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열인가 정당한 행정인가, … 표현의 자유 정면 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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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경기도지사, "극우 망상 세력" 낙인 후 공개 압박
검열인가 정당한 행정인가, … 표현의 자유 정면 침해
반면, 이동환 고양시장은 지금 어디 있는가
킨텍스 "사회적 통념" 규정, 선택적 잣대로 공권력의 검열 도구化
이동환 고양시장 침묵, 자유민주주의 보수의 자기 포기 상징적 단면
3월 2일로 예정됐던 전한길의 '3·1절 기념 자유음악회' 킨텍스 공연이 전격 취소됐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자신의 SNS에서 "극우 망상 세력"이라 규정하고 사실상 대관 취소를 공개 촉구한 직후, 킨텍스 대표이사가 이를 수용했다.
'자유'를 핵심 정신으로 삼는 3·1 운동을 기리는 행사가, 공권력의 압박으로 공공공간에서 밀려난 것이다. 표면상 이유는 내부 규정이지만, 실상은 권력자의 정치적 판단이 공공시설 운영을 좌우한 결과다. 이 사건은 단순한 행사 취소를 넘어, 이재명 정권·민주당 지방 권력이 자유민주주의의 핵심인 표현·집회의 자유를 어떻게 다루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시험대가 됐다.
김동연 지사는 자신의 SNS에서 전한길 공연을 두고 "윤 어게인 극우 망상 세력이 활개 치도록 내버려 둬선 안 된다", "경기도에선 더더욱 용납할 수 없다"라고 단언했다. 이어 2월 23일 오후 이민우 킨텍스 대표이사에게 직접 연락해 대관 취소를 "강력히 촉구"했다.
킨텍스는 경기도·고양시·KOTRA가 각각 약 33%씩 지분을 나눠 보유하는 공동 경영 기관이다. 경기도는 공식적으로 "최초 대관 신청은 가족형 문화공연으로 접수됐으나, 이후 공개된 행사 성격이 달라져 취소를 요청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것이 경기도지사가 SNS에서 특정 집단을 "극우 망상 세력"으로 규정한 뒤 직접 압박에 나선 순서와 맞물린다는 점에서, 사실관계의 변화를 이유로 내세웠더라도 실질적으로는 정치적 판단이 결정을 이끌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문제의 핵심은 두 가지다. 첫째, 도지사가 특정 정치 성향을 "극우 망상 세력"이라 일방적으로 낙인찍고, 지분 보유자이자 감독 기관으로서의 위상을 활용해 공공시설 이용을 실질적으로 차단한 것은 헌법 제21조가 보장하는 표현·집회의 자유에 대한 직접적 정치개입으로 해석될 소지가 크다. 반대로 물으면 김동연지사는 극좌인가?
법률적으로는 내부 규정에 근거한 계약 해지의 형식을 갖췄지만, 실질은 권력자의 발언이 결정을 선행한 사실상의 행정 검열이다. 지사 개인의 발언의 자유와 공공기관에 대한 권한 행사는 엄연히 분리되어야 한다.
둘째, 킨텍스에서는 그동안 여야를 막론한 각종 전당대회·정책행사 등이 열려온 바 있다. 유독 "윤 어게인"을 내건 행사만을 "사회적 통념상 수용하기 어렵다"는 잣대로 찍어 누른다면, 이는 규정이 아니라 권력자의 이념적 기호에 따른 차별적 적용이다. 스스로 "자유와 다양성"을 말해온 정치인이 자신이 비판해 온 권위주의적 통치의 방식을 그대로 구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민우 킨텍스 대표이사는 "3·1절 행사로 알고 대관 계약을 맺었지만 정치적 행사로 보여 대관 취소를 고민하던 중, 김 지사의 요구도 있어 오늘 저녁 계약을 맺은 곳에 대관 취소를 문서로 통보했다"라고 밝혔다.
취소 근거로는 "사회적 통념상 수용하기 어렵다고 판단되는 행사" 및 "공공의 안녕·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장소 배정을 제한할 수 있다는 킨텍스 내부 규정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 두 가지 사유 모두 판단 주체와 기준이 전혀 명시되지 않은 추상적·포괄적 문구로, 대법원 판례와 헌법재판소 결정이 요구하는 행정규정의 '명확성 원칙'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다. 이러한 모호한 규정을 근거로 한 대관 취소는 행정법상 재량권의 일탈·남용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
필자는 2월 24일 오전 11시 전후 킨텍스 전시마케팅팀과 감사팀에 각각 유선으로 통화해 △김 지사의 취소 요구에 대한 법적 근거와 타당성 △이민우 대표의 취소 전 내부 검토 사항 및 절차 △그동안 수많은 정치행사와의 기준 차이 △고양시가 추천한 감사의 입장 등을 질의했다.
그러나 돌아온 답변은 책임 소재를 흐리는 모호한 말뿐이거나 무응답이었다. 공기업적 성격을 지닌 기관이 스스로의 규정과 절차에 대해 공개적 설명을 회피하는 것은 투명성·책임성 측면에서 심각하게 부적절하다.
"사회적 통념"이라는 애매한 문구가 권력자의 정치적 기호와 여론 눈치에 따라 언제든 뒤집힐 수 있는 만능도구로 사용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심각한 우려를 낳는다.
킨텍스는 경기도·고양시·KOTRA가 약 33%씩 지분을 나눠 갖는 3자 공동 경영 체제다. 고양시 역시 30%대 지분을 보유한 주요 주주이자 행정·정치적으로 지역 수장이다. 더구나 이동환 고양시장은 국민의힘 소속으로, 자유민주주의·표현의 자유의 가치를 수호해야 할 책무가 있는 인물이다. 경기도가 독자적으로 움직이는 동안 고양시와 KOTRA가 함께 침묵한 것은, 3자 견제 구조 자체의 실패이자 경영권 방기다.
필자는 고양시 비서실에 유선으로 연락해 경기도의 일방적 취소 요구와 이민우 대표의 결정에 대한 시장의 입장을 질의했다. 어떤 공식 입장도 들을 수 없었다. 이 침묵은 두 가지를 시사한다.
첫째, 자신이 책임을 져야 할 지역 핵심 자산인 킨텍스에 대한 주도권을 사실상 경기도에 내어주었다는 무력함이다. 둘째, 이념·정책적 대립을 회피하느라 자유민주주의·표현의 자유라는 보수의 근본 가치 수호 자체를 포기하고 있다는 정치적 후퇴다. 물론 고양시가 현재 시청사 이전 등 각종 현안에서 경기도와의 협력이 절실한 상황일 수 있다. 그러나 헌법적 가치 앞에서 행정적 편의를 위해 침묵하는 것은 공직자로서 최소한의 책무를 방기한 것과 다름없다.
고양시는 스스로를 '글로벌 MICE 도시'로 포장하며 킨텍스 인프라 확충을 강조해 왔다. 그러나 MICE의 핵심 가치인 "열린 공간, 다양한 목소리, 이념을 초월한 플랫폼"이 훼손되는 순간에 도시의 수장은 어디에도 없었다. 이것은 단순한 침묵이 아니라, 자유민주주의 보수가 스스로를 검열하는 상징적 장면이다.
이재명 대표 체제의 민주당 정권과 지방 권력이 출범한 이후, 언론·집회·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논쟁은 끊이지 않았다. 보수 인사와 관련된 행사·콘텐츠에 대한 각종 압박과 낙인찍기, 세무·감사·허가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손 논란이 반복되어 왔다.
이번 전한길 공연 취소는 그 연장선이다. 여야를 막론한 각종 정치행사가 열려온 킨텍스에서, 특정 정치 성향 행사만을 "극우 망상"으로 규정하고 도지사의 정치적 발언과 지분 권한을 동원해 사실상 봉쇄에 나선 것이다. 이는 자유를 표방하는 세력이 자신과 생각이 다른 표현을 공공공간에서 밀어내는 자기모순적 권력 행태다.
자유민주주의는 "내가 동의하는 말"만 보호하는 제도가 아니다. 내가 불편해하는 표현조차 법의 테두리 안에서 공적 공간에 설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 자유민주주의의 힘이자 보편 규범이다. 그 규범이 무너지는 순간, 다음 차례가 누구일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물론 한국이 현재 헝가리나 베네수엘라와 동일한 단계에 있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공공자산을 정치적 잣대로 운용하기 시작하는 초기 징후라는 점에서, 이를 가볍게 넘겨선 안 된다.
이번 사태가 재발하지 않으려면 제도와 정치, 두 차원의 조치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제도적으로는 공공 전시·컨벤션 시설의 대관 기준을 명확히 법제화해야 한다. "사회적 통념"처럼 모호한 문구를 취소 근거로 삼는 내부 규정은 삭제하거나 행정규칙 수준의 명시적 기준으로 대체해야 한다. 국회는 공공시설물관리법 또는 집회·시위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공공기관이 정치적 이유로 집회·표현 행위의 공간을 제한하지 못하도록 금지 조항을 신설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
다만 폭력 조장이나 명백한 불법 선동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사법적 판단에 의해 제한이 가능하다는 예외 조항을 명시하는 것도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 아울러 킨텍스처럼 복수 공공 주주가 지분을 나눠 갖는 기관은 독립적 대관심의위원회를 설치해, 최대 주주 단일 권한으로 대관이 취소되는 구조적 허점을 차단해야 한다.
정치적으로는 이동환 고양시장과 국민의힘이 즉각 공식 입장을 밝혀야 한다. 전한길 공연의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란은 별개의 문제다. 출연진 허위 섭외 등의 사실관계가 있다면 이는 법적·도덕적 책임을 별도로 물으면 된다.
그러나 그것이 공권력이 특정 정치 표현 자체를 공공공간에서 봉쇄하는 면허증은 아니다. 나아가 이번 대관 취소의 위법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한다면, 행정처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 사법적 구제를 통한 권리 회복도 검토해야 한다. 원칙은 선언이 아니라 구체적 행동으로 지켜진다.
내일 다른 정권이 들어서서 "진보·페미·기후 운동"을 "극좌 망상 세력"이라 규정하며 킨텍스 대관을 차단한다면, 그것도 정당하다고 말할 수 있는가. 자유와 다양성을 말해온 정치인이라면, 이 질문에 답해야 한다. 자유민주주의는 선언이 아니라 구체적 선택으로 증명된다
이번 킨텍스 대관 취소는 이재명·민주당 정권이 자유를 대하는 방식과, 국민의힘·보수 정치가 자유를 방어할 의지가 있는지를 동시에 드러냈다. 권력은 검열을 택했고, 보수는 침묵을 택했다.
"극우냐 진보냐"의 문제가 아니다. 내가 동의하지 않는 표현도 공적 공간에서 설 수 있도록 허용할 것인가라는, 자유민주주의의 근본 질문에 어떤 답을 내릴지의 문제다. 그 답은 선언이 아니라, 킨텍스 복도에서, 시장실 전화기 앞에서, 지사의 SNS 앞에서의 구체적인 선택으로 증명된다.
지금 그 선택은 실패했다. 이 부당한 선택을 되돌리는 것은 결국 시민의 몫이다.
칼럼니스트 박대석
· 조선일보, "전한길 콘서트 킨텍스 취소… 김동연, 이민우 대표에 압박", 2026.02.23
· 경향신문, "킨텍스 내부 규정 — '사회적 통념' 및 '공공의 안녕·질서' 조항 확인", 2026.02.24
· 동아일보, "킨텍스 3자 공동 주주 구조 및 지분 현황", 2026.02.23
· 오마이뉴스, "킨텍스 대관 취소 경위 및 경기도 공식 설명", 2026.02.23
· Daum 뉴스, 김동연 경기도지사 SNS 발언 전문, 2026.02.23
· 헌법 제21조 (집회·결사·표현의 자유), 대한민국 헌법
· 독일 연방헌법재판소 판례 BVerfGE 69, 315 (집회·표현의 자유 엄격 보호 원칙)
· 미국 수정헌법 제1조 (표현·집회의 자유 — 내용 중립성 원칙)
· 행정법 일반이론 — 재량권 일탈·남용 및 명확성 원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