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근한 태양이 온 세상을 밝히는 낮이면
이제는 이 저주가 끝난 게 아닐까 확인하듯
하늘 너머 창공을 자유로이 누벼본다
하지만 이윽고
환하고 따스한 달빛이 나를 적시는 밤이면
내 가슴속에서 튀어나온 시커먼 그림자는
터뜨릴 듯 내 심장을 쥐어짠다
어쩌면
인어공주의 목소리를 빼앗아
사랑하는 왕자님 앞에
입만 뻐끔거리게 만든 저주
그 저주인지도 몰라
사랑에 초연하지 못하는 저주
별리에 스스로를 저당 잡히는 저주
시간의 주권을 빼앗기는 저주
재회를 희망할 수 없는 저주
생의 노력으로도 풀리지 않는
물거품이 되어 흩어져야만 벗어날 수 있는
저주
내가 가장 사랑했던
누구보다 날 사랑했을 그녀의
찢어지듯 서러운
저주