 지휘통제실 무기까지 무기고로 옮기라고 지시했다. 주적인 북한을 '주적'이라 부르지 못하게 하고, 한미 연합훈련을 연기하거나 축소한다.
일론 머스크가 1월 7일 팟캐스트 '문샷(Moonshots)'에서 한국을 직접 언급하며 경고했다. "합계출산율 0.7명 미만은 충격적이고 무서운 수준이다. 이 추세라면 한국 인구는 매 세대마다 70%씩 감소해, 3세대(약 90~100년) 후에는 현재의 4%로 쪼그라든다. 북한은 한국을 쉽게 차지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인사가 공개적으로 한국의 국가 존립을 우려한 것은 단순한 경고가 아니다. 미국이 한국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신호다.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침공해 마두로를 체포한 바로 그날(2026.1.3), 이재명 대통령은 시진핑의 초청으로 베이징행 비행기에 올랐다. 대만 언론이 보도한 '4요 4 답'의 진위와 무관하게, 이 대통령이 CCTV 인터뷰에서 '하나의 중국 존중'을 선언하고, 서해 불법 구조물에 '건설적 협의'로 응대하며, 6·25 참전 중공에 대한 역사 청산 없이 '전략적 협력 동반자'를 논한 것은 사실이다. 미국이 '친중 정권의 최후'를 보여준 바로 그 시점에 중국에 달려간 셈이다.
2026년 1월 6일,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68명이 미국의 베네수엘라 침공을 규탄하는 결의안에 서명했다. 혈맹인 미국이 반미 친중 정권을 응징한 것을 두고, 대한민국 국회의원 68명이 공개적으로 미국을 규탄한 것이다.
경제 전선에서도 노골적인 편들기가 진행 중이다. 민주당은 미국 기업 쿠팡에 대해 '골목상권 침해', '독과점 횡포'를 내세워 압박하면서, 정작 중국의 알리익스프레스·테무가 국내 시장을 잠식하는 것에는 침묵한다. 쿠팡의 국내 고용 인원은 7만 명이 넘고, 미국 나스닥 상장 기업이다. 반면 알리·테무는 개인정보 유출, 유해물질 제품, 조세 회피 의혹이 끊이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미국 기업을 죽이고 중국 기업을 살리는 구도다.
대통령은 중국에 저자세 외교를 펼치고, 여당 의원 68명은 미국을 공개 규탄하며, 미국 기업은 압박하고 중국 기업은 방치한다. 지금 한국은 스스로 '미국의 적'임을 광고하고 있는 셈이다. 마두로가 체포되기 직전까지 "중국이 나를 지켜줄 것"이라 믿었던 것처럼, 한국의 일부 정치 세력도 같은 환상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가.
일부에서는 중국의 경제력과 군사력을 과대평가하며 '중국의 시대'를 점치기도 한다. 그러나 역사가 증명하듯, 권위주의·전체주의 체제는 일시적으로 번성하는 듯 보여도 결국 내부 모순으로 붕괴한다.
1917년 볼셰비키 혁명으로 탄생한 소련은 '공산주의 이상향'을 향해 나아갔으나, 74년 만인 1991년 한 세기를 넘기지 못하고 해체되었다. 60년대까지 대규모 노동·자원 동원으로 고성장하던 소련 경제는 70년대 들어 만성적 침체에 빠졌고, 계획경제의 비효율, 관료 독재의 부패, 창의성 억압으로 결국 '인민'을 먹여 살릴 수 없었다. 미국과의 군비경쟁, 저유가로 인한 세수 감소, 체르노빌 복구비까지 겹치며 경제적 동력을 완전히 상실했다.
오늘날 중국이 그 궤적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 2021년 이후 부동산 거품 붕괴로 18조 달러의 가계 자산이 증발했다(바클레이즈).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미국의 손실을 웃도는 규모다. 현재 중국의 빈집은 약 8,000만 채로 미국 전체 주택 재고의 절반에 해당한다. 정부·가계·기업의 총부채는 GDP의 300%를 넘어섰고, 지방정부의 '숨겨진 부채'까지 더하면 폭탄의 뇌관은 곳곳에 있다.
2023년 3분기 중국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는 25년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외국 기업들이 본국으로 송금한 금액은 1,600억 달러를 넘겼다(WSJ). 청년실업률이 악화되자 2023년 8월부터 아예 통계 발표를 중단했다. 이는 소련 말기 경제 지표를 숨기던 행태와 똑같다.
사유재산을 부정하고 시장경제를 억압하는 체제에서는 창의와 혁신이 자랄 수 없다. 중국의 첨단 기술은 대부분 서방에서 '빌려온' 것이거나 '훔쳐온' 것이다. 미국의 반도체 수출 통제로 구리 등 핵심광물이 차단되자 중국 반도체 업계가 줄도산 위기에 처한 것이 그 증거다.
모든 기술을 안보와 군사에 투입하는 반(反) 문명적 접근은 단기적 위협이 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하지 않다. 무디스가 중국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하고, 전문가들이 2026년을 '중국 최악의 해'로 전망하는 이유다. 소련이 그랬듯, 시진핑 체제도 시간의 문제일 뿐이다. 한국이 이 '지는 해'에 편승할 이유는 없다.
거래적 패권 시대에서 안보는 더 이상 '가치'나 '조약'이 아닌 '거래'와 '자산'의 영역이다. 한국은 단순히 당하기만 할 것이 아니라, 미국 내 수백 조 원의 투자 자산과 수만 개 일자리를 담보로 역공학적 협상에 나서야 한다. 일본이 강경할 수 있는 이유는 미일 동맹에 대한 막대한 선제 투자와 '파이브아이즈'급 정보 공유 덕분이다. 한국도 '대체 불가능한 파트너'로서의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
첫째, 한미 패키지 딜을 수용해야 한다. 관세와 방위비를 분리하겠다는 원칙론보다 현실적 타협이 필요하다. 방위비 20억 달러 수준 증액과 평택 기지 공동관리를 제안하되, 삼성·SK·현대 등이 미국에 투자한 수백 조 원의 자산과 수만 개 일자리를 '역공학적 협상' 카드로 활용해야 한다.
둘째, 공급망 전략을 재편해야 한다. 반도체 탈중국화는 불가피한 현실이다. 삼성·SK의 미국 투자(연간 70조 원)를 정부 차원에서 지원하고, 중국 VEU 대체용 국내 생산을 확대해 '대체 불가능한 파트너'로서의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
셋째, 간첩법을 개정해야 한다. 현행법상 중국은 '적국'이 아니어서 처벌에 한계가 있다. 북한과 중국을 명시하고, 공자학원 실태조사를 실시하며, 핵심 인프라에 대한 외국자본 투자심사를 강화해야 한다.
넷째, 선거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 SCIF 표준의 국제감독팀 설치, 사전투표 영상화, 투표지 보관 기간 연장 등을 통해 내부 통합의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안보의 출발점은 내부 결속이다.
다섯째, 친미 동맹을 명확히 해야 한다. 일본처럼 대만 지지 입장을 표명하고, 한·미·일 3각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전략적 모호성은 더 이상 옵션이 아니다.
마두로는 미국을 무시했다가 체포되어 미국 법정에 서게 되었다. 한국은 그런 극단까지 가지 않더라도 경제와 안보에서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중국이 강해지면 한반도는 고통받았다. 반면 미국은 6·25에서 함께 피를 흘린 혈맹이다. '원교근공(遠交近攻)'의 원칙으로도 미국과의 동맹 강화는 당연한 선택이다.
한국이 '돈로 독트린'의 다음 희생양이 되지 않으려면, 지금 켜진 경고등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한국은 지금 거대한 폭풍우 한가운데 서 있다. 우산도 없이 폭풍 속으로 걸어 들어갈 것인가, 아니면 방향을 바꿀 것인가. 선택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칼럼니스트 박대석
참고자료
The Economist, "Donald Trump's radical honesty" (2026.1) / AP·로이터·BBC, "미국 베네수엘라 침공·마두로 체포" (2026.1.3~7) / 신인균 국방 TV, "유조선 나포에 러시아, 미 경비함 격침 위협" (2026.1.8) / 조선일보, "美, '송도에 본부' GCF 탈퇴" (2026.1.8) / 조선일보, "민주당 68명 미국 베네수엘라 침공 규탄 결의안" (2026.1.6) / 머니투데이·조선일보, "21사단 경계 근무 총기 휴대 금지 지침" (2026.1) / 서울경제·동아일보, "머스크 '한국 인구 충격적 수준, 북한이 쉽게 차지'" (2026.1.8) / 한국일보, "트럼프, 평택 미군기지 소유권 요구" (2025.8.30) / 경향신문, "트럼프 방위비 압박" (2025.7.9) / 글로벌이코노믹, "삼성·SK VEU 철회" (2025.12.27) / KB금융, "2026 환율 전망" (2025.12) / NHK, "일본 여론조사: 중국 보복 우려 14%" (2025.11) / 미래에셋증권, "한국 무역전쟁 피해 분석" (2026.1) / EAI, "한국인 반중 여론 66%" (2025) / 파이낸스투데이, "李 방중, 상호주의 없는 굴욕외교" (202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