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의 다중 전선 전개와 한국이 직면한 선택의 시간
2026.01.10. fn투데이 [심층분석] 거래적 패권 시대, 한국 경제와 안보에 켜진 경고등의 후속편
"구체제는 죽어가고, 신체제는 아직 태어나지 않았다. 그 사이 빛과 어둠의 시간에 다양한 괴물들이 출현한다." 이탈리아 사상가 안토니오 그람시의 경구가 2026년 국제질서를 정확히 묘사한다.
베네수엘라 마두로 생포, 그린란드 압박, 국제기구 탈퇴 선언—미국이 80년 자유주의 질서를 재편하고 있다. 그러나 이 혼돈은 누가 자초했는가? 중러와 독재국가들의 도발이 먼저였다. 미국의 대응이 거칠다고 비판하기 전에, 중국이나 러시아가 미국의 위치에 있었다면 지금 이 지구는 어떤 모습일지 상상해 보라.
일부 국제정치학자들의 논의를 참고하면, 미국 패권의 성격 변화를 세 단계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첫째, 1944년 브레튼우즈 체제부터 2016년까지 약 70년간 지속된 '자비로운 패권(Benign Hegemony)' 시대다. 미국은 국제기구를 창설하고, 동맹에 안보 우산을 제공하며, 자유무역 질서를 유지했다. 패권의 비용을 기꺼이 부담하되, '규칙 제정권'이라는 보이지 않는 이익을 누렸다.
둘째, 트럼프 1기(2017~2021)부터 시작된 '거래적 패권(Transactional Hegemony)' 시대다. 포린어페어스(Foreign Affairs)의 배리 포센(Barry Posen) MIT 교수는 이를 '비자유주의적 패권(Illiberal Hegemony)'이라 명명했다. 민주주의 확산이나 다자협력 대신 '비용 대비 효익'으로 동맹을 평가하기 시작했다.
셋째, 2026년 현재 우리가 목격하는 것은 채텀하우스(Chatham House)의 더그 스토크스(Doug Stokes) 교수가 정의한 '강압적 패권(Coercive Hegemony)'의 본격화다. 단순히 동맹국에게 비용 분담을 요구하는 수준을 넘어, 베네수엘라의 석유, 그린란드의 희토류처럼 전략 자원을 직접 확보하는 단계로 진입했다.
이를 '약탈'로 볼 것인가, '징벌적 비용 청구'로 볼 것인가는 관점에 따라 다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자유주의 질서라는 공공재를 무임승차하며 파괴해 온 세력에게 더 이상 '선의의 피해'를 보지 않겠다는 미국의 생존 전략이라는 점이다.
미국의 변화를 비난하기 전에, 누가 먼저 국제질서를 흔들었는지 직시해야 한다. 중국은 남중국해를 군사화하고, 대만을 위협하며, 일대일로를 통해 개발도상국을 부채 함정에 빠뜨렸다. 러시아는 크림반도를 무력 합병하고,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이란은 중동 전역에 프락시(proxy war, 제3세력 지원 조종하는) 전쟁을 확산시키고, 북한은 핵·미사일 개발을 고도화했다.
이들이 외부로 팽창하는 이유는 미국처럼 자유와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위한 것이 아니라, 오로지 내부의 구조적 모순을 덮고 독재 권위주의 정권을 연명시키기 위해서다. 중국은 14개국과 국경을 맞대고 티베트·신장·홍콩·대만이라는 분리 요인을 안고 있다. 경제가 성장하면 중산층이 자유와 참정권을 요구하고, 경제가 침체되면 체제 불만이 폭발한다.
시진핑 정권은 이 딜레마를 '전랑외교'와 대만 위협으로 눈을 돌려 해결하려 한다. 러시아도 마찬가지다. 푸틴은 인구 감소, 경제 정체, 서방 제재 속에서 '위대한 러시아 복원'이라는 민족주의 카드로 정권을 유지한다.
이에 대한 비판과 반론이 있지만 만약 중러가 미국의 위치였다면 이 세계는 어떻게 되었을까?
존 미어샤이머(John Mearsheimer) 시카고대 교수는 트럼프의 정책이 "인도·러시아를 중국 쪽으로 밀어 넣고 미국을 고립시킬 수 있다"라고 경고한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작전이 '신제국주의'라고 비판한다. 그러나 이런 비판을 수용하기 전에 한 가지 질문을 던져야 한다. 만약 중국이나 러시아가 미국의 위치에 있었다면, 지금 이 지구는 어떤 모습일까?
중국은 자국 내 위구르족에게 무엇을 했는가? 러시아는 체첸에서, 시리아에서 무엇을 했는가? 그들이 패권국이었다면 '규칙 기반 질서'는커녕 '힘의 논리'만 존재했을 것이다. 미국의 대응이 거칠다고 비판받을 수 있으나, 이는 중러가 자초한 최소한의 어쩔 수 없는 대응이다. 자유민주주의 질서를 지키기 위한, 그리고 동맹국들에게 '우리는 여전히 싸울 의지와 능력이 있다'는 메시지다.
2025년은 '젠지 시위의 해'로 기록될 것이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70개국 이상에서 청년 주도 시위가 발생했고, 네팔·마다가스카르·불가리아에서는 정권이 교체되었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은 이를 "부패, 권위주의, 민주주의 후퇴에 대한 저항"으로 분석했다. 그리고 이 시위들의 공통점이 있다—대부분이 반권위주의, 반독재, 반부패 성격이며, 사실상 자유민주주의적 가치를 지향한다.
네팔에서는 청년들이 디스코드로 조직화하여 부패 정권을 무너뜨리고 온라인 투표로 임시 총리를 선출하는 전례 없는 '디지털 혁명'을 이뤄냈다. 방글라데시에서는 공무원 할당제 반대로 시작된 시위가 30년 장기집권 하시나 정권을 축출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의원들의 특권에 분노한 청년들이 권위주의 회귀에 저항했고, 이란에서는 42%에 달하는 인플레이션과 경제 파탄에 항의하는 시위가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최대 규모로 확산되어 체제를 뒤흔들고 있다.
파키스탄에서는 임란 칸 전 총리 석방을 요구하며 군부 독재에 맞섰고, 터키에서는 22년 장기집권 에르도안의 야당 탄압에 저항했다. 이 모든 시위의 공통분모는 '공정', '법치', '기회의 평등'—자유민주주의의 핵심 가치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 젠지세대의 일부 요구가 트럼프 2기 미국의 의제와 공명하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청년들이 외치는 '반부패', '기득권 타파', '공정한 기회'는 트럼프가 내건 '워싱턴 기득권 청소', '딥스테이트 해체'와 같은 결을 가진다. 물론 권위주의적 통치 스타일에 대한 경계도 크지만, 기존 체제의 위선에 분노하고 실질적 변화를 요구한다는 점에서 방향성이 겹친다.
반면 중국과 러시아가 제시하는 모델—권위주의적 통제, 언론 검열, 디지털 감시, 반체제 인사 탄압—은 젠지세대가 정면으로 거부하는 것들이다. 디지털 네이티브인 이들은 중국식 방화벽(Great Firewall)과 감시 자본주의를 본능적으로 거부한다. 네팔 청년들이 소셜미디어 차단에 맞서 정권을 무너뜨린 것, 이란 청년들이 인터넷 봉쇄를 뚫고 시위를 조직한 것이 이를 증명한다.
MIT 경제학자이자 노벨경제학상 유력 후보인 대런 아세모글루(Daron Acemoglu)는 "민주주의가 전 세계적으로 위기에 처해 있으며, 청년 세대가 그 위기의 선봉에 서 있다"라고 진단한다. 중요한 것은 이 청년들이 중국이나 러시아 모델이 아니라, 자유민주주의적 가치—투명성, 법치, 기회의 평등—를 외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국에서도 같은 움직임이 일고 있다. 전국 40여 개 대학생들이 연대한 '자유대학(자유수호대학연대)'은 2025년 1월 결성 이래 명동, 서울역, 광화문, 대림동 등 전국에서 반중·반독재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중국이 대한민국을 복속시키려 한다", "부정선거 의혹을 철저히 검증하라", "친중·종북 정권 퇴진"을 외치며 연세대, 서울대, 고려대, 경북대, 부산대 등 주요 대학에서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2025년 3월 1일 삼일절에는 마로니에 공원에서 보신각까지 2.5km를 행진하며 2,500여 명이 참가했고, 10월에는 이태원 일대에서 "Korea for Koreans(대한민국은 대한인의 것)"를 슬로건으로 내건 대규모 반중 집회를 개최했다.
이들 2030 세대 청년의 분노는 명확한 표적을 향한다—'586 운동권 세대'로 불리는 민주화 기득권층이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변론을 맡았던 도태우 변호사는 "586 운동권 세대가 주창해 온 민주주의는 자유민주주의가 아니라 중국의 모택동주의, 북한의 주체사상"이라고 지적했다.
서울대 학생은 "전교조와 결합한 586세대가 순수한 학생들에게 공산주의를 주입하고, 대한민국을 미국이 세운 부정한 나라라고 가르치는 것이 교육의 현실"이라며 "이번 탄핵도 전교조와 결합한 586세대에 의해 이뤄진 것으로 2030이 막아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방글라데시에서 15년 장기집권 하시나 정권을 무너뜨린 젠지 혁명처럼, 한국에서도 '민주화'를 외치며 권력을 장악한 세대에 맞서 그들의 자녀 세대가 진정한 '자유민주주의'를 요구하며 거리로 나서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2026년 1월 현재 5대 전선에서 동시다발적 압박을 전개하고 있다. 미국의 연방부채는 36조 2천억 달러(GDP 대비 122%)에 달하며, 연간 이자 부담만 1조 달러를 넘는다(IMF, 2025).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로 재정을 충당하고, 동맹국 방위비 분담으로 국방 부담을 덜며, 자원 통제로 에너지 패권을 강화하는 '일석다조'를 노린다.
2026년 1월 3일, 보도에 따르면 미군은 베네수엘라에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생포했다. 군사전문가들은 100대 이상의 항공기가 투입되었고, 특수부대가 수 시간 만에 작전을 완료한 것으로 추산한다.
표면적 명분은 마약 카르텔 소탕이지만, 실제 의도는 세계 최대 원유 매장량(3,000억 배럴)을 보유한 베네수엘라의 석유 자원을 확보하고, 중남미에서 중국·러시아의 거점을 제거하는 것이다. 트럼프는 1월 9일 "베네수엘라 원유 최대 5,000만 배럴이 미국에 인도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내에서 이른바 '돈로 독트린(Donro Doctrine)'이라 부르는 트럼프의 서반구 전략은 베네수엘라에서 멈추지 않는다.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쿠바 이민자 후손으로서 중남미 좌파 정권에 대한 군사적 개입을 주도하고 있다.
미국은 1월 쿠바를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고, 베네수엘라에서 쿠바로 흘러가던 석유와 자금을 차단했다. 트럼프는 "쿠바에 거래를 제안한다. 늦기 전에 응하라"라고 경고했다. 니카라과는 중국·러시아와 대안 운하 건설을 추진 중이며, 콜롬비아는 코카인 밀수 문제로 군사작전 가능성을 언급받았다.
루비오 장관은 "우리 대통령은 말만 하는 사람이 아니다. 무엇을 하겠다고 하면 실제로 실행한다"라고 밝혔다. 이 모든 작전의 공통분모는 중국의 중남미 침투 저지다. 베네수엘라는 1998년 이후 중국으로부터 가장 많은 차관을 받은 국가였고, 2023년 양국은 '전천후 파트너'로 격상했다. 마두로 생포는 중국의 서반구 교두보를 일거에 무너뜨린 것이다.
같은 동맹국이지만 일본과 한국의 대응은 극명하게 갈린다. 일본은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 체제에서 국방예산을 GDP 2%로 증액하고, 첨단 미사일 자체 개발에 나섰다. 집단적 자위권 행사로 남해·동해 작전이 가능해졌으며, 미국의 확고한 동맹국으로 자리매김했다.
반면 한국은 오락가락한다. 이재명 정권은 취임 직후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주석과 셀카를 찍으며 '우호'를 과시했다. 사드(THAAD) 추가 배치를 지연하고, 한미일 군사 협력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 대만 언론은 한국이 중국에 '4가지 약속'을 했다고 보도했는데, 이 보도의 진위와 무관하게 현 정권의 친중 경사는 국내외에서 관측되는 팩트다.
한국, 법의 지배(Rule of Law) vs 법에 의한 지배(Rule by Law)
자유민주주의의 핵심은 '법의 지배'다. 법이 권력자를 통제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한국은 권력자가 법을 도구 삼아 반대파를 압박하고 체제를 재편하는 '법에 의한 지배'로 기울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른바 '사법의 무기화(Weaponization of Judiciary)'—민주적 절차라는 형식을 갖추면서 민주주의의 본질을 잠식하는 현상이다.
입법부의 사법부 장악 시도,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가 이를 보여준다. 선관위의 '망 분리' 논란—독립 보안전문가들이 지적한 외부 연결 가능성—은 철저한 검증 없이 '음모론'으로 치부되었다. 법원 판결이 없다는 이유 하나로 모든 의혹을 덮는 것은 사회적 불신을 해소하지 못한 채 정당성 논란을 영구화하는 것이다.
현 정부가 추진하는 '개혁'에 대해 삼권분립 훼손 우려가 제기된다. 검찰청 폐지와 수사·기소권 분리를 담은 '검찰개혁 4 법'은 대통령의 수사기관 통제를 가능케 한다.
감사원의 국회 이관을 추진하여 행정부에 대한 독립적 감사 기능을 무력화하려 한다. 방송 3 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은 KBS·MBC·EBS 이사진 21명 중 대다수를 친정부 성향 단체에서 추천하도록 하여 공영방송을 장악한다.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일명 '입틀막법')은 징벌적 손해배상을 규정해 비판 언론과 유튜버를 위축시킨다. 국민의힘 주호영 부의장은 "법과 원칙을 무시하는 이 사법 파괴의 현장에서 본회의 사회를 보지 않겠다"며 국회 사회를 거부했다.
안보 측면에서도 균형이 무너졌다. 북한의 GPS 교란, 무인기 침투, 미사일 도발에는 침묵하면서, 계엄 당시 군의 삼단봉 휴대를 '내란'의 근거로 삼는다. 드론·무인기가 현대전의 핵심인 시대에 삼단봉과 총을 동일선상에 놓는 논리다.
북한이 2024년 12월 서울 상공에 무인기를 침투시켰을 때 정부의 대응은 무엇이었나? 현 정부는 '우발적 사고'로 축소하며 대북 비난을 자제했다. 반면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는 '내란'으로 몰아 구속 수감했다. 적의 도발에는 묵인, 자국 대통령에게는 극형—이것이 친중 노선 정권의 이중 잣대다.
법치 훼손, 반시장·반기업 정책, 친중 노선—이 조합은 한국을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국가에서 권위주의적 경제 체제로 밀어붙이는 경로다. 그리고 자본은 그 조짐을 가장 먼저 감지한다.
2020년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 이후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기억해야 한다. 2019년 대규모 민주화 시위 이후 4,500명의 고액 자산가가 홍콩을 떠났고, 2020~2024년 추가로 5,000명이 이탈했다(헨리 앤 파트너스, 2024). 뉴욕타임스는 "국제 도시로서 홍콩의 지위를 뒤흔들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한국이 지금 그 길을 걷고 있다.
헨리 앤 파트너스의 '2025년 부의 이동'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한국에서 2,400명의 고액 자산가(100만 달러 이상 유동자산 보유자)가 순 유출될 전망이다. 영국(1만 6,500명), 중국(7,800명), 인도(4,300명)에 이어 세계 4위의 부자 유출국이다. 2022년 이후 대략 두 배 수준으로 증가해 왔고, 인구 대비로는 영국에 이어 세계 2위다. 이들이 향하는 곳은 미국, 싱가포르, UAE, 캐나다, 호주—모두 법치와 재산권이 보장되는 국가들이다.
고액 자산가 이민: 2025년 2,400명 순 유출 전망, 세계 4위 (헨리 앤 파트너스)
서학개미 해외 투자: 2025년 미국 주식 순매수 280억 달러(약 41조 원), 전년 대비 두세 배 수준으로 급증. 해외주식 보관액 2,000억 달러(약 295조 원) 돌파 임박 (한국예탁결제원)
원화 가치 하락: 달러당 1,480원 돌파, 수입물가 18% 상승. 정부는 서학개미를 환율 상승 원인으로 지목하며 증권사 특별점검 실시
첨단기업 압박: 삼성전자 중국 생산 확대 계획 무산(미국 상무부 사전승인 요구), 인텔-삼성 JV 확대 압박, SK하이닉스 미국 내 파운드리 건설 요구
출처: 헨리 앤 파트너스 2025, 한국예탁결제원, 한국은행 (2025)
더 심각한 것은 '서학개미'로 불리는 개인 투자자들의 대규모 해외 이탈이다. 2025년 한국 개인 투자자의 미국 주식 순매수는 280억 달러를 넘어섰다. 전년(101억 달러)의 세 배에 가깝다. 10월 한 달에만 68억 달러, 11월에도 55억 달러가 미국으로 흘러갔다.
해외주식 보관액은 1,963억 달러(약 290조 원)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2,000억 달러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 자금의 68%가 미국 주식이다. 한국 투자자들은 발로 투표하고 있다—"한국 주식보다 미국 주식이 낫다"라고.
미국이 현 정권의 한국을 '동맹'이 아닌 '통제 대상'으로 인식할 경우, 경제적 파장은 더욱 심대해진다. 이미 미국은 반도체에 대해 SCL(민감국가목록) 지정을 통해 삼성전자의 대중국 수출을 사실상 통제하고 있다.
친중 노선이 지속될 경우, 핵심 기술의 미국 내 이전 강제(Forceful Tech Transfer), 글로벌 공급망에서의 한국 배제(De-coring Korea), 금융 제재를 통한 달러 결제망(SWIFT) 접근 제한이 현실화될 수 있다. 극단적으로는 중국 위안화 블록으로의 강제 편입 시나리오까지 상정할 수 있다—이란과 러시아가 겪은 것처럼. 평택 기지는 대한민국을 지키는 방패가 아니라, 미국의 이익을 확보하기 위한 '영외 거점'으로 그 성격이 변모할 것이다.
정치적 신뢰를 잃는 순간 자본은 쉽게 흩어진다. 아무리 금융 인프라가 뛰어나도 법치와 자유가 보장되지 않으면 글로벌 자본은 떠난다. 한국 역시 법치 파괴, 반기업 정책, 정치적 불확실성이라는 삼중고 속에서 같은 경로를 밟고 있다. 달러, 인재, 기업의 엑소더스가 시작되면 되돌리기 어렵다.
더 암울한 시나리오가 있다. 경제가 파탄 나면 현 정권이 물러날 것이라는 기대는 순진한 착각이다. 베네수엘라의 차베스-마두로 정권, 북한의 김 씨 왕조가 증명하듯, 경제 붕괴는 오히려 독재 권력을 강화하는 기제가 된다.
시장이 무너지면 국가가 '배급권'을 쥐게 되고, 배급권을 쥔 자가 권력을 쥔다.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에서 돼지들이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그러나 어떤 동물은 더 평등하다"라고 선언했듯이, 소수 권력자와 그 측근들은 파탄난 경제 속에서도 특권을 누리며 '더 평등한' 삶을 산다.
그러나 서민과 청년에게 남는 것은 무엇인가? 기회의 사다리는 철거되고, 비전은 사라지며, 일상은 생존 투쟁으로 전락한다. 이것이 친중 노선이 초래할 구조적 결말이다.
구한말의 교훈은 어떠한가? 1894년 청일전쟁, 1904년 러일전쟁 당시 조선은 강대국 사이에서 중립을 선언했으나, 결국 어느 쪽으로부터도 보호받지 못하고 식민지로 전락했다. 전략적 모호성은 강대국 경쟁이 격화될수록 위험해진다. 오늘날 한국의 THAAD 추가 배치 지연, 한미일 군사 협력 주저는 구한말의 우유부단함을 떠올리게 한다.
2025년 전 세계 젠지세대가 거리로 나와 외친 것은 무엇인가? 부패 척결, 기회의 평등, 투명한 거버넌스—이것은 자유민주주의의 핵심 가치다. 네팔에서 이란까지, 인도네시아에서 페루까지, 청년들은 중국 모델이나 러시아 모델을 요구하지 않았다.
그들이 원한 것은 법치와 민주주의, 그리고 공정한 사회다. 한국의 2030 세대 청년들도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친중·종북 정권 퇴진", "부정선거 철저 검증", "586 기득권 청산".
한국은 지금 역사의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 선관위의 망 분리 논란, 사전선거 문제, 법원과 선관위의 유착 의혹에 대해 독립 전문가들의 검증 요구가 계속되고 있으나, 공식 기관은 이를 '음모론'으로 치부한다. "법원 판결이 없다"는 이유 하나로 모든 의혹을 덮는 것은 사회적 불신을 해소하지 못한 채 정당성 논란을 영구화하는 것이다. 심각한 선거 불신 속에 집권한 정권이 스스로 물러난 예는 역사에 없다. 마두로가 그랬고, 차베스가 그랬다.
베네수엘라 사례는 중요한 교훈을 던진다. 마두로 정권이 축출된 뒤, 미국이 인정한 것은 후안 과이도 임시 대통령이었다. 즉, 대안 정권이 준비되어 있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현 정권이 스스로 무너지기를 기다리는 것은 순진한 기대다. 보수정당은 지금부터 미국과의 공감대와 유대를 강화하고, 한미일 가치동맹의 신뢰를 회복하며, 정권교체 이후 즉시 가동할 수 있는 정책 로드맵을 준비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헤리티지 재단, CSIS 등 워싱턴의 핵심 싱크탱크와 연계한 '차기 정부 공동 안보 가이드라인'을 미리 협의하는 것이 급선무다. 트럼프 행정부가 '말보다 행동'의 외교를 펼치는 시대에, 준비되지 않은 정치 세력은 기회조차 잡을 수 없다.
역사는 반복해서 증명한다—자유를 지키는 비용은 자유를 잃는 비용보다 항상 적다. 한국에는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고 '가치 동맹'으로 귀환할 세력의 결집이 필요하다. 전국 40개 대학에서 시국선언을 하고 거리로 나선 청년들, 영하의 추위에도 한남동 관저 앞을 지키는 시민들—이들이 외치는 것이 바로 역사의 흐름이고, 문명의 방향이며, 전 세계 청년들이 외치는 메시지다.
우리가 '동맹의 가치'를 증명하지 못한다면, 주한미군은 한국을 지키는 방패가 아니라 미국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한 압박 수단으로 전락할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직면한 가장 차갑고도 잔혹한 현실이다. 미국에 동맹으로 남을 것인가, 통제 대상이 될 것인가—선택의 시간은 많지 않다. 보수정당은 지금 당장 미국과의 채널을 복원하고, 대안 정권으로서의 비전을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칼럼니스트 박대석
• Barry Posen, "The Rise of Illiberal Hegemony", MIT Security Studies Program, 2018
• Doug Stokes, "Trump, American hegemony and the future of the liberal international order", Chatham House, 2018
• John Mearsheimer, "How Not to Run US Foreign Policy", Substack, 2026.1
• CFR, "How Global Gen Z Protests Have Shocked and Transformed Governments", 2025.11
• Bloomberg Economics, "Gen-Z Revolts Against 'Dystopian Future'", 2025.12
• Carnegie Endowment, "The Global Drivers of Protests in 2025", 2025.12
• IMF, "U.S. National Debt and Fiscal Sustainability", 2025
• Henley & Partners, "Private Wealth Migration Report 2025", 2025.9
• 한국예탁결제원, "외화증권 예탁·결제 통계", 2025.11
• 한국경제, "서학개미 해외주식 보관액 2000억 달러 돌파 임박", 2025.12
• New York Times, "Hong Kong National Security Law Analysis", 2024
• AP, "Trump administration withdraws from international organizations", 2026.1
• 경향신문, "돈로 독트린: 트럼프의 서반구 지배 야욕", 2026.1
• 시사저널, "마두로 체포로 中 중남미 야욕 꺾은 트럼프", 2026.1
• 더퍼블릭, "자유대학 2030 청년 반중·반독재 시위", 2025.10
• 뉴데일리, "자유대학 전국 대학생 연합 시국선언", 2025.3
• 나무위키, "2025년 대한민국 혐중 시위", "이재명 정부 검찰 수사권 분리"
• EBN, "트럼프, 쿠바에 '늦기 전에 거래하라' 경고", 202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