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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대석 Mar 11. 2022

[박대석 칼럼] 윤정부 '모빌리티 대통령실' 시대 오나

민심 파악이 아니라 365일 민심 속에 대통령 시대

위 사진) '열정 열차' 2일 차인 12일, 윤석열 대통령 후보가 남원역에서 시민들을 만나고 정책 공약을 설명하고 있다. / 2022. 2. 12 국민의힘 홈페이지


아복기포 불찰노기 (我腹既饱 不察奴饥), 내 배가 부르니 노비 배고픈 줄 모른다는 말이다.   

   

왕조시대 왕궁과는 비교도 안 되는 현대식 첨단 구중궁궐 같은 청와대에 있으면 민심을 파악하는 일이 별도의 큰 업무가 된다. 대통령은 늘 정제된 보고서와 엘리트의 보고를 통하여 민심을 파악하고 국정을 살피는 일은 현장감이 없다. 부족한 것 없고 모든 것이 반듯한 청와대 안에서 민심의 작은 조각 하나 찾을 수 없다.     


당연히 보고를 통해 들은 각종 사건 및 사고에 형식적으로 대처할 수밖에 없다. 각 부처에서 보내 준 보고서만 들여다보는 청와대 직원 역시 매 한 가지다. 그래서인지 역대 대통령들이 삼청동 청와대만 들어가면 현실과 거리가 먼 발언을 많이 하고, 임기 말로 갈수록 좋은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흔히 쓰지만, 광복(光復)과 관광(觀光)이란 말에서 빛 광(光)의 의미를 잘 아는 사람은 드물다. 나라와 관광 지역에 음식, 볼거리, 풍습, 정신, 물질, 역사 등 사람 사는 모든 것을 뭉뚱그려 빛(光)으로 표현한 것이다. 여행(旅行)은 지나갈 뿐이지 관광은 모든 것을 다 체험하는 일이다.     

 

대통령의 하는 일은 거창해 보이지만 국민 개개인의 자유와 행복을 지켜주고 키워주는 일이다. 당연히 늘 국민을 챙겨주는 것이 대통령이 하는 일의 전부다. 그러려면 대통령 임기 중에는 해외 출장을 빼고는 24시간 365일 국민 속에 있어야 한다.       

  

[ 국민의힘 홈페이지 ]

윤석열 당선인은 청와대를 폐지하고 광화문 청사를 사용한다고 공개적으로 약속하였다. 바람직하다. 그런데 광화문 정부중앙청사만 사용한다면 청와대를 종합청사로 옮기는 것 이외에는 별로 달라질 것이 없다. 과감하게 바꿔야 한다.     


지금은 유동성 또는 이동성·기동성이란 의미의 모빌리티(mobility) 시대다. 정보통신과 IT가 결합하여 어디서나 청와대 같은 대통령실의 환경을 가지고 외교, 안보 등 예민한 업무는 물론이고 대통령의 대부분 업무를 할 수 있다. 대한민국은 전국 8도에 242개의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 못지않은 청사가 있다.      


242개의 청사는 6개의 광역시, 8개의 도, 1개의 특별자치도, 1개의 특별자치시, 75개의 자치시와 82개의 자치 군과 특별시와 6개 광역시에는 총 69개의 자치구에 잘 갖추어져 있다. 그럴 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에 350개의 공공기관의 번듯한 사옥도 대통령실로 언제나 활용할 수 있다. 그리고 국방 관련 긴급한 상황은 전국의 군부대를 활용하면 된다.     


대통령의 임기는 5년으로 60개월이고 1,825일이다. 대통령이 각 지방청사 및 공기관 본사를 활용하며 대통령 선거 유세를 다닐 때처럼 늘 이동하면서 현장에서 국정을 챙길 수 있다. 민심을 파악하는 일이 별도의 일이 될 수가 없고, 형식적이고 동떨어진 국정은 있을 수가 없다.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펼치는 현장 위주의 국정운영으로 110만 명의 공무원, 41만 명의 공기업 직원, 60만 명의 군인 등 211만 명의 공직자들은 365일 늘 긴장하며 봉직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242명의 지역 소통령 들인 각 지자체장도 대통령만큼 민정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직장에서 건배사로 많이 쓰이는 사자성어 중에 ‘우문현답’은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란 의미다. 문제는 현장을 모르고서는 풀리지 않는다. 모든 탁상행정은 현장과의 괴리에서 양산된다. 심지어 의전까지 갖춘 현장 방문을 현장 경영이라 우기는 기막힌 사례도 많다. “More Boots, Less Pants.” 현장 경영의 진수는 생생한 현장의 소리를 듣고 즉석에서 해결하는 데 있다. 


전국을 상시로 순회하는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가장 신나는 것은 역시 대한민국 국민이다. 수십 단계를 거쳐도 검토와 부처 돌리기 등 민심 반영도 어려운 현실에서 움직이는 대통령실의 즉각적인 민원 검토와 조치는 꿈같은 일이다. 공무원의 복지부동은 사라지고 예산 낭비도 대폭 줄어들며, 당리당략, 이념, 지역, 세대, 성별 등의 분열도 사라진다.     


다만 어렵게 대통령이 되어서 인왕산과 북악산을 배경 삼아 군림하는 멋을 부리지 못하고 늘 국민의 크고 작은 민원을 들어야 하는 대통령의 건강과 사라진 안락함과 편안한 일상이 우려된다. 또한 청와대에서 5년간 어깨 힘주고 보고를 받는 엘리트 어공, 늘공 등 공무원들이 60개월 동안 전국을 다니며 대통령 보좌하느라 힘들 것이다.      


아마 대한민국의 최대 기피업종, 더럽고(dirty), 어렵고(difficulty), 위험한(dangerous) 3D업종은 대통령실 근무 직원과 경호처 직원이 될 것이다. 그러나 모빌리티 대통령실에서 대통령과 함께 5년간 봉직했다는 자랑스러움은 두고두고 본인과 가족의 명예가 되지 않을까?     


칼럼니스트 박대석     


이 글은 2022.3.11. 브레이크뉴스에 필자 명의 칼럼으로 게재되었다.

https://www.breaknews.com/sub_read.html?uid=878081&section=sc11&section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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