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재인 Dec 03. 2023

인터미션 3

내가 받은 좋은 것들

J : 선생님 저는요 제가 왜 이렇게 됐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어요.

선생님 앞에서 MBTI를 말하는 게 좀 그렇긴 한데요, 제가 T에요! T! 그렇게 공감력이 높지도 않다구요! 

저는 제가 소신 없는 사람이라곤 생각도 못했는데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요?


자라오면서 부모님과의 관계가 나쁘다거나 스스로 불행하다거나 죽고 싶다거나 생각해 본 적도 없어요. 우리 집이 잘 산다고는 생각 안 했지만 그래도 이만하면 화목하고 괜찮다 생각했거든요.


공부하는 건 여느 애들처럼 별로 좋아하진 않았지만 시키는 건 착실히 했고, 반항이라곤 엄마한테 혼나가며 수학문제집을 풀기 싫어 졸린척한다거나, 오늘 분량을 다 풀었다고 거짓말한 것 이런 소소하고 귀여운 것들이 전부예요.


심지어 할머니 할아버지가 저를 얼마나 예뻐해 주셨는지.. 아직도 그 기억이 제 머릿속에 생생히 남아있어요. 사춘기 때도 다들 집이 싫어 나간다지만 전 친구들과 어울려 지내는 것보다 가족이 편해 집으로 곧장 들어왔다니까요.


그런데요, 이런 행복하고 좋았던 기억들이 지금 저에게 너무 큰 상처로 다가와 무기력하고 슬픈 감정으로 남아있어요. 보통 상담은 뭔가 어릴 때 큰 일을 겪거나 부모님에게 받은 상처가 있거나 그래야 오는 곳인 줄 알았는데... 제 어린 시절엔 아무리 찾아봐도 그럴 것이 없어요. 전 성인이잖아요. 이제 것 잘 살아왔다고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그래서 제가 잘못 살았나 생각이 들어요. 

왜 이렇게 됐을까 계속 생각해요.



T : 어린 시절의 경험들을 물론 무시할 수 없어요. 그러나 어느 한 상황이 원인이다라고 말할 순 더더욱 없어요. 아마 재인님이 가진 좋은 모습들 다양한 성향들이 여기에서 비롯된 것일 거예요. 그런 좋은 기억들이 있었기에 여기까지 건강하게 잘 올 수 있었던 거예요. 




작가의 이전글 3. 빈대가 되고 싶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