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우연찮게 들렀다가
몇 방울 비를 맞은 것뿐이다
생각보다는 조금
굵직한 빗방울을 맞은 것뿐이다
메마른 사막에 내린 비에
온갖 동식물이 뛰쳐나오듯
머릿속은 빗방울에 비친
네 모습만 가득하다
생각과 상상을 거름 삼아
기쁨과 슬픔
낭만과 허무
혼란의 열매들이 가득 열린다
하나 따서 들여다보니
내 이야기 되새김질하며
꼭꼭 씹어먹는 네가 있다
조금은 행복한 내가 있다
또 하나 따보니
눈물 훔치는 네가 있다
눈물 흘리는 내가 있다
하나하나 들여다볼 때마다
나는 점점
어디로 가고 있는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사막 한가운데
너를 마시고 자란 나무에 겹겹이 싸여
나는 또 길을 잃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